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1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16화
#수상전
폰투스 알폰은 지켜보라는 듯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칼라반과 로제리아도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지상에서 전투해 온 그들에게 바다위에서의 전투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과연 바다위에선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했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폰투스 알폰이 빠르게 수신호를 내렸다.
그러자 해적선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적들의 추격을 피하며 계속해서 마법포를 날렸다.
그때 몇몇 적선들이 다른 쪽에서 빠르게 다가왔다.
칼라반도 이를 확인했기에 그가 나서려 했다.
“저들은 내게 맡겨라.”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오.”
폰투스 알폰의 지휘 아래 배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쇠사슬을 최대한 낮게 펼쳤다.
이어 배들이 적선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타고 온 배는 해적선보다 훨씬 작은 배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해적선들이 무섭게 다가들자 녀석들도 빠르게 벗어나려 했다.
“흐흐 소용없다.”
해적선 여기저기서 작살이 날아갔다.
작살은 적선에 꽂히며 단단히 결박시켰다.
이어 작살에 끌려 적선들이 끌려오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저렇게 다가오면 모두 박살나는 겁니다.”
단단한 해적선들이 작은 배들을 짓뭉개기 시작했다.
몇몇 배들이 우회하여 해적선들의 사이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미리 펼쳐놓았던 쇠사슬에 배가 걸리고 말았다.
“죽어라!”
“죽어!!”
해적들이 화살을 날렸다.
마법사들도 존재했는지 마법도 날아들고 있었다.
“재밌군.”
해적들의 싸움을 본 칼라반이 눈을 빛냈다.
처음 겪어보는 전투 방식이었다.
그때 다른 해적선의 선장이 크게 소리쳤다.
“적들이 다가옵니다!!”
“모두 준비해라!!”
더 이상 해적들이 거리를 벌릴 곳은 없었다.
뒤로 더 물러난다면 조금 전처럼 최악의 파도와 날씨를 경험해야 할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폰투스 알폰은 다시금 해적선들에게 진격을 명령했다.
“항해술이나 다른 걸로는 우리가 저놈들보다 훨씬 우위입니다.”
“그런 것 같군.”
“하지만 우리들이 저놈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저것 때문입니다.”
폰투스 알폰이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였다.
적들의 배에서 커다란 사다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사다리의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해적선에 곧바로 박혀버렸다.
이어 적선에 타고 있던 제국군 병사들과 기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넘어오기 시작했다.
“놈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매일을 바다에서 지내는 우리들과 다르게 저 녀석들은 평상시 섬에서 생활합니다. 게다가 평생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숙련된 해군들을 키울 수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상전에는 계속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지상전을 펼치는 건가? 배 위에서 말이야.”
“크흐흐 그렇습니다. 수상전은 훨씬 밀려도 지상전은 조금 다르죠.”
계속해서 사다리가 해적선에 걸쳐지고 있었다.
마침내 대장선인 폰투스 알폰이 있는 곳까지 적선이 다가왔다.
몇몇 개의 사다리들이 해적선에 내려지고 있었다.
로제리아가 슬며시 검을 들어올렸다.
“로제리아?”
“잠시 다녀올게요.”
그녀가 나서려 하자 폰투스 알폰이 그녀를 말리려 했다.
“여기는 저희들만으로 충분합니다.”
“가볍게 몸을 풀려고 하는 겁니다.”
로제리아가 폰투스 알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다시금 로제리아를 붙잡으려 했지만 칼라반이 이를 말렸다.
“잠시면 충분할거다.”
“크흠…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야 작은 범선을 타고 두 분을 길리고르 섬까지 안내해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어요.”
짧은 대답과 함께 로제리아가 움직였다.
그녀는 오히려 적들이 내려놓은 사다리를 타고 갔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해적들을 막아라!”
“누가 넘어온다! 막아!!”
병사들이 창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로제리아는 가볍게 도약해 그들을 뛰어넘었다.
휘리링―!!!
촤라락! 스각! 스가각!!!
그녀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자 여기저기 피분수가 일었다.
사다리를 결박하고 있던 병사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창을 들어올리던 병사 하나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쉽게 이해되질 않았다.
조금 전까지 멀쩡히 서 있던 병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콰라랑!!!
콰릉―!!!!
뒤이어 거센 소리와 함께 파편이 튀었다.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갑판을 뒹굴었다.
“뭐… 뭐야.”
무수히 쌓인 시체들 속에서 기사 한 명이 홀로 서있었다.
휘릭―.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병사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로제리아가 허공에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핏물을 뿌렸다.
그녀는 조용히 칼라반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직접 보니 대단하군요.”
폰투스 알폰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그녀가 적들을 몰살시키는 데엔 정말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나의 예술을 보는 것 같은 검술이었다.
그런데 그 검술이 끝나고 나니 적들의 피로 배가 적셔져 있었다.
“잠시면 충분할거라 말하지 않았나.”
칼라반의 말에 폰투스 알폰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신이 나섰어도 저렇게 빠른 시간 내에 적들을 몰살시키진 못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그는 로제리아의 능력을 다시 보고 있었다.
“지상전이라면 저도 자신 있거든요.”
로제리아가 폰투스 알폰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 말에 폰투스 알폰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군요. 잠시 제 앞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잊을 뻔했습니다. 하기사… 두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길리고르 감옥으로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폰투스 알폰이 졌다는 듯 이마를 치며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하들은 빠르게 작은 범선을 준비해주었다.
범선에는 거칠게 수염을 기른 사내가 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칼라반님. 벤 데크만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익숙한 이름이로군.”
“하하 제 이름을 말입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커다란 검을 등에 짊어지고 있던 벤 데크만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칼라반에 이어 로제리아도 범선에 탔다.
그러자 폰투스 알폰이 조금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정말 두 분이서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다.”
“길리고르 감옥에도 괴물 같은 놈들이 몇 있습니다.”
“알고 있다.”
“차라리 제 수하들을 몇 데려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벤 데크만 말고도 실력 좋은 선장들이 몇 있습니다.”
“아니 우리 둘이면 충분하다. 이곳에서도 계속 전투가 이어질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맞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칼라반은 제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꼭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이곳에 뼈를 묻을 테니까요.”
폰투스 알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나올 때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겠단 말이었다.
칼라반도 이를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물론이다.”
“그럼 출발해라 벤 데크만!”
“다녀오겠수다 대선장.”
벤 데크만이 팔을 걷어 올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노를 젓기 시작하자 놀라울 정도로 범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로제리아는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칼라반은 말없이 길리고르 감옥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는 붙잡혀 있을 수하들을 생각하며 인상을 굳혔다.
벤 데크만의 노력으로 작은 범선은 빠르게 길리고르 감옥 쪽으로 향했다.
폰투스 알폰은 범선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요란하게 전투를 벌였다.
일부러 마법포들을 난사하고 크게 소리치며 적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미 범선의 존재를 눈치챈 배 하나가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거 귀찮게 되었군요. 적들이 나가오고 있습니다.”
“내가 처리하겠다.”
칼라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배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이어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판단한 그가 힘껏 몸을 도약했다.
그를 본 벤 데크만이 화들짝 놀랐다.
“제정신이십니까!? 지금 이 거리에서 뛰었다간……!”
분명 닿지 못해야 맞았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칼라반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떠올라 단숨에 적선에 발을 디뎠다.
“이게 어떻게…….”
두 눈을 뜨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마법이라도 사용하신건가…….”
칼라반은 적선에 도착하자마자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스킬 낙화수를 펼칩니다.]그의 손에 웅혼한 내기가 밀려들었다.
칼라반의 안광이 한 차례 폭사되었다.
콰라라랑―!!!
힘껏 내리친 손바닥이 단숨에 배를 부숴버렸다.
내공을 이기지 못한 배가 균열이 일어나자마자 조각나버린 것이다.
덕분에 칼라반을 향해 달려들던 기사들도 곧바로 바다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직접 죽이는 것은 역시 썩 내키지 않는군.”
칼라반은 배의 파편과 기사들의 머리를 밟으며 다시 범선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돌아온 칼라반을 보며 벤 데크만이 그저 입을 벌리고 말았다.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더 대단하시군요…….”
그는 다시 자신의 할 일에 전념했다.
다행이 그들의 범선으로 또다시 접근해오는 배는 없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범선을 추격할 여유가 없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벤 데크만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배를 대었다.
“이곳인가.”
“여기를 통해 들어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벤 데크만이 한쪽 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이제 보니 교묘하게 가려진 길이 있었던 것이다.
“용케도 이런 길을 알고 있군.”
“후후 제가 과거 이곳을 탈옥한 놈 중에 하나입니다.”
“음?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탈옥수도 없었다고 하던데.”
“그것은 필버트가 오기 전의 일입니다. 필버트가 오고 나선 그 누구도 탈옥에 성공하지 못했죠.”
“그렇군.”
“저도 뭐… 폰투스 알폰 대선장이 죽음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와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그랬군. 그래서 이곳으로 오는 길을 잘 아는 거였나.”
칼라반의 말에 벤 데크만이 웃어보였다.
그는 칼라반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부디 조심히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다.”
칼라반과 로제리아가 벤 데크만이 열어준 길로 들어섰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벤 데크만이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다시 이곳에 오게 될 줄이야.”
그는 말없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곤 바위에 걸터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벤 데크만의 귓가에 낯선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아 드디어 온 거냐.”
그는 옆에 놓아두었던 검을 집어 올렸다.
바위 틈새에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을 보며 그가 질린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만나도 네놈들은 반갑지가 않구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개구리였다.
녀석들의 기다란 혓바닥엔 인간을 마비시키는 독이 발라져 있었다.
놈들이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벤 데크만에게로 다가왔다.
“역겹기는 여전하군.”
벤 데크만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칼라반과 로제리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곳은 녀석들의 서식지였다.
“저 두 사람은 길리고르 감옥과 전쟁을 펼치러 갔는데 내가 겨우 네놈들 따위에게 당할 순 없지.”
콰랑!!
콰직!! 콰지직!!
“키에에!!”
“꺄룩!”
몬스터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이리저리 날뛰었다.
벤 데크만도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도륙 내었다.
그때 빈틈을 찾아낸 몬스터 한 마리가 기다란 혓바닥을 날렸다.
“흡!”
벤 데크만은 곧바로 반응하며 검을 돌렸다.
그러나 그의 검에 닿기도 전에 혓바닥은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뭐… 뭐지!?”
그때 벤 데크만 주위에 퍼져 있는 어둠 속에서 하나둘 어둠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 그 사이에 이렇게까지 안배해두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