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1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15화
#길리고르 감옥 습격
“아발티움 성이 성공적으로 수성을 해냈다고 합니다.”
“당연한 결과다. 그곳으로 이아퀸드가 갔으니.”
“이아퀸드님에 대한 믿음이 엄청나시군요.”
“이아퀸드는 다 잘하지만 예전부터 지키는 것 하나만큼은 뛰어나게 잘했다. 나와 다른 녀석들을 늘 엄호해주었는데. 놀랍게도 수성에도 재능이 있더군. 아마 녀석이 활을 다루는 게 한몫하는 것이 아닐까 싶군.”
어나니머스의 보고에 칼라반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과거에도 이아퀸드에게 맡긴 성은 늘 철옹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만큼 상대의 전략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수하가 바로 이아퀸드였다.
“아발티움 성은 천혜의 요새로 불리는 성이잖아요? 그러니 더욱 수성에 쉬운 장소일 텐데… 차라리 다른 쪽으로 보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아발티움 성은 천혜의 요새이면서도 제국군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점이다. 그곳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포메아니아 왕국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할 거다.”
“아…….”
“그것이 레이블 황자가 포메아니아 왕국을 택한 이유겠지. 에네르시아가 일부러 그곳으로 가려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 척박한 땅이 많지만 외부의 침략에는 절대적으로 강한 면을 보이는 그 땅으로…….”
“레이블님은 이미 여기까지 내다보셨나 보군요.”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인물이다.”
칼라반은 솔직한 느낌을 전했다.
사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힘들었다.
더군다나 그는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고 오직 레이블만이 할 수 있는 일들.
레이블 황자는 그것들을 무리 없이 해내며 스스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그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은 칼라반 또한 마찬가지.
그가 전선을 비우고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도 레이블 황자 덕분이었다.
이것이 레이블 황자의 무서움이었다.
그에겐 다른 이들처럼 많은 경험치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더없이 훌륭한 지휘관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다른 곳도 전부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는 제국의 대기사장들. 더군다나 제국의 진정한 무서움은 대기사장들만이 아니다.”
“맞아요… 제국의 진정한 무서움은 바로 기사들과 병사들이죠. 그것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아요.”
로제리아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칼라반 군단뿐만 아니라 다른 군단들과도 여러 번 전투를 치러봤었다.
“전투를 치를 때마다 힘겨웠어요. 제국의 어느 군단 하나 강하지 않은 군단이 없었으니까요. 독한데다 집요하기까지 한 그들 때문에 우리 왕국의 군사들도 수도 없이 죽어나갔죠.”
“발키리들에게 죽은 제국 기사들도 만만치 않을 거다.”
“그렇죠… 결국 서로에게 큰 피해만 남긴 전쟁이었어요.”
“라카이 왕국엔 발키리가 존재한다. 그 한마디를 무시했던 군단은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발키리들의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 몰랐기 때문이지. 실제로 제국이 라카이 왕국을 정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발키리였으니까.”
“우리도 제국이 만든 선을 감히 넘어갈 수 없었어요. 제국은 엄청나게 많은 강군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요. 거기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당신과 다른 뛰어난 대기사장들이었으니… 그래도 역시 가장 힘겨웠던 것은 당신과 치른 전투에요.”
“기억나는군. 카이사르를 무차별하게 난도질하던 당신의 모습이. 그때는 정말 죽는 구나 싶었는데.”
“좋은 모습들도 많은데 그런 기억은 잊어주시겠어요.”
로제리아가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시에는 정말로 칼라반을 죽일 생각이었다.
라카이 왕국에 가장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자신은 칼라반을 죽이지 못했다.
“워낙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날. 어째서 날 죽이지 않았지? 카이사르까지 당신에게 패한데다 그때는 날 지켜주던 만인대장들도 발키리 대전사들에게 발이 묶여있었는데.”
“그때도 말했잖아요. 당신의 눈빛에 반했다고.”
“또 그런 소릴…….”
“정말이에요.”
어둠의 정령들을 뚫고 카이사르마저 박살낸 로제리아는 분명 살기를 머금고 칼라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당시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것은 칼라반을 죽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칼라반을 죽이지 못하면 라카이 왕국에 커다란 재앙이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도 처음 접한 어둠의 정령들에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었다.
어둠의 정령들은 그녀가 알고 있던 정령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녀석들은 칼라반의 명령이 없이도 체계적으로 전술 훈련을 받아온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전투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어둠의 정령들이 하나의 군단처럼 보였다.
칼라반이 이끄는 13군단뿐만 아니라 어둠의 정령들로 이루어진 군단까지 상대해야 하니 두 개의 군단을 마주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발키리들도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정령들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솔 기사단은 더더욱 강한 상대들이었다.
만인대장들부터 시작해 뛰어난 오천인장들까지.
게다가 칼라반 군단만의 지휘 계통으로 인해 저들을 분산시켜 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십인장부터 시작해 만인대장들이 유기적으로 명령을 내렸던 탓이다.
그래서였다.
로제리아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적들의 대장인 칼라반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적어도 어둠의 정령들은 모습을 감출 터였다.
그렇게 믿고 움직였는데 막상 칼라반과 마주하고 나니 검이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만난 모두가 자신의 앞에 서면 비슷한 얼굴들을 보였다.
분노에 찬 얼굴이 아니면 공포에 질린 얼굴.
이 두 가지의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칼라반은 달랐다.
그는 심지어 눈앞에 있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로제리아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 대체 저 사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시선이 칼라반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자 그곳에 미처 피하지 못한 라카이 왕국 시민들이 보였다.
흉포하게 날뛰기만 하던 몇몇 어둠의 정령들이 그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우습게도 솔 기사단의 기사들이 그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다행이로군.”
칼라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로제리아는 기가 차고 말았다.
“당신. 지금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겁니까?”
“알고 있다.”
칼라반의 시선이 로제리아에게로 향했다.
그때 로제리아는 칼라반과 시선을 마주하며 묘한 느낌을 받고 말았다.
죽음의 앞에서 저런 눈빛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자신의 죽음이 코앞인데 평민들을 살리기 위해 정신이 팔려 있다니… 그것도 제국민들이 아닌 우리 왕국의 사람들을…….’
정말 알 수 없는 사내였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만나온 대기사장들과도 무언가 달랐다.
라카이 왕국군이 패퇴했을 때도 이 사내는 단 한 번도 추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솔 기사단과 어둠의 정령들을 이용해 얼마든지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음에도 이 사내는 늘 피해가 적은 전투만을 고집해왔다.
마치 쓸데없는 희생을 줄이려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다 칼라반 군단이 점령한 성에선 그 어떤 학살이나 잔혹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었다.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도 없었으며 성의 귀족들도 모두 살려주었다.
짧은 순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로제리아의 검이 느려지고 말았다.
“죽이지 않을 건가?”
“…….”
카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강력한 힘으로 로제리아의 검을 쳐냈다.
그녀가 망설이는 순간 이미 만인대장들이 칼라반의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요쿠스와 폰투랑이 칼라반의 앞에 섰다.
소리 없이 움직이던 이아퀸드가 자리를 잡고 활을 들어올렸다.
레처드의 창이 날아오고 쥬피로스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발키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발키리들이 로제리아를 지키고 섰다.
투구 속에서 로제리아의 눈빛이 빛났다.
그녀는 한동안 칼라반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본 칼라반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런가.”
알 수 없는 이 한마디와 함께 그는 군사들을 물렸다.
어둠의 정령들이 하나둘 어둠으로 돌아가고 솔 기사단과 군단병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이 칼라반과 로제리아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이날 로제리아는 칼라반 군단에게 첫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다.
잠시 과거를 떠올리고 있던 두 사람을 깨운 것은 폰투스 알폰이었다.
“거기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겁니까?”
“아…….”
“날씨도 안 좋고 파도도 상당히 거치니 그렇게 있지 말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폰투스 알폰도 어느샌가부터 칼라반에게 말을 높이기 시작했다.
칼라반과 로제리아가 폰투스 알폰의 안내에 따라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리고르 감옥이 악명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감옥 가까이에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죠.”
“그렇군.”
“반대로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탈옥은 거의 불가능하다고들 합니다.”
폰투스 알폰의 말에 칼라반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바람도 거세 파도가 크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자아, 하지만 이 배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나 폰투스 알폰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길리고르 감옥으로 모셔다 드리지요.”
폰투스 알폰이 자신에게 맡겨만 두라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시작해보자!!”
폰투스 알폰이 소리치자 해적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배에서 큼직한 쇠사슬들을 꺼내 옆에 있는 배로 연결했다.
그러자 파도에 흔들리기 시작하던 배들이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어 폰투스 알폰이 타고 있는 커다란 배가 앞으로 향했다.
대장선이 중심이 되어 길을 열자 다른 배들이 따라붙었다.
노련함을 과시하려는 듯 폰투스 알폰과 다른 선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칼라반과 로제리아는 따로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배를 집어삼키려던 파도는 서서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메우고 있던 먹구름도 서서히 걷히며 햇빛이 쏘아져 내렸다.
“이제 다 온 것인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칼라반이 앞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커다란 섬이 있었다.
아니 섬이라기보다 요새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았다.
“예 맞습니다. 저곳이 바로 길리고르 감옥입니다.”
폰투스 알폰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이어 그의 시선이 다른 쪽을 훑었다.
“서서히 나타날 때가 되었겠군요.”
“음?”
폰투스 알폰의 말에 칼라반이 시야를 좁혔다.
그때 길리고르 감옥 쪽에서 여러 배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들입니다.”
“그렇군. 벌써부터 시작인건가.”
“크하하 이것이 바로 제가 수하들을 이곳에 모두 데려온 이유입니다. 길리고르를 지키는 해군들이 생각보다 꽤 하는 놈들이거든요.”
폰투스 알폰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해적들이 곧바로 마법포를 꺼내 적선에 겨냥했다.
“시작해라!!”
파바방―!!
파방!!
포신에서 떠나간 마법구들이 일제히 적선을 덮쳤다.
적들은 쉼 없이 떨어지는 마법구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칼라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폰투스 알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느껴지십니까? 흐흐 저놈들이 무서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