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29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29화
#오르아니아에 온 해적들
“내가 이곳을 피해야 한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베르무트 공작.”
“이 소식이 이곳으로 전해졌다면 칼라반은 이미 오르아니아 근처일겁니다.”
“벌써 그렇게나 가까이 왔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이해가 되질 않는군. 아무리 놈들이 빠르게 움직였다고 해도…….”
“급보를 전하는 작은 배와 그들이 탄 배와는 속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오르아니아 근처까지 도착했을 수 있습니다.”
“흐음… 그래서 나더러 도망치라는 건가? 겨우 칼라반이 오르아니아에 도착했다는 이유만으로?”
“아크로이어 황제께서도 잘 알고 계시질 않습니까. 제국 수도에는 병력들을 주둔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지.”
“그 말은 즉, 당장 칼라반을 막아낼 군대가 이곳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베르무트 공작의 말에 귀족들이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 당장 병력들을 모집한다고 해도 칼라반을 막아내기란 힘들었다.
다른 누군가였다면 해볼만했겠지만 칼라반 자체가 일인군단으로 불리는 자였다.
그와 맞서려면 최소한 한 개의 군단쯤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먼발치서 잠자코 듣고 있던 비스트로겐이 손을 들어올렸다.
귀족들의 시선이 그때서야 비스트로겐에게 향했다.
“오오 그렇네!! 우리들에겐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이 있었어!!”
“게다가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의 군단은 얼마 전에 소집해제 했으니 곧바로 다시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맞는 말이야!”
귀족들의 반응에 비스트로겐이 다부진 표정으로 아크로이어 황제 앞에 섰다.
“부디 제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시길 바랍니다.”
“자신 있나 비스트로겐 대기사장?”
“물론입니다. 과거의 영광뿐인 칼라반에게 신제국의 저력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오겠습니다.”
“그래. 죽든 말든 상관없다. 칼라반을 내 앞에 끌고 올 수 있도록!!”
아크로이어 황제가 일부러 칼라반의 이름에 힘을 주어 말했다.
덕분에 비스트로겐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에게 허락을 구했으니 이제 출정만 남았다.
다른 공작들이 반대하고 나서봤자였다.
‘이쪽은 아크로이어 황제의 허락을 받았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때 베르무트 공작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비스트로겐은 베르무트 공작의 다음 말에 주목했다.
사실상 자신의 출정을 가장 반대하고 나설 이가 바로 베르무트 공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잘 되었군요.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저희는 수도를 두고 떠나면 될 것 같습니다.”
쾅!!
베르무트 공작의 말에 메칸스 공작이 분노해 지면을 때렸다.
“이봐 베르무트 공작!! 그 말은 무슨 뜻이지? 설마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이 칼라반에게 패배하기라도 할 거란 말인가!?”
“그럼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이 칼라반과 발키리 대기사장을 상대로 이길 거라는 생각인가?”
“크… 크음…….”
발끈해 나서긴 했지만 메칸스 공작이 괜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사실 그도 비스트로겐 대기사장 한 명이서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이곳에 클라우스 대기사장도 있습니다. 그 녀석과 함께라면!”
“오오!!! 좋아!! 클라우스 대기사장도 있다면!!”
“맞아!! 클라우스 대기사장이 이곳에 있었구나!”
“두 명의 대기사장이 나선다면 할 만할 겁니다!”
귀족들의 눈빛에 희망이 차기 시작했다.
메칸스 공작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크로이어 황제도 메칸스 공작의 편을 들어주었다.
“베르무트 공작. 그대의 마음은 알겠지만 함부로 수도를 버릴 순 없어. 우선은 우리들의 대기사장들을 믿어보도록 하지.”
“황제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베르무트 공작은 순순히 물러나주었다.
그런 베르무트 공작을 보며 메칸스 공작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항상 잘난 것처럼 구는 베르무트 공작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를 억눌러놓을 심산이었다.
“제 사병들도 대기사장들 편에 끼워 넣겠습니다.”
메칸스 공작의 말에 다른 귀족들이 너도나도 사병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병들이 수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충분히 도움은 될 수 있을 터였다.
메칸스 공작의 시선이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을 알아본 비스트로겐이 굳게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주십시오.”
그렇게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은 곧바로 클라우스 대기사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오르아니아.
바로 칼라반이 있는 곳이었다.
“칼라반이라… 차라리 잘 되었어! 그깟 성 하나 점령하지 못했다고 노발대발해대는 늙은 귀족들에게 제대로 물 먹여줄 수 있겠는걸.”
“이봐 비스트로겐. 너무 자신하지 마라. 상대는 칼라반이야.”
“아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
“칼라반 군단의 만인대장과 싸우고 왔다며? 그런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야?”
“아픈 곳 찌르지 마라 클라우스. 그렇지 않아도 그때는 짜증나 죽는 줄 알았으니까… 비겁한 놈들… 당당하게 나와서 싸웠더라면 필시 우리들의 승리였을 것이다.”
“진전이 없는 놈이로군 너도.”
클라우스가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클라우스를 바라보는 비스트로겐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뒤로 속속들이 모여드는 병력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우리 영토에서 싸우니 그따위 장난질은 치지 못할 것이다!”
* * *
수많은 해적선이 해안에 정박했다.
그들의 등장에 오르아니아해역의 주민들도 난리를 겪고 있었다.
평민들은 도망쳤고 그곳에 있던 군사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곧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배가 이곳에 온 거야……?”
“이건 우리들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저 많은 해적들을 대체 누가…….”
“아니 그보다 어떻게 해적들이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거지!?”
“길리고르 감옥을 거치지 않으면 바다로 올 수 없을 텐데…….”
병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때에 배에서 누군가 내렸다.
사내는 가벼운 걸음으로 병사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를 보며 이곳의 책임자인 맥드로벤스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사내는 점잖게 생겼고 멀쩡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봐온 해적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이곳의 책임자가 누구지?”
“바로 나다!”
“잘 되었군. 병력을 물려라.”
“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어째서인지는 맥드로벤스도 알지 못했다.
그저 사내를 보고 있으니 막연한 공포가 몰려왔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슈와아아―!!
사내, 칼라반에게서 흘러나온 살기가 병사들을 옥죄었다.
맥드로벤스는 저도 모르게 팔을 들어올렸다.
“모… 모두 물러나!!”
“하지만 대장!! 우리가 이곳에서 물러나면 다른 사람들은…….”
“주… 죽는다… 죽을 거야…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모두 죽을 거라고!!”
맥드로벤스가 다급히 외쳤다.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병사들도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마지막 양심을 지키기 위해 칼라반에게서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칼라반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숫자를 보며 맥드로벤스가 이를 악물었다.
“저 많은 인원들을 두고 어쩌란 말이냐?”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기껏해야 백여 명.
그런데 적들은 족히 수천은 되어보였다.
해보나마나한 싸움.
맥드로벤스는 차라리 병력을 보존시키기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칼라반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폰투스 알폰이 다가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무슨 말이지.”
“이러면 제국과 완전히 전면전이 아닙니까. 제국 수도를 공격하러 가다니…….”
“이제 와 겁이 나기라도 하는 건가?”
“크하하!! 당치도 않습니다. 제국을 치는데 겁을 먹다뇨!! 그저 오래간만에 살이 떨려서 말입니다. 이런 흥분은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닙니까.”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그대가 함께 한 것을 축하한다.”
“이래서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캬하하!!”
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폰투스 알폰이 수신호를 내렸다.
그러자 배에 있던 해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모습을 본 평민들은 두려움 가득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칼라반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백여 명 남짓한 병력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들은 순순히 칼라반에게 길을 터주었다.
로제리아가 칼라반의 곁에 붙었고 테레사카 역시 칼라반을 따랐다.
오직 폰투스 알폰만이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르아니아라면 엄청나게 잘 사는 도시인데… 좀 아쉽긴 하네…….”
칼라반의 엄명(嚴命)이 아니었다면 이미 약탈이 시작되었을지도 몰랐다.
눈앞의 상황에 다른 해적들도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에라 난 모르겠다.”
그때 누군가 뛰쳐나갔다.
민머리의 해적이 비싸 보이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잔뜩 흥분한 사내의 모습에 주변 해적들이 말리려 들었다.
그러나 사내는 동료들까지 뿌리치며 마을에 숨어들려 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 하나 빠진다고 어떻게 알아?”
그가 안으로 들어서려는 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콰직!
기다란 창이 사내의 가슴팍을 꿰뚫고 들어갔다.
그 모습에 동조하던 해적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해적의 가슴에 창을 내지른 카피오가 해적들을 돌아보았다.
녀석의 눈이 웃고 있었다.
이를 본 해적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칼라반님께서 분명 엄하게 경고하셨다. 이곳에 있는 그 어느 것도 손을 대지 말라고 말이야.”
“하지만 대장……,”
“이건 승리자의 권리인데…….”
“맞아. 좀 너무하는 것 아니오? 우리는 길리고르 감옥 때부터 지독하게 싸워왔는데 적어도 이 정도쯤은…….”
“너희들의 불만은 잘 안다. 해적들인 우리가 이렇게 순순히 명령에 따르는 것도 사실은 웃기는 일이지. 하지만 잘 들어라 목숨은 하나뿐이야.”
선장의 경고에 해적들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들이었다.
그들이 안 돼 보였는지 선장들이 한마디씩 거들어주었다.
“걱정 마라. 이번 일이 잘 끝난다면 엄청난 보상을 받을 테니까.”
“그래. 우리 대선장이 누구냐? 빚지고는 못 사는 인물이야.”
“그러니까 당장은 참아라.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라는 말이야.”
그들의 말에 해적들은 입맛만 다시며 순순히 움직여주었다.
덕분에 해적들이 부의 도시 오르아니아에 습격해 왔음에도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맥드로벤스도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해적들을 저렇게까지 다룬다고……?’
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심상치 않은 자들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생가 이상인 자들이었다.
“저기… 어떻게 할까요 대장님…….”
“지켜봐라. 그렇지 않아도 이곳으로 대기사장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그들이 올 때까지는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해라…….”
“예!”
맥드로벤스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칼라반은 이미 그들의 속삭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