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37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7화
“뭐라……?”
“내 말이 틀렸나? 형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주제에… 잘난 형 만나서 허세부리고 다니는 너보다는 약해도 소신 있는 이쪽이 더 나은 것 같네.”
헤이나는 일부러 손가락으로 칼라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홧김에 말하긴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귓불도 점차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헤이나의 말을 들은 하이데가 피식 웃고 말았다.
“웃기는 소릴 하는군. 그나저나 너는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앞으로도 저 녀석을 지켜줄 생각인가?”
“뭐……?”
“잘 모르고 있었나 보군? 너에 대해 불만을 가진 블레이드 후보들은 상당히 많다. 당장 너를 어찌할 수 없으니… 아마 네가 지켜주려 한 저 녀석에게 그 칼날이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보지 않은 거냐?”
“아…….”
“결국 네 년이 나선 덕분에 저놈만 더 위험해진 꼴이다. 후후 어디 그놈들한테서 계속 저 녀석을 지켜보던지. 벌써 몇몇은 살벌한 기세로 나가던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알아서 잘 해보라고. 그나저나 복 받은 녀석이로군. 애인이 서열 10위에 있는 헤이나라니 말이야. 아, 아직은 헤이나 너만의 짝사랑인가? 크크큭.”
“너 지금 뭐라고……!”
하이데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헤이나의 앞으로는 레오르닉이 천천히 걸어왔다.
“서열전은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따라서 헤이나님께서는 오늘 일에 대한 처벌을 피하실 수 없을 겁니다.”
“후우… 그래 알겠어…….”
“이 시간부로 헤이나님의 성에서 대기하며 처분을 기다려주십시오.”
레오르닉의 단호한 말에 헤이나는 잠시 칼라반을 돌아보았다.
그 사이에 다시 정신을 잃은 것인지 그는 힘없이 대자로 늘어져 있었다.
그의 곁에는 어느새 유운량이 자리해 있었다.
유운량은 칼라반을 대신해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하아… 정말… 내가 대체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인 건지…….”
헤이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칼라반의 첫 서열전은 한바탕 소동을 낳으며 막을 내리고 있었다.
#불청객들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칼라반을 보며 유운량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서열전에서 쓰러진 칼라반을 처소로 데려온 지도 벌써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칼라반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었다.
그때 정신을 잃은 후로 그는 죽은 듯 같은 자세로 누워만 있는 중이었다.
간혹 그가 칼라반의 코밑으로 손가락을 가져가보지 않는다면 정말 죽은 것이 아닐까 착각이 일 정도였다.
“흐음…….”
조용히 곁을 지키던 유운량은 보다 못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약이라도 지어드리는 것이 낫겠군.”
생각을 마친 유운량은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연신 고개를 돌려 칼라반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가지 그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던 것은 칼라반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었다.
옅은 아지랑이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유운량으로선 그것이 칼라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보름 동안 지켜본 결과 그 아지랑이가 칼라반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하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님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주군께선 편안히 쉬고 계십시오.”
유운량은 잠들어 있는 칼라반에게도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곤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자리를 완전히 벗어나자마자 칼라반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아지랑이가 점차 색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유운량이 자리를 벗어난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보였다.
칼라반을 감싼 자홍색 기운은 영롱한 빛을 발산하며 전신을 휘감았다.
영롱한 빛이 생기를 더해갈 때마다 칼라반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밖을 비추던 햇빛이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칼라반이 누워있는 방에도 적막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를 감싸고 있던 자홍색 기운은 점차 그 빛을 다해가며, 메마른 대지에 이슬이 적셔지듯 칼라반의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드륵―
드르륵.
자홍색의 기운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방 안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죽은 듯이 누워있는 칼라반을 우두커니 서서 내려 보고 있었다.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군.”
“흥. 그 정도의 중상을 입었으니 아직 회복이 안 된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그래도 들었던 것치곤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 같은데?”
검은 복면을 쓴 사내들이 칼라반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이 원을 그리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칼라반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보다… 라모텔님에게도 졌다는 블레이드 후보를 굳이 이렇게까지 처리하려는 이유가 뭘까……?”
“글쎄… 어차피 우리는 몰라도 되는 일이다. 우린 그저 명령받은 일만 처리하면 될 일이야. 주인께서 원하시는 일은 이자의 목숨이다. 그러니 바로 목숨을 거두어간다.”
그들 중 한 명이 서슬 퍼런 단검을 들어올렸다.
사내는 단검을 곧바로 칼라반의 목에 가져가려 했다.
다른 이들도 혹시 모를 상황에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든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이것 참 이상하군… 이곳으로 초대한 손님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에 제가 모르는 초대장이라도 발부된 것일까요?”
어느새 그들의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유운량이 평온한 얼굴로 파초선을 살랑살랑 부치고 있었다.
웃고 있는 입과 다르게 유운량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던 복면인들은 재빠르게 유운량과의 거리를 벌렸다.
“뭐지? 곁에 누가 있다는 얘기는 못들은 것 같은데…….”
“저희도 듣지 못했습니다. 블레이드 후보 공민은 철저히 혼자라고 들었는데…….”
“흐음… 이쪽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건가? 그게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빼먹은 건가?”
“뭐가 어찌 되었건 변하는 것은 없다. 둘 다 죽이면 그만이야.”
복면인들은 살기를 드러내며 유운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검을 역수로 들어올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유운량은 태평한 모습으로 칼라반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늦지 않은 덕분에 칼라반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유운량은 칼라반의 혈색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
“호오 이럴 수가… 그 사이에 이토록 혈색이 좋아지시다니…….”
그는 복면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칼라반의 상태부터 체크했다.
놀랍게도 전보다 훨씬 더 몸이 좋아진 상태였다.
전신에 퍼져 있던 멍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이것 참 좋은 일이로군요. 애써 구해온 약재들이 쓸모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유운량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유운량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복면인들은 표정이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들을 무시한 유운량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유운량의 눈빛이 돌변했다.
한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선 유운량이 팔을 들어올렸다.
반월을 그린 그의 손이 단번에 복면인 한 명을 제압했다.
유운량은 다른 손으로 복면인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의 손바닥이 닿자마자 거짓말처럼 복면인이 피를 한 움큼 쏟아내었다.
“주군께서 휴식을 취하시는데 소란을 일으키면 곤란합니다.”
유운량은 유유자적한 걸음으로 복면인들의 사이를 누볐다.
분명 천천히 움직이는 듯 보였는데 복면인들은 그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다.
탁!
퍼억!
유운량은 손으로 가볍게 복면인들의 뒷목을 가격했다.
그럴 때마다 복면인들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뭐… 뭐야…….”
“이럴 수가…….”
자신들이 고작 단 한 명의 인원에게 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면인들이 눈에 띠게 굳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유운량에게서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암행을 다녔지만 이런 상대는 처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자들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여러 인사들을 암살해 온 실력자들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눈앞의 사내한테 자신들은 그저 맹수 앞의 초식동물에 불과했다.
유운량은 신속하게 복면인들을 모두 제압해 내었다.
그가 걸음을 멈춰 섰을 때 두 발을 딛고 서있 는 복면인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살수들을 보내다니… 미리 진을 만들어두길 잘한 듯싶군요.”
유운량이 발끝으로 반월을 그리자 바닥에 묘한 문양이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발끝을 돌리자 문양의 빛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유운량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째서 이들이 주군의 목숨을 노리는 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별안간 제대로 된 진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유운량은 쓰러져 있는 복면인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붙잡아두어 후에 배후를 캐낼 생각이었다.
“감히 주군을 노리다니… 결코 가만 둘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데 가만… 이자들 모두 저 혼자서 옮겨야 하…겠군요…….”
그의 표정이 점차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 * *
“으… 으음…….”
“이제 좀 정신이 드십니까.”
칼라반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밤색빛깔의 천장이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여긴…….”
“서열전에서 정신을 잃으신 후 마련된 처소로 모셔왔습니다.”
“그런가…….”
“결과는 제대로 기억하고 계십니까?”
“내가 마지막에 포기를 외쳤던 것 같은데…….”
“모두 기억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서열전에서 패배하셨기 때문에 블레이드 후보 서열 1000위에 오르셨습니다. 의도하신 바로 되긴 했는데 이것이 축하할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유운량은 담담한 얼굴로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칼라반은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 했다.
몸에 통증은 남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놀랍습니다.”
“놀랍다니?”
“주군께서 완전히 몸을 회복하시려면 적어도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벌써 이렇게 몸을 일으키시다니…….”
유운량은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평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유운량이었다.
그런 그가 이토록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정도로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칼라반의 컨디션은 최상을 달리고 있었다.
[수라윤회심공 활성화 효과가 중지되었습니다.]‘활성화 효과……?’
갑자기 나타난 안내 메시지에 칼라반이 활성화 효과에 대한 메시지를 띄워보았다.
[수라윤회심공은 전승자가 빈사 상태에 빠졌을 때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자동 활성화 됩니다. 수라윤회심공이 활성화 되었을 땐 내공의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라윤회심공의 이해도가 더욱 깊어진다면 전승자의 몸을 보호하는 기운을 내보내기도 합니다.]“이런 효과가 있었나… 전혀 몰랐던 사실이로군.”
어쨌거나 수라윤회심공의 도움으로 칼라반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일 수 있었다.
그는 상쾌한 기분에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곤 습관적으로 가부좌부터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