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3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34화
#수도 입성
“하… 하하!! 고작 그 이유로 우리를 안 죽인단 말입니까?”
“고작이라니요?”
“우리가 죽더라도 새롭게 대체될 만한 인력은 많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경쟁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당신들을 목표로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배우고 있을 테니까요.”
“크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 있다면 언제든 다시 칼라반님과 당신에게 검을 겨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죽이는 것이…….”
“그건 제 결정 권한이 아니라서요.”
로제리아가 가볍게 클라우스의 말을 일축했다.
그리곤 몸을 돌려 칼라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런 로제리아를 보며 클라우스는 그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 생각난 듯 로제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후회…라고 해서 생각난 건데요. 여러분들이야말로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칼라반의 자비는 단 한 번밖에 없어요.”
“…….”
클라우스는 로제리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만약 운 좋게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게 된다면 클라우스와 비스트로겐은 곧장 아크로이어 황제에게로 향할지 몰랐다.
‘아니… 아마 무조건이겠지…….’
그렇게 되면 언제고 다시 칼라반 군단과 맞붙게 된다.
그때는 지금처럼 목숨을 살려주는 자비란 없을 거란 얘기였다.
게다가 익히 들려왔던 소문.
칼라반은 자신에게 두 번이나 검을 겨눈 상대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과거 식민지였던 몇몇 지역들이 칼라반에게 또다시 검을 겨눈 적이 있었다.
거짓으로 그에게 항복을 고했던 것이다.
그들은 각 부족의 힘을 합쳐 칼라반을 몰아내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식민지의 모든 부족들이 몰살당하고 말았다.
어른이고 아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었다.
모든 이들이 죽고 씨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로 칼라반을 안 좋게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제국의 젊은이들은 환호했었다.
적들에게 일말의 자비조차 없는 칼라반의 모습이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적들의 목숨을 모두 살려주는 등 과감한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기회를 박차버린 것은 오히려 식민지의 부족들이었다.
“그때는 마냥 그들이 어리석다 생각했는데…….”
클라우스는 쓴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칼라반에게 무언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 같았다.
제국의 미래라며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적장.
적에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제국의 수도를 지키라는 황제.
클라우스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는… 제국의 대기사장이다.”
나지막한 말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그가 향한 곳은 비스트로겐이 앉아 있는 쪽이었다.
“우리들의 완벽한 패배다 비스트로겐.”
“알고 있어.”
“그나저나 너는 칼라반과 무슨 얘기를 나눈 거냐? 조금 전 칼라반과 얘기를 나눈 것 같아보였는데…….”
“크하하하 궁금했다! 칼라반이 나서기 전에도 우리는 모든 면에서 패배하고 있질 않았나? 그래서 물어보았다.”
“뭐…? 왜 우리가 전쟁에서 패한 건지 물어봤다고?”
“그래.”
“너도 참 어지간히 정신 나간 녀석이로군. 적장에게 그런 것을 묻는 다고 대답을 해줄 리가…….”
“해주더군.”
“하?”
“마치 내 교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상세히 알려주고 떠났다.”
“그래서. 그게 뭐라던가?”
“하도 많아서 다 기억은 안 나는데… 첫째로는 마법사들의 노출이다. 마법 군단을 대놓고 드러내는 바람에 마법 병단을 공략하기 쉬웠다는군. 우리는 오히려 기사들을 준비해 적을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적들의 전력조차 파악하지 않고 그런 전략을 사용했다고 혼나버렸다.”
“혼나? 천하의 대기사장이!? 크흐흐.”
“웃지 마라. 혼나도 싸잖아. 병력 숫자도, 질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생각했다. 솔직히 해적들은 전쟁 경험도 없어 개판으로 싸우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이렇게 참패를 당해버렸으니…….”
실없는 웃음을 짓던 클라우스가 알겠다는 듯 손을 저어보였다.
“그래서 다음은?”
“둘째로는 병사와 기사들의 경험 부족.”
“경험 부족? 그럴 리가. 우리 군단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많은 전투를 경험해왔다. 그런데 경험 부족이라니…….”
“실제 전쟁을 해본 적은 없잖아. 그나마 최근에 했던 전쟁이 전부지.”
“흠…? 그래도 소규모 전투 같은 것은…….”
“동료의 시체를 먹을 정도로 굶주린 전쟁. 들어본 적 있나?”
“미쳤군. 동료의 시체를 왜…….”
“배고픔이 너무 심해 동료의 시체를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더군. 그런 정도의 전쟁들을 거쳐 왔다고 한다. 놈의 군단은.”
“…….”
클라우스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였다.
“다음은 우리 군단의 문제.”
“그게 뭔데?”
“우리는 중무장 보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지.”
“그래 뭐… 그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중무장의 그런 약점을 철저히 이용하기란 쉽지 않잖아. 하지만 놈은 철저히 이용했다. 중무장 보병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술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우리 기사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인해버렸어.”
“어떻게?”
“테레사카란 지휘관의 힘이었다. 그자는 곧바로 병력들을 양쪽 날개로 보내 기사들의 차징을 방해했다. 뿐만 아니라 이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지휘관들을 손수 나서서 시선을 끌었어. 종국엔 부기사장과 부관 모두 놈의 검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건 나도 할 말 없군. 나 또한 완전히 당해버리고 말았으니…….”
“그냥 완벽한 패배야. 솔직히 칼라반이 나서지 않아도 이 전쟁은 우리들의 패배로 끝났을 거다.”
“그럼에도 굳이 나선 이유가 뭘까.”
“지금 이 개같은 기분을 알려주기 위함이겠지.”
비스트로겐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클라우스도 비스트로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지금쯤 비스트로겐도 자신처럼 무력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기사장이 되었다고 마냥 좋아했는데… 끝이 아니었어. 세상은 넓고 괴물 같은 자들은 넘쳐난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다시 칼라반 군단을 뒤쫓을 생각이냐? 아니면…….”
“멍청한 얘기를 하는 구나 클라우스. 지금 우리가 놈들을 뒤쫓아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거기다 제국 수도에는 아무도 남아 있질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공작들을 너무 띄엄띄엄 보고 있다. 그자들은 애초에 우리들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어. 우리는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미끼였던 거다.”
비스트로겐의 말에 클라우스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사실 지금까지 공작이나 고위 귀족들을 가장 무시해왔던 것은 비스트로겐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외였던 것은 매사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비스트로겐이 의외로 냉철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단 점이었다.
“그럼 굳이 우리들이 뒤쫓을 필요는 없겠군.”
“당연하지. 이 이상은 의미 없는 행동일 뿐이다. 어차피 저들은 우리를 상대하느라 시간을 소모해야 했어. 물론 생각보다 훨씬 시간을 벌진 못했지만.”
“그럼…….”
클라우스가 비스트로겐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스트로겐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택해라 클라우스.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겠다.”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는 당연히 아크로이어 황제께로 돌아간다. 나는 제국의 대기사장이다. 제국의 대기사장이 황제의 곁에 있지 않는다면 어디에 있을 수 있겠냐.”
“후후 역시 너답군.”
“그리고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이렇게 패배해버리고 말았지만 다음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을 것이다.”
“벌써 두 번이나 패했는데도 괜찮은 거냐?”
“당연하지!! 이제 겨우 두 번밖에 패하지 않았다. 다른 놈들이었다면 크게 자존심 상했을 테지만 상대는 제국의 전설이라 불렸던 칼라반이다. 아홉 번을 패하더라도 한 번을 이겨낸다면 그게 내 승리라 말할 수 있는 존재다.”
비스트로겐의 말에 클라우스도 순순히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로제리아를 떠올리자마자 절로 얼굴이 굳고 말았다.
칼라반이야 직접 부딪혀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조금 전 로제리아의 모습만은 뇌리에 선명히 박혀 있었다.
“다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인물인데…….”
섬전과도 같이 아군을 헤집어놓았던 로제리아.
하지만 다행히 아군에도 그만한 검사가 존재했다.
“데포르님이라면…….”
로제리아는 클라우스에게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긴 클라우스가 이내 마음을 정했다.
“역시 제국의 대기사장은 황제와 함께여야 하겠지.”
마음의 방향을 정한 두 명의 대기사장은 살아남은 군단병들을 이끌고 다시 길을 떠났다.
* * *
“흐음… 베르무트 공작, 정말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아크로이어 황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재 황제 일행은 제국 수도를 뒤로 하고 물러나고 있었다.
황제가 제국 수도를 빠져나갔다는 것은 일급 기밀이었다.
몇몇 고위 귀족들만이 그와 함께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크로이어 황제님.”
“말해라.”
“칼라반은 무서운 작자입니다.”
“그래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대는 우리 제국의 대기사장들을 너무 못 믿는 눈치로군.”
“후후. 그런 어중이떠중이 같은 작자들로 정말 칼라반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베르무트 공작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췄다.
특히나 메흐메토 후작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공작님이라고 해도 그런 말씀은 지나치시다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을 대표하는 대기사장들에게 어중이떠중이라니…….”
“겨우 한 번의 패배로 그런 낙인을 찍는 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입니다.”
귀족들의 반발에 베르무트 공작이 오히려 그들을 비웃었다.
“비스트로겐 대기사장과 클라우스 대기사장이 제국을 대표한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베르무트 공작님!!”
메흐메토 후작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베르무트 공작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베르무트 공작의 살기 어린 시선에 메흐메토 후작도 잠시 움찔하고 말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베르무트 공작 또한 대전쟁 시대에 활약해왔던 기사였음을 말이다.
“제국을 대표하는 대기사장은 이미 5년 전부터 끝났다. 지금은 만들어낸 대기사장들이 있을 뿐이지.”
베르무트 공작의 말에 몇몇 귀족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괜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메흐메토 후작 또한 표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언젠가부터 대기사장의 위치조자 귀족들의 입맛에 맞는 자들만 올라오더군. 비스트로겐과 클라우스도 마찬가지. 그나마 내가 그들을 뽑은 이유는 고집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모나지 않은 녀석들은 제국의 대기사장이 되어선 안 돼. 둥글둥글한 놈들은 그저 세상의 입맛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그렇지 않나?”
살벌한 기세와 함께 베르무트 공작이 메흐메토 후작을 노려보았다.
마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다 안다는 말투였다.
메흐메토 후작은 함부로 말을 받아칠 수 없었다.
그때 나이트워커 한 명이 아크로이어 황제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국 수도에 적들이 들어섰습니다.”
“제국 수도가? 벌써 칼라반 군단이 도착했다는 말이냐? 그렇게 빠를 리가 없는데…….”
아크로이어 황제가 놀라 물었다.
그러자 나이트워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국 수도에 입성한 것은 칼라반이 아닌 에네르시아 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