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83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83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 83화
#생각지 못한 행운
한편 호수 안으로 발을 딛었던 칼라반의 눈앞에 갑작스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당신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상태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만드라고라의 효과로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후우웅―!
새하얀 빛무리가 순식간에 칼라반을 감싸기 시작했다. 눈부심에 칼라반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시들어버린 초목이 보이는 잔잔한 수면 위였다.
초목 위에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호수 중앙에 묶여 있던 세키라드를 닮아 있었다.
[영면의 샘에 진입했습니다.]“영면의 샘……?”
갑작스런 풍경의 변화에 칼라반이 의아함을 드러낼 무렵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택받지 않은 자가 이곳으로 들어오다니. 기괴한 일이로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늙수그레한 목소리에 칼라반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런 생명체도 보이질 않았다.
―어딜 보는 것이냐.
다시 한 번 들리는 목소리에 칼라반이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자 거대한 순록이 그의 앞에 자리해 있었다.
순록의 투명한 두 눈동자는 칼라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것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로구나. 이곳은 선택받지 못한 자는 애초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곳.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구나.
“여기는 어디고… 그쪽은, 누구지……?”
―이곳은 영면의 샘. 선택받은 자가 들어오면 힘을 얻지만 선택받지 못한 자가 이곳에 이르면 영원한 잠에 빠지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 영면의 샘을 관장하는 자.
“영원한 잠이라…….”
칼라반은 그때서야 저기 보이는 사내도 죽은 것이 아닌 잠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순록이 칼라반의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는 선택받지 못한 자다. 그런데 어째서 영원한 잠에 빠지지 않은 것이냐?
순록은 순수한 의문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칼라반이라고 해서 그 이유를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 또한 작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호수에 발을 디딘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러다 알 수 없는 빛이 나를 감쌌고…….”
칼라반이 혼란스러워 할 때 순록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순록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호오… 이제보니 인간 주제에 숲의 가호를 받았구나.
“숲의 가호?”
―숲의 가호는 너의 몸 안에 흐르고 있다. 그것을 모르고 있었나보군.
“흐르고 있다니… 아, 혹시 만드라고라의 효능을 말하는 건가?
―너희 인간들이 그것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관심 없다. 그러나 숲의 가호로 영면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니 운이 좋은 자로구나.
순록은 화려한 뿔을 들어 올리며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통탄스럽구나… 선택받은 예언의 아이는 오지 않고 이런 기괴한 인간이 찾아오다니…….
“저 사내는 누구지?”
칼라반이 안쪽에 죽은 듯 누워있는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순록도 사내를 바라보았다.
―늑대의 아이를 말하는 것이냐?
“늑대… 역시… 세키라드가 맞나보군.”
―그래, 그런 이름으로 자신을 지칭했던 것 같군.
“저 자도 영원한 잠에 빠져든 건가?”
―저 아이 또한 선택받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단순히 곰 부족에게 감금되어 있는 줄만 알았더니… 어떻게 하면 깨울 수 있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다. 지금 저 아이는 누구도 깨울 수 없으니.
“왜지? 설마 그대도 불가능한 건가?”
―그것이 가능했다면 당장 너부터 이곳에서 내쫓았을 것이다.
순록이 콧바람을 내뿜으며 칼라반을 내려다보았다.
이에 칼라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너에게는 이것이 보이질 않는 모양이로구나.
후웅!
콰드득!!!
순록이 몸을 움직이려들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며 순록의 움직임을 붙잡았다.
이제보니 순록의 온몸은 사슬로 묶여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과거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나의 힘을 빼앗기 위해 걸어둔 봉인 마법이다.
“봉인 마법?”
―이것 때문에 나는 지금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선택 받은 아이만이 내 몸을 묶고 있는 이 저주스러운 봉인을 끊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럼 그 사슬을 끊어주면, 저 사내를 깨워줄 수 있는 것인가?
칼라반의 물음에 순록이 웃음을 터트렸다. 순록의 두 눈이 잠시나마 영롱한 빛을 띠웠다.
―크하하하! 그대가 나를 해방시켜 줄 수 있다면 저 사내를 깨워주는 것은 물론 그대를 위한 선물도 줄 수 있다.
“단순히 저 사슬을 끊기만 하면 되는 건가?”
칼라반의 물음에 순록이 다른 한쪽을 응시했다.
그곳에선 환한 빛 무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봉인 마법을 유지하는 마력의 원천이다.
“마력의 원천?”
―저기서 나오는 빛이 사슬의 힘을 강화시킨다. 이를테면…….
순록이 크게 울음을 토해내며 거대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마력의 원천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을 받은 사슬은 더욱 강한 마력을 뿜어내며 순록을 옥죄었다. 거대한 뿔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순록은 이내 몸을 웅크렸다.
―이런 식이다.
“그런가…….”
칼라반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심마안을 발동합니다.] [심마안의 영향으로 이상 현상을 해석합니다.]잠시 빛 쪽을 바라보던 칼라반이 홀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거였군.”
―나를 옥죄고 있는 이 사슬이 저 마력의 빛을 받지 못하게 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내 힘으로 끊을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해볼 생각이었다.”
―그것이 말처럼 쉬울 것 같으냐.
“간단하다.”
후우웅―!
[최하급 어둠의 정령 둠(까망이)이 소환되었습니다.] [최하급 어둠의 정령 둠(까망이)이 소환되었습니다.]칼라반이 까망이들을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까망이의 등장에 순록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까망이가 모습을 드러내며 칼라반의 뒤편에 자리한 어둠이 그에게도 보였기 때문이다.
―놀랍구나… 어둠을 품고 다니는 인간이라니… 내가 관장하는 영역에 허락받지 않은 어둠까지 몰고 올 수 있다니…….
소환된 까망이들이 칼라반에게 엉겨 붙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온 몸으로 반가움을 드러내었다.
―끼루!
―끼루루!!
“후후 나도 반갑다.”
칼라반은 손가락으로 순록을 옥죄고 있는 사슬을 가리켰다.
“저곳에 어둠을 뿌려주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나?”
―끼루!!
―끼루루루!! 끼루!
칼라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까망이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녀석들은 순록을 옥죄고 있는 사슬들을 빈틈없이 덮기 시작했다.
까망이들이 사슬을 어둠으로 물들이자 사슬의 색이 점차 칠흑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순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까망이의 정체를 눈치 챈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이토록 순수한 어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다시 한 번 시도해봐라.”
―놀랍구나… 어둠의 정령을 부릴 줄 아는 인간이라니…….
우우웅―!!
순록이 커다란 울음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켰다. 한껏 몸을 뻗자 그를 옥죄고 있던 사슬에 점차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칼라반이 천천히 검을 출수했다. 그는 마력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향해 마주섰다.
“후읍…….”
슈와아―!!
그가 한 차례 호흡을 고르자 단전에서 시작된 내공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검 끝에 선명한 검기가 뻗어 올라 왔다.
칼라반은 검을 허리춤으로 가져가 수평으로 눕혔다.
“반월참!”
그가 온 힘을 다해 휘두른 검이 반월을 그렸다. 그러자 강렬한 검기가 뻗어나가며 마나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때렸다.
동시에 순록이 자신을 옥죄고 있던 사슬을 끊어내었다.
―끼루루!
―끼룩!!
사슬을 덮고 있던 까망이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를 본 순록이 가볍게 바람을 불자 순풍이 불었다.
덕분에 까망이들은 흡사 민들레 씨처럼 허공에 떠다녔다.
―고맙구나, 인간이여.
순록이 다시 한 번 울음을 토해내었다.
그러자 순록의 뿔과 털에서 영롱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약속은 지켜주겠다.
순록은 한달음에 세키라드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가 세키라드를 향해 날숨을 불어넣자 세키라드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여긴…….”
잠에서 깬 세키라드는 순록을 보자마자 예를 차렸다. 그는 순록의 정체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던 세키라드를 이곳으로 데려왔던 이가 바로 순록이었으니 말이다.
“저…정말 감사합니다.”
―내게 그런 인사를 할 필요 없다. 너의 목숨을 구해준 이는 따로 있으니.
순록이 한쪽 켠에 서 있는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세키라드는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는 한편, 곧바로 칼라반을 향해 몸을 숙였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 그러고 보니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니…….”
―이곳은 인간들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곳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군…….”
순록이 서 있는 샘물이 점점 밝은 빛을 찾기 시작했다.
세키라드는 고개를 들어 칼라반을 올려다보았다.
“늑대는 목숨을 빚진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목숨을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받은 은혜는 갚겠습니다.”
진중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가던 세키라드는 돌연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칼라반이 목에 차고 있던 송곳니들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그건…….”
“아… 이것은 사정이 있어 세오나에게서 맡아둔 물건이다. 내가 그대를 찾게 되면 그대와 내가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니까. 대신 이것을 차고 있으면 그대가 나를 적대시 하진 않을 거라며 세오나가 내게 건네준 목걸이였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군.”
“그렇다면 세오나님은 어디에…….”
“지금쯤 어머니를 구하고 곰 부족과 전투를 치르고 있을 거다.”
칼라반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키라드가 대뜸 머리를 숙였다.
“당신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은혜를 갚기 전. 부디 세오나님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 후라면 이 목숨을 다해서라도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 그대를 구하러 온 것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세키라드는 진심으로 칼라반에게 예를 표했다.
늑대 부족의 예법이라 칼라반은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진심만은 온전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때 순록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정확히는 칼라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라다 산의 힘이 깃들지 않은 너에게 나의 축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내 목적은 이룬 것 같으니까.”
칼라반이 세키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순록은 고개를 살며시 저어보였다.
―나의 축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대가 좋아할만한 다른 선물이라면 줄 수 있을 것 같군.
“내가 좋아할만한 선물?”
―사실 이곳은 네가 원래 있었던 곳보다 정령계와 가까운 장소다.
“그랬나…….”
―내가 도와준다면 본래 그대가 불러내지 못했을 정령도 불러낼 수 있을 거다.
“뭐…?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가?”
―가능한지 불가능한 것인지는 그대가 직접 겪어보면 알 일이다.
순록의 눈동자가 영롱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칼라반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드루이드의 영롱한 기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존의 어둠 친화력 수치를 초월합니다.] [내공의 양이 일정 기준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상급 어둠의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연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칼라반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건만 지금은 가능한 일이 되어 있었다.
“드루이드라니…….”
[상급 정령 중 한 개체와 계약할 수 있습니다.] [계약을 마친 상급 정령은 중급 어둠 정령술사 상태에서도 소환이 가능합니다. 단, 중급 어둠 정령술사 수준에 맞도록 그 능력치는 감소합니다.]칼라반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았다.
때마침 필요로 했던 상급 정령이 있었기에 그에겐 망설임 따윈 전혀 없었다.
“그럼 나는 이 녀석을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