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3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38화
#리카누스 왕국 회의
“제국의 상황은?”
“현재 레이블 황자의 세력이 빠르게 제국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크윽… 레이블 자식… 언제 제국에 그 많은 세력들을…….”
“오랜 시간 숨을 죽이며 때를 기다려온 모양입니다.”
“하! 그래도 호랑이의 자식이라 이건가. 어쩐지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다 싶었더니…….”
아크로이어가 인상을 구겼다.
그는 지금 리카누스 왕국으로 도망 와 있었다.
리카누스 왕국은 그의 수족인 텐타카 왕이 다스리고 있는 곳이었다.
텐타카 왕은 야만인 출신으로 상당히 이국적인 외모를 갖고 있었다.
족히 이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구에 우람한 체격까지 갖고 있어 마주하는 이들은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곤 했다.
“크윽… 바보같은 기사들. 그러게 제가 말씀드리질 않았습니까. 놈들을 믿지 말고 저희 애들을 데리고 있으시라고.”
“나도 그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지독한 놈들… 길리고르 감옥을 넘어서 직접 수도로 공격해 올 줄이야!”
“괜찮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저희가 직접 나서서 제국을 수복해 오겠습니다.”
텐타카 왕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그를 바라보는 비스트로겐과 클라우스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리카누스 왕국의 군대가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너희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대기사장들의 힘도 필요해.”
“맞습니다. 상대가 칼라반 대기사장이라면…….”
비스트로겐의 말에 아크로이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살기 어린 시선에 비스트로겐이 움찔했다.
“누가 대기사장이냐!? 놈은 제국의 대기사장에서 파면된 놈이다! 감히 그딴 말을…….”
“죄…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스트로겐 너는 두 번이나 나를 실망시켰다. 말을 아끼고 조심해도 모자랄 판에…….”
“아크로이어님. 곧 제레미가 도착합니다.”
“오오!! 제레미가 먼저 도착하는 것인가!?”
“이어 로카르스트도 도착할 것 같습니다.”
“좋아! 대기사장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는구나!”
클라우스가 재빠르게 화제를 돌려준 덕분에 아크로이어의 핀잔이 여기서 멈추었다.
비스트로겐은 남몰래 클라우스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전했다.
칼라반에게 패한 이후 두 사람은 더욱 절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아크로이어님! 아르미사 대기사장도 곧 도착한다는 소식입니다!”
기사가 전하는 말에 아크로이어가 두 손을 움켜쥐었다.
말은 안했지만 그의 얼굴엔 잔뜩 분노가 묻어나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집의 안방을 두 손 놓고 빼앗겨 버렸으니 속이 말이 아닐 터였다.
다른 귀족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크로이어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했다.
“내가 왜 이 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가 목소리를 억누르며 나직이 말했다.
몇몇 귀족들도 함께 분노하고 있었다.
“곧 다시 제국 수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제국의 대기사장들이 모인 이상! 놈들은 패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상대는 역적 칼라반 한 명뿐입니다. 그 외에 주의해야 할 인물들로는 만인대장들과 에네르시아 왕. 그 정도…….”
귀족들의 말을 듣고 있던 클라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반응에 다른 귀족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의미입니까 클라우스 대기사장.”
“여러분들은 잘못 알고 계십니다.”
“그럼?”
“우선 가장 중요한 한 명이 빠졌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저들에게는 일인군단급의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전 발키리 대장을 지냈던 로제리아. 그녀가 있습니다.”
“아……!”
“흐음…….”
“헙!”
저마다의 반응을 표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재밌는 얘기로군요.”
여인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곳엔 대기사장 제레미가 자리해 있었다.
그녀는 화려한 갑옷을 걸친 채 중앙으로 걸어왔다.
“누가 있다고?”
“발키리 대장 로제리아. 그녀가 현재 칼라반과 함께 하고 있다.”
“그거 재밌네. 그 여자가 이곳에 있단 말이지.”
“아아… 그러고 보니 너도…….”
“맞아. 나도 발키리였어. 이곳에서 로제리아를 만날 줄은 몰랐네.”
제레미가 단발의 머리칼을 넘기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선명한 흉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드디어 되돌려 줄 수 있겠네.”
제레미가 두 눈을 빛냈다.
그녀를 시작으로 대기사장들이 하나둘씩 자리하기 시작했다.
로카르스트 대기사장이 도착하고 아르미사 대기사장이 도착했다.
반테일이 도착했을 땐 귀족들의 두 눈도 희망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제국의 미래로 손꼽히던 반테일 대기사장이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반테일은 라카르와 카르마제도 이겨낸 적이 있었다.
그러니만큼 귀족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녀만 오면 되겠군.”
아크로이어는 한데 모인 대기사장들을 바라보았다.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칼라반과 데포르가 한데 있었고, 카르마제와 라카르가 투닥거렸다.
테오스는 한켠에서 책을 읽고 있었으며 헤카르도는 에네르시아의 옆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어딘가 엉성하고 부족해 보였던 그들이 대기사장이라고 자신의 앞에 섰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헛웃음이 났던 그들을 보면서도 아크로이어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안정적인 느낌이었나?’
막연하지만 누구에게도 패할 것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어느 전쟁에 나서더라도 이들과 함께라면 질 것 같지 않은 호기가 일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선황제가 뽑은 대기사장들이 아닌 자신이 직접 뽑은 대기사장들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엄습해오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는 대기사장도 없었고, 이성에게 치근덕대는 대기사장도 없었다.
장난스러운 이도 없고 모두가 엄숙한 분위기에 긴장 가득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아크로이어 황제가 몸을 일으키려는 때 누군가 들어와 소식을 알렸다.
“데포르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마침내… 연화까지 온 것인가.”
아크로이어는 저도 모르게 데포르의 옛 이름을 입에 올렸다.
과거를 회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예요.”
“아… 들었나.”
“제가 늦었군요.”
마침내 데포르까지 도착하자 제국의 모든 대기사장들이 한데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않았다.
사실 대기시장들 사이에는 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크로이어 황제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베르무트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바깥으로 신경 쓰고 있는 틈을 타 놈들은 보기 좋게 제국 수도를 공략해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황제께서 부득이하게 제국을 비울 수밖에 없었으니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흥! 어떤 얼간이들이 지친 놈들을 상대로 길을 막아내는 것조차 해내지 못한 것 때문 아닌가.”
로카르스트가 누구더러 들으라는 듯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비스트로겐의 미간이 좁혀졌다.
“지금 날 두고 하는 얘기냐?”
“훗. 그럼 그곳에 간 놈이 너랑 클라우스 말고 누가 더 있나?”
“로카르스트 이 자식이……!”
“이래서 추천제로 들어온 놈들은 안 된다니까. 세상에 제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기사장을 누가 추천제로 뽑을 생각을 했단 말인가? 미쳐버리겠구만… 제대로 된 대기사장만 뽑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네놈이 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러니 기고만장해하지 마라.”
“크흐흐. 과연 그럴까?”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하며 불을 뿜어대었다.
그러자 베르무트 공작이 손을 내저었다.
“두 분 다 그만하십시오. 그리고 이번엔 비스트로겐 대기사장의 말이 맞습니다. 다른 누구였다고 해도 제국 수도는 함락되었을 겁니다. 칼라반은 스스로 미끼를 자처했으니까요.”
“칼라반이 미끼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칼라반의 이름에 너무 주목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자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미 레이블 황자의 수족들이 제국 황실에 뿌리박혀 있었음을 눈치채지 못했고, 수도에 접근하기 쉬운 에네르시아 왕이 내부 귀족들과 기사들을 이용해 제국 수도의 문을 열어버릴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흐음, 끝내 에네르시아 왕이…….”
“에네르시아 왕은 본래부터 레이블 황자를 모셔온 자입니다. 그녀를 좀 더 경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게 다 칼라반과 라그나로크에 시선을 빼앗겨 그런 것 아닙니까?”
아르미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녀는 늘 에네르시아를 견제해야 한다고 외쳤었다.
다른 귀족들은 단지 그녀가 에네르시아의 마법실력을 시샘해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새겨듣지 않았었다.
아르미사는 늘 에네르시아와 마법 실력을 비교당해 왔던 것이다.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실력이 에네르시아보다 못하다 평가 받고 있었다.
“뭐… 차라리 잘 되었어요. 이 기회에 누가 제국 최고의 마법사인지 알려줄 수 있겠군요.”
아르미사는 클라우스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말했다.
클라우스도 이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이미 로제리아란 괴물 앞에 패배한 몸이었다.
결과가 그러한 이상 어떠한 말을 꺼내도 핑계만 될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베르무트 공작 한 분만 이곳에 계신 겁니까?”
반테일이 베르무트 공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서야 다른 대기사장들도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메칸스 공작님이 보이질 않군요.”
“맞네. 메칸스 공작님뿐만 아니라 측근 귀족들까지도 전부 안 보여.”
그들의 궁금증에 베르무트 공작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그들은 전부 제국 수도에 있습니다.”
“어째서죠? 설마… 그들이 제국 수도를 빠져나가길 거부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일부러 그들에게는 제국 수도를 빠져나갈 계획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무트 공작의 말에 귀족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실 어렴풋이 짐작해왔던 것이었다.
단지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베르무트 공작이 먼저 나서서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게 무슨!! 한 나라의 공작을 일부러 수도에 두고 나왔다는 말입니까!? 그것도 적들이 제국 수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비스트로겐이 발끈해 소리쳤다.
그는 메칸스 공작 가문과 꽤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를 알고 있던 로카르스트가 다시금 조소를 흘렸다.
“왜. 뒤를 봐줄 가문이 없으니 겁이라도 집어먹었나?”
“뭐야?”
“후후 그렇잖나. 대기사장도 사실은 메칸스 공작님이 밀어줬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런데 이 새끼가!!!”
휘링!!
파앙!!!
비스트로겐이 휘두른 주먹을 막아낸 것은 데포르였다.
그녀는 한 손으로 가볍게 비스트로겐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검에 손을 가져갔던 로카르스트드도 입맛을 다셨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경솔한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군요.”
데포르의 말에 비스트로겐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이번엔 로카르스트에게로 향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더 이상 비스트로겐과 클라우스를 자극하지 마세요.”
“크흐흐 네네 알겠습니다.”
클라우스가 조용히 지팡이에서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러자 아르미사도 끌어올렸던 마력을 흩뜨렸다.
이를 지켜보던 반테일이 피식 웃어보였다.
“시작하기 전부터 뜨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