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41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41화
그가 집중하기 시작하자 카피오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주변을 경계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작은 벌레조차 카피오의 날카로운 눈은 피해가지 못했다.
카피오는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연신 고개를 돌리며 두 눈을 빛냈다.
그렇게 순식간에 한두 시간이 흘렀다.
다시 눈을 뜬 칼라반은 한 차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상태창.”
[이름 : 칼라반전투력 : 98600
LV : 100
직업 : 아수라 (패시브 직업 : 하급 어둠의 정령술사)
근력 : 148
민첩 : 124
지력 : 140
행운 : 93
미분배 스탯 : 0pt.
보유 스킬 ―수라윤회심공 / 수라마공 2성 / 금강지체(중급) / 만독지체
칭호 : 정령들의 축복을 받은 자 / 던전 슬레이어
마령환 흡수율 ―38%]
“흐음… 이제 곧 전투력도 10만 수준에 이르겠군.”
이곳에 들어와 새롭게 복용한 마령환의 흡수율도 벌써 38%나 되었고 금강지체의 숙련도도 중급이 되었다.
따로 숙련도가 나타나지 않은 만독지체는 여전히 하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칼라반이 트라이어던스 던전에 들어와 죽인 오크들의 숫자만 해도 이백 마리는 족히 넘을 터였다.
고된 길이기도 했지만 막상 세 자리 수에 진입한 레벨을 보니 그 고됨을 씻을 수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눈에 띄게 상승한 전투력은 칼라반으로 하여금 괜히 뿌듯하게 만들기도 했다.
“후훗 전투력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숫자가 높아지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
칼라반의 시선이 카피오에게로 향했다.
카피오도 그를 따라 어느덧 전투력 수치가 7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설마 나를 따라 계속 성장하는 건 아니겠지……?”
[하급 어둠 정령 카피오의 성장 한계치는 15만입니다.]“아… 그런게 있었나?”
[성장 한계치 15만에 다다르면 카피오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습니다.]칼라반의 질문에 오로라가 곧바로 답해주었다.
트라이어던스 던전에 들어오면서 오로라도 좀 더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오로라는 칼라반의 혼잣말에도 곧잘 답해주곤 하였다.
특히나 트라이어던스 던전에 관한 것들은 더욱 자세히 일러주었다.
칼라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카피오도 함께 몸을 일으키며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저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빨라서 좋군.”
칼라반은 천천히 검을 들었다.
명상이 끝나고 나면 지금처럼 항상 카피오와 대련을 펼쳤다.
이를 통해 실전감각을 더욱 높이고 스킬의 이해도도 높였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이다.”
카피오와 칼라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둘은 한참 동안이나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나서야 대련을 끝낼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성장을 이룩하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도 칼라반님께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다. 너와의 대련은 지금도 많은 도움이 돼. 솔직히 말해 요즘 만나는 오크들보다 너를 상대하는 것이 더 까다로워.”
―후후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생 많았다. 편히 쉬어라.”
―그럼…….
칼라반이 소환을 해제하자 카피오는 홀연히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카피오와의 대련이 어찌나 치열했는지 칼라반은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스킬도 몸에 익고 응용하는 방법도 같이 터득할 수 있어 좋군. 특히나 이번 대련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수라월령보를 더 매끄럽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칼라반의 앞으로 다시금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띠리링― 띠링!!!
[전투력 10만을 달성하여 1차 각성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각성… 퀘스트라고…?”
#뜻밖의 기연
[1차 각성 퀘스트의 영향으로 1시간 뒤 수련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운기조식(명상)을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운기조식을 실행할 시 곧바로 수련의 공간으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난데없이 등장한 메시지에 칼라반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각성 퀘스트는 뭐고 수련의 공간은 또 뭐야?”
오크들과의 싸움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카피오와 대련까지 펼친 마당에, 이제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돌연 각성 퀘스트까지 등장한 것이다.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각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니 난이도는 상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수련의 공간은 명상을 통해 들어가는 정신적인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칼라반의 몸은 실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이곳에 온전히 남아 있는 셈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퀘스트 지문에도 미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던전 한복판에서 어떻게 안전한 장소를 찾느냐인데…….”
칼라반은 카피오를 다시 소환할까 하다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수련의 공간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던 데다, 만약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퀘스트 도중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혹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 카피오는 물론 자신까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게 바로 낭패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처소로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작금의 상태에서 한 시간만에 처소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도 족히 3~4일은 걸릴 거리였다.
결국 칼라반은 당장 이곳 근처에서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 남은 시간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야겠군… 근처에 마땅한 장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
칼라반은 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곤 울창하게 우거진 숲뿐이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저런 곳에서 명상을 했다간 오히려 다른 몬스터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마음이 급해진 칼라반은 일단 근처에 가장 큰 높이를 자랑하는 나무부터 찾았다.
“아, 저기 있군.”
칼라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나무들 사이에서도 제법 울창한 키를 자랑하는 고동색깔의 나무였다.
그는 서둘러 몸을 날리며 고동색 나무기둥을 밟고 올라섰다.
여기저기 돋아난 나뭇가지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나무의 정상까지 올라서자, 다행히도 주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칼라반은 두 눈을 찌푸리며 근처에 뭐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마땅한 장소가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적절한 장소가 보였다.
“암벽… 게다가 저건 혹시 동굴인 건가?”
그의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입구.
일전에 봤던 사이클롭의 동굴 입구와 생김새가 비슷해보였다.
혹시라도 동굴의 주인이 따로 있을지 몰랐지만 지금은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벌써 남은 시간은 45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저곳까지 가는 데만 족히 30분은 걸릴 것처럼 보였다.
“일단은 가보는 게 좋겠군.”
칼라반은 빠르게 나무에서 내려오려다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눈앞으로 무성하게 뻗어 있는 굵은 나뭇가지들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밟고 뛰어다닐 수 있는 굵기들이었다.
게다가 나무들은 이곳에 빼곡하도록 우거져있어 딛고 설 나뭇가지는 충분했다.
“이럴 때 수라월령보 스킬을 몸에 익혀 봐야지 또 언제 연습해보겠어.”
망설임은 짧았다.
칼라반은 곧바로 수라월령보 스킬을 펼치며 발을 내딛었다.
그의 경쾌한 발놀림이 나뭇가지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칼라반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빠르게 다음 발을 내딛을만한 나뭇가지를 살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몇 번을 뛰다보니 나뭇가지를 밟고 나아가는 것이 금세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계속해서 수라월령보를 펼치며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자 그의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경공 스킬을 익히셨습니다.]“음? 이미 수라월령보가 경공 스킬이 아니었나?”
[수라월령보는 보법에 기반한 무공입니다. 보법이 발을 내딛는 움직임에 관한 공부라면 경공은 몸을 가볍게 하는 공부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아… 그런 거였군…….”
칼라반은 지금까지 그런 차이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수라월령보를 경공술의 한 종류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선뜻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곧바로 경공 스킬을 펼쳐보았다.
이럴 땐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보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가 경공 스킬을 펼치자마자 몸소 느껴질 정도로 몸놀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분명 평소처럼 발을 내딛었는데도 불구 전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정말 경공으로 인해 몸이 가벼워진 덕분인건지 보폭이 전보다 더 넓어져 있었다.
“이래서 무림인들이 경공, 경공 하는 것이었군…….”
몸소 경공의 신비함을 느끼고 있는 칼라반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경공 덕분에 속도가 훨씬 빨라지자 금세 그의 눈앞에 암벽들과 위에서 확인해 두었던 동굴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남은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직 25분 남짓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경공의 효과가 이렇게나 큰 거였나?”
칼라반은 이만 나무에서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
다행히 주변에는 이렇다 할 몬스터가 없어보였다.
만약 몬스터가 등장했다면 오로라가 메시지로 알려줬을 텐데 별다른 메시지도 없이 잠잠한 상태였다.
칼라반은 곧바로 동굴 입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야… 이제 보니 제법 높이가 있었잖아?”
막상 아래로 내려오니 동굴 입구는 암벽을 타고 꽤 올라가야 할 정도의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공까지 익힌 칼라반에게 저 정도 높이는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을 만한 높이였다.
그는 곧바로 경공술을 펼쳐 튀어나온 돌부리들을 지그재그로 밟았다.
수라월령보의 보법까지 떠올리며 발동작을 달리하니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로 암벽을 올라설 수 있었다.
드륵!
구르르르―
그러나 그가 방심하는 순간 딛고 선 바위가 그대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헙!!”
칼라반은 황급히 팔을 뻗어 움푹 팬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잠시 균형을 잃었던 칼라반은 암벽 중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되었다.
그는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끌어올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동굴 입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냥 암벽 등반하듯 올라가야겠군…….”
칼라반은 천천히 손을 뻗어 바위들을 짚었다.
혹시나 또 바위가 굴러 떨어지진 않을까 한 번 한 번 움직이는데 조심을 기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칼라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뭐지 저 꽃은……?”
암벽들 사이에 홀로 피어 있는 꽃이었다.
마치 누군가 조각이라도 한 것처럼 선명한 태의 종 모양 꽃봉오리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색깔 또한 짙은 분홍빛을 띠면서도 묘하게 황색깔을 드러내 신비로움을 더했다.
그 모습이 너무 신묘해 칼라반은 저도 모르게 꽃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더 신기하군…….”
꽃에서 나오는 짙은 향이 칼라반의 코끝을 자극했다.
[상태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만독지체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