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9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90화
#로제리아에게 도전하는 여인들
단순히 시합일 뿐인데도 두 사람에게서 엄청난 위압감이 풍겨져 나왔다.
사실 하데르에 관한 소문은 다양했다.
특히나 지배적인 소문은 하데르가 이슈하르트를 따르기 위해 블레이드의 자리에 올라서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만큼 하데르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블레이드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라 말들 했다.
2번대 대장인 아란다르조차 하데르에게는 한 수 접어주었으니 말이다.
두 거한의 대립에 다시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었다.
운량조차 순간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잊고 하데르와 아라카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봐 운량. 시작은 언제 하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거려 죽겠는데 말이야.”
“아아, 제가 이런 실수를… 그럼 시작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때서야 제 할 일을 떠올린 운량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센 바람이 밀려들었다.
벌써 아라카인과 하데르가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검을 몸으로 받아내는 아라카인의 무식함에 보는 사람마저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데르도 저 무거운 주먹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방어 따윈 도외시한 엄청난 공방전.
“저… 저게 사람의 피부야?”
“뭐지? 저 옷에 무슨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하데르 대장의 공격이 저렇게 먹히지 않을 리가…….”
이클립스의 인원들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반면 검투사들도 놀라고 있기엔 마찬가지였다.
“야 봤냐?”
“우리 아버지의 주먹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어…….”
“갑옷도 간단하게 부숴버리는 아버지의 주먹을…….”
“미쳤다… 저건 미친 짓이야!”
그러건 말건 두 사나이의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었다.
아라카인의 투기가 끓어오르고 하데르의 마력이 빗발쳤다.
휘황찬란한 광채가 그들의 몸을 감싸 안았다.
몇몇 이들은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벅차 애초에 지켜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설마 저 두 사람이 저런 싸움을 벌일 줄이야…….”
“그러게 말이다… 저렇게 과격한 결투를 할 줄은…….”
“그나저나 엄청나군.”
두 사람은 지친 기색도 없이 계속해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아니, 오히려 둘은 희열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강한 자를 만나면 더더욱 도전해 꺾고 싶은 것이 두 사람의 성정이었다.
그러기에 서로는 너무나도 훌륭한 상대였다.
파아앙!!!
아라카인의 주먹이 하데르의 복부에 꽂혔다.
하데르의 몸이 잠깐 움츠러드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날아든 하데르의 검이 아라카인의 팔뚝을 내리찍었다.
촤륵―!
팔뚝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본 아라카인이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역시나 이 몸에게 이렇게 간단히 상처를 입히다니. 너는 이슈하르트의 밑에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훗. 이슈하르트님이 당신을 상대했다면 아마 진즉에 결판이 났을 거다.”
“크하하!! 그것 참 아쉽군! 이슈하르트와도 직접 싸워봤어야 했는데!”
“이슈하르트님도 아쉬워했을 거다. 당신 같은 자와 싸우는 것을 즐거워했으니까 말이야.”
콰라랑!!!
커다란 폭발과 함께 두 사람이 거리를 벌렸다.
아라카인과 하데르 모두 멀쩡한 상태.
모두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워할 때 아라카인이 슬쩍 팔을 풀었다.
“그럼 준비운동은 끝난 건가.”
슈와아아―!!!
아라카인의 전신에서 가공할 만한 투기가 폭사되어졌다.
그의 전신에 아른 거리는 아지랑이가 대기를 뒤트는 것처럼 보였다.
본격적으로 투기를 발산하는 아라카인을 보며 하데르도 의지를 불태웠다.
그의 검에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들이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공방전을 펼치기 시작하자 대기가 요동치는 것 같았다.
“칼라반. 그대가 보기에 저들의 싸움은 어떻게 끝날 것 같나?”
“아라카인의 승리입니다.”
“호오…? 나는 저 검사가 이길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그리 단언하는 거지?
“아라카인은 아직까지도 전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하데르는 곧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가해올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막혔을 때 비로소 승리가 판가름 나겠지요.”
칼라반의 말대로였다.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하데르가 돌연 멈춰 서서 호흡을 골랐다.
그리곤 그의 검이 커다란 원을 그렸다.
그러자 아름다운 광채가 그의 검로를 따라 원을 형성했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아라카인이 힘찬 기합성을 터트렸다.
이어 그의 주먹에 맺힌 웅혼한 기운이 대기를 격했다.
굉음이 터지고 거센 강풍이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한 차례 먼지바람이 일고 나서야 중앙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하데르는 조용히 검을 거두어들였다.
“나의 패배다.”
하데르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아라카인은 그 자리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는 돌아서는 하데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훌륭한 일격이었다.”
“후후 하지만 그대에게는 미치지 못했지.”
“아니. 정말 훌륭한 일격이었다. 그것은.”
아라카인의 가슴부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흘러내린 핏물이 그의 팔뚝을 적셨다.
이것만 보았을 때는 하데르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하데르의 찢어진 옷 안에 보이는 상처들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괘…괜찮으십니까 하데르님!”
“괜S다. 호들갑떨지 마라 사이로스.”
“정말… 정말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해보셨더라면…….”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막아내었다. 나의 완벽한 패배야.”
“흐음… 하데르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 그렇게나 저 사내가 대단한 겁니까?”
“후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단단한 바위에 검을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패배했음에도 하데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허허로운 웃음과 함께 이만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닌 척 해도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아라카인의 일격은 과연 대단했다.
억지로 버텨내긴 했지만 조금 전부터 온몸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자는 레케리드였다.
레케리드의 등장에 장내가 술렁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누구지?”
“아아! 그러고 보니 레이블님의 곁에 있던 것을 본 것 같은데.”
“그럼 제국의 기사야? 제국의 기사가 이번 제전에 참여한 건가?”
“뭐 어때?! 솔 기사단도 제국의 기사들이었는데. 저자가 참여하는 게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
술렁임을 뒤로하고 레케리드는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그의 상대는 이클립스의 대장 중 한 명인 첸슬러였다.
가르시아와 함께 화끈한 싸움을 벌이기로 유명한 첸슬러였기에 사람들도 기대 가득한 눈빛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는 의외로 쉽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레케리드의 깔끔한 검술에 첸슬러가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고만 것이다.
“크으… 이것 참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바닥에 쓰러졌던 첸슬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지만 다시 도전해보아도 레케리드를 이기진 못할 것 같았다.
그의 검술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움직임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깨너머로 검술을 배워온 자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고생하셨소.”
레케리드가 손을 내밀었다.
첸슬러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대단하십니다. 이게 바로 제국 정통 검술입니까.”
“별말씀을. 당신의 검술도 훌륭했습니다.”
“으하하하!!!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첸슬러의 반응에 레케리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통 그가 아는 제국 기사들은 이런 상황이 오면 자존심부터 세우려 들었다.
늘 기분 나빠하는 것이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어디 그뿐인가 결투가 끝나고 속보이는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깔끔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고 보니 앞서 있던 결투들에서도 모두 승패를 깔끔히 받아들였다.
“이것 참…….”
레케리드는 이 모든 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의 심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뛰고 있었다.
강한 자들의 결투를 계속해서 지켜봐왔기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았다.
레케리드 또한 기사.
강한 기사들을 만나면 검을 겨뤄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내였다.
그런 그의 앞에 아라카인부터 시작해 뛰어난 사내들이 있었다.
조금 전 하데르도 아라카인에게 패하긴 했지만 자신이 막상 검을 마주했을 때 승부를 장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신흥 대기사장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이것이 레케리드의 순수한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그가 첸슬러를 누른 것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클립스의 대장들에게 다시 한 번 감탄을 토해내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 뛰어난 실력들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따로 실력 증진을 꾀해야겠어…….”
오직 칼라반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슈하르트의 진전을 이어받은 사내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클립스에게도 애착이 있었다.
특히나 하데르나 자르칸의 패배는 확실히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슈라일 렌과 함께 있던 아리사였다.
그녀는 슬며시 칼라반 쪽을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녀가 선택한 상대는 칼라반의 곁에 앉아있던 로제리아였다.
“당신과 검을 겨뤄보고 싶군요.”
“아…….”
찻잔을 마시고 있던 로제리아가 살며시 잔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얼굴이었다.
“몸은 다 나았다고 하지 않았나?”
칼라반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반은 이미 로제리아의 눈빛을 읽고 있었다.
“그럼 마음대로 해라.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그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로제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다쳐서 몸이 안 좋았던 동안에 칼라반은 아닌 척하며 많은 것들을 챙겨주었다.
운량이나 쥬피로스 등을 시켜 로제리아의 많은 것들을 도와주게 했다.
그런 칼라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로제리아도 나서기 전 그의 생각을 살폈던 것이다.
어쨌거나 칼라반도 순순히 보내주었기에 로제리아도 맘 편히 나설 수 있었다.
“이야. 드디어 로제리아님이 나서는 건가.”
“대단하네 저분도… 로제리아님을 상대로 지목하다니.”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로제리아님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렸지.”
로제리아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인대장들이 한마디씩 해댔다.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요쿠스도 로제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는 저 여자가 제일 무서워… 어우…….”
“그야 너는 로제리아님 때문에 죽기직전까지 다다랐던 적 있으니까…….”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목이 아파와.”
요쿠스가 괜히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말했다.
폰투랑도 표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로제리아의 검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인물이었다.
“잠시만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때 바깥에 있던 헤이나가 손을 들며 물었다.
그녀 또한 로제리아에게 도전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음? 헤이나님께서도…….”
“네. 저도 저분께 도전할 생각이었어요. 바로 공… 아니 칼라반의 옆자리를 걸고!”
헤이나의 과감한 발언에 여기저기 탄성이 일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탄성이었다.
지켜보던 이들은 흥미로워진 시선으로 칼라반을 살폈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칼라반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량이 잠시 생각에 잠기려는 때 로제리아가 입을 열었다.
“상관없어요. 두 사람 모두 상대해드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