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hough he is a hunter, he also uses internal skills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이봐, 진혁.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건가?”
루크가 강혁의 눈빛에 담긴 의구심을 눈치채고 질문을 던졌다.
“진혁 아니고 강혁. 내 뿌리가 강 씨였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나 봐?”
“아, 맞군. 어제 저 친구가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는 걸 깜빡했다.”
“저 친구……?”
루크가 말한 저 친구란 다름 아닌 용사강이었다.
“어제 아침에… 아, 한국은 밤이었겠군. 아무튼, 어제 급하게 연락을 받았다. 강혁, 네가 위험에 처했으니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빨리 여기로 달려와 달라더군. 그래서 지난번에 자네가 통과한 직후 폭파했던 이레귤러 균열을 다시 복구시켰지. 그리고 조금 전에야 용사강, 저 친구를 여기서 만난 거라네.”
영어로 주르륵 이야기하는 통에 몇몇 사람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지은이 즉석에서 통역해 주자 그제야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용사강은 영어를 못하는데 루크에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용사강. 너 한동안 못 본 사이에 영어 공부라도 했냐? 루크랑 대화가 통해?”
강혁이 묻자 용사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영어가 왜 필요하지? 내가 한국어로 말해도 다 알아듣던데?”
“뭐? 한국어를 알아들어?”
강혁의 시선이 다시 루크에게로 향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그의 옆에 있던 낯선 중년 사내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브론즈 머리카락에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지닌 서양 사내는 강혁을 향해 환한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언어는 놀랍게도 한국어였다.
“인사가 늦었군. 난 중립시티의 테오 카터필드라고 하네. 여기, 이 아이는 내 딸인 리오나 카터필드고. 저 청년과 직접 통화를 한 건 루크가 아니라 나였다네. 내가 통역해 주는 대가로 루크에게 여기까지 동행하겠다고 한 것이지.”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흘러나오는 한국어.
하지만 강혁을 더욱 놀랍게 만든 건 바로 두 남녀의 이름이었다.
테오 카터필드와 리오나 카터필드.
이 이름을 강혁이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테오는 아라신교 법마방의 후계자이자, 특성을 각성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아라신교를 떠나야 했던 인물이었다.
그와 막역한 사이였던 김인표 방주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 아라신교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 땅에서 헌터 유니온을 위해 대마궁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 그가, 인제 보니 언더월드 중립시티에 머물고 있었던 모양.
게다가 리오나까지 이 자리에 데리고 왔다.
20년 후의 강혁에게 시간을 거스르는 목걸이를 건넴으로써 지금의 강혁이 있게 만든 장본인 리오나가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강혁은 살짝 혼란에 휩싸였다.
테오가 중립시티에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왜 이 자리에 리오나까지 데리고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모든 게 끝나가는 이 시점에 날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돌려보내려고?’
언뜻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루크가 그런 목적으로 이들을 데려올 리도 없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같은 방법에 또다시 당해줄 강혁이 아니었으니까.
강혁이 뭔가 혼란스러워하는 걸 눈치챈 루크는 하하 웃으며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강혁. 뭔가 혼란이 온 모양인데, 내가 간단히 설명해 주지. 여기 이 엉클 테오는 우리 중립시티의 벨로시렙터 7인 대장 중 한 명이다. 네가 중립시티를 구해줬을 당시엔 대마궁 깊숙한 곳에 있느라 얼굴을 보지 못했던 거고. 엉클 테오가 자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길래 이번 기회에 함께 이곳에 온 것이지. 그런데 강혁, 넌 내가 준 7인 대장에 대한 데이터 칩을 아직 제대로 확인 안 한 모양이군? 그 칩 안에는 엉클 테오에 대한 내용도 아주 상세하게 들어가 있는데 말이지.”
“…아!”
강혁이 그제야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7인 대장.
테오가 7인 대장이라면 강혁이 중립시티에 있을 때 만나지 못했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강혁의 눈에 보이는 테오의 헌터 레벨은 93이고, 리오나는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64나 됐다.
‘열아홉 살에 레벨이 64라니. 엄청나구나.’
강혁이 20년을 거슬러 올라왔으니 리오나의 현재 나이는 열아홉이다.
이 어린 나이에 64레벨이었으니 20년 후에 98레벨에 오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리오나 카터필드.
그녀가 20년 후에 헌터 유니온 최강의 능력자로 떠받들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걸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테오가 굳이 여기까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테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초면이긴 해도 인연이 아주 없는 사이는 아니니 말을 편하게 해도 괜찮겠나?”
테오는 처음부터 말을 편하게 해 놓고는 인제 와서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자신만 속 좁은 놈이 되기에 강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해줘서 고맙군. 아무튼, 내가 여기까지 자넬 찾아온 이유는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라네.”
“감사의 인사…라니요?”
강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자 테오가 환하게 웃음을 그렸다.
“자네가 중립시티를 구해주지 않았나? 그 덕에 내 딸 리오나가 살아남았고, 나 또한 목숨을 잃지 않고 살아서 귀환할 수 있었다네.”
“……?”
강혁은 여전히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무인시티와 헌터시티가 중립시티에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했을 때, 리오나 또한 센트럴 타워에 있었다면 강혁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테오는 그 당시에 대마궁 깊숙한 곳에 있었다고 했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왜 강혁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하는 걸까?
하지만 이어지는 테오의 말에 강혁은 현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강혁이 중립시티를 악인들의 손에서 구해냈을 당시, 테오는 대마궁 78층에서 홀로 레이드를 진행 중이었다.
어렵게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중립시티로 돌아가기 위해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던 그때, 테오는 과거에도 잠깐 본 적이 있었던 한 사내를 발견하게 되었다.
테오는 그 사내가 실종되었다는 은형진과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다는 요몽선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8년 전에도 우연히 요몽을 본 적이 있었던 테오.
그는 당시에도 요몽을 쫓아 대마궁까지 들어갔고, 이레귤러 균열을 통과해 언더월드의 중립시티까지 찾아내게 된 것이었다.
당시 요몽은 잭 퍼니시로 모습을 바꿨기에 그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중립시티와 인연을 맺게 된 테오는 훗날 아라신교를 나와 중립시티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 테오는 요몽을 다시 발견하게 되자 무섭게 그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요몽은 신기하게도 이레귤러 균열을 자유자재로 꺼내 사용하며 대마궁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는데, 그건 요몽의 함정이었다.
요몽은 테오가 자신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 생각해 그를 확실하게 해치우려 여러 균열을 넘나들면서 함정을 파고 기다렸던 것.
결국 테오는 41층에서 요몽의 함정에 걸려 지독한 독에 중독되고 말았다.
요몽은 자신의 계략이 성공한 것에 만족하며 테오가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확신하고 다음 목표인 아라신교로 향했다.
그 이후, 요몽은 아라신교에서 강혁의 손에 목숨을 잃었지만 테오 역시 죽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시간 관찰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녀 독이 번져가는 속도를 조절해 며칠을 버텨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끝내 중립시티로 귀환할 수가 없었다.
그때 테오 앞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섀넌 도너히였다.
섀넌은 강혁 덕분에 다른 시티와의 전쟁에서 생존한 이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바로 대마궁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41층에서 우연히 독에 중독된 테오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섀넌은 헌터였고, 당연히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특성은 놀랍게도 ‘중화’였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독도 그녀가 특성을 사용하면 반드시 중화시킬 수가 있었다.
그래서 섀넌은 부족한 무력을 강화하려고 헌터임에도 신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것이었다.
이 기가 막힌 우연으로 테오는 해독할 수 있게 되었고, 목숨도 구했다.
그렇게 테오는 섀넌과 함께 중립시티로 귀환하게 되었으며 딸 리오나와 재회할 수가 있었던 것.
테오의 이야기를 들은 강혁은 꽤나 당혹스러웠다.
드디어 20년 후의 리오나가 왜 자신에게 시간을 거스르는 목걸이를 맡겼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였구나.’
리오나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버지인 테오가 어떻게 대마궁에서 목숨을 잃었는지를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결국 테오의 죽음이 요몽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고, 세계의 모든 무림이 요몽의 손에 거의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깨닫게 된 것이리라.
그래서 강혁이, 아니 선우진이 암습 당해 죽게 될 것임을 눈치채고 몰래 목걸이를 전달해 준 것이 틀림없었다.
즉, 원래대로라면 테오는 요몽의 손에 죽었어야 했고, 리오나는 그 진실을 20년간 모르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강혁이 모든 걸 변화시켰다.
만약 강혁이 이번에 중립시티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섀넌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을 테니, 테오 또한 살아 돌아올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선우진이 강혁의 몸에 빙의하게 되면서 시작된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점차 거대한 태풍으로 거듭나 종국에는 모두를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섀넌을 살린 것이 강혁, 자네이니 내 목숨을 구한 것 또한 자네라고 생각하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온 것이고.”
“감사는 제가 아니라 섀넌에게 하시면 충분합니다.”
강혁은 테오에게 굳이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중립시티를 구하고, 섀넌을 살리게 된 건 그저 그 시점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지 애초부터 그런 목적을 지니고 언더월드에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섀넌에겐 평생에 걸쳐 이 은혜를 갚을 생각이라네. 그러니 자네도 내 성의를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테오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이건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닌 아티팩트지. 어쩌면 세상을 구할 수도, 아니면 세상을 붕괴시킬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야.”
테오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본 강혁은 아주 잠깐 숨이 턱 막히는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핏빛처럼 붉은 보석이 달린 목걸이.
그건 선우진을 20년 전의 시간대로 되돌아가게 해준 그 목걸이였다.
“이 목걸이를 받아주게.”
테오가 목걸이를 강혁에게 건넸다.
“이런 귀한 걸, 저에게 정말 주시겠다고요?”
강혁은 이 목걸이가 지닌 힘을 알기에 선뜻 받을 수가 없었다.
이미 한 번 목걸이의 힘으로 시간을 거슬렀는데, 또다시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목걸이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것도 무척이나 불안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목걸이의 힘을 알고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금까지 강혁이 이룬 모든 것이 깨끗하게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이 목걸이가 지닌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는 것 같네. 원래는 대마궁 78층에서 구한 이 목걸이를 리오나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리오나가 갖기엔 분에 넘치는 물건인 것 같더군.”
테오는 그렇게 말하며 붉은 보석이 달린 목걸이를 강혁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299]강혁의 눈에 보이고 있는 목걸이의 레벨이었다.
무려 299.
현재까지 세상에 등장한 모든 아티팩트를 죄다 씹어먹다 못해,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수준의 끝판왕격 보물.
이 정도로 레벨이 높으니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대마궁 78층에서 어떻게 레벨 299짜리의 물건이 튀어나올 수 있었던 걸까?
그때, 현 상황이 답답했는지 블랙스미스에 끼워져 있는 석벽 조각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오호. 266층에서 나오는 히든피스 보상이 78층에서 나왔구먼. 과연 시간 관찰자의 자격을 갖춘 놈이라 보상 수준도 다르구나, 달라.]석벽 조각은 목걸이의 출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넌 이 목걸이가 뭔지 알고 있나 보네?’
[알다마다. 수많은 영웅이 그 목걸이를 얻겠다고 엄청 욕심을 부렸었지.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은 영웅이 몇인 줄 아느냐? 무려 1만 8천하고도…….]‘됐으니까 묻는 말에 답이나 내놔.’
[크흠. 그 목걸인 ‘시간 역행의 블랙홀’이라는 물건이다. 대마궁에서도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지. 그런 게 어떻게 보잘것없는 네놈 손에 들려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따악.
강혁은 잘나가다 또 헛소리를 시전하는 석벽 조각을 시원하게 한 대 때렸다.
[네 이놈! 무례하게 감히 진화 중인 날 건드리다니! 내가 그동안 네놈이 좋아서 조용히 있는 줄 알…….]‘다시 인벤토리로 보내 줘?’
[목걸이 색이 참 곱구나, 고와. 허허허.]강혁의 협박에 석벽 조각은 금세 말을 돌리며 웃음을 흘렸다.
“흐흠. 이보게, 강혁.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는가? 얼른 목걸이를 챙기게.”
테오는 혼자서 멍하니 딴짓하는 강혁을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헛기침하며 주의를 상기시켰다.
“아, 네. 그래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이 목걸이는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겠습니다.”
강혁은 ‘시간 역행의 블랙홀’을 인벤토리 깊숙한 곳에 넣어 버렸다.
그 자신은 두 번 다시 그 목걸이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기에 차라리 자신이 누구도 사용할 수 없게 봉인해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리오나가 강혁 앞으로 살짝 다가섰다.
“저도 감사드려요. 강혁 씨가 아니었다면 섀넌 양이 살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아버지도 제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셨을 거예요. 모든 게 강혁 씨 덕분입니다. 아버지처럼 따로 드릴 건 없지만, 감사의 표시라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네? 감사의 표시요?”
리오나의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었지만, 마지막에 말한 감사의 표시가 무슨 의미인지는 불명확했다.
그때 리오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강혁을 덥석 안아버렸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인 강혁의 볼에 입술까지 맞추려는 그 순간,
스슷.
어느새 번쩍하고 나타난 이지은이 강혁 옆에 바짝 붙어서서는 비조검으로 리오나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떨어져. 남의 물건에 함부로 입대면 주댕이 날아간다는 말 못 들었어?”
졸지에 이지은의 물건이 된 강혁.
하지만 이지은이 이렇게 강력하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흡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