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6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65화
#고군분투
하츨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강자들은 많이 만나봐 왔다고 생각했다.
리카누스 왕국의 대전사들부터, 가끔 리카누스 왕국으로 찾아오는 강자들뿐만 아니라 산과 들에 숨어사는 실력자들까지.
그동안 자신의 나이에 비해 수많은 강자들을 만나고 겨뤄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물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무려 두 명의 대전사가 붙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대전사가 아니었다.
대전사들 중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둘이었다.
렐자디와 울라드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서 있었다.
그의 앞에 고고한 자세로 서있는 사내.
칼라반이 검을 들어올렸다.
“크읍……!”
“정말 괴물이 따로 없구만…….”
울라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렐자디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칼라반이라고 아주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의 몸에도 여러 상처가 남아있었다.
칼라반의 시선이 다른 한쪽으로 향했다.
제국의 기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어둠의 정령들이 차츰 밀려나기 시작했다.
“벌서 한계인가.”
정령들의 사이에서 최상급 정령들이 더욱 존재감을 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십을 베면 수백이 몰려오고, 수백을 베면 또다시 수백이 몰려왔다.
끊이지 않는 병력에 어둠의 정령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느낀 카이사르와 켈리움이 더욱 분전했다.
콰아앙!!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반테일이었다.
그는 양손검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곧 괴력을 자랑했다.
콰랑!!
빠른 일격에 카이사르가 움찔했다.
반테일의 몸이 한 차례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기운이 카이사르의 측면을 노리고 들어왔다.
파쾅!!
촤라라랑―!!
반테일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켈리움이었다.
“호오…….”
조금 놀란 반테일이 빠르게 무기를 거두어들였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여러 개의 탄환이 되어 켈리움을 덮쳤다.
켈리움이 무기를 들어 탄환들을 막아내는 동안 반테일이 다시 움직였다.
날선 검끝은 카이사르의 목을 노렸다.
카아앙―!!
검끝을 쳐낸 카이사르가 반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의 눈앞으로 다가온 것은 반테일의 무릎이었다.
팍!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카이사르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테일의 손바닥이 카이사르를 땅으로 처박았다.
슈와아―!
켈리움의 무기가 반테일의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단칼에 목을 베어버릴 심산이었건만 반테일이 한 발 빠르게 피해버린 것이다.
반테일이 켈리움을 향해 반격할 틈도 없이 카이사르의 검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팟!!
빠르게 몸을 날린 반테일이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웃었다.
“최상급 어둠의 정령… 과연 강하구나!”
나름대로 힘을 실어 날린 일격들이었건만 카이사르와 켈리움은 비교적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더욱 분노한 듯 난폭한 기운을 풍기며 반테일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반테일의 친위대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 역시도 제국에서 키워낸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아크로이어 황제가 각별한 애정을 쏟은 만큼 한 명 한 명의 실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친위대는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각각 카이사르와 켈리움을 상대했다.
그들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완벽한 합격을 보였다.
“후후… 최상급 정령이 두 마리인 것은 의외였지만 보기 좋게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선배님.”
반테일의 시선이 칼라반 쪽으로 향했다.
칼라반은 여전히 렐자디, 울라드와 검을 섞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반테일도 칼라반의 실력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정령술사인 당신이 어떻게 그만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겁니까?”
당장이라도 달려가 물어보고 싶었다.
이토록 무서운 정령 군단을 이끌면서 본인조차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니…….
“사기도 너무 사기란 말이지… 그러니까 당신은 꼭 여기서 제거해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위험해요.”
이곳에 있는 병력들은 자그마치 10만이었다.
반테일이 대충 추린 정도가 그 정도였으니 사실상 더 많은 병력들이 있을 터였다.
물론 이 좁은 전장에 모든 병력들을 투입시킬 순 없었다.
그랬다간 자멸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적은 병력들을 투입하여 계속해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일부러 이런 전장을 택했단 말이죠.”
반테일이 피식 웃었다.
적은 수로 많은 적들을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하지만 그것도 수가 적당할 때의 얘기였다.
“적들이 끊임없이 몰아친다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칼라반뿐만 아니라 어둠의 정령들도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자… 어서 숨겨둔 병력들을 꺼내보시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먼저 죽을 겁니다.”
반테일의 시선은 오로지 칼라반에게로 향해 있었다.
렐자디와 울라드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칼라반을 압박했다.
그들의 빈틈없는 연계공격에 칼라반도 정신없이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더!! 조금 더 몰아붙여야 해!!”
“알았다고요!”
콰라랑!! 파쾅―!!
촤릉!! 촤라랑――!!
거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속에서 칼라반의 시선은 빠르게 움직였다.
휘링―!
직선으로 나아간 포르티나가 단숨에 렐자디의 목을 노렸다.
포르티나가 목을 꿰뚫는 순간 렐자디의 신형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곤 울라드가 나타나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파콱!
막아낸 칼라반의 시선이 렐자디를 쫓았다.
그녀는 역시나 칼라반의 사각지대에서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귀찮군…….”
울라드의 파괴력도 성가셨지만 렐자디의 기습공격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두 사람은 칼라반을 상대로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천천히 전투를 유지하며 그가 지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후욱… 후욱…….”
“후우우우――.”
문제는 그들도 지쳐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괴물 같은 체력이었다.
칼라반은 그 많은 어둠의 정령들을 유지하면서도 이 싸움까지 이어가고 있었다.
테레사카도 도움이 되기 위해 죽을 각오로 움직여주고 있지만 사실상 칼라반 혼자 만 명이 넘는 군단을 막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뭘 위해 이렇게까지 싸우는 거지?”
“나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군. 자네만한 실력자가…….”
렐자디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녀는 일부러 말을 이어가며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시간을 벌었다.
렐자디가 쉬는 동안 울라드가 앞으로 나섰다.
“크흐. 네놈 목적은 역시 제국의 황제를 죽이러 가는 거겠지?”
“제국의 황제는 제국에 있다.”
“응? 그게 무슨… 아아아… 너희들이 세운 꼭두각시 황제를 말하는 모양이로군.”
“그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스스로 모든 길을 택했으며 나 또한 그 사람의 길에 올라선 자다.”
“호오…….”
“그분으로 인해 제국도 변할 거다.”
“쯧… 그런 것 따위 내가 알 바 아니야. 나는 그냥 너를 죽이면 된다.”
“너희는 무엇 때문에 아크로이어 황제를 위해 싸우는 거지?”
“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는 자들이다. 아크로이어 황제는 우리 모두의 목숨을 살려주었어. 텐타카 왕 또한 그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러니 목숨을 다하더라도 그에게 은혜를 갚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전부다.”
“그렇군… 알겠다.”
기이잉―!!
포르티나가 강한 공명음을 울렸다.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차츰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칼라반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었다.
“크으… 아직까지도 이런 힘이 남아 있었던 것인가.”
“놀랍구만 놀라워.”
울라드와 렐자디가 진심으로 감탄해 말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힘을 남겨두긴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상처가 많긴 했지만 전부 다 치명상은 면했다.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상태였다.
파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부터는 조금 다를 거다.”
칼라반의 검이 아름다운 반월을 그렸다.
그러자 수평으로 뻗어간 강기가 두 사람을 덮쳤다.
콰아앙―!!
울라드와 렐자디가 동시에 강기를 막아내었다.
그러나 강기는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편에 있는 전사들까지 덮쳤다.
[스킬 수라파천공 5성 혼원파천검을 시전합니다.]칼라반의 검에서 강기가 퍼졌다.
강기는 곧 모든 것을 파괴할 섬광이 되어 주변의 적들을 모두 쓸어버렸다.
휘릭―!
혼원파천검을 펼친 칼라반이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스킬 비천대륜각을 펼칩니다.]쿠와아앙―!!
그의 발이 대지를 찍어 내리자 지면이 몸서리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부서진 돌의 파편이 리카누스 왕국의 전사들을 덮쳤다.
“저 사내…….”
“이거야 원.”
울라드와 렐자디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칼라반은 자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저런 큰 기술들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적진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기술들을 연달아 펼쳤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리카누스 왕국군이 입고 있었다.
스르륵―!
스륵.
칼라반이 무공을 펼칠 때마다 몇몇 어둠의 정령들이 정령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테레사카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우리 대장님도 사람인 이상…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테레사카의 검이 순식간에 여러 개로 나눠졌다.
적어도 그를 상대하는 하츨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지고 있었다.
파바밧! 파밧―!
놀랍도록 빠른 찌르기의 연속이었다.
찰나의 방심은 치명상을 부를 터였다.
“크읍!”
핏물이 튀고 하츨의 얼굴도 덩달아 찌푸려졌다.
테레사카의 검을 모두 막아내기엔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하츨은 끈질기게 테레사카를 붙잡아두었다.
그 순간 한쪽에서 강한 기운이 몰아쳐왔다.
콰라랑―!!
회백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테레사카를 날려버렸다.
“이거 실례.”
회백색 오러 블레이드의 주인 레이몬드가 하츨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뭐… 뭐야.”
“죄송합니다. 대전사님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진 않았지만… 위험해 보여서요.”
“쓸데없는 참견을…….”
“하하하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한때 제국의 맹견으로 불렸던 테레사카입니다. 보통 상대는 아니라고요.”
“저자가 누구건 상관없다.”
“또 옵니다.”
레이몬드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테레사카가 무섭도록 살기를 내뿜으며 질주해오고 있었다.
“워후… 무서워라.”
콰아앙―!!!
테레사카의 검과 레이몬드의 검이 부딪혔다.
하츨도 테레사카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콰가각―!!
테레사카는 몸을 비틀어 상대의 검을 흘려내었다.
이어 하츨의 공격까지 피해내며 반격을 가해왔다.
대지를 찢어발길 듯한 그의 오러 블레이드에 레이몬드도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콰아앙―!!!
강한 충격파가 퍼졌다.
테레사카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레이몬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의 당신은 절 어쩌지 못할 것 같은데요.”
레이몬드의 검이 테레사카를 쳐냈다.
이어 빈틈을 파고든 하츨의 검이 대번에 테레사카의 몸을 베어냈다.
촤락―!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소리가 들린 곳은 두 곳이었다.
“이거이거…….”
레이몬드가 얼굴에 묻은 시뻘건 핏물을 닦아내었다.
그를 지나친 테레사카의 검이 흔들렸다.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우리 대장도 저렇게 무리하고 계신데… 수하인 내가 몸을 아낄 것 같나?”
테레사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츨의 검에 베인 곳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그는 여전히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태였다.
반나절이 넘도록 전투는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 상태의 테레사카가 레이몬드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십시오. 당신 대장의 무리한 판단을 원망하면서!”
“웃기지 마라. 나는 여기서 두 발을 딛고 너희들을 한 명이라도 죽일 수 있다면 그게 살아가는 이유야. 게다가 대장은 두 번씩이나 내게 삶을 준 사람이다. 원망할 이유가 없지.”
테레사카가 근처의 작은 검 하나를 들어올렸다.
이어 그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전장에 박혀 있는 수많은 무기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크흐… 네가 있었다면 더없이 환장했겠군. 그나저나… 부관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다 레클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