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0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06화
#기사의 모습 (1)
이제야 정신을 차린 사인스가 플로제를 도우려 나선 것이다.
“가봐라.”
사인스가 플로제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엔 아르말리아가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선 기사들과 오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인스…….”
“내 목숨을 구해준 값이다. 그러니 순순히 보내줄 때 가봐.”
“고맙다.”
“제기랄. 결코 너를 인정할 날이 없을 줄 알았건만… 이렇게 인정하게 되는군.”
분명 자신은 오크들을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플로제는 달랐던 것이다.
“제기라알!!!!”
사인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기사수련생들 중에서도 높은 실력을 자랑하는 그였다.
하이오크 하나쯤은 붙잡아둘 수 있었다.
그 틈을 이용해 플로제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아르말리아가 있는 쪽이었다.
“플로제!!”
“아르말리아!”
플로제는 아르말리아가 있는 곳으로 도착하자마자 오크들과 전투를 벌였다.
녀석들은 취익 거리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거칠게 무기를 휘둘렀다.
아르말리아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마법을 캐스팅을 했다.
이렇게 주위가 어지러운 와중에 마법 캐스팅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나배열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곧바로 마법 캐스팅에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알아본 플로제가 다가가려는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플로제는 이전과 같이 주변의 모든 무기들을 이용했다.
스틸레토 같은 검으로 오크의 몸을 찌르기도 하고 도끼를 휘두르기도 했으며, 뭉툭한 대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어느새 저런 검술을…….”
함께 전투를 벌이던 교관들도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 중 한 교관이 특히나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에 물들었다.
“저 움직임은…….”
분명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다 했더니 바로 어제 보인 움직임이었다.
저렇게 많은 검들을 두고 펼쳐야 했던 검술을, 그때는 오직 단 하나의 검으로 펼쳤으니 군데군데 어색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해 보이는 검술은 아니었다.
아마 상대로 몬스터가 아닌 기사들이었다면 충분히 플로제를 상대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플로제의 검술을 마냥 낮춰 볼 수만은 없었다.
몬스터들을 사냥하는데 저만큼이나 유용한 검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계속 같은 무기를 사용하면 피가 굳어 날이 무뎌지고 말아… 그런데 저런 식으로 계속 무기를 바꿔가며 사용한다면…….”
“솔직히 저런 검술은 이론으로나 가능하지… 저렇게 실제로 구사하는 놈이 있을 줄은…….”
“저 녀석은 대체 어디서 저런 검술을 배운 거지?”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남겨주신 검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는 것은 플로제 가문의…….”
“가문의 검술이란 말이야? 세상에 어떤 기사 가문이 저런 검술을 만들어?”
“흐음… 그건 그렇네. 그나저나 알면 알수록 신기한 녀석이로군.”
플로제를 바라본 교관들의 솔직한 말들이었다.
플로제와 기사들이 오크를 상대로 전투를 벌일 때 마법사들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그들은 마력구체나 불덩이를 쏘아대는 등 오크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몇몇 이들은 마법 캐스팅이 서툴러 아군을 공격하는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 마법 수련생들이 행한 일들이었지만 저써클의 마법들이라 다행히 아군 기사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진 않았다.
“저 녀석…….”
칼라반은 우두커니 앉아 플로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레클레이의 검술.
그것을 플로제가 재현해내고 있었다.
서투르지만 칼라반에겐 레클레이의 모습이 비쳐 보일 정도로 흡사했다.
“제법이네요.”
레클레이의 검술을 여러 차례 봤던 로제리아도 인정해주었다.
그녀도 더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하이오크들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귀족들의 사병들과 아카데미의 기사들이 충분히 녀석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사인스를 상대하던 하이오크도 곧바로 몰려든 기사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중급 수준의 기사들도 꽤 보이네요. 저들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겠어요.”
“그렇군.”
칼라반은 짧은 대답과 함께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로제리아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들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칼라반의 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좋은 파트너를 만났어.”
칼라반이 플로제와 아르말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본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플로제의 검이 지나가면 아르말리아가 소환해낸 불마법이 날아왔다.
“하압!!”
불길에 휩싸인 오크를 향해 플로제가 검을 내던졌다.
하나의 검에 집착하지 않는 그였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몇몇 기사들이 이 같은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긴 했으나 당장 그들이 플로제에게 뭐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불만스런 얼굴을 한 자들은 많았다.
특히나 플로제가 지쳐가면서 불만은 더더욱 앞으로 튀어나왔다.
“저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움직이니 금방 지치지… 움직임에 효율이 없잖아.”
“쓸데없는 움직임이 너무 많아.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종류의 무기들을 잘 다루겠나? 무기도 다르고 생김과 용도도 다른데.”
“베는 검도 있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것처럼 날이 두꺼워서 찍어 누르는 무기도 있고 찌르는 게 주용도인 무기도 있는데… 거기다 도끼에 몽둥이까지… 아주 그냥 손에 잡히는 것은 뭐든 휘두르는구만? 저게 무슨 검술이야!? 저건 그냥 검술을 모르는 일반 헌터들이나 마구잡이식으로 하는 행동이다!”
특히 부젠데르크 귀족가의 기사들이 불만을 드러내었다.
아르말리아와 플로제가 함께 하는 것에서부터 왜 아르말리아가 사인스를 거절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눈에 플로제는 엉터리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엉성한 움직임에… 힘도 모자란 것 같고…….”
“크음, 이제 보니 별로인 것 같은데?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것뿐이잖아?”
“사인스님보다 뛰어난 것 같지도 않고… 저렇게 여러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하나의 무기에 정통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어?”
“그러니 많은 기사들이 자신만의 주무기를 사용하지. 저렇게 여러 검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여러 검들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지 않나?”
“대체 어느 가문이길래 저딴 검술을 가르치는 거냐!? 설마 몬스터들이나 사냥하는 귀족가문은 아니겠지!?”
이젠 대놓고 비웃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플로제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마법을 준비하던 아르말리아가 듣기 거북할 지경이었다.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못했던 다른 수련생들과 다르게 플로제는 거침없이 달려와 오크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런 모습에 솔직히 감동받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플로제는 자신을 조롱하고 괴롭혔던 사인스를 살리는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만큼 그의 마음이 넓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야? 그 사이의 일은 벌써 잊고 저런 말들을 내뱉다니…….”
아르말리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플로제의 뒤에서 공격을 가하는 오크를 보며 재빨리 마법을 펼쳤다.
“그리스(Greece)!!”
순간 바닥이 미끄러워지며 오크의 몸이 흔들렸다.
“취에에엑!!”
몸이 휘청거리는 바람에 플로제의 머리를 노리던 공격이 빗나가고 말았다.
플로제는 재빨리 몸을 돌려 오크의 머리에 검을 휘둘렀다.
콰직!
검이 가죽에 박히긴 했지만 얕았다.
“벌써 지치고 있는 건가!?”
땀방울이 여기저기 맺혀 떨어지고 있었다.
거칠어진 숨은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오크에게 당한 것 때문도 있었지만 지쳐버린 탓도 있었다.
“크아아!!”
그렇지만 죽을힘을 다해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살기에 몸을 피하려던 오크가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취익!?”
무언가에 꼭 붙잡힌 것처럼 두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녀석의 시선이 발밑을 향했다.
그러자 언제부터 그랬는지 발이 얼음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콰직!!
그 순간 힘껏 내리친 검이 녀석의 두개골을 부쉈다.
강한 충격에 오크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쉰 플로제가 스스로의 힘을 못 이기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플로제!!”
“난… 괜찮아……!”
황급히 몸을 일으킨 플로제가 호흡부터 골랐다.
사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몸 이곳저곳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크읍…….”
플로제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부르트고 살집이 뜯겨져나가 핏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칼라반 쪽을 찾았다.
칼라반과 로제리아는 우두커니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길.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아버지와 함께 싸웠던 동료 분들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잔뜩 분노한 플로제가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여기저기 있던 귀족들과 기사들이 그곳을 쳐다보고 되었다.
그러나 칼라반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설마… 겨우 저런 몬스터들에게 겁을 집어 먹은 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플로제가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만약 그렇다 해도 자신이 저들을 비난할 순 없었다.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거겠지…….”
순간 아버지와 관련된 사람들임을 잊고 말았다.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자신의 성급함을 탓했다.
어쩌면 조금 전 자신의 행동 때문에 저들이 곤란해졌는지도 몰랐다.
“아직 나는 멀었구나… 검술이든 뭐든… 나도 아버지처럼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가 자책하는 동안 아르말리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야. 너는 훌륭했고 오늘 그 누구보다 멋졌어.”
그녀가 플로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했다.
말투와 다르게 그녀의 손은 아직까지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손의 떨림이 플로제의 어깨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말은 안 해도 그녀 또한 긴장했고 두려웠던 것이다.
그나마 이제는 교관들과 기사들이 나서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플로제나 다른 수련생들의 역할도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교관들과 기사들에게 맡기면 되었다.
“크하하!! 아버지와 함께 싸운 자들? 저기 우두커니 앉아 있는 두 남녀를 말하는 거냐? 얼마나 우스운 전장에서 놀았으면 고작 오크들에게 겁을 집어먹는단 말이냐!?”
“잘 보아라!! 이것이 우리 부젠데르크 가문의 검술이다!! 레드앙레아 가문도 잘 지켜보시오!! 과연 아르말리아의 짝으로 누가 어울릴지!!”
부젠데르크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사실 그에게 아르말리아의 생각 따위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아르말리아가 원치 않아도 가문끼리 약조를 맺으면 되었다.
보아하니 플로제는 이렇다 할 가문 출신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힘과 실력으로 빼앗으면 될 일이 아닌가!
그는 보란 듯이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흐랴압!!!”
부젠데르크 백작의 검에서 선명한 오러가 흘러나왔다.
콰랑!!!
부젠데르크 백작의 일격에 오크 두세 마리가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취에에!!!”
“취륵!!”
오크들이 괴성과 함께 부젠데르크 백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인 부젠데르크 백작의 검에 모두 베여버리고 말았다.
부젠데르크 백작은 말을 탄 채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는 자신을 막아서는 오크들을 모조리 베어 넘기고 있었다.
수련생들은 그런 부젠데르크 백작을 보며 감탄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이 꿈꿔왔던 기사의 모습을 부젠데르크 백작이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