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46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46화
헤이나는 가볍게 팔을 휘둘러 다가오는 검날을 밀어내었다.
이어 그녀의 손이 사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휘릭―!
콰앙!!!! 콰지직!!
단지 사내를 바닥으로 집어던졌을 뿐인데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갑옷이 으깨지고 말았다.
쾅! 파쾅!!
헤이나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한 명씩 차례로 바닥에 꽂혀버렸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헤이나의 손속 앞에서 제대로 된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바닥에 내쳐질 때마다 갑옷은 균열을 일으키며 깨어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충격에 내팽겨 쳐진 이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하이데 옆에만 붙어 있어서 블레이드 후보 자리가 만만해 보였나봐?”
순식간에 여러 명의 사내들을 바닥에 내다 꽂아버린 헤이나가 론테르니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선 거친 숨소리 하나 없었다.
“맨몸으로 이렇게까지… 모두 최선을 다한다!! 죽을 각오로 싸우는 거다.”
론테르니가 남은 수하들과 각오를 다지며 소리쳤다.
그들은 일제히 헤이나에게 덤벼들 생각이었다.
론테르니 일행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헤이나는 평온하기만 했다.
“죽을 각오로 싸울 필요 없어. 어차피 너희는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니까.”
* * *
라모텔 일행을 처리하고 곧바로 론테르니 일행을 쫓았던 유운량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발걸음을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흐음…. 이게 어찌된 것인지…….”
그는 눈앞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살아 숨 쉬는 이들도 몇몇 있어보였지만 부상이 극심해 가망은 없어보였다.
“게다가 여기저기 파여 있는 이 구멍들은 대체…….”
쓰러져 있는 사내들 사이사이로 움푹 파여 있는 구멍들도 눈에 띄었다.
마치 커다란 쇠구슬을 떨어트려 지면을 눌러놓은 것처럼 보였다.
“으으…….”
“괴… 괴물… 도와주십…시오……!”
아직 숨이 한 가닥 붙어 있는 자들이 유운량을 보고 소리쳤다.
유운량은 그들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이들의 팔다리는 이미 제 구실을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제 멋대로 꺾인 팔다리로 아무렇게나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끔찍하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쪽. 공민과 관련된 사람 맞죠? 지난번에 공민을 데려갔던 그 사람 같은데. 그 식당에서도 봤었던 것 같고…….”
유운량은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도 헤이나를 곧바로 알아보았다.
유운량은 헤이나를 쓰러진 칼라반을 위해 나서준 고마운 여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유운량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헤이나예요.”
유운량의 갑작스러운 소개에 헤이나도 저도 모르게 자신을 소개했다.
분명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데 막상 유운량을 마주하니 어딘지 모르게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호오… 헤이나님이셨군요. 혹시 이들을 이렇게 만든 분이 헤이나님이십니까?”
“네… 그렇긴 한데…….”
“그렇군요…….”
“어차피 이 녀석들 모두 공민의 목숨을 노리고…….”
여기까지 말하던 헤이나가 괜히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말하고 보니 칼라반의 목숨을 노린다고 해서 이들을 처리한 것 같았던 것이다.
사실은 그것보다 하이데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던 마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운량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이것 참 감사한 일이로군요. 지난번에도 헤이나님께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두 번씩이나 도움을 받다니… 주공을 대신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아 그게…….”
유운량은 헤이나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여보였다.
그의 진중한 모습에 헤이나가 오히려 당황해 하며 말을 더듬었다.
“혹시 이곳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주공을 만나 뵙기 위함이십니까?”
“어… 아… 네… 일단은 그런데… 그… 몸은 좀 괜찮은가요……?”
“후후 그때의 부상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이미 완전히 회복하셨습니다.”
“마음은…….”
“예?”
“아… 아니에요!”
“그런데 주군께선 지금 수련에 들어가셨습니다.”
“수련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헤이나가 놀라 물었다.
그녀는 사실 아직까지도 칼라반이 패배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털어내고 수련을 하고 있다니…….
“생각보다 정신력은 강한가보네…….”
“흐음… 현재 수련에 몰두하고 계시긴 하지만… 이렇게 먼 발걸음을 해주셨으니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두 번씩이나 도움을 주신 헤이나님이라면 야속하게 그냥 보내드릴 순 없겠지요.”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바로 만나 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저도 지금 주군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니 주군을 만나 뵙고 싶다면 찾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에? 그쪽도 공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구요……?”
“후후 직접 가보시면 제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헤이나님이라면 금방 주군이 계신 곳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유운량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파초선으로 그의 하관을 가렸다.
헤이나는 아리송한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피이잉―!
그때 대기를 울리는 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처음 듣는 소리에 헤이나가 신속히 소리의 정체를 살피려 했다.
그런 헤이나를 유운량이 말렸다.
“후후 그리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제가 만들어놓은 진법에 누군가 걸려들었다는 알람과도 같은 소리입니다.”
“진법이요……?”
“아, 쉽게 말하면 마법진입니다.”
“네? 그러면 마법진을 그릴 줄 안다는 말씀이시군요?”
“흐음… 이곳의 마법진과는 궤를 좀 달리 합니다만… 일단은 비슷한 것이라고 해두겠습니다.”
“마법진이라니… 대단하시네요…….”
헤이나도 일전에 마법진에 관한 설명들을 듣긴 했지만 워낙 복잡한 얘기라 마냥 흘려듣곤 했었다.
“후훗 그리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간단한 방진에 불과하니까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그런지 달리 보이긴 하네요.”
“그럼 안쪽으로 드시겠습니까? 저기 보이는 나무를 넘어서면 제가 밟은 곳을 똑같이 밟으며 따라와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어버리실 수 있습니다.”
“아… 마법진 때문인가 보군요. 알겠어요.”
“음?”
발걸음을 옮기던 유운량이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헤이나도 동시에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몇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그녀도 느낀 것이다.
“제가 처리하고 올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후후 아닙니다. 헤이나님은 이곳에 오신 손님이니 이번엔 제가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유운량은 파초선을 들어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동안 진법을 이용해 침입자들을 조용히 처리했던 유운량이 처음으로 직접 나선 것이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십수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을 먼저 알아본 헤이나가 역시 자신이 나서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저건… 제가 아는 블레이드 후보의 수하들인 것 같은데… 그냥 제가 나설게요. 아무래도 쟤들이 이곳까지 찾아온 데엔 제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으니까요.”
“헤이나님의 손님들입니까?”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제게 불만이 있는 건데 이쪽으로 풀러 온 것 같아서요.”
“아!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지금은 이곳에 헤이나님도 계시니 다시 돌려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운량은 조용한 걸음으로 앞까지 나섰다.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천천히 파초선을 들어올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헤이나는 우두커니 유운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자신이 나서면 되었으니 그다지 걱정은 없었다.
다만 유운량이 이상한 물건을 들어올리니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다시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유운량이 파초선을 가볍게 휘둘렀다.
휘우우우웅―!!!
파초선에서 시작된 엄청난 강풍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사내들을 덮쳤다.
“크윽…! 갑자기 이게 뭐야!?”
“뜬금없이 왜 이런 강풍이……!!”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버티고자 했지만 워낙 강한 바람의 힘에 점차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작은 나무들도 바람에 휩쓸려 나갔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파초선이 일으킨 강풍에 모두가 휩쓸려 떠나버렸다.
“음… 생각보다 위력이 강하군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유운량은 한 차례 강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반면 헤이나는 유운량이 일으킨 광경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셨구나…….”
#검기를 다루다
칼라반은 집중한 얼굴로 오직 검끝만 바라보았다.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몸속의 내공을 운용했다.
익숙한 듯 이질적인 이 기운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아수라와 함께 한 6개월의 시간이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그래도 시간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계속된 노력 덕분에 이제는 단전의 내공도 순순히 칼라반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주었다.
“검을 내 신체의 일부라 생각해야 하오. 그래야 내공을 끝까지 발현할 수 있소.”
곁을 지키고 있던 아수라가 나지막이 한 마디 얹어주었다.
칼라반은 끝까지 집중을 잃지 않고 내기의 운용에 힘썼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검신(劍身)에 환한 빛무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환한 아지랑이가 천천히 검신을 감싸 안았다.
이를 본 칼라반이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흑강석 앞으로 다가갔다.
스윽.
그는 검을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칼라반의 눈이 빛나는 순간 검은 대각선을 그리며 대차게 하강했다.
휘리링―!
휘강―!!!
검이 지나간 자리에 선명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단단하게만 느껴지던 흑강석에 마침내 검흔(劍痕)을 새기고만 것이다.
“아… 아아…….”
그동안 아수라에게 혹독한 수련을 받아왔던 칼라반이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얼굴엔 다른 무엇보다 희열이 가득 차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마침내 해내고만 것이다.
띠링!
[1차 각성 퀘스트 ― 첫 번째 관문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내공이 증진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으하하하!!! 축하하오!! 드디어 검기를 발현해 내었구려!! 지금 이 느낌을 꼭 기억하시오! 이것이 바로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 검이 상대에 닿지 않고 검기만으로도 베고자 하는 것을 벨 수 있는 검술의 경지를 뜻하오!”
아수라는 진심으로 칼라반을 축하해주었다.
솔직하게 말해 칼라반이 검기를 다루는데 1년쯤은 걸릴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칼라반은 단 6개월 만에 완전한 검기를 발현해내고 말았다.
아수라가 혹독하게 수련시킨 것도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칼라반의 능력도 새삼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