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3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38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38화
칼라반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유운량은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었다.
잠깐 동안의 명상이 끝나고 칼라반이 다시 눈을 떴다.
“내가 얼마동안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지?”
“보름 정도 되었습니다.”
“보름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단 말인가?”
“상당히 당하신 것 치곤 보름도 빠르게 회복하신 겁니다.”
“아… 그렇지…….”
칼라반이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덕분에 금강지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첫 실전은 어땠습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긴 하지만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무엇보다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칼라반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손의 감각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둠의 정령술사로 움직일 때는 다른 이들에게 보호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몸을 건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라모텔을 상대하며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이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어쨌거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를 흥분케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현재 그가 익히고 있는 수라파천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순간 움직임을 멈추신 겁니까? 굳이 독에 중독된 연기를 하지 않으셨어도…….”
“어차피 그것은 나의 패배였다.”
“예?”
“나는 분명 라모텔을 상대하기 전 어둠의 정령을 소환하지 않음은 물론 무공도 사용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위기 순간에 나는 결국 무공을 사용하고 말았다. 그러니 그것은 나의 패배가 아니고 뭐겠나.”
“호오… 이런 고집스러운 면도 있으신 줄은 몰랐군요.”
유운량은 말과 다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진지해진 낯빛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주군께서 쓰러져 계시는 동안 살수들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습격?”
“예. 주군의 목숨을 노리려는 자들이었습니다. 혹시 그간에 누군가에게 원한이라도 살만한 일이 있었던 것 입니까?”
유운량의 물음에 칼라반이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에 와서 한 거라곤 서열전을 치뤘던 것밖엔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목숨을 노릴만한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칼라반도 전혀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읽은 유운량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칼라반도 모른다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인지 그저 오리무중이었다.
#트라이어던스 던전 지역
“아무래도 주군께서도 모르시는 일인 듯하군요… 그렇다면 이 일은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혹시 몰라 제가 그들을 붙잡아두었으니 배후를 알아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운량의 말을 잠자코 듣던 칼라반은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었다.
바로 라모텔의 말이었다.
그는 분명 블레이드 후보 1000위의 자리가 두렵다는 말을 했었다.
“혹시 그때 그 말이 이런 의미였나……?”
“아,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차후 습격에 대한 것은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주군께서 잠들어 계시는 동안 제가 미리 손을 써두었으니 적들도 함부로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니 안심하고 좀 더 휴식을 취하셔도 괜찮습니다. 주군의 곁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칼라반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자 오히려 유운량이 표정을 풀며 안심하라는 듯 말해보였다.
“고맙군.”
“후후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보다 서열전도 마쳤으니…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그러니 더욱 강해지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겠지. 서열전의 경험으로 이제야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대로 마냥 쉬고 있을 수는 없어.”
칼라반은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선명히 남은 기억.
그것은 라모텔의 배틀 엑스를 쳐내고 자신이 반격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판에 박힌 동작으로만 연환칠검 스킬을 펼쳤는데 그때만큼은 전혀 새로운 형태였다.
스스로 연환칠검 스킬을 펼치면서도 이런 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냥 공격용 스킬인 줄 알았는데… 그 순간엔 수비를 해내면서도 동시에 공격으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어쩌면…….”
그동안은 생각지도 못한 스킬의 활용.
그것을 깨닫자마자 칼라반은 한시라도 빨리 이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맘 편히 시험 해볼 수 있는 장소가 이미 칼라반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던전 지역으로 가야겠다.”
“던전 지역이라면… 그때 말씀하셨던 폭포수 쪽을 일컫는 것입니까?”
유운량도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칼라반과 함께 갔었던 폭포를 기억했다.
칼라반은 분명 그때도 폭포 너머를 두고 ‘던전 지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유운량은 칼라반의 지나가는 말도 놓치지 않고 기억을 해둔 것이다.
“그래. 그곳으로 가야겠다.”
“그곳에 무엇이 있길래…….”
“아마 몬스터들이 있겠지.”
“허어… 그럼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력을 쌓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나에게는 그것만큼 안성맞춤인 영역이 없으니까.”
칼라반에게는 시스템이 있었으니 던전만큼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적격의 장소가 없었다.
이를 모르는 유운량으로선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음… 주군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하지만 혹시 모르니 저와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게도 그곳은 심상치 않은 곳으로 보였습니다만…….”
“그래 뭐… 함께 가도 상관없겠지.”
칼라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모르니, 만일을 위해 유운량과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허락에 유운량도 마음을 놓은 듯 보였다.
“언제 출발하시겠습니까? 이제 일어나셨으니… 조금 더 회복을 하시고 출발하시는 것이…….”
“아니 지체할 수 없지.”
몸을 일으키던 칼라반은 별안간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이상히 여긴 유운량이 그의 곁에 다가왔다.
“역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아니. 그것은 아닌데… 혹시 내게 잠시만 시간을 좀 주겠나?”
“물론입니다. 저도 잠시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 천천히 준비하셔도 괜찮습니다. 뭣하면 좀 더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셔도…….”
“아니. 잠깐이면 된다.”
“단호하시군요. 알겠습니다.”
“너는 붙잡아두었다는 그자들에게 가 볼 생각인건가?”
“바로 맞히셨습니다. 그럼 잠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유운량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자리를 완전히 벗어나자 칼라반은 곧바로 인벤토리창을 열어보았다.
던전 지역으로 가기 전 쓸 만한 아이템이 있나 찾아볼 요량이었다.
“잠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분명 그때 받은 아이템 중에 갑옷이 있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정신없는 상태라 아수라에게 받은 아이템들을 대충 보고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들 중 갑옷이 있었다.
“그래. 애초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
인벤토리 창에 떡하니 자리 잡은 검붉은 빛깔의 갑옷이 보였다.
칼라반은 곧바로 갑옷을 꺼내들었다.
[흡성명왕흉갑(吸星明王胸鉀)명교의 3대 보물 중 하나입니다. 명교의 교주 아란설이 도움을 준 아수라에게 선물한 흉갑입니다. 흡성명왕흉갑은 주인을 지키는 영험한 지보로 유명하지만 아수라는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지만 흡성명왕흉갑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무인이 탐내는 무림지보임에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흡성명왕흉갑이 착용자를 자신의 주인으로 인식한다면 특별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흡성명왕흉갑…?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렇다 할 제약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는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흡성명왕흉갑을 착용해보았다.
[흡성명왕흉갑을 착용했습니다.] [흡성명왕흉갑의 고유 효과로 내공의 증진 속도가 향상됩니다.]나타나는 안내 메시지는 이것이 전부였다.
기대했던 다른 메시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이게 끝인가……?”
칼라반은 황당한 마음에 흡성명왕흉갑을 벗었다가 다시 착용해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타나는 메시지는 전과 같았다.
그는 혹시 몰라 다른 아이템들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인벤토리 안에는 아수라인 자신이 사용할만한 아이템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쓸 수 있는 것이 이 흡성명왕흉갑 정도였다.
“받은 아이템은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상처에 바르는 금창약… 혈해적룡창…? 창은 나의 무공 스킬과 맞지 않는 것 같고… 이건 또 뭐야, 심연의 안대……?”
인벤토리를 뒤져보던 칼라반은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싶었던 마음이 무참하게 내려앉아버렸다.
“어떻게 아수라가 사용할만한 아이템은 없고 죄다 다른 아이템뿐이지……?”
띠링!
[무인 아수라는 스스로의 몸이 최강의 무기라 생각했던 인물입니다. 때문에 아수라는 이렇다 할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무(武)의 궁극에 다다르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아수라―]오로라의 답에 칼라반은 그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심지어 오로라는 아수라의 말을 칼라반에게 그대로 띄워주었다.
“이건 뭐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이걸로 아수라가 어떤 직업이고 어떤 무인이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겠군…….”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던 칼라반은 이만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우선 흡성명왕흉갑을 착용해두었다.
그리곤 검붉은 흉갑위에 다른 옷을 걸쳐 입었다.
흡성명왕흉갑은 경갑옷 형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에 다른 옷을 걸쳐 입어도 움직임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칼라반이 밖으로 향하고 있는 같은 시각.
유운량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혀를 차고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복면인들 모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이다.
“독한 자들이로군…….”
그들은 하나같이 입에 피거품을 물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입 안에 따로 독약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방심했군… 설마 그 사이에 자결을 택했을 줄이야… 이들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인가.”
허리를 숙여 그들을 살펴보던 유운량은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운량은 결국 다시 칼라반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벌써 끝난 건가?”
“흐음… 그 사이에 자결을 택했더군요.”
“자결을?”
“예. 방심한 제 탓입니다. 다음부터 이런 실수는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아니다. 이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지. 그나저나 자결을 택할 정도라니… 대체 누가 그런 암살자들을 보낸 거지?”
“흐음… 만약 또 그들이 이곳을 두드린다면 그때는 꼭 알아내오도록 하겠습니다.”
평온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말 속에는 힘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
믿음직한 그의 말에 칼라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헤이홀즈가 어째서 그대를 그토록 데려가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군.”
칼라반의 말에 유운량은 그저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일전의 폭포 앞으로 다가섰다.
띠링!
[던전 지역에 도착했습니다.]폭포 앞에 도착하자마자 여지없이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칼라반은 망설임 없이 폭포 앞쪽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올라섰다.
말없이 칼라반의 뒤를 따라 올라온 유운량은 위로 높게 펼쳐진 폭포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상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스킬 심안이 발동되었습니다. 이상 현상을 해석합니다.] [던전의 입구가 개방됩니다.]메시지와 함께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던 폭포수가 점차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유운량이 짐짓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