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1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17화
#일인군단 (1)
길리고르 감옥으로 향하던 칼라반이 잠시 멈춰 섰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로제리아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혹시 몰라서 벤 데크만이 있는 곳에 어둠의 정령들을 남겨두었는데 어둠의 정령들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갔다.”
“아… 그럼 적이 추격해 왔나보군요.”
“음…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아.”
“몬스터일까요?”
“그 녀석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 모양이로군.”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로제리아 역시도 수많은 고난을 거쳐 온 기사였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도와주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나왔을 텐데 과연 로제리아는 벤 데크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부터 해왔던 것이다.
물론 칼라반 역시도 로제리아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을 터였다.
거기다 자신이 어둠의 정령들까지 두고 왔으니 벤 데크만이 있는 곳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옛날 생각이 나네요.”
“옛날?”
“네. 그 왜 있었잖아요. 함께 드래곤 서식지라고 불렸던 케르벤라인으로 갔었던.”
“아, 기억나는군.”
“결국 그곳에 드래곤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했었죠.”
“정말로 드래곤이 존재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저는 드래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칼라반 당신은 아니었나보네요.”
“드래곤은 그야말로 엄청난 존재니까.”
“어둠의 정령은 아니고요? 어둠의 정령왕을 친구라 칭하는 당신이 제게는 더 신비롭고 대단한 존재였어요.”
“그런가. 그것도 그렇겠군.”
칼라반이 아니었다면 어둠의 정령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터였다.
많은 신관들이 빛의 정령, 어둠의 정령이 존재한다 말했지만 끝내 그 존재를 밝혀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떡하니 칼라반이 어둠의 정령들을 소환해내니 당시엔 엄청난 사건이 되어버렸었다.
때문에 지금도 빛의 정령들이 존재할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왜 드래곤이 존재했으면 했던 거지? 설마 나 때문은…….”
“그건 너무 앞서간 생각 아닌가요? 후후. 물론 당신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기에 드래곤 수색이 빨리 종료되었었던 건 아쉽지만… 반대로 정말 드래곤이 있었다면 그 드래곤을 이겨내고 싶었어요.”
“드래곤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던 것처럼 들리는군. 로제리아 너는 그럼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고 싶었던 건가?”
“맞아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유한 국가가 되면 그 어떤 국가도 쉽게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렇군.”
칼라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을 살피던 로제리아가 피식 웃었다.
“실망한 것 아니죠?”
“그럴 리가 있나. 그러나 꼭 드래곤을 죽이지 않더라도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당신이 있는 한 라카이 왕국은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왕국이었지.”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칼라반이라는 수문장이 있는 한 함부로 제국의 영토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소문이 얼마나 자자했는데요.”
서로에 대한 칭찬에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그렇게 과거에 젖어있을 때, 마침내 그들의 눈앞에 커다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인가.”
“길리고르 감옥의 입구인가보네요.”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게 지어졌군.”
“그러게요.”
로제리아가 굳게 닫혀 있는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근처 함정이 있을 수 있으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까이서 본 문은 훨씬 두껍고 단단했다.
“뭘로 만들어진 건지. 열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에 칼라반도 십분 동의했다.
문은 생각보다 훨씬 두꺼워보였고 아무리 칼라반 자신이라 해도 저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순 없어보였다.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요란하게는…….”
칼라반의 시선이 위쪽으로 향했다.
“그럼 저곳으로 가면 되겠군.”
“네? 그러기엔 너무 높아 보이는데…….”
“아니. 저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이 없으니 실례하지.”
칼라반이 한 팔로 로제리아를 끌어안았다.
화들짝 놀란 로제리아가 순순히 칼라반의 품에 안겼다.
“꽉 잡아.”
칼라반은 로제리아를 끌어안고 있는 힘껏 도약했다.
그러자 로제리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세상에…….”
인간이 마법의 도움 없이 이토록 높이 뛸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빠르게 멀어지는 지면을 보며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슈캉!
슈카강!!
그 순간 성벽의 틈 사이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호오.”
날카로운 가시들이 칼라반을 노리고 들었다.
칼라반은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오히려 가시에 발을 디뎠다.
“덕분에 더 수월하게 갈 수 있겠어.”
다른 사람들이라면 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로제리아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칼라반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는 경공을 최대한으로 펼쳐 튀어나오는 가시들을 밟고 도약했다.
칼라반과 로제리아는 단숨에 성벽 위에 다다랐다.
그러자 그들을 맞이하는 무리가 있었다.
일단의 기사들이 병장기를 들고 칼라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칼라반이 이곳으로 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한 눈치였다.
“기다렸나보군.”
“이런 미친. 너무 놀라서 뭐라 할 말이 없구만.”
투구를 눌러쓴 사내가 칼라반을 쳐다보았다.
칼라반의 품에 안겨 있던 로제리아가 땅을 딛고 섰다.
“어떻게 가능한 거지? 마법을 사용했으면 이곳에 있는 마법병기들이 반응했을 거다. 그런데 마법병기들은 반응하지 않았어.”
그는 진심으로 놀라 말했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이 높이의 성벽에 올라설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성벽을 올라온 당사자인 칼라반은 별것 아니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는 것도 아니고 마치 주변을 산책하고 온 사람처럼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것 없다. 뛰어서 올라왔을 뿐.”
“제정신이 아닌 놈이로구나!!”
하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그가 뛰어서 성벽까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라반의 시선이 그들의 뒤편으로 향했다.
로제리아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먼저 나설게요.”
“아니. 지금은 힘을 아껴 로제리아.”
칼라반의 손짓에 어둠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인상을 굳혔다.
“내 이름은 피터슨이다. 길리고르 감옥 외성을 지키는 수문장이자 제 10 간수장이기도 하지.”
후우웅―!!!
피터슨이 들고 있는 검에서 선명한 오러가 흘러나왔다.
그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실력 있는 검사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길리고르 감옥으로 숨어들어오려는 쥐새끼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그것도 뛰어서 성벽에 올라온 놈은!!”
콰라랑!!!
피터슨의 검이 움직였다.
검에서 흘러나온 오러가 거칠게 땅을 가격했다.
칼라반과 로제리아는 그의 일격을 가볍게 피해내었다.
“어디냐!? 얼마나 더 데리고 온 거지!? 설마 너희들이 다는 아닐 테고! 저기 바다에서 날뛰고 있는 해적들이 모두 네놈들의 동료인가!?”
휘리릭!
슈슉―
그 순간 칼라반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갑옷조차 입지 않은 그를 보며 피터슨은 칼라반이 마법사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인 것은 그가 펼쳐낸 허상일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로제리아는 허리춤에 검이 있었던 반면 칼라반에게는 검이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보니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이 완전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칼라반은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단검이 피터슨의 심장을 찔렀다.
“우리 두 명이 끝이다.”
“이… 이런 미친… 쿨럭!”
피터슨이 피를 왈칵 토해냈다.
곁에 있던 기사들도 이 같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잠깐 칼라반을 놓쳤을 뿐이다.
그런데 피터슨은 몸을 부르르 떨며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피터슨의 옆에 칼라반이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분명 성벽 위에 있었는데…….”
“마… 마법을 사용한 건가!?”
“그럴 리가… 그러기엔 시간이…….”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피터슨이 뒤를 돌아보았다.
“뭐하고 서있는 거냐 이 멍청이들아!! 크학!!”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피터슨의 모습에 기사들도 덩달아 정신을 차렸다.
피터슨은 자신의 가슴에 박힌 단검을 뽑아내었다.
“상대가 그 누구든 상관없다! 감옥장님이 승인하지 않은 외부인은 결코 이 길리고르 감옥에 발을 들일 수 없다!!”
휘리링―!
피터슨이 한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칼라반의 목을 노린 일격이었다.
그러나 칼라반은 이를 가볍게 피해내며 피터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 상태로 검을 휘두르다니.”
“네놈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를 얕보지 마라! 아니… 감히 길리고르 감옥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크으…….”
피터슨이 상처를 움켜잡았다.
그때 다른 기사들이 칼라반을 향해 뛰어들기 시작했다.
수하들이 움직이자 피터슨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멍청한 놈. 나 혼자만 어떻게 한다고 될 성싶으냐.”
칼라반은 말없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피터슨이 눈매를 좁혔다.
보통 저렇게 많은 인원의 기사들이 달려들면 당황하거나 그에 맞는 대응 자세를 갖추게 마련인데 눈앞의 사내는 너무도 고요한 모습으로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함께 온 검사도 나서질 않고 있었다.
“뭐냐. 자신 있다는 거냐!?”
그가 코웃음을 칠 때 칼라반의 시선이 다시금 피터슨에게로 향했다.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물어볼 것이 있어서다.”
“흥! 지금 네 상황을 보고 그딴 말이 나오는 거냐?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평소 같았으면 상대를 실컷 비웃어줬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서울 정도로 위화감이 들고 있었다.
‘대체 저자의 여유는 어디서…….’
그 순간 피터슨은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칼라반의 주변에 이상할 정도로 어둠이 퍼져 있었다.
“뭐… 뭐야…….”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툭 튀어나온 창이 기사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이어 커다란 아가리가 드러났다.
녀석의 황금빛 눈동자가 피터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피터슨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콰지직!!!
커다란 아가리가 그대로 기사들을 집어삼켰다.
이 끔찍한 광경에 피터슨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을 보며 피터슨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 서… 설마…….”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제국에 있는 특이한 힘을 가진 사내.
그는 대기사장이라는 제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온 사내였다.
특이하게도 어둠 속에서 정령들을 불러내 살아 있는 지옥을 만들어낸다는 정령술사.
“일인군단이라고 불렸던… 칼라반… 당신인가…….”
피터슨의 시선이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그가 칼라반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정령들이 칼라반을 위시한 채 모이기 시작했다.
정령들의 선두에 선 그를 보며 피터슨은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겨우 단 두 명이 아니었구나…….”
칼라반 자체가 일인군단.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 이상 단 두 명뿐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피터슨은 칼라반이 이곳으로 온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변의 기사들을 순식간에 정리한 칼라반이 피터슨의 앞에 섰다.
“묻겠다. 나의 수하들과 동료들은 어디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