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6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67화
#도착한 지원군
듣자마자 반가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왔나.”
“제가 너무 늦진 않았죠?”
“더없이 좋은 순간에 도착해주었군.”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로제리아가 고개를 돌려 칼라반의 모습을 살폈다.
잔뜩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몰골에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저 눈이 로제리아의 마음을 여전히 흔들어대고 있었다.
“살아 돌아와 고맙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로제리아가 순간 얼굴을 붉혔다.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내 로제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데포르의 죽음이 떠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칼라반도 알게 될 일이었다.
차라리 자신의 입으로 말을 꺼내는 것이 더욱 낫겠다 싶었다.
그런 로제리아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다른 것들은 상관없어. 그대가 내 곁에 무사히 돌아와 준 것만으로 나는 너무도 감사해.”
“칼라반…….”
칼라반은 더 이상 레이젠 성의 전투에 관해 묻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 더욱 집중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었다.
“지원군이 도착한 것인가.”
칼라반의 곁에 모습을 드러낸 로제리아를 보며 반테일이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 수가 많진 않아보였다.
더군다나 멀리서 이곳까지 바로 온 듯, 대부분 지쳐 있는 상태였다.
“기껏 도와주러 온 지원군의 수준이 겨우 저 정도라니…….”
“어쩌면 패잔병들일수도 있습니다.”
“패잔병?”
“예. 다른 곳에서 전투를 치르고 이곳까지 도망 왔는지도 모르지요.”
“흐음… 그럼 우리 쪽 군사들도 이곳으로 함께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반테일의 의문에 답하듯 곧 뒤에서 기사 한 명이 달려왔다.
“아군의 합류입니다!”
“그렇군. 수는?”
“대략 2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뭐라…? 생각보다 적은 숫자군. 남은 병력들 중 여력이 되는 정도로 보내준 건가.”
“아닙니다…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게…….”
기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차마 반테일에게 그들이 패잔병 같다는 말을 할 순 없었다.
반테일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렐자디가 적절히 말을 끊어주었다.
“어찌되었건 지금이 절호의 기회임엔 분명합니다. 서둘러 마지막 공격을……!”
그녀는 상처 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동안 한쪽 눈의 시야로만 용케도 어둠의 정령들을 상대해 온 것이다.
스릉―
울라드도 기다릴 수 없다는 얼굴로 나섰다.
지금이 승기를 확실히 다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앞으로 나섰다.
울라드를 발견한 켈리움이 무기를 들어올렸다.
―저 인간은 내가 맡겠다.
카이사르도 인페르누스도 켈리움을 막아설 생각은 없어보였다.
인페르누스는 인간들을 훑었다.
―카이사르.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왕의 뜻대로.
―역시나 넌 재미없는 놈이야.
인페르누스가 피식 웃어보였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카이사르는 자신이나 켈리움과는 조금 다른 존재였다.
녀석은 과거 칼라반의 염원이나 다름없었다.
정령왕 아포칼립스의 어둠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다.
때문에 칼라반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던 날, 카이사르도 어둠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으로 다른 정령들도 느낄 수 있었다.
카이사르는 칼라반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두 명의 왕을 섬기는 우리들과 다르게 너는 오직 한 분의 왕만을 섬긴다.
인페르누스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곤 렐자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까 전부터 그녀가 보내는 뜨거운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페르누스의 움직임에 렐자디의 안색이 굳었다.
“지옥의 사신이 따로 없구만…….”
“아아, 조심해요 렐자디. 다른 정령들과 다르게 저 녀석만큼은 정말 위험한 냄새를 풍겨오는구만…….”
울라드도 인페르누스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고요한 침묵의 느낌이라면 켈리움은 거대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헌데 인페르누스만큼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것이 이들로 하여금 더욱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온다.”
먼저 시작을 끊은 것은 인페르누스였다.
녀석은 순식간에 렐자디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스르릉―!
커다란 낫을 휘두르자 어둠의 파도가 일렁였다.
그 흔들림에 곁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도 덩달아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촤라라랑――!!
어둠에서 빠져나온 검은 손길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붙잡았다.
“뭐… 뭐야 이건……!?”
“조심해라!!”
“다들 물러나!!”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손길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어둠으로 끌어들였다.
이 기괴한 광경에 다른 이들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작 이런 광경을 만들어낸 인페르누스는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재밌는 인간이로군요.”
그가 인간의 언어로 말했다.
인페르누스의 말에 렐자디가 헛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너…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냐?”
“겨우 이 정도로…….”
슈와아―!!
인페르누스의 낫이 순식간에 병사들과 기사들을 관통했다.
놀란 인간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뭐… 뭐야……?”
그들은 피조차 흘리지 않는 자신들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몸에서 어둠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자아… 시작해볼까요.”
인페르누스가 두 팔을 활짝 펴들자 인간들의 몸에서 어둠이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모두 인페르누스의 낫에 당한 인간들이었다.
“끄아아아―!!”
“크아악!!”
온 몸으로 피를 뿜어내는 인간들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나 켈리움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 방식이었다.
아페티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보다도 훨씬 더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인페르누스의 황금색 눈동자가 렐자디를 내려다보았다.
“죽음의 축제를.”
녀석이 미소를 보였다.
그와 함께 어둠이 범람하며 주위의 인간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놈을 막아!!”
“저… 저건 정령이 아니야! 악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렐자디와 함께 인페르누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중엔 하츨도 있었다.
하츨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인페르누스의 빈틈을 찾았다.
그때 그를 향해 칠흑빛 검이 날아들었다.
휘리링―!!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것만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헙!”
헛바람을 집어삼킴 하츨이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아마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에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을지도 몰랐다.
“뭐…….”
놀란 그가 바라본 곳엔 칠흑빛 갑주를 입은 카이사르가 서 있었다.
카이사르는 칼라반을 향해 창을 날린 하츨을 잊지 않았다.
슈와아아――!!!
카이사르의 전신에서 진득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의 분노에 하츨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버거운 상대가 나한테 붙은 모양이네…….”
하츨은 카이사르를 마주하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무기를 꺼내들어 녀석을 향해 질주했다.
울라드는 자연스럽게 켈리움을 찾았다.
“네 녀석의 상대는 나다.”
켈리움의 힘은 이미 겪어보았다.
그러니 울라드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최상급 어둠의 정령 세 마리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먼저 전투를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발키리들이 새삼 많은 것들을 실감했다.
“하하, 저런 것들과 우리가 전쟁을 벌여왔단 말이죠…….”
“오랜만에 보는데도…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우리들에겐 공포의 한자락으로 남아 있으니까…….”
“그래도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는 칼라반 군단에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준 자들이다.”
“게다가 지금은 저 어둠의 정령들이 우리와 함께 싸우잖아! 그렇지 않습니까 대장님?”
발키리들의 시선이 로제리아에게로 향해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빛은 발키리 대장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반테일에 꽂혔다.
하지만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만두고 싶지 않지만 당신의 상대는 제가 아니니…….”
이미 분위기부터 바뀐 칼라반이 반테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니 로제리아는 다른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발키리 전원은 들어라.”
“예!”
“말씀하십시오 대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을 열어라.”
그녀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발키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키리들은 한달음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콰라랑―!!
콰릉―!! 촤라락!!
커다란 굉음과 함께 오러 블레이드가 빗발쳤다.
그들은 칼라반과 로제리아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부숴버렸다.
그 엄청난 기세에 반테일의 친위대도 움직였다.
“놈들을 막아.”
“겨우 용병 따위가 전장에서 설치게 두지 마라.”
“반테일님을 지켜라!”
“놈들을 모두 섬멸하는 거다!!”
친위대쪽에서도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대군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병력들을 죽였건만 아직도 대지는 적군의 색깔로 꽉 차 있었다.
이는 발키리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곳으로 모인 발키리들의 숫자는 고작해야 천오백 명.
그마저도 데포르 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해버렸다.
“미친 싸움이로군.”
“크하하 내 인생의 마지막 전투가 너무 화려하잖아!!”
“죽이고 죽이다 보면!! 언젠가는 끝난다!”
과연 로제리아의 수하들답게 그들 역시도 용감무쌍했다.
발키리들은 그 명성답게 엄청난 전투를 펼쳤다.
로제리아 역시도 어느새 전장의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파지직―!!
쩌저정! 쩌정!!!
전격이 몰아치고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비명을 토해내었다.
그럼에도 로제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전장에서 수많은 적들을 잡초처럼 베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신이었다.
콰랑!!
그 옆에는 칼라반이 자리했다.
칼라반 역시도 그를 가로막는 적들은 무자비하게 베어버렸다.
그의 검에서 웅혼한 빛을 발할 때마다 핏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라랑!!
쩌정!!
로제리아와 칼라반의 검이 얽히자 수십 명의 기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모습에 발키리들과 칼라반 군단병들마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한편 한쪽에서 이러한 전장을 두 눈에 담아두는 이들이 있었다.
“보여 폰투랑?”
“보인다.”
“저게 우리 대장이야.”
“새삼스럽게 무슨.”
“으하하하!! 흥분돼서 견딜 수가 없어! 나 어떻게 하지 폰투랑!?”
“하아… 또 시작이로군.”
“빨리!! 빨리 가자고!! 우리 대장이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잖아!!”
잔뜩 흥분한 요쿠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폰투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미친놈… 정말로 저 많은 대군을 상대로 버텨냈다는 말이야?”
“저게 바로. 칼라반이라는 대기사장입니다.”
뒤이어 언덕 위로 올라온 아라카인과 에네르시아가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있던 우익 진영을 제대로 뒤집어놓은 뒤였다.
패퇴한 로카르스트와 아르미사도 이곳으로 흘러들어왔을지 모른다.
치열한 접전 끝에 대카첼의 목을 취한 폰투랑은 이미 정상적인 몰골이 아니었다.
그만큼 대카첼의 힘은 강했다.
“저쪽도 달려온 모양이로군.”
아라카인이 반대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곳엔 익숙한 깃발이 보이고 있었다.
이클립스를 나타내는 날개가 그려진 깃발.
“믿고 있었다 이클립스.”
아라카인은 먼발치 보이는 루시엔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려 보였다.
이를 본 쥬피로스가 아라카인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아라카인이 몸을 돌렸다.
그는 시립해 있는 전군을 향해 커다란 사자후를 터트렸다.
“가자!! 우리들의 마지막 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