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2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20화
#길리고르의 간수장들
칼라반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놀랍게도 감옥 곳곳에서 병사들과 기사들은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정예 기사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군.”
적들의 숫자가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음에도 어둠의 정령들은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힘에 적들이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사내가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겨우 이깟 녀석들에게 물러나지 마라.”
콰지직!!
단번에 베이로스의 머리를 으깬 사내가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그는 곧바로 주변의 어둠 정령들을 정리했다.
커다란 검이 움직일 때마다 정령들이 어둠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포체트로의 시선이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상당히 성가신 상대긴 하군.”
어둠의 정령들이 그를 지키기라도 하듯 위시하고 있었다.
거기다 칠흑빛 화마가 칼라반의 주변으로 퍼져 있어 다가가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포체트로는 웃었다.
“저렇게 해두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거지.”
포체트로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는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였다.
그를 막아서기 위해 어둠의 정령들이 움직였다.
녀석들 또한 포체트로가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눈치챘던 것이다.
슈화아앙―!!!
불꽃이 마치 의지를 갖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뱀처럼 길게 늘어난 화마가 포체트로를 붙잡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어림없지!!”
포체트로가 검을 휘둘러 화마 속을 파고들었다.
검게 그을린 갑옷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어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포체트로를 막아섰다.
휘링―!
슈콰아아!!!
포체트로가 몸을 말며 검을 찔러 넣었다.
놀랍게도 두루스의 몸이 간단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이 모습만 보아도 포체트로의 힘이 가볍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저리 비켜라 조무래기들아!!”
콰앙!!!!
포체트로의 일격에 몇몇 어둠의 정령들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왕을 지켜라.
―왕께 접근하는 자가 있어.
―위험한 인간이다.
어둠의 정령들이 정령어를 토해내며 외쳤다.
루디오가 움직였고 카피오가 움직였다.
그러자 칼라반이 손짓했다.
“그럴 필요 없다. 너희는 자리를 지켜라.”
칼라반의 명령에 어둠의 정령들이 다시금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몰려오던 어둠의 정령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기 시작하자 포체트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냐.”
그 순간 그의 앞으로 거대한 아가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뻘건 핏물이 고스란히 묻은 송곳니가 포체트로를 노렸다.
“크흐흐 그래 이래야 재밌지!!”
슈우웅―!!
콰가가각!!!!
검을 들어 송곳니를 막아낸 포체트로가 기합성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촤라락―!!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아페티의 입을 갈랐다.
그러자 아페티도 고통의 비명을 토해내었다.
“네놈 손에 죽어간 인간들이 얼마인데 겨우 이 정도로!”
눈에 불을 켠 포체트로가 검격을 이어갔다.
휘리링―!!
슈각!! 슈가각!!!
검이 직선을 그릴 때마다 아페티가 울음을 토해내었다.
포체트로의 시선이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마치 다음은 너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때 적진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던 로제리아가 포체트로를 확인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돌리려는 때 강렬한 기운이 그녀에게 빗발쳐 왔다.
콰라라랑―!!!
반달 모양의 오러가 로제리아가 서 있던 곳을 덮쳤다.
로제리아의 시선이 오러가 날아온 쪽으로 향했다.
“너희는 뭐냐.”
“…….”
기다란 장검을 어깨에 걸친 사내가 로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르말린님!!”
“네르말린 간수장님이 오셨다!”
“드디어!!”
길리고르 감옥의 병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기사들도 갑자기 사기충천했다.
단 한 명의 등장만으로 분위기가 역전된 것이다.
네르말린은 귀찮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곳의 총책임자인가요?”
“으응? 나는 그냥 나랏밥 먹고 사는 식충이에 불과하다.”
“그렇군요.”
“한마디로 별것 아닌 놈이라는 거지.”
휘리링―!!
콰릉!!!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그의 일격은 위력적이었다.
푸른 오러가 대지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쉽게 죽어주면 안 되는 거냐?”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네요.”
“하아… 귀찮구만…….”
네르말린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
수하들이 인간들도 아닌 괴물들과 열심히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괴물들은 보란 듯이 괴상한 힘을 드러내며 수하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썩 기분 좋지는 않네… 그래도 내 수하들인데.”
휘리링―!
슈와아아――!!!
사내의 일격에 오러가 칼날형태로 날아갔다.
주변의 모든 인간들을 태우던 하그라트의 몸이 그대로 갈라졌다.
뿐만 아니라 하그라트와 같은 선상에 있던 어둠의 정령들이 모두 칼날에 베이고 말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빨리빨리 해치우고 가자.”
네르말린의 말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이에 피식 웃어 보인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으응?”
그곳에 있어야 할 여인이 없었다.
당연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건만 그 사이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아아 귀찮게… 그래봤자 감옥 안인데…….”
다행이 로제리아는 그에게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칼라반을 향해 뛰어들던 포체트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내 사냥감인데 쯧.”
로제리아를 향해 가려던 네르말린이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직까지도 병사들과 기사들이 어둠의 정령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던 것이다.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마치 네크로맨서 같잖아…….”
네르말린이 인상을 구겼다.
그냥 두기엔 이곳의 피해가 너무 심각해질 것 같았다.
“그럴 순 없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어디에 있었는지 죄수복 차림의 인간들이 여럿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희들이 할 일이 있다.”
“뭐냐.”
“저 괴물들 좀 처리해.”
“조건을 말해라.”
“이쯤 했으면 그냥 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쓸데없는 소리.”
슈와아아―!!!
그 순간 네르말린의 전신에서 엄청난 마력이 흘러나왔다.
두 눈에 살기를 드러낸 그의 모습에도 죄수들은 움츠러듦이 없었다.
네르말린이 돌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너희들의 말이 맞다. 애초에 우리들의 약속이 그러했으니 말이야.”
“쓸데없는 말이 길다. 빨리 말해라.”
“술과 이성. 그리고 감형까지다.”
네르말린의 말에 죄수들이 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조금 전 엄청난 살기와 마주했을 때조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네이말린의 말에 모두가 큰 반응들을 보였다.
“정말이냐?”
“정말이야 네르말린!? 정말로 감형해줄 거야!?”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천하의 네르말린이…….”
“와 미쳤다!! 미쳤어!! 어떻게 감형 되는 거야!?”
“저놈들을 하나 잡을 때마다 조금씩 감형되는 건가!??”
“에이, 그러기엔 수를 증명할 수집물이 없잖아. 보니까 죽으면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던데?”
조금 전까지 침묵을 일관하던 이들이 갑자기 들떠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죄수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일단은 저놈들부터 막아. 한 명씩 붙여줄 테니까.”
네르말린의 손짓에 몇몇 기사들이 튀어왔다.
그들은 한 명씩 죄수들의 가까이에 섰다.
“잘 확인해라.”
“놓치면 진짜 너 죽을 줄 알아.”
“나랑 숫자가 안 맞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무조건 높게 세!! 알아들어!?”
그들은 각자의 기사들을 보자마자 한마디씩 하기에 바빴다.
오히려 기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네르말린님… 정말 이들까지 이용할 생각입니까……?”
“그럼 다른 수가 있나? 나나 간수장들의 몸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희들은 파리떼마냥 죽어가고 있잖아.”
네르말린의 말에 기사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가 시선을 피하자 네르말린이 손을 흔들었다.
“빨리 가봐. 필버트 대장이 오기 전에 다 처리할 생각이니까.”
“그럼 제한 시간은 필버트가 오기 전까지로군.”
“조금 천천히 오라 그래라. 더 감형 받게.”
“크흐흐…….”
기사들이 죄수들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들고 있던 열쇠를 이용해 죄수들의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파칵!
한 죄수는 손이 풀리자마자 기사의 머리를 때렸다.
“너 저번에 내 간식 빼앗아갔지? 다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은 기사들을 죽이려고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럴 때면 어김없이 네르말린의 검이 날아들었다.
“네놈들이 죽여야 할 것은 우리 기사들이 아닐 텐데?”
“크흐흐… 크흐흐흐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열이 받아서 말이야. 아직까지도 이 흉터가 욱신욱신 한다고.”
“빨리 가라.”
“쳇.”
네르말린 덕에 목숨을 건진 기사들이 숨을 골랐다.
그들은 저 사악한 죄수들을 부리는 네르말린을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자아, 이제 나는 저쪽을 신경 쓰러 가볼까.”
그가 죄수들에게 감형까지 내건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저곳에 있었다.
콰라랑!!
로제리아의 일격에 포체트로가 힘없이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이를 악문 채 검을 휘둘렀다.
휘콰앙!!
쾅!!!
빗발치는 오러 블레이드 속에서 로제리아는 유유히 몸을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빈틈이 생길 때마다 반격을 날리며 포체트로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흡!”
간신히 로제리아의 검을 피해낸 포체트로가 인상을 구겼다.
그 어떤 일격도 로제리아의 근처에 닿지 못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었다.
“소문으로 계속 들었지만 얼마나 강한가 싶었는데… 이 정도였나.”
포체트로가 더욱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신이 공명음을 울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로제리아도 처음으로 자세를 갖추었다.
“있는 힘껏 간다!”
포체트로가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로제리아는 그것을 막아내기보다 흘리는 쪽을 택했다.
이어 그녀의 검이 수평으로 다가들었다.
콰아앙!!!
어느새 돌아온 포체트로의 검이 로제리아의 검을 막아내었다.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자 엄청난 파공성이 터졌다.
로제리아는 흔들리는 모습 하나 없이 검술을 이어갔다.
그 순간 한쪽에서 환한 빛이 일었다.
“흥,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콰라랑!!
환한 빛은 그대로 로제리아의 몸을 가격했다.
뒤로 물러난 로제리아가 시선을 돌렸다.
“이거이거… 잠시 한눈 좀 팔았다고 그새 도망간 건가? 서운하네 정말.”
네르말린이 피식 웃으며 로제리아에게 도약하고 있었다.
그는 기다란 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오러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형성했다.
“거기만 보면 곤란하지!!”
포체트로도 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웅혼한 힘을 머금은 오러가 한줄기 빛과 함께 로제리아에게 짓쳐들었다.
“후욱!”
한 차례 호흡을 고른 로제리아가 두 눈을 빛냈다.
그러자 그녀의 전신에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쩌저정―!!!
쩌정!!!
순식간에 지나간 뇌전이 다가드는 오러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로제리아의 검이 반월을 그렸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뇌전이 오러로 이루어진 칼날들까지 짓이겨 버렸다.
“호오, 이것 봐라…….”
로제리아의 일격에 놀란 네르말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이미 그의 시선에 포체트로의 움직임이 들어왔던 탓이다.
로제리아가 틈을 보인 순간 포체트로는 칼라반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빈틈을 보였구나!!”
회심의 미소를 보인 포체트로가 힘껏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네르말린이 입을 열었다.
“체크 메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