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0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07화
#기사의 모습 (2)
그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검격이 오크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베었다.
“비켜라 하등한 종족들아!!”
부젠데르크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오크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기세에 짓눌린 것이다.
부젠데르크 백작을 따라 기사들이 움직였다.
그들 모두 부젠데르크 가문의 사병들이었다.
과연 명문가의 기사들답게 위세가 대단했다.
그들이 전장을 휩쓸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오크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이오크들이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이오크 한 마리에 다섯 명의 기사들이 달라붙으니 쉽게 뿌리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역시 하이오크는 제법 높은 등급의 몬스터였다.
그들은 여러 명의 기사들과 싸우면서도 전혀 움츠러듦이 없었다.
오히려 녀석들은 더욱 흉포한 모습을 드러내며 날뛰었다.
콰가강!!
그때 기사들의 위로 얼음파편들이 떨어졌다.
“음!?”
“뭐지!?”
그들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기사가 크게 소리쳤다.
“하이오크 주술사다!!”
오크 주술사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는 세 마리의 오크가 있었다.
녀석들은 짐승의 가죽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곧 고대의 상형문자들이 허공에 떠오르며 하이오크와 오크들에게 퍼졌다.
“주술이다!! 주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마법사들이 긴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형문자가 오크들에게로 날아갔다.
그러자 무형의 아지랑이와 함께 오크들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근육이 한껏 부풀어 오른 오크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쾅!!!
카가강!!!
강한 충격에 병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었다.
“아마 신체 강화 주술일 겁니다. 오크 주술사들이 즐겨 쓰는 주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시선이 하이오크들에게로 향했다.
녀석들도 신체 강화 주술을 받자 기사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조심해라!! 조금 전과는 달라!!”
“크아아!!”
하이오크의 손에 머리를 붙잡힌 기사 한 명이 비명을 토해내었다.
녀석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기사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이곳은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근처에 있던 검술 교관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교관들의 실력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였다.
다행이 그들이 마나 소드로 하이오크들을 견제하자 녀석도 더는 날뛰지 못했다.
그 순간 하이오크 주술사가 만들어낸 붉은 상형문자가 오크들에게로 향했다.
“취에에에!!!”
“취르에!!”
붉은 상형문자를 흡수한 오크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녀석들의 두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이어 굵은 힘줄이 튀어나오고 몸집이 한층 커졌다.
“뭐… 뭐야?”
“이게 무슨…….”
“혹시 모르니 거리를 벌려라!!”
처음 보는 모습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눈알이 뒤집혀 흰자위만 보이는 오크들이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로제리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하이오크들이 거는 지독한 주술 아닌가요? 오크들의 생명력을 폭발시켜서 이성을 잃게 만드는 거잖아요.”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결코 하지 않는 주술 중에 하나지.”
“그러게요…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당할 것 같으니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한 걸까요.”
“그것만이 아니겠지.”
칼라반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해 있었다.
[스킬 천리지청술을 활성화시킵니다.]천리지청술을 통해 들으니 확실히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마 지금 다가오고 있는 녀석들이 오크들을 이곳으로 몰아세웠을 터였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실력 있는 교관들과 기사들이 더러 있는 것 같으니 충분히 오크들을 막아내겠어요.”
로제리아의 말대로였다.
갑작스럽게 폭주하는 오크들에게 당황하긴 했지만 곧 기사들과 병사들은 능숙히 대처해내었다.
그 와중에 플로제는 끝까지 검을 들어 기사들을 도우려 했다.
“크아압!!”
플로제가 힘껏 휘두른 검이 오크의 방패에 막혔다.
오크는 그대로 플로제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다.
“위험하다!!!”
파앙!!
곁에 있던 기사가 오크의 공격을 쳐냈다.
이어 사인스가 오크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검을 들어 올렸던 플로제가 자세를 풀었다.
“이제 그만 되었다. 넌 최선을 다했고 남은 것은 우리들에게 맡기면 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이곳에 끼어들어봤자 방해만 될 뿐이다.”
교관이 플로제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분해하고 있는 플로제를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다.
그는 정말로 이번 기회를 통해 플로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동안 선입견을 가지고 플로제를 바라본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보아온 여타 수련생들보다 오늘의 플로제가 훨씬 훌륭하고 대단했다.
이런 인재를 몰라본 자신을 후회하기도 했다.
플로제를 인정한 것은 사인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아직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플로제의 곁에 다가왔다.
“너는 왜 그런 쓰레기 같은 검술에 집착하는 거냐? 보니까 검술에 재능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이참에 아카데미의 검술을 교육받고 그… 우리 부젠데르크 가문의 검술을 배워보는 것은 어떻…겠냐……?”
사인스가 괜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물었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멋쩍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플로제를 자신의 적수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런 플로제가 이상한 검술에 집착하는 것이 안타까워졌다.
마침 이번 오크들을 상대로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문의 기사들이 부젠데르크 가문의 검술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몇몇 수련생들은 벌써부터 자신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니 플로제 역시도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크흠… 이런 말을 하면 좀 뭣하긴 한데… 우리 아버지도 중급 기사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중상급의 실력을 지니셨다. 거기다 우리 가문에는 상급 기사도 있으니 너만 괜찮다면 나와 함께…….”
“싫어.”
“뭐!?”
“제안은 정말 고맙지만. 나는 아버지의 검술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남겨주신 검술을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하!? 너 정말 바보냐!? 세상에 그런 검술이 어딨어?!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며 싸우는 그런 검술을 난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건 그냥 잡기술에 불과해! 너도 검을 휘둘러보았으니 잘 알잖아!? 하나의 검에도 정진하기에 모자란데 어떻게 그 많은 종류의 검들을 섭렵하단 말이냐!?”
답답해진 사인스가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플로제의 옆에 선 아르말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치에 괜히 사인스도 시선을 돌렸다.
“내가 플로제를 인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널 포기한건 아니다 아르말리아. 나는 이 녀석과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이겨낼 거다. 그러니 우리 가문에서 검술을 배우란 말이다 이 고집불통 플로제 자식아.”
“…….”
플로제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연마해온 검술의 단점들을 말이다.
사인스가 일일이 꼬집지 않아도 직접 검술을 펼쳐본 자신이 더 잘 알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포기하면 아버지의 검술은, 가문의 검술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버지께선 내게 검술을 남겨주셨어. 아마도 내가 본인의 검술을 이어받고 훌륭한 검사가 되길 바라시는 마음에서였겠지. 이렇게 우리 가문이 폭삭 망해버릴진 모르셨겠지만… 사실 네 말대로 우리 가문은 대단한 가문이 아니야. 평민이었던 우리 아버지가 귀족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으니까. 오히려 어머니가 더 대단한 가문의 사람이었다고 들었어.”
“그… 그러니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아! 그래 많이 양보했다. 그럼 우리 가문의 검술을 배우면서 네 아버지가 남긴 그 검술도 연마해봐! 그럼 되잖아!?”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하! 대체 왜 그런 고집을 부리는 거냐!? 그 검술이 별로라는 것은 솔직히 너도 알고 있을 거고…! 굳이 어리석은 길을 가겠다는 거냐? 그러지 말고 우리 가문의 검술을… 에잇! 그래 네 맘대로 해봐라! 그따위 약해빠진 검술을 얼마든지 익혀보고 수련해보란 말이다! 나야 좋지. 널 쉽게 이길 수 있고……!”
플로제의 표정을 본 사인스는 더 이상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하다니… 바보 같은 놈. 너는 평생 후회할거다!”
사인스의 말에 플로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선 사인스의 말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게 억울하고 화가 났다.
“치잇… 내가 좀만 더 강했더라면…….”
“플로제…….”
그때 흉포하게 날뛰던 오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쓰러트리고 있는 주역은 역시 부젠데르크 가문의 기사들이었다.
아카데미의 교관들 또한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우리 교관님들!!”
“저렇게 대단한 실력들을 갖고 계셨다니…….”
“조금 전 브로테니 교관님 봤어!? 저렇게 선명한 마나소드라니… 저 질긴 오크 가죽을 손쉽게 찢었어.”
검술수련생들이 연신 칭찬을 해댔다.
그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벌써 많은 수의 오크들이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남은 오크들도 기사들과 병사들, 교관들에 의해 하나둘 쓰러지고 있었다.
“오크 주술사들은 우리한테 맡기게!”
말머리를 돌린 부젠데르크 백작이 기사들을 이끌고 오크 주술사들을 무참히 베어버렸다.
하이오크 주술사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부젠데르크 백작의 귓가엔 들려오지 않았다.
“고맙다. 너희들 덕분에 우리 가문의 명성이 더더욱 드높아지겠구나.”
그렇게 오크들의 습격이 마무리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말이다.
“저… 저건… 설마 오우거?”
메테르살리아소 아카데미장이 아연실색한 얼굴로 손을 바르르 떨었다.
오우거는 하이오크나 오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들보다도 상위종이 바로 오우거였다.
“숲의 포악자라 불리는 오우거들이 어째서 이곳에…….”
녀석들은 놀이라는 하이에나를 닮은 몬스터까지 대동하고 있었다.
목줄이 채워진 놀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인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번엔 오우거 부족이 등장하자 기사들과 병사들도 모두 긴장하고 말았다.
오우거들을 상대하려면 최소 중급 수준의 기사들이 필요했다.
“대… 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를 데려온 거냐!”
오우거들 중 족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커다란 맹수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녀석의 뒤로 수많은 오우거들이 따랐다.
“저렇게 많은 숫자의 오우거 부족은 처음 봅니다!”
“더군다나 놀까지 길들여 데리고 다니다니… 이건 좀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으로 녀석들을 막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백작님처럼 중상급의 실력을 지닌 기사들이 많았다면 모를까… 이대로면 피해가 심각할 겁니다.”
기사들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오우거들은 현재 공포에 질린 인간들을 바라보며 즐기고 있었다.
놈들은 놀까지 길들일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고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상위종으로 분류되는 만큼 오우거 부족을 죽이려면 토벌대가 나서야 했다.
“크윽. 뭐하고 있어!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켜!!”
부젠데르크 백작이 긴장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몇 마리의 오우거라면 모를까 저렇게 많은 숫자의 오우거들을 상대하는 것은 부젠데르크 백작으로서도 무리였다.
그러나 오우거들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크와아아아!!!!”
부족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소리치자 오우거들이 먼저 놀들을 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