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44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44화
다시 한참을 걸어가던 중 그녀의 귓가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여기는 라그나로크에서도 꽤나 외곽지역에 속하는데… 누군데 여기까지 온 거야?”
그녀는 마침 잘 됐다 싶어 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지 않아도 칼라반이 있다는 장소가 어느 방향인지 헷갈리려던 참인데, 이곳이 어딘지 위치라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대의 정체가 누구인지 파악한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지?”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바로 라모텔이었다.
칼라반과 서열전을 치루었던 상대.
이제는 칼라반 덕분에(?) 가장 밑바닥 신세는 면한 사내였다.
라모텔의 뒤론 여러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섣불리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기로 가는 게 맞는 건가?”
“그렇습니다. 다른 동료들 말로는 그 특이한 복장의 남자가 이쪽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고 합니다.”
“이렇게나 외곽지역에 자리 잡았다니… 하긴 그게 더 나은 판단일지도 모르겠군… 안쪽에 자리를 잡았으면 또 어떤 험한 꼴들을 당했을지 모르니… 차라리 이렇게 외곽으로 나와 숨어 지내는 것이 낫겠단 생각이었겠지…….”
라모텔은 한껏 자신감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후우… 그때 그놈을 죽였어야 했는데… 덕분에 내가 이런 꼴이 되고 말았잖나…….”
“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때는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질 않습니까. 게다가 이제는 공민이라는 사내를 죽이지 않으면… 저희가 먼저 죽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것인지… 그래도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그게 하위권 인생의 서글픔 아니겠어…….”
“금방 올라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나보다 서열 아래인 녀석을 치러 가는데 이렇게 사람들까지 붙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라모텔은 조금 멀리 떨어져 뒤따라오고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번 일에 확실함을 기하기 위해 하이데가 함께 붙여둔 병력들이었다.
모두 하이데를 따르는 이들로 정예 훈련을 거친 이들이었다.
부끄럽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블레이드 후보인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이들도 몇몇 있어 보였다.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겠죠… 지난번에 실패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쯧… 지난번에는 헤이나가 방해해버린 바람에 실패했던 거잖아? 게다가 하이데도 헤이나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더만…….”
“쉿… 조용히 말씀하십시오… 저들이 듣겠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러 온 것도 있지만 감시하기 위함도 분명 있을 겁니다…!!”
“으… 여기저기 눈치나 보는 신세라니… 참 기분 뭣 같군…….”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며 대화를 엿듣고 있던 헤이나가 그녀의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그럼 지금 쟤들은 공민을 죽이러 가는 거란 말이야? 거기다 하이데 이 자식은… 끝까지…….”
그러나 그녀는 나서지 않고 일단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 나가서 저들을 모두 반쯤 죽여 놓는 것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래도 공민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아는 듯 보이니까 잠시 길 안내 좀 받아야겠네.”
그녀는 라모텔과 수하들은 물론 하이데의 수하들에게까지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가자 그들의 앞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도 잘 비치지 않는 것인지 숲엔 그늘이 잔뜩 져 있는 상태였다.
중앙엔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보였다.
입구 부근에 선 라모텔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이쪽에 이런 숲이 있던가? 괜히 불쾌한 느낌을 주는데…….”
“제가 알기로 저쪽에 폭포와 이보다 더 큰 산이 있습니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서부터 그 숲이 시작하나 봅니다.”
“그렇군…….”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몇몇 사람들이 실종된 장소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뒤에서 거리를 벌리며 따라오던 하이데의 수하들이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대장격인 론테르니가 라모텔쪽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양측으로 갈라져서 가도록 하지요.”
“양쪽으로? 어째서지?”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곳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보다 인원을 분산시켜서 진입하는 것이 훨씬 더 저들의 이목을 속이기에 효율적일 것입니다.”
“흐음… 그러니까 결론은 양쪽으로 나눠서 시선을 분산시키자?”
“바로 그렇습니다.”
라모텔의 말에 론테르니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정면을 가리켰다.
“라모텔님과 다른 분들은 이곳 중앙에 나있는 길로 들어가십시오. 저희가 측면으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중앙으로 가라고?”
“예. 여러분들보다는 저희가 측면으로 파고드는데 더 능숙할 겁니다. 하이데님도 그걸 고려해서 저희들을 합류시킨 겁니다.”
“으음… 아무리 그래도…….”
라모텔은 이 찜찜한 기분을 벗겨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크흠… 일단은 저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모텔님…….”
“맞습니다.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틀어지는 것보다는… 게다가 저희는 중앙으로 들어가든 측면으로 돌아가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뭔가 찜찜하단 말이지…….”
#유운량의 실력
하지만 결국 라모텔은 론테르니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수하의 말마따나 자신들은 중앙으로 가나 돌아가나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없는 길로 가는 것보다 눈앞에 훤히 드러나 있는 길로 들어가는 것이 마음은 더 편할 듯싶었다.
“좋아. 그럼 우리가 중앙에 보이는 저 길로 가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이곳 산등성이만 올라가면 공민 후보님이 숨어 지내는 장소가 나올 듯합니다. 예상되는 위치는 이곳.”
론테르니는 품 안에 있는 지도를 펼쳐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켜 보였다.
라모텔뿐만 아니라 다른 수하들도 그 위치를 눈 여겨 보았다.
“아마 이곳쯤에 공민 후보님과 그 특이한 복장의 사내가 함께 숨어 지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곳으로 몰래 숨어들어가 칼라반의 목만 노리면 됩니다. 그 밖에 수하로 추정되는 남자의 목숨엔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오직! 공민 블레이드 후보의 목숨만 끊어놓으면 되는 겁니다.”
론테르니는 마지막 말에 일부러 더 힘을 주었다.
론테르니의 말에 라모텔과 그의 수하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말을 강조하는 론테르니에게서 살기를 느낀 것이다.
만약 이 일이 실패하면 론테르니의 검은 칼라반이 아닌 자신들을 향할 것만 같아 보였다.
“그… 그럼 서둘러 출발하자고. 여기서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다가 저놈들이 먼저 우리를 발견하고 내뺄 수도 있잖아?”
“맞습니다. 저희는 그럼 우측으로 선회하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 위치에서 뵙도록 하지요. 만약 먼저 도착하시더라도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주십시오. 모두가 도착한 후 완벽한 작전을 펼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 일단 우리 먼저 출발하겠어.”
“혹시라도 그자들이 라모텔 후보님의 일행을 먼저 발견하고 도망가게 되더라도 끝까지 추격해주십시오. 그래야 저희도 함께 포위망을 좁혀 그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겁니다.”
“맡겨두라고.”
라모텔은 수하들과 함께 중앙에 있는 길로 들어섰다.
그들이 완전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론테르니도 수하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완전히 사라지고 몸을 숨기고 있던 헤이나가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라모텔 일행이 걸어 들어간 길과 론테르니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흠… 어쩌지? 일단 놈들의 목적은 확실한 것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모른 척 그냥 두자니 공민이랑 특이한 복장을 한 녀석도 위험할 텐데…….”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헤이나는 자신의 긴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풀어 헤쳤다.
그리곤 라모텔이 아닌 론테르니 일행이 걸어간 방향으로 몸을 틀어버렸다.
“아 몰라…! 저쪽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나는 일단 하이데 녀석한테 한 방 먹여주겠어.”
마음을 굳힌 헤이나가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론테르니 일행이 이곳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헤이나가 마음먹고 따라가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터였다.
막상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다시 한 번 라모텔 일행이 걸어간 길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겠지…? 설마 내가 저놈들 때려죽이고 올 동안 이미 당해버리는 것 아냐…? 그때 그 실력으로 봐선… 충분히 가능한 일 같은데… 게다가 이번에는 라모텔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함께잖아…? 아으… 어떡하지? 그 이상한 옷을 주워 입은 녀석은 그래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려나? 근데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 영… 믿음직스럽진 못한 것 같은데… 꼭 험한 일 한 번 안 해봤을 것 같은… 그런 비실비실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근데 또 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아 몰라몰라! 일단은 하이데 쪽부터 처리하자. 어차피 그 사람들한테는 라모텔 쪽보다 거기가 더 위험할 테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째서인지 헤이나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작정하고 론테르니 일행을 쫓기 시작했다.
헤이나가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신기하게도 중앙에 나있던 길은 점차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한편, 중앙의 길로 들어선 라모텔 일행은 햇빛이 잘 들어서지 않는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 선 라모텔은 연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쳇… 결국은 우리더러 미끼 역할을 하라는 것 아냐? 근데 뭐? 시선을 분산시켜? 쳇… 말은 잘해요…….”
“별 수 없지 않습니까… 말을 듣지 않으면 우리까지 죽일 기세였습니다… 어우… 눈이 어찌나 무섭던지…….”
“하아… 이래서 사람은 강하고 봐야 해… 특히나 라그나로크 안에서는 힘이 곧 권력이다…!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빠르게 강해질 거다…! 지금은 하이데가 날 이용하지만… 두고 봐라…! 그 이후에는 내가 오히려 놈을 이용하고 있을 테니……!”
“하지만 하이데의 뒤에는 하르스마이어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다른 블레이드님들보다 잔혹한 성정으로 유명하신데…….”
“끄응… 그게 바로 다들 하이데한테 꼼짝 못 하는 이유지… 정작 하이데는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그 뒤에 버티고 있는 하르스마이어 블레이드님은… 진짜니까… 게다가 동생을 끔찍이도 아낀다고 들었는데…….”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길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야? 왜 계속 같은 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느낌이지?”
“라모텔님도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저 역시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묘하게 같은 곳을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는 느낌이에요…….”
“흐음… 그럼 어디…….”
라모텔은 근처 눈에 띠는 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곤 검으로 나무에 ‘X’자 표시를 남겼다.
“자, 표식을 남겨두었으니 이대로 가보자.”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이번엔 이쪽으로 가보시죠.”
라모텔과 수하들은 이제까지와 방향을 조금 달리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들은 곧 좀전에 라모텔이 표시해둔 x자 표식과 마주해야 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정말로… 같은 곳을 돌고 있었단 말이야……?”
“에이…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이쪽으로 가보시죠!”
수하 한 명이 다른 길로 안내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또다시 x자 표시가 되어 있는 나무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미쳐버리겠군…….”
“라모텔님… 저 지금 소름 돋으려 합니다…….”
“맞아…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숲에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건가……?”
수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할 때 라모텔이 검을 들고 나섰다.
그는 한쪽 방향을 보고서서 검을 한껏 들어올렸다.
“그러면 나무를 하나씩 베어가면서 가보면 되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휘링―!
콰직!! 콰지직!!
그가 나무를 베기 시작하자 수하들도 뒤따라 하나씩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라모텔이 계속해서 힘을 쓰며 앞으로 나아가는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라모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