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2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42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42화
갑자기 나타나는 메시지창에 칼라반도 당황하고 말았다.
가까이서 그저 향만 맡았을 뿐인데 상태 이상뿐만 아니라 만독지체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이 말은 즉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중독이 된다는 뜻이었다.
만약 만독지체 스킬이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중독되어 암벽 밑으로 떨어져버렸을지 몰랐다.
실제로 상태 이상 메시지가 나타난 후 만독지체 스킬이 발동되었음에도 칼라반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운이 좋았군…….”
생각하기도 싫은 아찔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런 꽃이 있는 곳이라면 다른 몬스터들도 쉽게 접근해 오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칼라반은 아름답고 농익은 자태를 뿜어내는 이 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꽃은 묘하게도 계속해서 자신의 시선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다른 생각을 하면 어느새 시선은 몽롱하게 눈앞에 꽃을 의식하고 있었다.
“냄새만으로도 만독지체 스킬을 발동시킨다라… 그렇지 않아도 만독지체 스킬만 하급이라 어떻게 올려야 하나 고민중이었는데… 흐음… 그렇다면 이 꽃을 이용하면……!”
잠시 고민에 잠겼던 칼라반은 이내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꽃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어야 했다.
물론 처음 접해보는 이 꽃에 호기심이 계속 일긴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었다.
“일단은 각성 퀘스트가 더 먼저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
칼라반은 시선을 돌려남은 시간을 살폈다.
이제는 정말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다행히 동굴 입구는 꽃이 있는 곳과 멀지 않았다.
칼라반은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성큼성큼 올라간 그는 마침내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입구가 크네…….”
동굴 입구는 성인 다섯 명 정도는 동시에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의 크기였다.
칼라반은 안으로 들어서기 전 돌멩이부터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안쪽으로 돌멩이를 힘껏 집어던졌다.
후웅―!
드르르르―
돌맹이는 멀리 날아갔음에도 바닥을 굴렀다.
생각보다 깊숙한 넓이라는 얘기였다.
칼라반은 혹시 몰라 검을 들어올렸다.
돌맹이가 구르는 소리를 듣고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빠르게 상대할 생각이었다.
“…….”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긴장한 눈빛으로 침을 삼키던 칼라반이 돌연 자신의 이마를 때렸다.
“그동안 무공에 집중했다고 마인드까지 완전히 무림인이 되어버린 거냐…….”
그는 어둠속에서 까망이들을 소환해내었다.
오랜만의 부름에 신이 난 까망이들이 통통 튀며 칼라반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동굴 안에 뭐가 있나 확인해 줘.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이니 너희들이라면 빠르게 살피고 올 수 있지?”
“끼루루―!!”
“끼룩!!끼루룩!!”
힘차게 답한 까망이들이 어둠을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파도 타듯 힘차게 밀려갔던 까망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녀석들은 금방 돌아와 칼라반의 앞에서 통통 튀었다.
“누가 있어?”
칼라반의 물음에 까망이들이 온몸을 다해 도리도리쳤다.
까망이들의 답에 칼라반도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긴장이 더해가던 찰나였다.
그는 최대한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둠 정령술사로서 어둠이 눈에 익었기 때문에 길을 알아보는 데엔 전혀 문제없었다.
거기다 동굴 안쪽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야명석들이 몇몇 개 박혀 있었다.
“휴우… 이정도 들어왔으면 되겠…….”
[제한시간 1시간이 모두 경과했습니다. 강제로 수련의 공간에 입장하게 됩니다.] [5…4…3…2…1…0……!]칼라반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의 정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계만 일그러지고 있었다.
털썩!
칼라반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끼루?”
“끼루룩!!”
까망이들은 쓰러진 칼라반의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들은 당황해 하는 한편 빠르게 어둠을 펼쳐 칼라반의 몸을 가려주었다.
#수련의 공간
뒤틀리는 공간에 현기증을 느꼈던 칼라반은 잠시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동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자신은 원형으로 된 커다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횃불만 밝혀져 있을 뿐 별다른 것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칼라반은 가볍게 몸을 띄워 보았다.
탁. 타닥.
발바닥으로 생생한 감각이 전해졌다.
딱딱한 소리까지 들으니 발밑의 돌들도 진짜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정신적인 공간이 아닌 건가……?”
칼라반은 혹시 몰라 이번엔 발을 거세게 굴렀다.
바닥을 있는 힘껏 때리니 또다시 강렬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건 진짜… 같은데……?”
자신의 예상과 다른 상황에 칼라반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을 때였다.
[1차 각성 퀘스트 : 기의 발현(發現)첫 번째 관문 ― 흑강석에 상처 내기.
많은 이들이 흑강석에 상처를 입혀보려 했지만 실패의 고배를 맛봐야 했습니다.
평범한 힘으로는 결코 흑강석에 상처를 입힐 수 없을 것입니다.]
“흑강석?”
쿠르르릉―!!
칼라반이 의문을 표하자마자 지축이 요란하게 울리며 바닥에서 커다란 석판이 솟구쳐 올라왔다.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칠흑빛의 거대한 석판은 칼라반의 키를 훌쩍 넘었다.
“이게 흑강석이란 건가?”
그는 흑강석에 다가가 손가락을 튕겼다.
살짝만 닿았는데도 표면이 엄청나게 단단한 느낌이었다.
“혹시 모르니 일단은 시험해볼까…….”
칼라반은 세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한 차례 심호흡을 고른 뒤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하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카아앙―!!!
거친 쇳소리와 함께 힘없이 검이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칼라반은 멈추지 않고 연신 검을 휘둘러보았다.
모든 힘을 다해 내리친 일격들이었건만 흑강석에는 작은 흠집조차 나질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는 검을 당기며 다시 기수식을 취했다.
“연환칠검!”
칼라반의 검이 일곱 번의 회전을 그려내며 흑강석을 때렸다.
연환칠검 스킬로도 흑강석이 멀쩡한 모습을 보이자 칼라반은 곧바로 다음 스킬을 펼쳤다.
검을 수평으로 누인 칼라반이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반월을 그리며 흑강석에 다가갔으나 중간에 가로막혀 우뚝 멈춰서 버렸다.
반월참 스킬까지 펼쳐보였으나 이번에도 역시 흑강석은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쉬울 리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이건 내공을 이용해 부숴야 하는 건가?”
“호오… 제법 감각이 있는 편이로군.”
그때 누군가 흑강석의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으하하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니 반갑구려!”
칼라반은 자신의 앞에서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분명 이 사내를 알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확히 기억에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아수라……?”
“후훗 많이 놀란 얼굴이로군?”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하하하 많은 것을 알려들 필요는 없소. 무의 세계는 그만큼 신비한 것이니…….”
칼라반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만약 헛것을 보고 있는 거라면 다시 눈을 떴을 때 아수라의 모습은 말끔히 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수라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믿을 수 없군…….”
“그리 놀랄 것 없소. 그대도 짐작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 이곳은 실제하는 세계는 아니오. 그러니 그때 숨을 다한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겠지. 정확히는 정신체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아, 그렇지만 그대에게는 이곳이 실제 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계속 얘기하는 것보다… 한 번에 확인 시켜주는 것이 낫겠군.”
아수라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피슉―!
칼라반의 팔뚝에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생겨났다.
단지 손가락을 튕긴 것뿐인데 이런 상처를 남긴 것이다.
“으음……!”
따끔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칼라반이 놀란 눈으로 순식간에 생겨난 상처를 바라보았다.
“어떻소? 느껴지는 통증이 꼭 진짜와 같지 않소?”
“그렇군요…….”
“이곳에서 입은 상처는 실제 그대의 육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오. 그러니 만약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라도 한다면…….”
아수라는 잠시 말을 끊고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동안 칼라반을 응시했다.
“영원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요. 생각해보시오. 그대의 정신이 이곳에서 죽은 이상 한낱 그릇에 불과한 육체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소.”
“……!”
아수라의 삼엄한 경고에 칼라반으로서도 경각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심각한 얼굴에 아수라가 피식 웃음을 보이고 말았다.
“껄껄 내 농이 너무 지나쳤나 보군. 이곳에서 그대가 죽음을 맞이할 일은 없을 것이오. 설사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한들 정신이 붕괴되는 정도겠지.”
“아…….”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군. 마인(魔人)에 대해서 말이오.”
“마인? 마인이라면…….”
“호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한 눈치구려. 그렇소. 마인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지. 아무튼 그대를 겁주기 위해 해본 말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오. 그보다…….”
아수라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칼라반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다.
그는 입가에 오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흐음… 근간이 되는 바탕은 잘 단련시켜온 것 같은데… 조금 전 지켜보니 나의 수라파천공은 그저 어린아이가 흉내 내는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더구려. 그래서는 백날 이 흑강석을 때려봐야 손톱만큼의 흠집도 내지 못할 것이외다.”
“역시… 기의 발현이라는 것은 그렇담 검기(劍氣)를 뜻하는 겁니까?”
“호오… 바로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다니 범재(凡才)를 지녔지만 머리는 비상한 편이로군.”
아수라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천천히 흑강석 앞으로 걸어갔다.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그의 커다란 체구도 흑강석 앞에서는 작아보였다.
아수라는 손바닥을 흑강석 앞으로 가져갔다.
“잘 보시오. 굳이 검기가 아니더라도 내기를 다룰 줄 안다면 흑강석에 상처를 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오.”
아수라는 흑강석에 마주 댄 손바닥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그저 가볍게 손을 움켜쥐는 정도였다.
콰드드드득―!!!
그러나 조금 전까지 칼라반의 검을 무자비하게 튕겨내던 흑강석이 마치 두부 부숴지 듯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수라가 다시 손을 떼자 흑강석의 잔재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시겠소? 본격적으로 내기를 다룰 줄 안다면 이런 것 정도는 우스운 일이지.”
눈앞에서 본 광경에 칼라반도 두 눈을 부릅떴다.
그가 집중하는 듯하자 아수라도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눈빛이 아주 마음에 드는 구려. 좋소. 어차피 그대가 벽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본좌의 내공을 그대의 백회혈(百會穴)… 그러니까 머리에 남겨두는 안배를 취했던 것이니… 너무 걱정할 것 없소. 내가 있는 한 그대의 무공 실력은 일취월장 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