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6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66화
#반격의 시작
칼라반 군단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셌다.
하루가 지나기 전, 어떻게 해서든 밀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그들은 결국 버텨냈다.
이는 반테일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경우였다.
“크윽… 놀랍다는 말도 지겹군요!”
그래도 상황은 아주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반테일의 군단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칼라반의 군사들은 궤멸 직전에 가까웠다.
최상급 정령 두 마리가 울라드와 렐자디를 상대로 최후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제 저들은 막다른 구석.
이대로 궁지로 몰아넣기만 하면 스스로 자멸할 것이 분명해보였다.
반테일은 칼라반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치고 나왔다.
콰앙―!
그의 검과 칼라반의 검이 거세게 부딪혔다.
묵직한 충격에 칼라반의 신형이 흔들렸다.
이제 그도 지쳐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반면 반테일은 군사들을 지휘하며 충분한 휴식을 갖춘 상태였다.
“이제 끝을 보겠습니다.”
반테일의 검에서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흘러나왔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기운이었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당신의 실력을 알기 전,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군.”
칼라반이 검을 비스듬히 가져갔다.
이를 확인한 반테일이 먼저 검을 움직였다.
[스킬 반월참을 시전합니다.]칼라반의 검이 횡을 그렸다.
그러나 반달은 온전함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미 그 기술은 파악해두었습니다.”
검을 세워 칼라반의 검을 막아낸 반테일이 빠르게 칼라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검이 강한 바람과 함께 칼라반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검끝은 칼라반을 찌르지 못하고 허공에 멈췄다.
“흐음.”
반테일의 시선이 칼라반의 발끝으로 향했다.
다른 기사들에게서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인지 렐자디와 울라드도 칼라반을 상대로 상당히 애를 먹고 말았다.
“재밌는 움직임이로군요.”
칼라반의 움직임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난 그의 본능이 얘기해주고 있었다.
칼라반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를 말이다.
슈웅―!
파아앙――!!
섬전과도 같이 날아간 검날이 칼라반의 옆구리를 스쳤다.
이번엔 칼라반도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신의 움직임이 읽혔다는 생각에 그는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아쉽군요.”
입맛을 다신 반테일이 다시 검을 회수했다.
그 순간 그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
반테일은 빠르게 검을 들어올렸다.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칼라반이 강하게 검을 내려쳤다.
파콰아앙―!!!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칼라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검을 회전시키며 또다시 강한 일격을 이어갔다.
[스킬 여명의 검술 5식을 펼칩니다.]칼라반은 강하게 몰아붙이기 위해 여명의 검술을 계속해서 펼쳤다.
아래로 향했던 그의 검이 태산을 가를 것처럼 하늘 위로 솟구쳤다.
콰라랑―!!
검을 막아낸 반테일의 몸이 휘청였다.
하지만 그는 바닥에 발을 디디며 다시금 중심을 잡았다.
이어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촤락―!
검 끝에 스친 칼라반의 피부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방심하셨군요.”
반테일은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반격을 이어갔다.
“후욱… 후욱…….”
칼라반은 뜨거운 숨을 연신 토해내며 반테일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황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불러낸 어둠의 정령들은 이미 그 수가 많이 줄어있었다.
아페티를 비롯해 하그라트와 같은 상급 정령들도 더는 한계였다.
“모두 잘 싸워주었다.”
칼라반의 손짓에 어둠의 정령들이 어둠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지 마지막까지 칼라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이사르와 켈리움만은 여전히 렐자디와 울라드를 상대했다.
이를 본 테레사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한계다… 대장도 한계야…….”
그는 부들거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였다.
“지독하군요. 아직까지도 움직일 힘이 남아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포기하십시오. 이제 정말 끝입니다. 어둠의 정령들도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갔어요.”
레이몬드의 말에 테레카사가 피식 웃었다.
핏물이 눈썹을 타고 내려와 시야를 흐릿하게 가렸다.
“포기하지 않으니까… 이런 결과도 만들어냈잖아.”
“…….”
테레사카의 시선이 향한 곳은 레이몬드의 팔이었다.
그의 왼쪽 팔은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테레카사가 검을 휘두른 결과였다.
레이몬드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분노하고 있었다.
“당신은 곱게 죽긴 그른 것 같군요.”
“그런 건 칼라반님의 군단에 들어온 순간부터 각오한 바야.”
테레사카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젠 한계였다.
당장이라도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칼라반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곳에 있던 하츨도 어느새 칼라반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하츨은 곧바로 울라드와 렐자디를 도와주었다.
“하츨!”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이곳으로 오지 말고 저 남자를 죽이거라!”
“그래. 저 남자를 죽여야 이 전쟁이 끝난다……!”
렐자디와 울라드의 시선이 동시에 칼라반 쪽으로 향했다.
칼라반은 반테일뿐만 아니라 그의 군단병들까지도 무리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신위 앞에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할 수 있다 하츨. 이걸 가져가라.”
렐자디가 하츨에게 건넨 것은 작은 창이었다.
본래 하츨에게 줄 선물이었는데 이제야 건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을 받아든 하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부탁한다.”
그들을 뒤로하고 하츨이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테레사카의 군사들이 그를 막아서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하츨은 단숨에 그들을 따돌리고 칼라반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후웁―!”
한 차례 숨을 들이켠 그가 몸을 활처럼 당겼다.
한껏 당겨진 하츨의 창이 강한 바람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피슈우웅―!!
섬전과도 같이 날아간 창이 정확히 칼라반의 심장을 노렸다.
반테일과 정신없는 교전을 벌이던 칼라반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스킬 기감에 새로운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피하십시오!!”
“대장님!!!”
“대자아앙!!!!”
안내 메시지와 함께 수하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제야 칼라반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창을 확인했다.
그가 발을 구르며 창을 피하려는 때 반테일이 한 발 앞섰다.
“어림없습니다.”
이미 그 공격을 눈치채고 있던 반테일이 검으로 칼라반을 몰았다.
슈와아아―!!
촤라락!!!
정면으로 날아든 반테일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러자 뜨거운 고통이 칼라반의 등줄기를 타고 지나갔다.
회전하는 창끝에 등이 쓸려버리고만 것이다.
이어 창에 실린 기운이 폭발하듯 퍼지기 시작했다.
콰라랑―!!
강한 폭발에 칼라반이 휩쓸렸다.
이를 본 반테일의 두 눈이 빛났다.
기회는 지금이었다.
“끝이다!!!”
반테일의 몸 전체로 강렬한 마나가 퍼졌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세상이 고요해졌다.
창공을 가르는 거대한 검이 커다란 직선을 그렸다.
콰라라랑―!!!!
웅혼한 마력이 대지에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다.
사방으로 파편이 튀고 대지에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뿌옇게 흩날린 먼지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소용돌이쳤다.
그 속에서 우뚝 선 반테일이 검을 회수했다.
키슈웅――
마력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분명히 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칼라반은 이번 공격을 피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이번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그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반테일의 생각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크으…….”
칼라반 역시도 쓰러지지 않고 대지를 딛고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럴 수가…….”
“그걸 버텨냈다는 말인가!?”
하츨은 물론이고 다른 대전사들까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테일도 두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말았다.
“미치겠군.”
반테일은 자신이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던졌다.
순간 갑갑하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취한 행동이었다.
머리칼을 쓸어올린 그가 칼라반을 노려보았다.
칼라반도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했습니다.
칼라반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정령이 낫을 들어올렸다.
이제 보니 저 정령이 칼라반을 도와준 것처럼 보였다.
“제기랄… 정말 끈질긴 사내로군…….”
새로운 정령의 등장.
아직까지도 남은 정령이 있는 줄은 반테일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칼라반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제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곳에 있는 수많은 병력들을 모두 상대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특히나 내가 있는 한은!”
파밧!
살기를 머금은 반테일이 대지를 박찼다.
그는 순식간에 칼라반과의 거리를 좁혔다.
카앙―!
그를 막아낸 것은 낫을 든 정령이 아니었다.
칠흑빛 갑주를 입은 카이사르가 어느새 이곳까지 다가와 반테일의 검을 막아내었다.
“너는!”
눈을 부릅뜬 반테일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무기가 지나쳤다.
쿠와아――!!
강한 마력이 반테일의 전신을 덮쳤다.
“음!”
어렵지 않게 공격을 막아낸 반테일이 잠시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최상급 정령 세 마리가 자신의 앞에 있었다.
“놓쳐버렸군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렐자디와 울라드가 뒤늦게 합류했다.
하츨도 그들의 곁에 붙었다.
“우오오오―!!”
“와아아――!!!”
승기가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기에 충분했다.
다시 한 번 전의를 다진 군사들이 반테일의 뒤로 시립했다.
그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은 겨우 세 마리의 최상급 어둠 정령들이었다.
이에 더해 칼라반이 서있었다.
전신을 피로 물들인 그가 적들을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마지막까지 싸우겠습니다.
―얼추 5만 정도… 내가 3만 명 정도 맡아보도록 할까.
범람의 사신 인페르누스가 농담조로 말했다.
아무리 최상급 정령들이라고 해도 저 많은 군사들을 모두 상대해낼 순 없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전혀 전의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센 기세를 뿜어내며 칼라반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저벅. 저벅.
칼라반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를 바라본 칼라반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뒤에도 만오천 남짓한 병력들이 남아 있었다.
테레카사의 부대와 이나쿠스 왕국의 병사들이었다.
“대장…….”
홀로 앞장서 나가는 칼라반을 보며 테레사카가 눈시울을 붉혔다.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때는 칼라반의 곁에 카이사르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최상급 어둠의 정령들이 두 마리나 더 있었던 것이다.
“그래… 아직 해볼만하다!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 패배한 게 아니니까!”
테레사카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던 기사들도 테레사카의 의지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칼라반의 군단병들도 조용히 무기를 쥐어들고 앞으로 나섰다.
어느 한 명 멀쩡한 이가 없는 상태였다.
이나쿠스 왕국의 왕 레비오스도 그들의 모습에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이토록 힘겨운 전쟁을 벌인 것도 처음이었지만, 저런 몰골을 하고서도 적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속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 칼라반의 시선이 테레사카와 레비오스에게로 향했다.
“고생 많았다.”
“예?”
“……?”
“그리고 울지 마라… 너희.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눈물을 보이는 거냐?”
힘겹게 말을 이은 칼라반이 다시 호흡을 골랐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육체적 한계였다.
이렇게 극한까지 치달은 적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던 칼라반의 얼굴이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칼라반의 머리 위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칭호가 어둠의 사냥꾼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칭호의 효과로 일정 수준의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여러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을 때 그의 귓가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파지짓―!!
쩌저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줄기 섬광이 칼라반의 곁에 도착했다.
긴 머리를 흩날린 여인이 칼라반의 곁에 섰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