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4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47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47화
어떤 방법을 사용한 것인지 칼라반은 자신이 가르치는 대로, 때로는 가르치는 것보다 몇 수 앞으로 나아가서 습득해내곤 했다.
‘기이한 그 힘 덕분인지도 모르겠군.’
아직까지도 제대로 믿기지 않는 것인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칼라반을 아수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님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칼라반은 아수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제는 스승님이라는 말도 입에 찰떡같이 붙어버렸다.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 아수라를 어떻게 부를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바로 ‘스승님’이었다.
어찌 되었건 자신은 아수라의 무공을 배우는 제자였으니, 아수라를 스승님이라 칭하는 것이 맞아보였다.
처음 스승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수라도 어색해 하는 듯 했으나 이내 금방 적응해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제자인 칼라반을 충분히 존중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후후 아니오. 내 아무리 잘 가르친다 한들, 배우고자 하는 이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 아니겠소. 나의 고된 수련을 묵묵히 견뎌낸 그대의 능력에 사실 감탄을 금치 못했소.”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 모든 걸 쏟아내 가르쳐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크하하하 좋소! 뭐가 어찌 되었건 그대가 검기상인의 경지를 이루었다는 것은 응당 축하할 일! 오늘 하루만큼은 푹 쉬며 이 느낌을 되새기도록 하시오!”
아수라는 칼라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지난 6개월이라는 기간, 짧다면 짧다 할 수 있고 길다 말하면 충분히 길다 말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칼라반을 곁에서 쭉 지켜봐온 아수라였기에 친우인 레클레이가 왜 그토록 이 사내를 따랐는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해낸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있다면 거칠 것 없이 시도하는 사내.
이것이 아수라가 지켜본 칼라반이라는 사내였다.
아수라는 큼지막한 그의 두 손을 칼라반의 어깨에 올렸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선을 마주치고 섰다.
아수라는 스승된 입장으로서 아무래도 제자인 칼라반에 대한 걱정이 조금 앞서기도 했다.
“누누이 일러두지만 검기상인의 경지는 말 그대로 검기(劍氣)를 다루는 경지요. 그러니 이제 겨우 상승 무공의 초입(初入)에 들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물론 이 검기만으로도 무궁무진한 무공들을 펼쳐 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경지임엔 틀림없소. 하지만 늘 말했듯 그대가 꾸준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장담컨대 이후에 검기를 넘어 훨씬 상승의 경지에도 충분히 들어설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때로는 나의 무공에만 국한되지 말고 천천히 그대만의 무공을 만들어가도록 하시오. 수라파천공은 능히 그럴 바탕이 될 수 있는 무공이니 말이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크하하!! 그대가 나의 무공을 사용하며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것! 그것이 내게 은혜를 갚는 길이라 생각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칼라반의 답이 끝나자마자 점차 그가 있는 공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아수라의 발끝도 점차 희미해져갔다.
[1차 각성 퀘스트 ― 첫 번째 관문을 완료하셨기 때문에 수련의 공간에서 벗어납니다.]아수라는 점차 부서져 가는 공간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인가 보군.”
“벌써…….”
“너무 아쉬워 마시오.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날 수 있게 될 테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스승님 앞에 서니 저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으하하 아직 본좌와 비교하기엔 너무 이르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늘 스스로를 믿고 정진하시오! 그대라면 충분히 본좌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칼라반의 답에 아수라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그는 두 눈을 얄궂게 뜨며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본좌 몰래 홀로 수련하던 그 힘도 있질 않소?”
“역시 눈치채고 계셨습니까?”
“후후 이곳에 그대와 나 둘밖에 없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소. 참으로 기이한 힘이오. 그런 괴상한 생물을 불러오다니 말이오.”
“어둠의 정령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친우인 레클레이에게 들어서 기억하고 있소. 그대의 그 힘은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로 엄청났다고 말이오.”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칼라반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나 아수라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것은 시간이 차차 해결해줄 일!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 없을 것 같소. 게다가 잃어버렸다던 그 힘은 일전에 그대가 사용했던 힘이 아니오? 그렇다면 충분히 이전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거요. 내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어둠의 정령이라는 생물들을 불러내고 본좌의 무공으로 적들을 압살할… 그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다는 것즘이오.”
“아…….”
“크흐흐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해본 소리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 그리고 이건……!”
아수라는 순식간에 손가락을 움직여 칼라반의 몸 이곳저곳을 짚었다.
그의 손가락이 짚는 곳마다 뜨겁고도 상쾌하기까지 한 묘한 느낌이 밀물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작별하기 전 제자에게 주는 선물이오.”
아수라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돌아섰다.
그가 칼라반에게 등을 보이자마자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칼라반이 딛고 서 있던 공간마저 이제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덕분에 칼라반은 아수라에게 이렇다 할 감사의 말도, 이별의 말도 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아수라가 있던 곳을 향해 허리를 숙여보였다.
6개월 동안 아수라는 그에게 많은 것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었다.
이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칼라반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적막한 어둠이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끼루루…….”
“끼루!!”
까망이들이 눈을 뜬 칼라반을 보며 그들이 만들어낸 어둠을 걷어냈다.
그러자 다시 환한 동굴 속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긴…….”
칼라반은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동굴을 기억했다.
까망이들은 무사히 눈을 뜬 칼라반을 반겨주었다.
그는 주변에서 통통 뛰고 있는 녀석들을 손으로 쓰다듬어주었다.
“너희들이 나를 지켜주었나 보구나. 고맙다.”
그의 인사에 까망이들이 더욱 신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웃으며 바라보던 칼라반은 문득 허기짐을 느꼈다.
뱃속이 공허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거지…….”
날이 밝아 있는데다 주변에 누군가 있는 것도 아니라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우선 몸을 일으켜보았다.
그래도 시간이 꽤나 흐른 것인지 몸 여기저기가 뻐근함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가볍게 몸을 풀어낸 칼라반은 동굴 안쪽을 바라보았다.
곳곳에 박힌 야명석 덕분에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아보였다.
“일단 안쪽에 뭐가 있는지 살펴볼까.”
괜한 호기심일지 몰랐으나 혹시 모르지 않는가.
안쪽에 먹을 만한 것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칼라반은 까망이들을 대동하고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벽쪽이나 바닥을 살펴보아도 별다른 특별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먹을 만한 것도 없는 건가…….”
칼라반이 내심 실망하고 있는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동굴 안에 커다란 공동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야명석들이 여러 군데 박혀 있어 공동 내부는 완전히 환하게 밝혀 있었다.
칼라반은 누군가 일부러 야명석을 가져다 놓았음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야명석이 균일한 간격으로 곳곳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사용하던 곳인가……!?”
칼라반은 혹시 몰라 주변을 살피며 공동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함정이라도 있을까 싶어 조심을 기했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공동 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조잡하게나마 만들어낸 도구들이나 간단한 가구들이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허기를 달랠 식량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어차피 이곳에 먹을 것들이 남아 있었다 해도 못 먹는 상태였겠지. 그래도 누군가 이곳에서 지내다 간 것엔 분명한 모양이로군.”
혹시나 지금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으나 그러기엔 놓아져 있는 도구들의 상태가 꽤나 오래되어 보였다.
곳곳에 수북한 흙먼지도 쌓여 있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어 보이기도 했다.
칼라반이 조용히 돌아서려는 때 그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이건 뭐지?”
그는 나무 선반 위에 있는 책들을 주목했다.
총 세 권의 책이었는데, 칼라반은 곧바로 입김을 불어 책표지에 쌓여 있는 흙먼지들을 제거했다.
표지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제목조차 적혀 있지 않으니 칼라반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았다.
책장의 내용을 살핀 칼라반의 눈이 점차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검술인건가……?”
#만드라고라(Mandragora)의 뿌리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검을 든 사내의 그림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의 자세는 바뀌어 있었다.
칼라반은 혹시 몰라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다른 책에도 검을 든 사내가 또다시 여러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세였다.
친절하게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따로 글을 적어둔 흔적은 없었다.
오직 그림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 대충 그린 것처럼 흘림체로 그려 놓았기 때문에 그림의 명확한 자세를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칼라반은 어설프게나마 책에 그려져 있는 자세들을 하나씩 따라해 보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자세를 따라해 보니 놀랍게도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들이었다.
“역시 검술을 그려놓은 것이었어… 그런데 대체 이걸 누가…….”
꼬르르륵―
칼라반의 고민은 길지 못했다.
우선은 허기부터 달래자는 본능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은 먹을 것부터 구해봐야겠군.”
수련의 공간에 갇혀 있는 동안 실제론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인지 몸은 공복의 고통으로 아우성 치고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동굴의 입구까지 걸어 나갔다.
문득 그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꽃…….”
그때는 1차 퀘스트의 영향으로 시간이 얼마 없어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하지만 칼라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일단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허기를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는 동굴 아래로 내려서자마자 먹을 것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근처엔 열려 있는 과실들도 많고, 지나다니는 짐승들도 꽤나 있어 허기를 달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랜 공복 때문에 빠르게 배를 채운 칼라반은 잠깐 휴식의 휴식을 취했다.
그는 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상태창을 들여다보았다.
[이름 : 칼라반전투력 : 227300
LV : 119
직업 : 아수라 ― 중급 무인 (패시브 직업 : 하급 어둠의 정령술사)
근력 : 178
민첩 : 154
지력 : 160
행운 : 108
미분배 스탯 : 0pt.
보유 스킬 ―수라윤회심공 / 수라마공 3성 / 금강지체(중급) / 만독지체 / 경공술
칭호 : 정령들의 축복을 받은 자 / 던전 슬레이어
마령환 흡수율 ―68%]
상태창을 들여다보던 칼라반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전투력이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그의 전투력이 약 10만이었는데, 1차 각성 퀘스트 후 순식간에 20만을 넘어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