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1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14화
#비스트로겐의 후퇴
“비스트로겐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후퇴하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군사들의 배치를 바꾸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공성전을 계속 하려는 모양입니다.”
수하의 보고에 로택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전해들은 대로라면 분명 저들에게 더 이상 남은 군량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전쟁을 계속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로택의 시선이 시마리우스에게로 향했다.
“왜 그러나?”
“저들의 정보가 잘못 된 것 아닌가? 군량이 없는데 어떻게 계속 전쟁을 계속하려 하지?”
“악에 받쳐 싸우려는 건가보지.”
“흐음…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보네. 저들이 우리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준 것이라면…….”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따로 무어라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저들에게 군량이 제대로 보급되었어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을 걸세.”
“아니 그래도 내 말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고 있네. 저들이 우리들에게 기대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하지 말자고. 저들이 정말로 군량 보급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면 좋은 일인 거고 예상치 못한 일로 실패했다 하더라도 우린 저들을 비난할 수 없네.”
“끄응… 자네가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뭐가 되나.”
“후후 뭐가 되긴. 병사들의 사기를 걱정한 훌륭한 지휘관이 되는 거지.”
“나참… 이길 수가 없군.”
“그래도 보급 차단에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에게 아주 득이 없는 것은 아니야. 보급이 뒤늦게 들어온 바람에 저들도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지금까지 버티는 데에도 크게 힘이 들진 않았잖나.”
“그건 그랬지…….”
“그것에 감사하자고. 어찌 보면 본래 우리가 겪었어야 할 힘겨운 전투를 저들 덕분에 더 늦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로택이 눈살을 찌푸렸다.
평온한 얼굴로 말하는 시마리우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자네처럼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건가?”
“나는 때로 자네가 부럽네. 부정적인 시선이 때로는 필요한 법이니까.”
이번에도 넉살좋게 받아친 시마리우스가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곧 다가온 이아퀸드와 루시엔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들이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보급로 차단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시마리우스가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로택은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시마리우스의 말에 이아퀸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저들에게 들어간 것은 군량이 아닌 모래주머니들입니다.”
“예……?”
“저들은 지금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겁니다.”
“허어…….”
“그러면 이참에 나가서 박살내버리는 것이 어떻겠나? 어차피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한 군사들인데…….”
“아니요. 그래선 안 됩니다. 저들의 공격을 철저히 무시해야만 합니다.”
이아퀸드의 말에 로택과 시마리우스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는 루시엔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지? 어째서 저들을 상대하지 않고…….”
“상대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저들은 제풀에 지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비겁한 전투는……!”
“전쟁은 일기토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비겁이고 잔혹이고 이딴 단어들은 필요 없어요. 오직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해내는 것. 그것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아퀸드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것이 그녀가 지금껏 경험에서 배워온 전투 방법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마리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가 할 것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성문을 걸어잠그고 지금처럼 수성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 절대 전면전을 하려 하면 안 됩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적군의 사기가 한껏 고조되었을 때는요.”
“흐음… 본래라면 저렇게 사기가 올랐을 때 꺾으려 하는데…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말에 따라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길고 긴 수성전이 이어졌다.
사기가 바짝 오른 비스트로겐 군이 어떻게 해서든 성을 함락하려 했다.
그러나 로택과 시마리우스는 철저히 수성에만 전념했다.
성 밖으로 군사들을 꺼내려 해도 소용없었다.
일부러 저들을 약 올리기까지 했건만 로택과 군사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제기랄……!”
비스트로겐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저 성벽을 어쩌지 못하는 한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군량까지 완전히 바닥이나 몇몇 군사들은 군마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군법에 의해 엄히 다스려졌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일들은 빈번히 발생되었다.
쿤테라 백작이 침통한 얼굴로 다가왔다.
“아쉽지만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무리입니다. 더는 병사들도 여력이 없습니다. 군량도 진즉에 바닥났고… 정말로 병사들의 수만 줄어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쳇. 제가 다시 병사들을 설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로는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출정은 준비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겨우 저깟 놈들을 상대로 이 비스트로겐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까!?”
“겨우 저깟 놈들을 상대로 벌써 오랜 시간을 나아가지도 못하고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대기사장님.”
“크윽…….”
역시나 쿤테라 백작이었다.
그는 비스트로겐을 눈앞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받았다.
잔뜩 흥분했던 비스트로겐은 결국 쿤테라 백작의 말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명령이 곳곳에 퍼졌다.
허기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병사들도 마침내 화색을 보였다.
“드…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가… 갑시다!”
병사들이 정리를 시작했다.
기사들도 덩달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에게 몰래 말을 가져다주었던 기사들은 조용히 자신의 짐을 어깨에 이고 있었다.
“그때는 고마웠습니다 기사님.”
병사 한 명이 다가와 기사의 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훈훈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을 때 지휘관들은 오히려 어두운 안색이었다.
“우리가 이곳을 뚫었어야 했는데…….”
“젠장. 고개를 들 수가 없군…….”
“퇴각로도 살펴야 합니다. 적들이 언제 뒤를 칠지 몰라요.”
“신나서 쫓아오겠군…….”
기사들의 우려는 역시 적들의 추격이었다.
패퇴하는 군대만큼 죽이기 쉽고 무너트리기 쉬운 군대가 없었다.
때문에 퇴각하는 것도 작전을 잘 짜야 하건만 비스트로겐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실수들에만 빠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른 지휘관들의 지휘로 퇴각은 차츰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물러나는 비스트로겐의 군대를 로택과 시마리우스가 성벽 위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물러나는군.”
“그래도 대단하네. 군량이 다 떨어진 시점에서 일주일이나 공격해왔다.”
“정말 죽기살기로 싸우더군… 저것이 바로 비스트로겐이 이끄는 군대인가.”
“솔직히 이 천혜의 요새 덕분에 막아낼 수 있었던 거지… 정면에서 마주했다면…….”
“우리들의 패배였을 거다.”
그만큼 비스트로겐이 이끄는 군대는 강군이었다.
제국에 있었을 때는 그토록 든든했던 제국군이 이렇게 적군으로 만나 패퇴하는 모습을 보니 여간 씁쓸한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하지? 저들의 병력을 줄이려면 기회는 지금인데.”
“하긴 앞으로 제국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라면 지금 전력을 줄여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군.”
“그렇지만 비스트로겐이 후위에 남아 방어할 텐데…….”
“문제는 비스트로겐을 뚫어낼 사람이 없다는 거지… 아무리 지쳐 있어도 대기사장은 대기사장이더군.”
그들은 비스트로겐의 무위를 떠올리며 말했다.
잠깐씩 기사들이 나가 응전했을 뿐인데도 비스트로겐은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굳이 쫓을 필요는 없겠지.”
시마리우스의 말에 로택이 미간을 좁혔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리기엔 조금 아쉬웠던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우리가 쫓아서 저들을 죽여봤자니까. 결국 저들도 우리와 같은 제국민들이다. 우리마저 나서서 제국군을 쫓는다면 오히려 민심이 나빠질 수도 있어.”
“허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내전도 불사하는 아크로이어 황제와 제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며 움직이는 레이블님. 아마 에네르시아님은 민심이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냥 내 부족한 머리로 헤아려 보려 했을 땐 그렇네.”
“듣고 보니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로군. 그래도 너무 아쉬워…….”
로택이 쓴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그는 따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자신의 할 일을 마친 이아퀸드도 슬슬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이게 다인가요?”
“예. 전투는 끝났습니다.”
“그렇군요. 조금은 아쉽네요. 한바탕 싸워보나 했더니…….”
아쉬움을 드러내는 루시엔을 이아퀸드가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전쟁은 장난이 아닙니다.”
“누가 뭐래요?”
“그리고 우리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왔다면 피해가 컸을 겁니다. 루시엔님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제국의 대기사장들은 약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재밌는 것 아닌가요? 강한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의 그 희열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싸우는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루시엔의 말에 이아퀸드도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다.
그녀는 몰랐다.
루시엔의 아버지인 이슈하르트도 강한 검사와 싸우기 위해 평생을 돌아다녔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루시엔에게도 이슈하르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기회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그것 참 기대되네요.”
이아퀸드와 루시엔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클립스의 대장들은 두 사람의 은근한 기싸움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좋을 때로군.”
“어쩌면 이아퀸드 만인대장이 우리 루시엔님의 라이벌이 될지도.”
“그러게. 정말 대단하더군. 이아퀸드라는 저 만인대장.”
“요쿠스나 폰투랑처럼 오랫동안 만인대장의 자리를 지켜온 여인이라 했다. 제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만한 실력을 감추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만인대장 중 두 명이나 참여를 안 했으니…….”
“쥬피로스님과 이아퀸드님이었지.”
“모두 요쿠스나 폰투랑처럼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라고 하니 앞으로 재밌겠어.”
그들은 전에 제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의 생각은 다른 쪽으로 미쳤다.
“하데르 대장님이 향한 곳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듣자 하니 그곳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더군.”
“아크로이어 황제가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야.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도 대기사장들을 파견했다고 하더군.”
“거기다 저번에 어나니머스의 한 조장이 그러더군. 나이트워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지… 내전이 말이야.”
“황제의 자리에 올라선 자와… 황제의 자리를 기다리는 자.”
“그런데 이때에 칼라반님은 어디로 가셨다고? 수하들까지 모두 이곳에 두고…….”
“길리고르 감옥에 가셨다고 들었다.”
“길리고르 감옥이면 제국 최악의 감옥이 아닙니까?”
“그래. 아마 지금쯤이면 블레이드 폰투스 알폰과 만났을 거다. 그자의 배를 타고 이동할거라 말했으니까.”
아란다르가 바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이곳이 첫 승전보를 울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