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12
불의 최상급 정령을 소환해 보였다.
[음? 엘리아나. 자주 좀 소환해달라니까? 여긴 세계수가 있어서 좋다구!]“그래. 그 전에 저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 보여?”
[오? 음. 보이네. 기분 나쁜데?]운석을 보며 잡담처럼 대화하는 둘은,
“불살라버려.”
[그래! 그러자!]파괴적인 결론을 내렸고, 셀레아나는 촛불이 꺼진 것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소피아의 영역으로 떨어지는 좀비 운석뿐만 아니라, 영지 하늘 위에서 수 없이 떨어지는 모든 운석이 새파란 불꽃에 휘감겼다.
“와……. 미친.”
“진짜 종말이라도 온 것 같네.”
“와. 이게 메테온가 뭔가 하는 그건가?”
마치 종말을 다루는 영화나 게임의 인트로처럼, 불타는 운석이 영지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 찰나의 장면만 보면 그렇다는 거다.
“점점 불이 작아지네?”
“불이 아니라, 운석이 작아지는 거 아냐?”
영지와 가까워질수록, 그러니까 지구의 지표면과 가까워질수록 빠르게 크기를 줄여나간 좀비 운석은 성인 키보다 조금 더 높은 높이인 2m 남짓한 거리에 왔을 때, 검은 재를 남기고 흩날리며 사그라졌다.
“그래. 이해했어. 그런데 괜찮겠어? 둘이 번갈아가면서 좀 쉬는 게 낫지 않아?”
“전혀요. 회복되는 신성력이 소비되는 신성력보다 더 많은 걸요?”
이건 소피아의 대답이었고,
“셀레아나와 실레스틴만 대기해도 영지 방어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마력 랭크와 체력 랭크로는 최상급 정령은 네 명까지 상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건 엘라의 대답이었다. 서다혜가 후식으로 놓고 간 자스민 차를 마시며 태연하게 답하는 두 여인을 보고 있노라니,
“…이거 진짜 가능하겠는데?”
종말의 끝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네?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영주님?”
“종말의 종결.”
“아……!”
소피아는 여러 회한이 담긴 탄성을 흘려냈다. 그리고 글썽거리는 눈으로,
“제가 열심히 도울게요! 영주님!”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녀가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저 멀리 남쪽과 동쪽에 넓게 설치한 홀리 필드에서 선명한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치솟는 현상이 일어났지만, 나와 엘라는 못 본 척 하기로 했다.
“그래. 잘 부탁해. 그리고 엘라. 바람의 정령을 통해서 전달해줘. 무리해서 사냥할 필요 없다고. 하루에 최소 4시간은 쉬어야 한다는 말도 전해주고. 사냥도 중요한데, 휴식도 필요하니까.”
소피아와 엘라에게 전선의 절반을 맡긴 건, 단순히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해서는 아니다.
둘의 압도적인 능력이 더해지면 각성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사냥을 통해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고, 나머지 시간을 쉴 수 있다.
그래. 맞다. 이미 이건 방어전의 개념이 아니라, 사냥의 개념이 됐다. 좀비가 나타나고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아마도 기존의 영지민이 아닌,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각성자는 이번 사냥으로 자신의 신체 랭크가 하나는 올라갈 정도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을 거다.
본래 신체 랭크가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사람도 충분히 쉬면서 일해. 쉬는 틈틈이 내게 각자 특기를 교육하고, 남는 시간은 영지를 둘러보고 그렇게 해. 하루에 최소 4시간은 ‘휴식’에 쓰도록해.”
“엑?! 네, 네 시간이나요? 전 이걸 하루 종일도 유지할 수 있는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쉬는 건 이 좀비 웨이브가 끝나고 쉬어도 됩니다. 주인님. 제 체력과 마력 랭크에 따르면 한 달 정도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됩니다.”
“안 돼. 좀비 이후에 나올 악마라면 모를까. 좀비 정도는 틈이 살짝 생겨도 [망루]에서 처리할 거야. 그리고 이번에 [병영]에서 소환한 특수 개체들도 있으니까. 충분히…….”
“안 됩니다. 주인님. 저 저지선 안으로 좀비 따위가 밟게 할 수 없어요.”
“그건 저도 좀 그래요. 영주님. 조금 자존심 상한다고 해야 할까요?”
난 도저히 이해 못 하겠는 ‘강자들’만의 무언가가 있는 건지 엘라조차 단호하게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어차피요. 영주님. 솔직히 저희가 교대로 하면 되는 거잖아요? 유동적으로? 제가 하루, 선배님이 하루.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격일 근무인거죠!”
“기각. 6시간 씩. 교대해.”
“으엑?! 뭔가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끊은 느낌일 텐데.”
“그렇다면 12시간씩 어떨까요? 주인님?”
“오! 괜찮네요! 12시를 기준으로 12시간 단위로 교대해요!! 선배님! 그 정도면 적당히 몸을 푼 느낌이 들 거예요!”
본인들이 괜찮다는 데 이건 뭐 더는 반대를 못하겠는데…….
“그러면 한 사람만 매일 밤 근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왠지 나도 같이 밤을 새줘야 할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드는데?”
“주인님…….”
“설마, 이제 와서 우릴 버리시려고……. 몸도 주고 마음도 줬는데.”
언제 몸이랑 마음을 줬냐. 난 받은 적이 없는데. 솔직히 마음은 몰라도 몸은 진짜 억울하다!!
“몸은 받은 기억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소피아는 거침없이 입고 있는 성복의 상의를 벌려 어깨를 드러내며 당당하게 말했다. 말만 하면 바로 옷을 벗을 기세로.
“오케이. 거기까지. 일단 시간은 둘이 상의해서 해. 그리고 잠시 각성자들 좀 소집해줘. 차라리 모아놓고 말해야겠다.”
“네. 주인님.”
엘라의 명령을 들은 작은 바람의 정령들이 영지 전체로 퍼져나가며 가벼운 미풍과 꺄르르 하는 웃음이 귓바퀴를 간지럽히며 사라진다.
실프의 전언을 들었는지 각성자들이 서서히 전선에서 후퇴하고 그 자리를,
“셀레아나. 실레스틴.”
불의 최상급 정령과 바람의 최상급 정령이 채웠다.
[우우!! 나 세계수 그늘에서 진짜 달게 자고 있었는데!!] [오! 엘리아나! 오랜만이야! 불러줘서 고마워.]먼저 소환했던 불의 최상급 정령이 투정을 부리고, 바람의 최상급 정령이 발랄하게 인사하는 사이,
“잠시 저것들 좀 치워줘.”
엘라는 다시 빼곡하게 자리를 채운 좀비를 가리키며 부탁했다.
[응? 뭐야? 아까 다 불태웠는데?] [오! 전투! 전투 좋지! 애들도 불러도 돼?]“그래.”
먼저 불의 최상급 정령이 중급 정령 수백 개체를 소환해 좀비 사이사이를 헤집어가면서 영지 주변을 넓게 원을 그리며 달렸다.
그리고 그 뒤를 바람의 상급 정령이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 수천 개를 세우고, 중급 정령 수백 개체와 함께 뒤를 따른다.
그 속도가 서서히 올라갈수록 영지를 중심으로 거대하며 믹서기처럼 날카로운 불의 고리가 완성된다. 불이 바람을 키우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불이 더 크게 일어난다. 이 선순환으로 탄생한 불의 고리는 이제 우리 영지가 아닌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커졌다.
“중급 정령을 저렇게 많이 소환해도 괜찮아?”
영지가 보통 넓은 게 아니기 때문에 최상급 정령이 각각 수백 개체는 소환한 정령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하자,
“전혀 무리가 아니에요. 주인님. 이 정도는 정말 며칠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제가 그랬잖아요. 전 주인님께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엘라의 말은 결국 이건 조금도 힘들지 않다는 뜻이다. 불의 고리에 달려들어 재가 되어 버리는 좀비들의 행렬을 보면서,
“아, 나 환각 마법 같은 거 맞았은 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었던 거 아냐?”
“지금까지 뭘 한 거지? 나는?”
현타를 제대로 맞은 것 같은 각성자들이 생겨났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불멍’이라면 불멍이다. 불의 고리를 보면서 멍을 때리는 이들도 있었고.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대단한 거지. 독식할 수 있는데도 카르마 포인트 나눠준 거잖아? 너네. 지금까지 사냥으로 신체 랭크 자체가 올랐지? 특수 랭크도 오르고?”
“영주 님의 은혜에 감사하세요. 쪼렙들 도움 따위 필요는커녕 오히려 신경만 쓰이는 일인데도 너그럽게 양보하신 거니까요.”
“어이. 여기서 영주 형님이 죽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끔살당할 사람이 태반이야. 우리도 못 이겨. 저런 건 당연한 거라고.”
그런 이들 사이사이에서 기존의 영지민이었던 이들이나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나서서 내가 양보했다는 걸 ‘각인’시켰다. 어쩌면 저건 세뇌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 영주 님은 대단해!’
‘우리 영주 님은 자비로워!’
‘우리 영주 님은 자상해!’
이런 사상을 말이다. 아니, 사상이 아니라 거의 종교관에 가까운 것들이다.
그렇게 성문을 통해 영지 안으로 들어온 이들을 향해서,
[밥 먹고 해라.]라는 간단한 공지를 전하고,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을 통해서 앞으로 사냥 일정을 전파하고, 최소 휴식 시간에 대해서도 말을 건넸다.
물론 곳곳에서 여러 말이 나오면서 웅성거리며 소음이 커졌다. 그리고 개중에는 목소리를 높여서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각성자도 있었다.
하지만,
“밥이다! 밥이야!”
“오오! 이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 같은 스튜의 이름은 뭔가요?”
“국밥! 국밥이다.”
“오!! 국밥! 어쩐지 든든한 이름입니다!!”
그딴 자잘한 요구 따위 [요리사]로 각성한 이들과 [내성]에 고용한 코끼리 수인 요리사가 모두 달려들어 제작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앞에서 아무 의미 없어졌다.
“오! 나 이거 알아! 김치! 한국 음식!”
“어라? 잠깐만. 이거 그냥 음식이 아니네? 나 방금 무슨 회복 버프를 받았다는 글을 봤는데?”
“어? 너두?”
각성자들의 반응은 저 국밥이 단순히 국밥이 아니라, 무려 클래스가 [요리사]인 각성자가 만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나야 랭크 차이가 있어서 메시지가 출력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새롭게 합류한 각성자들은 충분히 그 효과가 체감될 정도일 테니 카르마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는 걸 거다.
그렇게 핼러윈을 비롯한 여러 이벤트가 시작된 첫날이 저물어간다.
그리고 이벤트 시작 6일째 아침.
“이상하네.”
난 어딘가 묘하면서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기시감 같은 걸 느꼈다.
“좀비가 좀 줄었지?”
“조금이 아니라 많이 줄었습니다. 주인님.”
이벤트 발생으로 분명히 14일 동안 유지될 거라던 좀비 웨이브가 웨이브(Wave)가 아니라 ‘흐름(Flow)’ 정도의 이름으로 불려야 할 것 같았다.
회귀 전에도 본 적이 없는 일.
웨이브가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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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 덕분에 이렇게 또 힘을 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일까 걱정했는데, 단순한 몸살이라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어머니의 격리가 내일 끝나는지라 아직도 호텔에서 살고 있는데.
여러 모로 죽겠네요.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내일은 주 6일 연재에 따라 휴재이고 수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리치 군주(The Lich Sovereign)
114. 리치 군주(The Lich Sovereign)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푸른 보석 같다고 한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이고, 생물이 살아가기 적합한 행성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지금 이 행성을 우주에서 관찰한다면 반사적으로 소름이 올라 팔을 쓸어내릴 거다.
탁하고 역한 검은색 배경에 마치 썩은 살점처럼 보이는 기괴한 대륙과 역병에 걸린 것 같은 어두운 붉은색 핏줄처럼 흐르는 강. 그리고 무엇보다 행성 전체를 감싸고 있는 회색 안개까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역겨운 행성이 바로 언데드와 악마의 차원 ‘부정한 배덕자’ 차원이다.
생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부르는 행성. 그 끝이 분명히 정해진 땅.
하지만 이런 수식어와 달리 부정한 배덕자의 차원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카르마 포인트라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힘 덕분이다. 차원을 침략하고 병탄하여 대규모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해서 차원을 유지한다. 더욱이 차원 침략 과정에서 생기는 ‘시체’는 부정한 배덕자의 병력으로 치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혹은 일석삼조다.
부정한 배덕자 차원의 유일한 행성 가장 높은 탑 최상층에는 뼈로 만든 거대한 용상이 존재한다. 부정한 배덕자 차원의 지배자. 차원의 이명 그래도 부정한 배덕자라고 불리는 지고한 존재.
생명에 등을 돌린 자.
부정한 피가 흐르는 자.
차원의 의지를 배반한 자.
죽음의 기사이며 동시에 어둠의 마도사.
“호오.”
리치 군주(The Lich Sovereign)다.
“그린스킨을 내놓는다? 그것도 살아 있는 그린스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