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14
“이게 이벤트라고? 야. 이게 맞아?”
그리고 나는 짜증을 담아 왼손 검지에 낀 반지를 두드리면서 물었다.
[확인 중입니다. 아! 그리고 이건 계약 위반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그래. 어쩐지 뭔가 꺼림칙하고 짜증나는 기분이야.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랄까?”
이상하게 기분이 별로다. 시체 덩어리가 계속 생겨나는 것만 봐서 그런가?
“그럴 리가 없지. 그딴 단순한 이유일 리가.”
어쩌면 영주 랭크가 그린(Green)이라는 각성자가 맞이하는 최초의 벽을 돌파하면서 생긴 예지에 준하는 예감 같은 걸 수도 있다.
그린 랭크가 왜 벽이냐고?
옐로에서 그린 랭크로 신체 스탯을 올리면 240만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
단순히 스탯 하나만 죽어라 올린다고 랭크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모든 스탯을 다 올려야 다음 랭크로 올라가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240만.
이걸 각성자가 마련하려면?
그린스킨으로 따지면 일반 그린스킨이 마리당 100포인트 정도 주니까 약 2만 5천 마리를 잡아야 한다.
그것뿐일까?
특수 스탯도 올려야 한다. 클래스마다 존재하는 특수 스탯을 올리는데 동일하게 240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마이너스 혹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로.
이래서 첫 번째 벽이다.
이게 게임이라면 혼자 2만 5천 마리 사냥하는 게 별 문제가 안 될 테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다. 앞서 우리 영지에서 일어난 일처럼, 그린스킨이 갑자기 죽어 나가면 총사령관이 관심을 보인다.
나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버티지 못한다. 그러니 잡는 속도가 일정해야 하고, 그걸 꾸준하게 해야 비로소 그린 랭크에 도달할 수 있다. 최소 2년은 걸린다.
말이 2년이지,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내 영지처럼 특수한 환경이 아닌 상황에서 2년을 생존해가면서 그린스킨을 꾸준히 죽여 카르마 포인트를 모으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생존자들에게 첫 번째 벽이라고 불리곤 했다. 그린 랭크가.
아무튼,
“흠.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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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유토피아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8?,???,???(⏫)] [악업(Minus Karma) 19?,???,??? (⏫)] [특수 카르마 포인트 751,000,000] [획득 예정 선업 30,227,750]────────────────
카르마 포인트는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벤트 시작 초기인 나흘까지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속도가 느려졌다.
아까 6억 넘는 카르마 포인트를 얻었다고 했는데, 카르마 포인트가 왜 저러냐고?
영지 건물을 업그레이드 하고, 고용인을 대거 고용하고, 영지 특수 건물 [집]을 추가로 많이 건설했기 때문이다.
1억 5천에 달하는 포인트로 [연구소]를 그린 랭크까지 즉시 건설하고, 2,5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써서 [연구원] 5명을 추가로 고용해 최대 고용인원에 맞췄다.
그리고 2,500만 포인트 가량을 써서 [대장간]을, 125만 포인트로 [행정청]을 업그레이드 하고, [대장간]에 [장인]을 추가로 네 명을 고용하고, [행정청]에는 [전문직원]과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내성] 역시도 그린 랭크까지 업그레이드 하고 [집사]와 [메이드] 그리고 [요리사]를 추가로 9명씩 고용했다.그리고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인 1억 2,500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로 [치료소]의 랭크를 그린 랭크로 업그레이드 하고, [치료소]에서 [의사]와 [전문의]를 추가로 고용했다. 여기에 쓰인 포인트가 또 7,000만이다.
감기 같은 건 비각성자에 어린 아이라고 해도 [의사]가 하루만 관리하면 씻은 듯이 낫는다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나중에 조건을 만족해 [사제]와 [추기경]을 소환할 수 있다고 해도 [의사]와 [전문의]는 따로 고용할 예정이다. 생각보다 고용비용도 저렴하고.
[성문], [창고]는 즉시 건설이 아닌 시간을 이용해 건설되게 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건설 대기열로 영지 건물을 전부 업그레이드 했기 때문에 카르마 포인트가 저 정도 남았다.‘이번에 계속 같은 속도로 좀비를 잡았으면 영지를 블루(Blue) 랭크로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단순히 영지 랭크만 올리는 게 아니라, 영지 랭크를 올려서 새롭게 해금되는 건물을 최소한 블루 랭크 전 단계인 그린이나 옐로 정도는 만들 수 있어야 영지 랭크를 올리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실을 다지는 게 더 나을 거다.
‘그래도 좀비가 줄어서 손해만 있는 건 아닌데.’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영지 주변에 나타나는 좀비가 줄어들고, 나타나기 무섭게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뒤늦게 영지로 합류하는 이들이 생겼다. 우리 영지를 향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반 좀비는 처치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어쩌면 당연하리라.
당연히 그들은 밤보다 낮에 이동했고, 해당 시간대에 전투가 아니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엘라나 소피아의 눈은 영지의 누구보다 좋았다. 그렇게 도착한 생존자들은 일단은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도착한 각성자 중, 탈락이 절반 이상이라는 거다. 열 중 여섯은 죽일 놈이라니. 어휴.
“이런 X발! 너 나 알아?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
탈락자의 대부분은 저런 반응이다. 무기를 꺼내고 능력을 발현한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샐라임.”
불의 상급 정령이 나타나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좀비 틈바구니로 던져놓거나,
“징벌!”
순백의 뇌전이 머리 위로 깔끔하게 떨어져 바싹 구워져 좀비 틈바구니에 던져지거나다.
“어쩌면 당연한 건가?”
“맞지. 맞지. 저 좀비를 뚫고 올 정도면 카르마 포인트를 제법 모아서 신체 스탯을 올려야 하는데. 특별한 클래스를 가진 것도 아니고, 엄청난 노력으로 숙련도를 올린 게 아니라면 뻔하죠. 인간을 사냥하는 거.”
“그래. 그런데 넌 여기서 뭐 해?”
“음……. 오빠랑 데이트?”
보통 이 시간대에 좀비에게 힐이나 버프를 주며 신나게 뛰어다니던 유다연의 쓸데없는 대답이다. 그린 랭크에 오른 [내성]은 이제 5층 작은 성이 되었다. 5층에 위치한 내 방은 더 넓어졌고, 넓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영지의 전경은 종말과 거리가 아득하게 멀어 보였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멀리 성벽 너머로 돌리면 거긴 지옥이다. 아까도 언급한 줄지 않는 좀비, 온갖 이능이 휘몰아치는 전선, 그 여파로 흘러넘치는 여러 색상의 마력.
“그런데 다들 웃고 있으니까. 어딘가 좀 섬뜩하달까?”
“아. 저거? 크크크. 당연하지. 카르마 포인트가 엄청! 엄청! 빨리 오른다구! 상태창 켜놓고 사냥하면 진짜 신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서!”
“그건 맞지.”
“그치?! 그러니까 다들 저렇게 웃는 거지. 솔직히 이런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이 강해지는 거잖아. 그게 결국 가족이 안전해지는 거기도 하고.”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투가 벌어지는 너머를 보다가,
“그런데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아? 좀비가 좀 줄지 않았어?”
회귀는 아니지만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다연에게 이벤트의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금? 조금이라니. 오빠가 여기 안에 있어서 그렇게 느낀 건데, 전선에서 엄청 줄었다는 게 느껴져! 지금은 그나마 저기 있는 사람들이 눈빛이 봐줄만한 거예요. 한참 좀비가 미친 듯이 떨어졌을 때는 다들 광기에 보였다고요.”
“역시.”
“근데 오빠. 좀비가 줄었다는 것보다 왜 줄었을까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왜?”
“응. 심연의 추방자 대빵인 놈은 ‘왜’ 좀비를 보내는 걸 멈추지 않는가? 그럴 거면 차라리 이벤트를 끝내면 되는데? 이벤트는 지속하면서 좀비는 줄인다? 왜?”
“그…러네.”
생각해보니 그렇다. 이것들 뭔가 그린스킨 때와는 멸망에 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린스킨은,
[허? 니가 막아? 막았어? 그래? 그럼 더 센놈으로! 더 많이! 보낸다! 죽어! 죽어! 주어어어엇!!]이런 식으로 지구 멸망에 임했다. 점점 센놈을 보내다가 권능을 쓰는 놈까지 보내서 망했잖은가.
그런데 이 언데드 놈들은 회귀 전에도 느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까 확실히,
“좀 얍삽하지?”
“맞아요! 그거예요!”
얍삽하고 잔대가리를 굴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마치,
[약오르쥬? 아무코토 못하쥬? 피했쥬? 어라? 피해?! 와 이 새끼 버그 쓰네!! 양아치 같은 새끼!]이러는 개초딩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때는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그 빌어먹을 놈이 좀비를 줄일 이유가 뭐가 있을까? 여길 노리는 총사령관이 보기에 인간은 가축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데 말이지? 무서워서?”
“설마요.”
“그렇지. 그것들이 인간을 무서워할 리가 없지. 그럼…….”
“아깝다?”
“그래. 아까운 거야. 뭐가 아까운 걸까? 우리한테 카르마 포인트를 주는 게? 아니면 좀비가 썰려 나가는 게?”
흠. 이 부분이 문제다. 어떤 게 아까운 걸까? 좀비가? 각성자는 물론이고 비각성자라고 해도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이 무기를 들고 있으면 1:1로는 어떻게든 비빌 수 있는 수준인 좀비가?
그렇다며 카르마 포인트가 아까운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번에 분명히 우리 특약을 추가했지? 그거 추가하는 데 포인트 적잖이 줬을 거고?”
카르마 포인트를 차원의 신적 존재 간의 거래인 만큼 고작 좀비 좀 많이 잡았다고 아깝다고 말할 수준은 아닐 거다.
“어떻게 생각해요? 성녀 아줌마?”
뜬금없이 같이 고민하던 유다연이 옆에 앉아서 멸망 전에 준해 놓은 과자 ‘눅눅한 초코칩 쿠키’를 먹으며 행복하게 웃는 소피아를 향해 그렇게 물었다.
“아줌…마? 나 아직 미슨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고요.”
“완전 중요하지! 누구보다 중요하지! 너한테 아줌마라고 하면 괜찮아?”
“네네! 저는 이미 임자가 있으니까요! 아줌마가 되길 간절하게 고대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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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아이고 이거 미치겠네요.
비축분 있는 작가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예약을 올린 거로 착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죄송합니다.
등줄기에 땀이 다 나네요 ㅠㅠ
어디 내놔도 부끄럽고 부족한 우리 성녀가! 드디어! 연애를!!
116. 어디 내놔도 부끄럽고 부족한 우리 성녀가! 드디어! 연애를!!
“아줌…마? 나 아직 미슨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고요.”
“완전 중요하지! 누구보다 중요하지! 너한테 아줌마라고 하면 괜찮아?”
“네네! 저는 이미 임자가 있으니까요! 아줌마가 되길 간절하게 고대하고 있다고요!!”
그러면서 유다연은 강하게 내 팔을 끌어안는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유다연이 사실은 유다연이 아닌 게 아닐까? 재신이 들어가서 유다연의 껍데기를 조종하는 게 아닐까? 이런 킹리적갓심이 든다.
“오케이. 아줌마 논쟁은 조금 뒤에 둘이 따로 하고. 소피아, 네 생각은? 이것들이 왜 이렇게 얍삽한 짓을 하는 것 같아?”
“음. 솔직히요?”
“그래. 솔직히.”
“모르겠어요.”
소피아는 마지막 남은 눅눅한 초코칩 쿠키를 아련하게 보다가 그렇게 툭 하고 대답을 꺼냈다.
“하아…….”
“그런데요.”
“어? 어어.”
“그게 중요할까요?”
“중요하지…않을까?”
왜 의문문으로 대답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런 궁금증이 담기지 않은 얼굴로 되묻는 소피아의 눈을 보면서 그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언데드라는 건 말이죠. 그냥 보이는 족족 없애는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고, 눈앞에 쓰레기통이 보이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같은? 이런 걸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소피아의 말을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이 들린다. 이게 멸망을 맞이하는 현실이 아니라, 아포칼립스 장르의 게임이라면 말이다.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너도 알지?”
“물론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전장도 있죠. 제가 없었다면, 아니면 데스 필드에 대한 경고를 영주님이 무시했다면 저도 변한 전장에 대해서 고민을 했을 거예요.”
“음?”
“제 말을 무시하고 데스 필드가 영지 주변에 진행중이었다면……. 언데드가 줄어든 것을 고위 언데드가 나타날 징조로 보고 저도 약간의 준비를 했을 거고요. 하지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