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5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54화
#중앙군의 전투
한편 레비오스와 함께 전장으로 나온 칼라반은 적군 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저들은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제 정말 전면전을 치를 생각인가 봅니다.”
“우리 군의 상태는?”
“현재 이나쿠스 왕국의 병력들은 모두 출진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칼라반님의 군단도 준비를 마친 상태이니 문제없습니다.”
레이오스의 두 눈이 빛났다.
제국의 전설인 칼라반과 함께 전장에 나선다.
이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는 지금도 가슴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칼라반은 여전히 전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나의 군단은 이번 전쟁에 나서지 않을 거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인대장들은 군단병들과 솔기사단을 이끌고 각 진영으로 지원을 갈 거다.”
“그럴… 수가…….”
“게다가 현재 레이젠 성이 공격받고 있다.”
“레이젠성 말입니까!? 그곳을 빼앗기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겠지. 그러니 이쪽에서 지원군을 보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양쪽 날개 어느 곳도 무너져선 안 된다.”
“음… 알겠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 것 같군요. 그런데 저희들만으로 이곳을 막아내기에 충분할까요?”
레비오스가 조금은 회의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칼라반 군단에 만인대장들까지 빠진다면 상당한 타격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곳엔 저희들도 있습니다.”
테레사카가 자신감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크게 두드렸다.
그런 테레사카의 뒤로 한 개의 대대가 자리해 있었다.
레비오스가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들은…….”
“저희들은 칼라반님의 직속부대입니다.”
“호오…….”
레비오스가 묘한 얼굴을 보였다.
칼라반의 직속부대가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저들에게서 풍겨오는 삼엄한 기세만큼은 심상치 않아보였다.
“테레사카가 이끄는 직속부대 3700명. 레비오스 너희 쪽은 얼마나 되지?”
“이나쿠스 왕국군과 코치나 왕국에서 온 지원군까지 합하면 대략 2만 명 정도 됩니다.”
“충분한 숫자로군.”
“하지만 칼라반님. 적군은 5만 명이 넘어 보입니다만…….”
“지금까지 숱하게 이 정도의 숫자를 극복해오며 싸워왔다.”
칼라반이 먼저 선두로 나섰다.
그가 말에 오르자 테레사카와 레비오스도 말에 올랐다.
“적들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러 가볼까.”
칼라반이 말을 몰았다.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한 리카누스 왕국군도 서서히 움직임을 보였다.
“드디어 오는가. 제국의 전설.”
한쪽 눈가에 커다란 흉터가 그려진 사내가 미소를 보였다.
그의 덩치는 아라카인에 버금갈 정도였다.
“긴장하세요 울라드. 상대는 제국의 전설이라 불린 사내. 제국의 수많은 지휘관들뿐만 아니라 여러 왕국에서도 그 존재를 두려워하던 인물입니다.”
“아아 알고 있습니다 렐자디. 다만 흥분이 멈추질 않는군요.”
“하긴… 당신 성격에 오래 참긴 했습니다.”
“반테일이란 기사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뛰쳐나갔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군요. 상대는 정령술사입니다. 저런 상대를 상대로도 전의(戰意)가 불타는 겁니까?”
“크흐흐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울라드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이라기보다 도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곁에 있던 렐자디가 다른 한쪽을 바라보았다.
“준비되었습니까?”
“네. 준비되었습니다.”
울라드나 렐자디와 다르게 상당히 어려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는 길게 기른 머리칼을 뒤로 묶었다.
그러자 앳된 얼굴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되요 하츨.”
“저도 리카누스 왕국의 대전사입니다.”
“알겠어요. 제가 무례한 말을 했다면 용서해주세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렐자디님. 대전사들 중 울라드님과 렐자디님 그리고 대카첼님을 말을 존중하지 않을 자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말씀을 편하게…….”
“후후 죄송해요. 저는 이게 편해서요.”
“아… 네…….”
하츨은 자연스럽게 울라드를 바라보았다.
저 드센 울라드가 유일하게 말을 높이는 인물이 바로 렐자디였다.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온다.”
세 사람이 나란히 섰을 때 적들이 먼저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울라드가 검을 들고 먼저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멀리서 회색늑대가 그에게로 뛰어왔다.
“가자 체일스.”
“크허엉!!!”
체일스가 크게 짖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렐자디가 뒤를 따랐다.
하츨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전장의 측면으로 빠졌다.
이를 본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이 한껏 고무되기 시작했다.
리카누스 왕국의 대전사들이 셋이나 이곳에 함께 있었다.
심지어 울라드와 렐자디는 오랫동안 리카누스 왕국을 지켜온 노련한 대전사들이었다.
실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대카첼과 함께 리카누스 최강을 다투는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하츨은 최근 대전사에 합류한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나이에도 대전사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세 사람이 저 선두에 서 있었다.
“으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
“으라아!!”
전사들이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칼라반의 시선이 그들을 살폈다.
“좋은 기세로군.”
높은 사기는 그만큼 상대를 까다롭게 만든다.
그러니 어느 정도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스륵―.
칼라반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짙은 어둠이 퍼져나갔다.
“흡!”
울라드와 렐자디가 어둠을 발견하곤 낯빛을 바꾸었다.
“온다. 놈의 군대가.”
“긴장하세요. 어둠의 군단이 몰려올 겁니다.”
하츨이 먼저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빠르게 칼라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와아아―!
그 순간 어둠을 뚫고 나온 창이 하츨의 앞을 가로막았다.
팟!
먼저 반응한 하츨이 몸을 비틀었다.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칼라반을 향해 질주했다.
화르륵!
그 순간 그의 주변으로 불길이 번졌다.
“불길하게도 검은 불꽃이로군…….”
칠흑빛의 불꽃이 뜨거운 열기를 더하며 그를 옥죄었다.
그러나 이에 멈춰 설 하츨이 아니었다.
드르릉―!!
두루스의 방벽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번엔 피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멈추지 마라 하츨.”
어느새 그의 뒤편에 모습을 드러낸 울라드가 힘껏 두 팔을 들어올렸다.
휘우우웅―!!!
거센 기운이 그의 검 끝에 휘몰아쳤다.
“흐랴아압!!!”
한 차례의 사자후와 함께 울라드가 검을 내리쳤다.
두루스의 방벽에 커다란 선이 그어졌다.
쿠르르릉!!!
방벽이 미끄러져간다.
깔끔한 단면 사이로 하츨이 파고들었다.
불길 따위 상관없었다.
“크헝!”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온 체일스가 등을 내밀었다.
하츨은 망설임 없이 체일스의 등에 올라탔다.
체일스는 병사들의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칼라반을 쫓았다.
“좋아 체일스.”
마침내 칼라반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정령들이 전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벌써 화마에 집어삼켜진 전사들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창의 주인이 전사들의 이곳저곳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들이 눈과 귀에 들어왔지만 하츨은 집중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정령들은 정령술사가 죽으면 다시 정령계로 돌아간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하츨이 더욱 몸을 웅크렸다.
체일스의 주변으로 기사들이 다가왔다.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생각한 체일스가 단숨에 뛰어올라 기사들의 어깨를 밟았다.
이어 하츨이 몸을 튕겼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칼라반에게 향했다.
다행히 칼라반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칼라반은 렐자디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겠는걸요.”
검을 든 하츨이 순식간에 칼라반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방심하고 있는 칼라반을 향해 힘껏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그 순간 다른 곳에서 튀어나온 검이 그의 검을 막아내었다.
“감히 칼라반님께 다가서려 하다니.”
하츨의 앞을 막아선 것은 테레사카였다.
그는 검신을 곧바로 회전시키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자 하츨도 한 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언제…….”
칼라반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 칼라반의 주위를 자세히 살폈다.
어둠의 정령들은 모두 앞으로 쏟아져나갔고 칼라반의 주위를 지키던 병사들과 기사들의 시선도 돌렸다.
그런데 저 사내는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란 말인가!
테레사카가 그런 하츨을 보며 웃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요란하게 다가오는데 모를 수가 있나.”
“……그랬나. 어쨌거나 나는 네놈을 지나가야겠다.”
“어림없는 소릴. 칼라반님께는 누구도 다가갈 수 없다.”
“그렇다면 힘으로 밀어내는 수밖에!!”
하츨이 다시 한 번 자세를 낮추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이를 보며 테레사카도 천천히 자세를 고쳐 잡았다.
파앙!!
파밧!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츨의 기습이 막힌 것을 확인한 울라드가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역시나 이런 얕은 수는 안 통하는 건가.”
“그렇지만 하츨도 정말 제법이에요. 저런 어린나이에 벌써부터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니.”
“크흐흐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요. 하츨은 분명 우리를 이을 뛰어난 인재입니다.”
“그러니 하츨이 죽게 두지 말아요.”
“물론! 이 전장에서 죽게 놔둘 순 없지.”
휘리링―!!
콰라랑!!!!
울라드가 휘두른 검에 서너 명의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거센 풍압이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렐자디도 한 마리의 표범처럼 전장의 중앙을 누볐다.
그녀는 특이한 몸놀림으로 병사들과 기사들의 목을 단칼에 취하고 있었다.
앞에서 다가오는 기사에게 검을 찔러 넣고 측면의 기사를 밀어내었다.
이어 뒤편에 있는 기사에게까지 단검을 휘두르려던 렐자디가 순간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렐자디 피해!!!”
울라드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렐자디가 몸을 날렸다.
그녀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콰아아앙!!!!
그녀가 있던 곳으로 한 차례 빛이 번뜩였다.
“이건…….”
자세를 고쳐 잡은 렐자디가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커다란 도끼를 든 정령이 서 있었다.
울라드가 렐자디를 도와주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의 앞에도 또 다른 정령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흑빛 갑주를 입은 모습… 호오 그래… 네놈이 바로 제국의 대기사장들이 말하던 카이사르인가?”
카이사르는 조용히 울라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슈와아아――!!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기운에 울라드도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비실이들이 부풀려 꾸며낸 말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주 그런 건 아닌 것 같구만.”
파밧!
울라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이사르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녀석의 검이 순식간에 울라드의 품까지 파고들었다.
엄청나게 빠른 일격이었지만 울라드의 검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콰아앙!!
두 검이 부딪히자 커다란 파공성을 일으켰다.
카이사르는 곧바로 검격을 이어갔다.
울라드도 지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둘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편, 성벽 위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저게 바로 칼라반이 이끄는 어둠 정령 군단.”
반테일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카이사르와 켈리움에게 집중되었다.
이어 그의 시선이 좀 더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엔 모든 전장을 아우르고 있는 칼라반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