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6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66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 66화
#고르아의 의지
“함부로 주군의 존함을 입에 올리지 마라.”
굳게 닫혀 있던 고르아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트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큭… 주군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칼라반은 그저 반역자일 뿐이다.”
“너같은 피라미 따위가.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웃기는 소리!!”
드디어 바트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몸을 날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흐아압―!!!”
힘을 실은 일격이 고르아에게로 향했다.
수직으로 올라선 검날이 거친 기세로 하강했다.
콱!
그러나 그의 검은 허무하게 막혀버리고 말았다.
고르아는 그저 손 하나를 살짝 들어 올리는 수준이었다.
너무나도 가볍게 막힌 바트로의 공격에 지켜보는 이들도 허탈할 지경이었다.
주륵―
검날을 붙잡은 고르아의 손에서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놀란 이는 바로 바트로였다.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게 막아설 수 없을 정도의 공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르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검날을 붙잡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손에는 작은 생채기 정도만 났을 뿐이다.
“황실 아카데미라고…….”
고르아는 붙잡은 검날을 한쪽으로 치워냈다.
바트로로선 어떻게든 고르아의 힘에 저항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의 검은 고르아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였다.
“이…이익…!”
바트로가 얼굴까지 붉혀가며 온 힘을 주었으나 검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그의 팔뚝엔 선명한 힘줄마저 떠올랐다.
고르아는 천천히 다른 쪽 손을 들어올렸다.
“어린애들 소꿉장난이나 하는 곳인가 보군.”
후웅―!
파쾅!!!!
“커헉……!”
고르아의 큼지막한 주먹이 바트로의 복부를 때렸다.
탄탄한 갑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힘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털썩!
바닥에 떨어진 바트로가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그는 슬쩍 시선을 내려 맞은 곳을 확인해보았다.
“맨주먹으로 갑옷을 이렇게…….”
단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갑옷엔 균열이 일어나 있었다.
터벅.
터벅.터벅.
고르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트로만큼이나 당황한 관중들의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특히나 바트로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하고 있던 귀족들은 굳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악취미로군. 구경거리가 되다니.”
고르아는 중앙에 앉아 있는 아크로이어 황제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분노와 함께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후우… 인정하겠다. 그래도 대전쟁 시대를 살아갔던 기사였는데… 내가 너무 당신을 얕봤어. 그러니 지금부터는 제대로 상대해주겠다. 정령 따위나 부리는 칼라ㅂ…….”
휘익―!
파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고르아의 주먹이 바트로의 안면을 가격했다.
바트로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일격을 내어주고 말았다.
그의 뺨을 보호해주던 투구는 고르아의 주먹 앞에서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건방진 입에 주군의 존함을 담지 말라고 했다.”
후우웅.
잠잠하던 고르아의 전신에서 강대한 마나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나의 흐름에 그가 입고 있는 옷마저도 펄럭거렸다.
“뭣하고 있는 거냐, 바트로! 봐주지 말고 전력을 다해라!!”
보다 못한 테슬러 후작이 소리쳤다.
그는 생각지도 않던 전개에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바트로에게 기대를 걸던 귀족들의 실망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실망은 곧 자신에 대한 실망인 것 같기도 했다.
특히나 테오스 왕의 표정도 신경 쓰였다.
‘시대를 잘 만난 주제에…….’
테슬러 후작은 테오스 왕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대기사장들 중에서도 가장 약한 무위를 가졌다고 평가 받는 사내.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테오스를 인정하는 이유는 그의 진정한 능력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러 후작은 뼛속부터 기사인 인물이었다.
그는 테오스 왕이 전쟁의 시대에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테오스 왕의 앞이니 더더욱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바트로가 그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 지경이었다.
“후웁……!”
고르아에게 두 차례나 맞고 얼떨떨해하던 바트로가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우웅―!
그의 검에 오러가 발현되기 시작했다.
“우오오――!!”
“오오오!!”
검 끝에 맺힌 오러를 보며 관중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고르아는 무덤덤한 태도였다.
“이제부턴 쉽지 않을 거다!”
바트로는 고르아를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사실 애초부터 고르아는 무기 하나 없이, 갑옷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
그에 반해 자신은 전신 무장을 하고 검까지 든 상태였다.
동등한 조건으로 대결을 펼치고 싶다 말했지만 높은 등급의 죄수로 있는 고르아에게 병장기를 지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사실 고르아를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조건 속이라 적당히 봐주며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달랐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수는 대략 8만 명.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모욕적인 창피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기사도에 어긋난 대결.
상대에게는 병장기도 주지 않고 이루어진 비겁한 대결이라는 후의 소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바트로의 머릿속엔 눈앞의 고르아를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마음뿐이었다.
그는 황실 아카데미에서 배운 대로, 테슬러 후작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검술을 펼쳤으나 애석하게도 고르아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고르아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바트로의 검을 피해내었다.
“이익……!”
이에 바트로는 더욱 열을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고르아는 마치 그의 검로를 미리 읽어내듯 손쉽게 피해내고 있었다.
“크윽…!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셈이냐! 내 마나홀의 마나가 바닥나길 기다리는 거라면 소용없는 짓이다!”
“오러 소드라. 좋은 방법이다만 상대방에게 닿질 않으면 위력이 강한 오러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지.”
검을 피하기만 하던 고르아가 마침내 두 팔을 움직였다.
휘리릭!
파앙!!! 파쾅!!
그의 주먹이 연속으로 바트로의 몸을 가격했다.
“크아아!!”
이에 분노한 바트로가 이성을 잃고 더욱 격렬하게 검을 휘둘러대었다.
“너. 우리를 과거의 퇴물이라 했나.”
“그렇다! 네놈들은 그저 과거의 퇴물일 뿐이다아!!!”
바트로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그 순간 강렬한 마나가 고르아의 팔을 휘감았다.
“너 따위는 그 전쟁터에서 단 한 번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파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트로가 저만치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바트로!”
“바트로오!!!”
“헙!!”
“꺄아악!!!”
벽면에 처박힌 바트로가 피를 토해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를 보호하던 갑옷은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고르아는 무심한 눈으로 바트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벽으로 날아가기 직전 바트로가 놓쳐버린 검이었다.
테슬러 후작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바트로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바트로의 옆에 도착하자마자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좋은 갑옷을 입고 있던 덕분에 치명상은 면한 상태였다.
그러나 처참하게 당한 제자의 모습은 이미 테슬러 후작으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고르아를 노려보았다.
“이 빌어먹을 놈이……!!!!”
파밧!
차랑!
테슬러 후작은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테슬러 후작!! 안 돼!!”
테오스가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테슬러 후작에게 테오스의 말이 들려올 리 없었다.
고르아는 옆에 놓아진 검을 들어올렸다.
“죽어라!!!”
테슬러 후작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고르아는 어렵지 않게 테슬러 후작의 검을 막아내었다.
위우웅―!!
테슬러 후작의 검에서 오러가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고르아의 검에서도 오러가 솟아올랐다.
후우웅―!!
고르아의 검에 실린 강렬한 오러가 테슬러 후작의 오러를 집어삼키는 듯 보였다.
둘의 검격이 계속 될수록 오히려 수세에 밀리는 쪽은 테슬러 후작이었다.
테슬러 후작은 고르아와 한 번 한 번 합을 부딪칠수록 전해져 오는 묵직한 힘에 내심 당황하고 말았다.
마치 거대한 돌판에 검을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치잇……!”
테슬러 후작은 검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반면 고르아는 우직한 검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테슬러 후작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하게 약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한 번 한 번이 날카로운 검격들이었다.
보다 못한 다른 기사들이 테슬러 후작을 도와 고르아를 제압하려 들었지만, 아크로이어 황제가 이를 말렸다.
“지켜봐라. 나는 테슬러 후작을 믿는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싸움에 집중했다.
테슬러 후작의 몸에 상처가 늘어나고 고르아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뿌려지는 그들의 피가 연무대를 적셨다.
덜그럭―!
휘청!!
치열하게 접전을 이어가던 중 테슬러 후작의 몸이 흔들리고 말았다.
바트로가 입고 있던 갑옷이 깨지면서 떨어져 나갔던 파편을 밟아버린 것이다.
그 잠깐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고르아의 검이 테슬러 후작의 팔을 베어버리고 말았다.
촤라락―!!
“크아악!!”
테슬러 후작은 핏물이 터져나오는 부위를 움켜쥐며 몸을 물렸다.
“이런 비겁한……!!!”
“검을 들었다는 것은 목숨을 걸었다는 뜻. 목숨을 건 전장에서 비겁한 것은 없다.”
무자비한 고르아의 검이 그대로 테슬러 후작의 목을 베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들이 탄식을 뱉어내고 말았다.
고르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곤 한 차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좌중들을 훑어보았다.
“나는―!!! 그대들을… 제국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위대한 군주 칼라반님의 부하 고르아다!!!”
그의 엄청난 사자후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압도적인 그의 존재감에 이곳으로 온 모두가 침묵하고 말았다.
그때 고르아가 먼저 몸을 날렸다.
아크로이어 황제를 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엔 강렬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주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당신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고르아가 도약함과 동시에 다른 쪽에서도 누군가가 몸을 날리고 있었다.
고르아는 강렬한 오러를 뿜어내며 아크로이어 황제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다.
콰가가강!!
그러나 그의 검은 또 다른 검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테오스 대기사장…….”
그의 검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테오스였다.
“여기까지다, 고르아.”
“그대 또한 마찬가지. 나는 동료인 칼라반님을 버리고 매정하게 돌아선 당신들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고르아는 절규하듯 울부짖었다.
그의 분노를 고스란히 담은 검이 테오스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테오스는 가볍게 고르아의 검을 받아넘겨 버렸다.
테오스의 검에서 선명한 오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저것이 바로…….”
“테오스 왕… 저분 또한 대전쟁 시대를 살아온 대기사장님…….”
“그래… 평소 인자한 얼굴 때문에 잊고 있었군… 저분이 대기사장직을 수행하셨던 분이라는 걸…….”
선명한 오러를 만들어낸 테오스는 순식간에 고르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