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6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60화
#좌익의 지원군
인상을 잔뜩 찌푸린 헤이나가 앞쪽을 바라보았다. 곁에 있는 루시엔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병력은 이클립스 전체였다.
하데르를 포함한 뛰어난 인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란다르와 다른 이클립스 인원들도 이미 합류한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적군을 완전히 끝장냈어야 했는데…….”
아란다르가 면목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사실 그들이 합류했을 때까지만 해도 전세는 역전되고 있었다.
그런데 적진에도 지원군이 합류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비스트로겐이 다른 군단을 이끌고 등장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국의 다른 대기사장도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때문에 루시엔과 이클립스는 또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쳇…….”
현재 저곳엔 제국의 대기사장인 비스트로겐과 클라우스, 제레미가 있었다.
거기다 칼라반 군단의 만인대장을 지내온 창술사 레처드가 있었으며 대기사장들과 버금가는 실력인 아르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당하네… 저쪽 전력도…….”
하나하나 살펴보던 루시엔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침묵을 지키던 하데르가 입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홀연히 무기를 들고 떠났다.
그가 나서자 부대장인 사이로스가 1번대를 이끌고 뒤따랐다.
반대편에선 비스트로겐이 수하들을 이끌고 진격해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런 소규모 대전만 이루어졌다.
“저쪽도 급할 게 없으니… 무리하지 않아…….”
“당연하지… 기다리는 게 있을 테니.”
“설마 우리들의 뒤를 칠 계획이었다니…….”
이들이 있는 곳에도 레이젠 성의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헤카르도와 리마루스 왕국군이 최선을 다해 막고 있으나 상대는 데포르 군단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이클립스 모두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귀 따갑게 들어온 것이 데포르 군단의 무서움이었다.
그런 데포르가 군단을 이끌고 나타났으니 레이젠 성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섣불리 지원군을 보내줄 수 없었다.
이쪽도 상당히 불리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전력에 공백이 생기면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 균형이 깨질지도 몰랐다.
“루시엔님. 아무래도 적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뭐?”
“총공격을 해오려는 모양입니다.”
3번대 대장 다인의 보고에 루시엔이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말대로 과연 적진의 본군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총공격이라니… 왜……?”
그 의문은 곧 풀릴 수 있었다.
다른 쪽에서 다가온 전령이 그녀에게 승전을 알렸기 때문이다.
“레이젠 성에서의 급보입니다. 데포르가 이끄는 군단이… 전멸했습니다……!”
“데포르가 이끄는 군단이? 헤카르도 왕이 결국 막아내었단 말이야?”
“헤카르도님과 로제리아님의 합작입니다!”
“로제리아가… 결국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된 건가……?”
“네? 그게 무슨…….”
“아니… 아니 되었어.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다.”
루시엔은 곧 검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이 소식이 곧장 전군에 퍼지도록 명령했다.
레이젠 성에서의 승전.
거기다 데포르 군단의 전멸은 그야말로 사기를 충전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우리도 가보자.”
“좋아.”
헤이나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한곳을 향했다.
아르페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헤이나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네.”
“본래는 이곳에 병력을 붙잡아두어야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어. 이제 승리를 거두어야 해.”
“아아 알겠어. 그나저나…….”
아르페의 시선이 비스트로겐이 있는 쪽으로 옮겨갔다.
그녀는 비스트르겐을 보자마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저런 자랑 같이 싸우는 건 영 내키지 않는데.”
“미안하다.”
“네가 사과할 것은 없지. 내 개인적인 감정이니까. 라세스는 전장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음을 맞이했는데… 비겁하게 혼자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열불이 뻗쳐서.”
“저 녀석도 살고 싶었겠지…….”
“이 세상에 죽고 싶은 녀석도 있을까?”
아르페가 까칠한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녀와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뒤편의 클라우스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당장은 전쟁에만 집중하자.”
레처드는 이번에도 자신의 수하들을 이끌고 전장의 측면으로 빠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상대 군에서도 전장의 측면으로 빠지는 이가 있었다.
“이 정도면 전쟁 속의 전쟁이 아닌가 싶네.”
지독하리만치 집요한 싸움이었다.
두 창술사의 대결은 이번 전쟁 내내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대단해… 저런 자가 대기사장에 오르지 않았다니…….”
클라우스는 레처드의 창술을 보며 솔직히 감탄을 금치 못했다.
레처드의 창술은 그야말로 예술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신속의 창술사라는 이명답게 그의 창은 어마무시하게 빨랐다.
그 속에서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피해내는 적군의 기사도 사실 대단한 수준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전쟁은… 무조건 승리로 끝낸다.”
클라우스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의 곁으로 제레미가 다가왔다.
“무리하지마라, 클라우스.”
“제레미.”
“그럼 후방을 부탁한다.”
제레미가 무기를 들고 클라우스의 곁을 지나쳤다.
대기사장들이 모두 나서기 시작하자 전쟁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가장 먼저 비스트로겐과 하데르가 부딪쳤다.
하데르는 특유의 묵직한 검술로 비스트로겐을 압박했다.
그 사이 아란다르가 2번대와 1번대를 동시에 통솔하며 적진을 종횡무진 누볐다.
아르페는 어김없이 자신을 찾아온 헤이나를 보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나 기다렸어?”
“여자한테 인기 있는 건 질색인데.”
“그건 나도 그래. 근데 어떻게 해? 너한테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 참… 인기 있는 사람은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아르페가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헤이나도 곧장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투기에 아르페가 두 눈을 빛냈다.
휘릭―!
콰라랑!!!
아르페의 기운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졌다.
그 사이에서 헤이나가 팔을 내지르며 공격을 가해왔다.
콰앙!!!
주먹과 쇠가 부딪쳤건만 들려오는 소리는 둔탁했다.
아르페가 무기를 휘둘러 헤이나와 거리를 벌리려 했다.
“힘은 나도 자신 있는데.”
두 팔에 핏줄이 선명해진 헤이나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녀의 두 팔이 아르페의 배틀액스를 붙잡았다.
아르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호흡을 들이마셨다.
파아앙!!!
거센 바람과 함께 헤이나의 몸이 뒤로 밀렸다.
“헤이나님!!”
곁에 있던 리게로가 놀라 소리쳤다.
그런 것이 무색하게 헤이나는 곧장 몸의 균형을 갖췄다.
공중에서 한 바퀴 몸을 돌린 헤이나의 앞에 배틀 엑스가 자리했다.
콰아앙!!!
틈을 주지 않는 아르페의 공격에 헤이나가 밀려나고 말았다.
“헤이나…….”
루시엔이 밀리는 헤이나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를 눈앞에 두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건가요?”
“하…….”
피슈슝!!
슈와앙!!
얇은 검이 여러번 빈틈을 공략해왔다.
루시엔은 이 모든 것들을 피해내며 검을 휘둘렀다.
여명의 검술을 바탕으로 한 그녀만의 검술이었다.
슈콰아앙―!!
원을 그린 오러가 빠른 속도로 상대를 덮쳤다.
제레미가 팔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검이 지그재그를 그리자 루시엔의 오러가 한순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쯧…….”
루시엔이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상대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가 바로 제레미였다.
그녀는 뒷짐을 진 편안한 자세로 루시엔의 공격을 모조리 와해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빈틈이라도 발견되면 사정없이 찔러왔다.
다른 이들처럼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쓸데없는 움직임은 모두 빼기라도 한 것처럼 제레미의 움직임은 간결하고 심플했다.
마주선 루시엔으로선 전혀 빈틈이 안 보이는 상대이기도 했다.
루시엔의 시선이 저들의 뒤편으로 향했다.
슬슬 클라우스와 다른 마법사들의 마법이 펼쳐질 차례였다.
전장에서 승기를 보이는 곳은 하데르와 아란다르가 있는 곳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클라우스가 마법을 펼치기 시작하면 전세는 역전될게 틀림없었다.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제레미는 대놓고 지원군을 불러들였다.
양측에서 대기하던 이만의 병력이 일시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병력이… 또 있었어……?”
“본래 비장의 수는 마지막에 드러내는 법 아니겠어요?”
양쪽에서 다가오는 이만의 병력 때문에 이클립스는 완전히 포위되는 형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각 대장들이 힘을 써주고 있었지만 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처럼 보였다.
거기다 마침내 클라우스와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이 시작되었다.
고위 마법이 전장의 한가운데에 떨어지더니 여기저기 비명이 흘러나왔다.
“루시엔!!”
마법 공격을 확인한 헤이나가 루시엔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둘 뿐.
전멸을 감수하고 이대로 정면 승부를 펼치느냐.
혹은 병력 보존을 위해 철수하느냐였다.
판단은 사령관인 자신의 몫.
루시엔의 머리가 복잡하게 헝클어졌다. 그때 곁에 있던 다인이 그녀에게 소리쳤다.
“루시엔님! 저기!”
그녀가 가리킨 곳을 따라가니 일단의 무리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들짐승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가벼웠다.
삐이―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들이 멈춰섰다.
그리곤 비스트로겐 군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피유웅―!!
슈슈슝!! 촤라라락!!!
이미 이 화살 세례를 경험해 본 비스트로겐 군단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이 화살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이아퀸드다!! 칼라반 군단의 이아퀸드가 왔어!”
“모두 경계해라!! 겹겹이 방패를 쌓아!”
“뭉쳐라!!”
곳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이를 비웃듯 이아퀸드가 수신호를 내려 수하들을 움직였다.
반으로 갈라진 부대가 한쪽은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에게로, 한쪽은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클라우스 병단에게로 향했다.
이아퀸드 역시 자세를 낮추고 클라우스가 있는 후방으로 향했다.
“다들 고생들 하시는군요.”
뒤이어 로브를 뒤집어쓰고 모습을 드러낸 쥬피로스가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를 먼저 발견한 9번대 대장 첸슬러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쥬피로스님! 이곳은 어떻게…….”
“전쟁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예…? 하지만 중앙군은…….”
“우리 대장께서 걱정 말라 하셨으니 그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우선은 이곳에 집중하도록 하죠.”
“아… 아 네에… 보다시피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나…….”
“상대 군에도 마법사들이 존재하는군요.”
쥬피로스의 눈동자가 서서히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이를 처음 본 첸슬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쥬피로스에게서 거대한 마력이 흘러나오자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쥬피로스를 따라온 마법사들이 로브를 걷으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얼마만의 전쟁인지.”
“간만에 피가 끓는 구만.”
“홀홀…….”
쥬피로스의 마법 병단이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이아퀸드가 이끄는 군단이 빠르게 활약을 보였다.
그녀는 클라우스가 있는 곳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어쌔신들처럼 빠른 그녀와 직속 부대의 움직임에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마저 당황하고 말았다.
“빨라…….”
“언제 저기까지……!”
그들이 대응하기도 전에 이아퀸드가 먼저 활시위를 당겼다.
파아앙―!!!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푸른 섬광과 함께 제국의 마법사들을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