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5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58화
#로제리아 vs 데포르
로제리아의 명령에 발키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포르도 검을 들어올렸다.
“모두 바짝 긴장해라.”
데포르는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대지를 박찼다.
그녀와 마주오고 있는 로제리아도 검을 휘둘렀다.
슈콰아아앙!!!
두 개의 검이 부딪히자 대기에 진동이 울렸다.
겨우 일 합을 주고받았건만 전해지는 충격이 묵직했다.
“데포르님의 일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다니!”
“로제리아님이…….”
양 측 모두 놀란 얼굴들이었다.
그러면서도 곧 표정을 달리했다.
마침내 데포르와 로제리아에 이어 발키리와 루체테가 마주쳤다.
콰라랑!!
촤랑!!!
전장의 한복판에 빛이 일렁였다.
푸른 오러가 대기를 가르고 새하얀 오러가 대지를 갈랐다.
그 사이에서 발키리들과 루체테는 물러섬 없는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조심해!!”
동료의 위험을 알아차린 루체테 한 명이 그를 잡아당겼다.
그 위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지나쳤다.
이어진 루체테 일원의 공격에 다른 쪽에서 검이 튀어나왔다.
루체테와 발키리들의 실력 차는 크게 나지 않았다.
차이 나는 점이 있다면 체력적인 요소였다.
지금까지 체력을 보존해온 발키리들과 다르게 루체테는 이미 리마루스 왕국군과 접전을 벌인 상태였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막아서는 리마루스 왕국군 때문에 그들도 체력 꽤나 소모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체력 차는 금방 메울 수 있었다.
푸아크가 이끄는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이 전장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발키리들이 평범한 용병들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쫓아라!!! 저들은 강하다!!”
“제국군을 도와라!!”
전사들의 난입에 발키리들의 측면이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실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지만 수도 많았다.
전장을 지켜보던 아이르크가 투구를 깊게 눌러썼다.
“들었던 말과 다르게 생각보다 거친 전장이었군.”
“이럴 줄 알았으면 친위대 녀석들을 더 불러올 걸 그랬나요.”
“아니. 이 정도만으로 충분해.”
“네!”
아이르크의 검에서 푸른 오러가 흘러나왔다.
이어 곁에 서있던 열 명의 발키리들도 검에 오러를 발산했다.
다른 용병들과 다르게 날개달린 투구를 쓰고 있는 자들이었다.
“너희들도 들었는진 모르겠다만 상대는 제국의 황금기를 이끌던 데포르 군단이다.”
“네. 루체테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무패의 부대라고.”
“그럼 우리들이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주면 되겠네.”
아이르크가 먼저 몸을 날렸다.
발키리들 중 날개달린 투구를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50명뿐이었다.
그야말로 정예들 중 최정예라는 소리였다.
이를 증명하듯 섣부르게 아이르크의 앞을 막았던 제국군 병사들이 이렇다 할 공격도 못해보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이르크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이면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이 그녀를 막아서기 위해 달려들었다.
“후웁!”
한 차례 호흡을 들이켠 아이르크가 몸을 돌렸다.
그와 함께 거친 오러가 주변을 휩쓸었다.
콰라랑!!
콰랑!!!!!
달려들던 전사들이 위협을 느끼고 검을 세웠다.
오러와 오러의 충돌이 있었건만 전사들이 형편없이 밀려나고 말았다.
몇몇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까지 했다.
“호오… 막아?”
눈을 빛낸 아이르크가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검이 빛을 냄과 동시에 두 명의 전사들을 베어내었다.
이어 다가온 다른 발키리들이 남은 전사들을 정리했다.
아이르크는 멈추지 않고 루체테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루체테의 부대장 멜르아가 먼저 움직였다.
휘콰아앙!!!
멜르아의 검이 아이르크의 검에 막혔다.
“실력이 상당하네.”
“그쪽이 루체테의 대장인가?”
“우리 루체테를 알아?”
“모를 수 있나. 데포르가 이끄는 최정예 부대인데.”
“이거 영광이네… 라카이 왕국의 자랑인 발키리들이 우리 루체테도 기억해주고 말이야.”
멜르아의 작은 도발에도 아이르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때문에 멜르아도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발키리들이 아닌가?’
자그마한 반응이라도 있을 줄 알았건만 상대는 요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이르크의 검이 이어졌다.
휘리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멜르아의 가슴팍을 스쳤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일격을 허용했을지 몰랐다.
이에 멜르아가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당한 것을 되갚아 주겠다는 듯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루체테의 검술은 상대를 옥죄는데 무서움이 있다.
사방을 점하면서 퇴로를 차단하고 서서히 말려 죽이는 것.
반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루체테 검술의 진짜 무서움이었다.
그런데 멜르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신의 검술에 빈틈을 파악하고 상대가 반격을 가해온 것이다.
아이르크는 간결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휘이잉!!
파앙―!!!
허공을 격한 검이 거친 소리를 흘렸다.
멜르아의 뺨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너… 대체 뭐하는 애야?”
“로제리아님의 부름을 받고 온 발리키 부대장 아이르크다.”
“부대장……?”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아이르크의 정체를 들은 멜르아가 곧바로 물러섰다.
발키리 부대의 부대장에 대해서라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칼라반 군단의 만인대장들을 둘이나 상대한 괴물이잖아?”
발키리와 칼라반 군단이 전쟁을 치를 때 유명해진 것은 로제리아만이 아니었다.
제국의 강자라 손꼽히는 칼라반 군단의 만인대장을 둘이나 홀로 상대한 이가 바로 아이르크였다.
그 당시 광란의 검사라 불린 요쿠스는 아이르크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도 했다.
“나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한 명이 가까이로 붙었다.
그녀 또한 루체테의 부대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프시케.”
“같이 상대해.”
“나야 환영이지. 그나저나 너 괜찮아?”
“괜찮지 않을게 뭐 있어? 트라자는 기사야.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위해 싸우다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것보다 영광인 것은 없어.”
어쩐지 프시케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차갑게 들렸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보였다.
“그래… 너도 제정신이 아니겠지…….”
트라자의 죽음에 한동안 말도 없이 홀로 앉아 있던 그녀였다.
그래도 이렇게 털어내고 전장에 나서주니 멜르아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럼 우리 둘의 힘을 한 번 보여줘보도록 할까?”
“그래.”
슈와아아아!!!
멜르아와 프시케가 본격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이르크도 차분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멜르아보다 프시케 쪽에 좀 더 시선을 두었다.
멜르아와 다르게 프시케는 이렇다 할 빈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쪽이 진짜로군.”
파밧!!
팟!
멜르아와 프시케가 동시에 움직여 일격을 날렸다.
아이르크도 검을 어지러이 움직이며 그녀들의 합격을 막아내었다.
프시케는 무섭도록 아이르크의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그러다 자그마한 틈이라도 보일 것 같으면 과감히 검을 찔러 넣었다.
검에 실린 힘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직선적.”
휘리잉!!
콰앙!!!
아이르크의 검이 프시케의 몸을 격했다.
그와 동시에 멜르아의 검이 아이르크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이에 아이르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순간적으로 멜르아의 검이 움직임을 달리한 것이다.
“그렇군… 두 사람은 협공에 더욱 힘을 발하는 스타일이었나?”
아이르크도 광활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이르크뿐만 아니라 다른 발키리들도 고군분투하는 때 데포르와 로제리아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콰라랑!!! 콰릉!!
쩌저정―!!
여기저기 번뜩이는 빛 속에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검을 부딪쳤다.
로제리아의 전신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반면 데포르는 검붉은 물결이 몸의 절반을 감싸 안았다.
쩌정!!
순간적으로 날아간 전격을 막아낸 데포르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칠흑빛 가시가 검을 따라 솟구쳐 올랐다.
로제리아는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가시를 피해내었다.
이어 데포르가 그리는 검선에서도 가시가 솟구쳐 나왔다.
쩌정――!!
콰지직!!
로제리아의 검이 가시들을 단숨에 파괴해버렸다.
이어 그녀의 두 눈동자가 데포르를 쫓았다.
데포르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뒤였다.
휘링!
로제리아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데포르의 검이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콰아앙!!!
푸른 빛과 검붉은 빛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촤라락!!
촤륵!!
이어 스쳐지나간 빛들이 서로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데포르가 뺨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내었다.
“강하네.”
“…….”
로제리아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에게도 데포르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동안 더욱 전진해 왔는지 그녀의 실력은 전성기 이상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제리아가 머릿속에 패배를 그릴 만큼은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전격이 튀기 시작했다.
“너는 뭐 때문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거지?”
“…….”
“설마 칼라반을 위해서인가?”
“그렇다면요?”
“쓸데없는 짓을… 사랑은 단 한순간의 감정일 뿐이야. 그런 것에 인생을 낭비하고 싶어?”
“사랑이 전부인 사람도 있는 법이에요. 저는 다른 것들보다 사랑을 할 때 제가 살아가는 것을 느끼니까요.”
“그건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인가?”
“글쎄요. 그런 게 중요할까요? 무엇을 가졌건 가지지 못했건. 내 삶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 아닐까요.”
데포르가 천천히 검으로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녀의 검을 따라 검붉은 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너는 그럼. 칼라반을 위해 네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거냐?”
“물론이에요.”
“생각보다 어리석네… 네가 가진 힘이 아까워.”
“당신이야말로 안타깝네요. 사랑을 하는 것이…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포기’라고 생각하다니요. 새로운 시작이고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는데.”
쩌저정!!!
로제리아의 주변으로 뇌전이 몰아쳤다.
그녀의 안광이 폭사하자 로제리아가 섬전과도 같이 움직였다.
데포르도 아름답게 검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검선을 따라 여러 꽃봉오리가 피어올랐다.
전격이 몰아칠 때마다 꽃잎이 흐드러졌다.
꽃은 아름다움을 더하며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콰라라랑!!!
촤라랑―!!!
푸른 전격이 꽃을 집어삼키는 듯 했으나 곧 검붉은 기운이 삽시간에 로제리아를 삼켰다.
흩날리는 꽃잎들이 날카로운 선이 되어 로제리아의 전신을 옥죄었다.
여기저기 핏물이 튀면서도 로제리아는 시선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검이 한줄기 빛이 되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검끝에서 시작된 푸른 전격이 이내 몸집을 불리며 한곳을 파고들었다.
여러 장의 꽃잎이 꿰뚫리고 그 속에 움직이던 데포르의 모습이 보였다.
팟!
눈을 감고 검무를 추던 데포르도 두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시선 역시 로제리아를 향했다.
채앵―!!!
데포르의 검끝과 로제리아의 검끝이 마주쳤다.
푸른 전격이 쏟아지고 꽃잎이 넘실거렸다.
이 엄청난 광경에 침묵이 주변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헤카르도도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크으, 괴물 같은 놈들… 그래도 승리는 결정 났네.”
로제리아의 전신에서 핏물이 분수처럼 튀어나왔다.
“로제리아님!!!”
피투성이가 된 아이르크가 놀라 소리쳤다.
그런 아이르크의 뒤에는 멜르아와 프시케가 쓰러져 있었다.
승리를 예견한 루체테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그 순간 거짓말처럼 데포르가 차가운 대지를 향해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