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9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95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 95화
#거래
뷰렉스의 친구, 바모스는 사색이 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찢겨져 나간 옷가지 여기저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틈으로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뷰렉스가… 뷰렉스가 해적들의 손에 잡혔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사실은 분노를 참지 못한 뷰렉스가 복수를 할 거라면서 동네 패거리 애들을 데리고 해적 놈들을 죽이러 갔어요.”
“뭐!? 너희 미쳤어? 해적이 어떤 놈들인 줄 알고 겁도 없이 너희가 나서!!”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요…! 도시의 경비병들도 해적들이 이 도시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쉬쉬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불편해 한다구요! 솔직히 말해서 놈들이 행패를 부리고 간 곳이 이곳만은 아니에요. 우리들도 놈들의 행동에 많은 피해를 입었었다구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해!?”
“누님!! 그렇다고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아요!! 저희도 스스로가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주변에 도움도 요청해 봤었어요!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귀족들은 오히려 해적들과 엮이기를 꺼려했다고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저희가 나서기로 한 거예요. 계속해서 당하기만 하면 놈들의 행패가 계속 이어지거나 더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니까요!”
“하아…….”
바모스의 말에 소니아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그런 소니아의 상태를 후밀리스도 느끼고 있었다.
“아무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가서 뷰렉스를 구해야 해요!”
“알겠어…! 지금 바로 도와줄 수 있는 귀족들을 찾아가서 얘기해볼게!!”
“아니요. 섣불리 그렇게 행동했다간 해적 놈들이 눈치 채고 먼저 달아나버릴 수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도시의 병사들이 움직이면 뷰렉스를 구하지 못할지도 모르구요. 그 사이 뷰렉스에게 해적들이 무슨 짓을 할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이… 하아… 너희는 대체 어쩌자고 그런 대책 없는 짓을……!”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누님… 그래도 그 해적 놈이 말했어요. 뷰렉스와 동료들을 사갈 수 있는 돈을 가져오면 순순히 놓아주겠다고 말이에요.”
“그게 얼마인데?”
“뷰렉스는 100골드. 나머지 사람들은 한 명당 50골드씩이에요…….”
금액을 들은 소니아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50골드라면 일반적으로 시민 한 사람이 적어도 한 달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몇 명이나 붙잡혀 있는 거야?”
“뷰렉스까지 대략 20명 정도……”
바모스는 면목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녀석들은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다른 분들한테 말씀드리면 조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1050골드…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하지만 누님…….”
“시끄러. 너희는 어렸을 때부터 뷰렉스랑 어울렸잖아. 그러니 나도 그동안 너희들을 지켜봐 와서 잘 알아. 너희 대부분 어려운 가정 속에 살고 있거나 우리처럼 부모님 없이 홀로 커온 녀석들이잖아. 그런데 어딜 가서 도움을 구해보겠다는 거야? 설사 있다 해도 그들이 선뜻 나서줄 것 같아?”
소니아의 말에 바모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보였다.
“정말 죄송해요 누님… 사실 그동안 말씀은 안 드렸지만… 누님께서 힘들게 번 돈으로 뷰렉스를 통해 저희들을 도와주셨던 것 잘 알아요. 그래서 사실 이번에도 누님과 뷰렉스에게 힘이 되어드리기 위해 함께 했던 건데…….”
“어휴… 됐어. 너희들도 다 크려면 아직 멀었다 정말.”
소니아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과 뷰렉스를 위해 모두가 나서주었다는 사실이 고맙고 위안이 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누님… 뭐라 드릴 말씀이…….”
“그러게 죄송할 짓을 왜 해!? 앞으로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 뷰렉스도 어려서 아직 자기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해. 그러니 그럴 때면 너희들이 잘 어르고 달래줘. 이건 너희들에게 그렇게 해달라는 뇌물인 셈이니까 잊지 마라. 알겠어?”
“네… 그런데 너무 큰돈을…….”
“괜찮아. 이까짓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하나뿐인 가족과 그 친구들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거잖아?”
소니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사내가 후밀리스를 살폈다.
후밀리스는 무언가 많은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이었다.
복잡한 그의 표정에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
“이상하군. 조금 전 그대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난 이미 답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저들의 존재가 그대의 소신을 계속 지켜야 할 정도로 소중하지 않았던 건가?”
사내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보고 한 말 같았다.
후밀리스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참 신기합니다. 당신 앞에만 서면 제가 한없이 아둔해지고 어리석어지는 것 같습니다.”
“본래 사람 일은 제 3자가 더 잘 보는 법인 거다. 나의 일에는 나보다 그대가 더 현명히 바라보는 것처럼. 게다가 이런 사실은 누구보다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러니 이곳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후후… 그렇군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확실히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 어느 것보다 버리고 싶었던 것을 저는 결국 버리지 못했으니까요.”
“그것이 그대의 천직인가보군.”
“애증의 관계인가 봅니다.”
후밀리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이를 본 소니아가 황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녀는 바모스와 얘기를 나누느라 사내와 후밀리스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일어서시려는 거예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네!? 지금 어딜 함께 가겠다는 거예요?”
“뷰렉스가 있는 곳으로요.”
“안 돼요! 지금 당신 몸도 성치 않은데 어딜 가겠다는 거예요? 게다가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서 하는 소리인거죠?”
“물론입니다. 그러니 함께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아유, 참…!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고집이 세실까?”
“그야, 가족이지 않습니까.”
후밀리스의 말에 고운 미간을 좁히던 소니아가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듣고 말았다.
소니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가족이 위험한 곳에 잡혀 있고 또 가겠다고 하는데… 저 혼자 이곳에 머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후밀리스의 모습에 소니아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알겠어요… 대신! 아까처럼 위험한 일에 함부로 나서지 마세요. 이번에는 제가 해결 할 테니까요. 알겠죠?”
“알겠습니다.”
그래도 후밀리스가 순순히 답해주자 소니아도 한결 마음을 놓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이런 늦은 시각에 당장 해적들에게 건넬 돈을 마련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가 벌어둔 돈의 대부분은 이곳이 아닌 가게 안 금고에 있었다.
혹시 몰라 그곳에 보관 해두었던 것이다.
“어쩌지… 지금 바로 가게로 다녀와야 하나…….”
그러나 갑자기 그녀가 그곳으로 가 많은 돈을 꺼낸다면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 분명했다.
헬라니아 주점이 있는 곳은 디라키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북적이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지금 시각에는 더욱 그랬다.
그녀가 이도저도 못하고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아…아니 아무리 그래도 손님께 그럴 수는…….”
“후후. 아닙니다. 저 철옹성 같은 사내의 환심을 사는 것치곤 이 정도는 저렴하게 먹히는 편이니까요.”
사내는 말과 함께 바깥을 돌아보았다.
“운량.”
“부르셨습니까, 주군.”
그의 부름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량이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 당장 돈을 준비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일전에 헤이나님이 주고가신 이 돈 주머니만 해도 1000골드가 넘게 들어 있을 테니까요.”
“아, 그랬던가.”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배를 곪지 말라며 주고 가신 돈이었습니다. 뭐…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쓰기엔 턱없이 많은 돈이긴 합니다.”
“그렇군.”
칼라반은 유운량에게서 돈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돈 주머니를 건넸다.
그녀는 연거푸 칼라반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돈은 내일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후밀리스도 칼라반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대를 향한 나의 미안함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군.”
“후후… 그렇습니까.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만.”
“내게?”
“예.”
“말해라.”
“이번 일에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어려울 것 없는 부탁이로군.”
후밀리스의 말에 칼라반이 시원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소니아는 여전히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새였다.
“후밀리스… 해적들이 있는 위험한 곳인데 손님 분들까지 함께 데려가는 건…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도움까지 주셨는데 이분들은 이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면 차라리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후후,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밀리스는 칼라반과 운량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홀로 지내진 않으셨나보군요. 그 사이 다른 사람을 곁에 두고.”
“뭐… 그렇게 되었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입니다만… 그래도 보기에 좋습니다. 혹시나 당신이 살아 있을 경우 홀로 외로이 지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거든요.”
“나 또한 그대가 그렇게 지내진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인 일이야.”
칼라반은 후밀리스의 옆에 붙어 있는 소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소니아는 괜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럼 함께 가시겠습니까. 극한의 군주님.”
* * *
“로만슨 형님. 저기 누가 오고 있습니다.”
“앙?”
손바닥만한 고기를 입으로 뜯고 있던 로만슨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무리가 들어왔다.
“호오… 정말 왔어? 돈이 준비가 된 건가?”
로만슨이 재밌다는 듯 실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고기를 놓고 일어서자 곁에서 함께 술을 들이켜고 있던 해적들이 몸을 일으켰다.
이곳 갑판에 모인 해적들만 해도 대략 100여 명이 넘는 숫자였다.
로만슨은 한쪽 기둥에 묶여 있는 뷰렉스를 돌아보았다.
“어이 꼬맹이. 너 같은 놈 구하자고 네 누이께서 친히 이곳까지 나서셨나 보구나. 크하하하”
“크윽……!”
기둥에 온 몸이 묶인 뷰렉스가 이를 갈며 로만슨을 노려보았다.
로만슨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며 그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러나 다른 해적들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칼을 겨누었다.
“야. 눈깔 똑바로 안 뜰래?”
“여기서 함부로 눈알 굴리다간 네놈 곁에 있던 그 장님처럼 눈깔 떨어져나간다?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장님이었으려나. 으흐흐.”
“형에 대해서 함부로 말 하지 마!”
뷰렉스의 경고에 듣고 있던 해적들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몇몇 이들은 술까지 들어가 한껏 기분에 취해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뷰렉스의 머리를 한 대씩 때리며 그를 비웃었다.
“야. 꼬맹이. 폼 잡지마라.”
“넌 여기서 아무것도 못해. 그게 현실인거다 애송아.”
“그래도 용기는 칭찬해주마. 아직 어린놈 같은데 벌써부터 수하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쳐들어올 생각까지 하다니 말이야. 잔뜩 쫄아있던 마을 놈들보다는 네가 더 낫네.”
“근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네? 고맙다 야. 네 덕분에 우리가 돈 좀 벌어가게 생겼다.”
“혹시나 해적단에 들어오고 싶으면 말해라. 말단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크하하하!!”
해적들이 거들먹거리며 뷰렉스를 툭툭 건드렸다.
이를 보던 로만슨이 그들을 향해 한 마디 날렸다.
“상품에 손대지마라. 상하면 제값을 못 받는다.”
“옙. 알겠습니다.”
“알았소, 형님.”
로만슨의 말에 해적들이 거리를 두었다.
그러는 동안 마침내 소니아 일행이 해적들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