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4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47화
#좌익의 전면전
“우리 쪽으론 누가 오려나.”
“아마 포메아니아 왕국군이 오지 않겠습니까?”
“에네르시아 왕 말이야?”
“예.”
“아니지. 내가 칼라반이라면 에네르시아 왕은 내가 아닌 클라우스 쪽으로 보낼 거다.”
“이유는요?”
“클라우스와 에네르시아 둘 다 마법사니까.”
“참… 단순한 이유로군요.”
“크흐흐 그렇지? 요즘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더라고. 어쨌거나 이쪽에는 제법 화끈한 놈들이 왔으면 좋겠네.”
비스트로겐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의 곁에는 라세스라는 리카누스 왕국의 대전사가 있었다.
리카누스 왕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 바로 대전사들이었다.
제국으로 치면 대기사장과 같은 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라세스는 비스트로겐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는 비스트로겐과 동등한 입장이었지만 오히려 그를 깍듯하게 대했다.
“이봐 라세스. 이곳은 너희 왕국이잖아. 여기가 제국 안도 아니고…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는데. 나도 너를 편하게 대하는데 너도 날 그렇게 대하는 것이 어때?”
“그럴 순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리카누스 왕국은 제국의 속국이니까요. 대기사장님들과 우리 대전사들이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아? 그러기엔 네 동료들 중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자들도 있던데.”
“죄송합니다. 대전사들 중에 자존심이 센 자들이 워낙 많아서…….”
“아니 네가 죄송할 것은 없지. 어쨌거나…….”
말을 이어가던 비스트로겐이 입을 멈추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야 오는 건가?”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곳곳에서 적의 침입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요란함에 비스트로겐이 갑옷을 다시 갖춰 입었다.
“어디 누가 왔나 볼까!?”
비스트로겐이 가장 먼저 성벽 위로 달려갔다.
그가 택한 전장은 드넓은 평야가 있는 곳이었다.
라세스가 곧바로 비스트로겐의 뒤를 따랐다.
“상당히 많은 숫자로군요. 하지만 병력의 수는 저희들이 훨씬 우세해 보입니다.”
“그런 생각하지 말아 라세스. 전쟁은 숫자놀음이 아니더라고.”
“예?”
“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대로 당했거든. 변수는 얼마든지 있어. 병력의 숫자가 적든 많든 승패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모르는 법이다.”
비스트로겐이 두 눈을 빛내며 상대 쪽을 바라보았다.
은빛 갑옷을 입은 군단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갑옷의 가슴 부위에는 양쪽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저건 뭐지?”
“들어본 적 없는 기사단입니다. 혹시 제국 변방에 있는 기사단이…….”
“제국의 기사단이 아니다. 저런 기세를 풍길 수 있는 기사단 중에 내가 모르는 곳은 없어. 에네르시아 왕이나 헤카르도 왕이 보이질 않는 것을 보니 포메아니아 왕국이나 리마루스 왕국군도 아니로군. 그렇다면 답은 하나지.”
“베르무트 공작께서 말씀하신 그곳입니까? 반제국 집단 라그나로크의 이클립스…….”
“그래. 아무래도 제일 재미없는 곳에 걸린 모양이야.”
비스트로겐이 살짝 실망한 기색을 내비췄다.
그러나 라세스는 달랐다.
그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저들의 선두에 선 사내가 내뿜는 기운을 말이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상대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저 선두에 선 사내.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아마 저희 대전사들과 비교해도…….”
“저 사내가?”
비스트로겐의 시선이 라세스의 시선을 쫓았다.
라세스가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비스트로겐 대기사장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저들이 뿜어대는 저 무시무시한 마력이 말입니다.”
“아아… 나도 이제야 보이는군.”
비스트로겐이 검을 말아 쥐었다.
라세스도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분명 위에선 그들에게 성을 두고 나서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비스트로겐과 라세스는 같은 성향이었다.
비스트로겐의 성정을 잘 알고 있던 베르무트가 일부러 라세스를 곁에 붙여주었지만 라세스도 비스트로겐을 딱히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성벽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서려 했다.
이를 본 부관이 황급히 달려왔다.
“대기사장님! 대전사님! 지금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어딜 가긴? 적들이 쳐들어왔으니 당연히 맞이하러 가야지 않겠나?”
“잊으셨습니까? 성벽의 이점을 포기하지 말라고…….”
“크하하하!! 우리더러 그런 소극적인 전투나 하라는 거냐? 너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나?”
“하지만 비스트로겐님…….”
“부관. 우선 밖의 적들을 보고 와라. 내가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편이 낫겠지.”
“예?”
비스트로겐의 말엔 부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두 지휘관들이 전열을 정비하는 동안 부리나케 성벽 위로 올라섰다.
상대를 본 부관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허… 허허…….”
이클립스의 기사들이 도열해 선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그들이 보이고 있는 대형은 공성전을 펼치려는 대형이 아니었다.
“저것은 전면전을 펼치려는 대형이다! 설마 비스트로겐님의 성정을 알고 먼저 전면전을 펼치자 도발 해온 것인가?”
부관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걸어온 싸움에 결코 발을 빼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그가 그동안 지켜봐온 비스트로겐이란 사내였다.
비스트로겐은 곧바로 이 대형을 알아보았을 터였다.
그랬기에 그는 곧바로 성벽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부관은 애초에 비스트로겐을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곁에 있는 라세스 대전사마저 눈깔이 돌아가 있어. 이건 어쩔 수 없는 전면전감이구만… 하아… 아크로이어 황제시여… 라세스는 비스트로겐님을 막아줄 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성난 물길을 더해주는 자입니다…….”
라세스를 중심으로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과 비스트로겐의 군단이 합세하자 순식간에 대군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제 이 작은 성은 모든 병력을 포용하기 힘들었다.
드르르릉―!!
성문이 열리고 비스트로겐이 라세스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부관도 급히 말을 몰아 비스트로겐의 곁에 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를 말리려거든 그렇게 해라.”
“됐습니다.”
“흐흐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가?”
“후우… 어차피 제가 말린다 해도 들으실 분이 아니질 않습니까.”
“부관. 그대는 내가 이전의 실패를 경험해보고도 이러는 것이 어리석다 생각하나?”
“아닙니다. 달리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흐하하!! 아니. 이 비스트로겐은 크게 생각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적을 상대하는데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역시 전면전이야! 그렇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전쟁을 치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라세스가 덩달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부관도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비스트로겐님.”
“무엇을?”
“저는 당신의 부관입니다. 저라고 다를 것 같습니까? 저 역시도 비스트로겐님처럼 전면전을 좋아하는 지휘관입니다.”
“아하하하!!! 그래!! 역시 이래서 난 그대가 좋다! 내 부관으로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런 감사 인사는 이 전쟁이 끝난 뒤 살아남고 해주십시오.”
“크흐흐 그럴까?”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상대 또한 우리처럼 전면전에 자신 있어 보이니까요.”
“아아 물론. 방심은 하지 않는다.”
비스트로겐이 스스로의 기세를 양껏 드러내었다.
그동안 임무에 실패해 와서 그렇지 그 또한 제국의 대기사장이었다.
맘먹고 기세를 내뿜기 시작하니 이클립스의 대장들마저 위협할 정도였다.
“저자가 바로 제국의 대기사장 비스트로겐인가보군.”
“정말로 이곳에 비스트로겐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란다르 대장.”
“루미네.”
“예.”
“너는 5번대를 이끌고 측면으로 빠져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샤푸아.”
“말씀하십시오 대장.”
“너와 7번대가 선봉을 맡는다.”
“옙!!”
샤푸아가 무기를 어깨에 걸치며 앞으로 나섰다.
이어 아란다르가 옆에 서있는 라를로스를 바라보았다.
“라를로스. 너의 8번대는 양쪽으로 갈라선다.”
“맡겨두십시오.”
라를로스가 8번대를 이끌고 움직였다.
저들이 나오자마자 아란다르는 본격적으로 수하들을 배치했다.
그때 리카누스 왕국 측에서 비스트로겐이 걸어 나왔다.
“너희들의 대장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의 외침에 아란다르가 앞으로 나섰다.
그를 본 비스트로겐이 눈을 빛냈다.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 실력자임을 알아본 것이다.
이제 보니 이클립스 측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기운의 주인이 바로 이 사내인 듯했다.
“네놈들은 누구냐?”
“우리는 칼라반님을 대장으로 모시는 이클립스다.”
“흐흐 역시나 이클립스였나. 조금은 아쉽군.”
비스트로겐의 말에 아란다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쉽다?”
“그렇지 않겠나? 칼라반 측에서 가장 명성이 떨어지는 상대 같은데.”
“그러는 그대 또한 두 번이나 우리에게 패하지 않았나?”
“크윽. 아픈 곳을 건드리는구만.”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냐?”
“우리 이클립스가 그대들의 상대로 결코 부족함이 없었음을 말이다.”
“아아… 그것은 굳이 네놈의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쪽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들이 워낙 사나워서 말이야. 이쪽 친구들도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비스트로겐이 리카누스 왕국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세스와 다른 전사들 모두 삼엄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사나운 눈들을 하고 있었다.
이에 이클립스 인원들 또한 매서운 살기를 드러내었다.
그들 또한 전투를 좋아하는 집단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강자들에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다.
숫자로만 따지면 이클립스가 비스트로겐 라세스 연합군의 삼분의 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클립스는 한 명 한 명이 강한 기사들로 이루어진 강군이었다.
때문에 아란다르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보아하니 뒤로 허접한 잔머리는 굴릴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
“진정한 기사라면 당연히 피가 튀는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닌가?”
“크하하하하!!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적수가 나타났구나! 이 비스트로겐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 원 없이 전쟁을 펼쳐보자고. 마침 거리낄 것도 없으니 말이야.”
아란다르의 검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비스트로겐도 오러 블레이드를 선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측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세스는 자신이 점찍어둔 상대를 향해 내달렸다.
휘리링―!!
콰앙!!
“넌 뭐냐?”
라세스의 일격을 받아낸 샤푸아가 인상을 구겼다.
“네놈. 강해 보인다.”
“하? 그걸 한눈에 알아봤단 말이냐?”
카라랑!!
카강―!!
샤푸아의 반격이 라세스의 검에 막혀버렸다.
이를 보며 라세스가 웃었다.
희열에 가득 찬 웃음이었다.
샤푸아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네놈도 제정신은 아니로구나.”
“나는 리카누스 왕국의 대전사 라세스다. 너는 이름이 뭐냐?”
“내 이름은 샤푸아다. 이클립스 7번대의 대장을 맡고 있다.”
콰아앙!!!
샤푸아와 라세스가 연신 검을 부딪혔다.
한쪽에선 아란다르와 비스트로겐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사이 라를로스가 8번대를 이끌고 상대의 양측을 허물려 들었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부관 파발리오가 아니었다.
“부기사장인 덴파크말로님의 복수. 꼭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지난 전쟁에서 끝내 목숨을 거두고만 덴파크말로를 떠올리며 파발리오가 더욱 적극적으로 병사들을 운용했다.
이를 지켜보던 루미네가 서서히 그녀의 5번대를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