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17
제니퍼는 그제야 비로소 눈앞에 있는 자신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남자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Yes. my Lord.”
실로 오랜만에 기사로서 바치는 공경의 자세로 땅에 닿은 한쪽 무릎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에 제니퍼는 안도했다. 이런 군주라면 이 희망의 땅이 절대로 사라지지 않겠다고.
“창천의 날개 정렬.”
“정렬!”
“정렬!”
…
공허의 잔재와 전쟁에서 수십 년 동안 일진일퇴를 하며 대륙을 지켜온 인류연합의 마지막 기사단이 대한민국에 등장했다.
성벽 위에서 가만히 전장을 바라보던 제니퍼가 검을 뽑아 들고,
“적을 섬멸하라.”
그렇게 외치며 성벽에서 훌쩍 뛰어내리자,
“우와아아아!”
“좋아! 다 죽었어!”
“오랜만인데?”
…
각양각색의 복장과 종족을 가진 이들이 능력에 맞게 전장으로 튀어나갔다.
“야야! 앤! 너는 활쟁이잖아! 왜 너까지 뛰어내려!!”
“응? 좀비 대가리에 화살을 직접 박아넣는 재미를 마크 네가 알아?!”
“미친.”
“왜? 뭐? 왜!”
가죽 경장의 뒷덜미를 잡혀서 허공에서 대롱대롱 발을 구르는 붉은 머리의 여자를 다시 성벽에 내려준 마크는,
“미친 소리는 그쯤 하고 여기서 활이나 쏴!”
그러게 말하면 한숨을 쉬고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쳇! 이 영지에는 이상하게 활을 다루는 사람이 많아서 별로 주목받지 못 할 것 같은데. 칫칫.”
투덜거리면서도 앤은 등에 비껴 맨 활을 풀러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는, 그녀의 말처럼 이상하리만치 활쟁이가 많은 이 영지에서 익숙한 모습이긴 한데,
“응?”
앤이 겨냥한 곳이 문제다. 그녀는 좀비가 득실득실한 전방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활을 치켜들었으니까.
“마크! 요한! 알아서 피해라!!”
좀비 사이로 파고들어 창과 검을 휘두르던 두 남자는 앤의 목소리에,
“아! 왜! 이쪽인데!!”
“애―앤!!”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둘이 물러난 순간,
슈슈슈슈슈슈슈슈슉!
하늘에서 푸른 비가 좀비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건 푸른색 마력으로 농밀하게 뒤덮인 무시무시한 화살의 비였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블루 랭크 마력을 담고 있던 화살비가 좀비와 닿기 직전 허공에서 폭발했고,
콰콰콰쾅―! 콰아아앙!!
수십 개의 클레이모어가 동시에 터진 것 같은 폭음이 들려오며 수십 미터 반경의 있던 좀비와 특수 개체 그리고 건물이 무너졌다.
“휴우. 좀비는 학살하는 맛이 있다니까.”
앤이 자신이 만든 광경에 만족하며 붉은 단발을 쓸어넘기며 만족해 할 때,
“이 미친년아!!”
“죽을 뻔했잖아!”
그 반경에 포함될 뻔한 마크와 요한이라는 두 남자는 성벽 밑에서 앤을 올려다보며 욕 하고 있었다.
“안 죽었잖아? 그리고 맞았어도 안 죽었을 거잖아?”
앤이 뭐가 문제냐는 듯이 반문한 순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모두’가 감탄했다. 그녀의 인성에.
“열심히 사냥해서 나 장비 맞출 거야. 영주 님 완전 마음에 들어! 내 스타일! 그러니까 마크, 요한. 다른 데서 놀아. 이번에는 절대로, 절대로 소피아를 두고 죽지 않아.”
영주 님에 대해서 말할 때와 마크와 요한에게 말할 때의 얼굴이 180°로 달라진다. 스타를 만난 순박한 소녀의 얼굴과 한심한 백수 오빠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얼굴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할까?
“어휴. 저 또라이. 저거. 죽다 살아났는데도 어째 변한 게 없냐.”
“앤이 변해서 소피아처럼 된다? 그건 그것대로 소름인데?”
마크와 요한은 잠시 그 모습을 상상했다가 못 볼 것 본 것처럼 고개를 흔들고는,
“뭐, 강해지는 데는 나도 동의하니까. 우리는 푸른 하늘을 염원하는 창천의 날개니까 말이지?”
“그래. 너도 고생해라. 빌어먹을 좀비! 다시 봐도 역겹네!”
둘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고 좀비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앤에게 뭐라고 했던 둘 역시도 주변 지형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함을 선보였다.
전장에 쏟아지는 좀비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창천의 날개 기사단이 합류한 순간 영지 소속 각성자가 잡을 좀비의 숫자는 줄어든다.
하지만 괜찮다.
이미 초반에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한 영지 소속 각성자들은 좀비가 줄어든 상황을 듣고는 오히려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일과처럼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까지 좀비를 처치하는 오전 반과 오후 1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전선에 참여하는 오후 반으로 나눠서 각성자가 전선에 참여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엘라와 소피아가 담당하기로 한 것.
각성자들은 오전 혹은 오후 반 하나만 선택해도 되고, 두 시간 모두 참여해도 된다. 그리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각자 편하게 쉬거나 아니면 나름대로 영지에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래. 즐기는 거다. 다른 쉘터에서처럼 이 종말을 버티는 게 아니라 ‘일상’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던 종말 이전의 생활처럼 말이다.
그 이면에는,
“오빠! 오빠! 저 [자판기]에서 콜라 사주세요!”
“콜라? 그래. 어떤 콜라?”
“어머. 오빠. 콜라는 당연히 빨간색 콜라죠! 파란색 콜라는 이단이에요!!”
[자판기]와 [상점]이 있다. 무려 권능을 다루는 그린스킨 황족 처치 보상으로 카르마 시스템에게 직접 받은 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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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코로나가 피해가는 주말보내세요!
자판기와 상점 그리고 일상
119. 자판기와 상점 그리고 일상
나흘 전. 그러니까 좀비 이벤트가 벌어지고 좀비 이벤트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해서 여유가 생겨 활시위를 당기기보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점점 늘어나던 때였다.
일반 능력 [영지 관리]에 깜빡거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피력하는 게 내성을 감싸고 있는 내성벽 주변에 있었다. 그건 아마도,
‘자판기겠지?’
[자판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자판기가 아니라 고오오오급 자판기. 오가면서 몇 번 보긴 했지만 그걸 신경 쓰지 못한 것은 그만큼 좀비의 침공 기세가 폭발적이었기 때문이었다.“한가한데. [자판기]나 보고 올까? 겸사겸사 [상점]이라는 것도?”
“좋아요. 주인님.”
언제나처럼 성벽 아래 대기하고 있던 전용 마차에 오르기 무섭게 주변 풍경이 빠르게 뒤로 멀어진다. 성벽에서 내성까지 도착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푸른색 홀로그램이 내성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 반짝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보통의 과자 같은 게 들어 있는, 미국 드라마에서 보면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갇히기도 하는 그런 큰 자판기가 네 개는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라 이거……. 왜 커?”
엄청 큰 자판기가 있었다. 아니, 이걸 자판기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만큼 컸다.
“일단 설치부터.”
『영지 관리 메뉴를 호출합니다.』
『이벤트 보상으로 받은 [자판기]를 설치합니다.』
『[자판기] 설치 완료! [자판기]에 기본 물품이 등록됩니다. [딱딱한 빵]과 [식수 200mL]가 등록되었습니다. 기본 물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개인 당 하루에 한 번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판기]에 등록된 물품에 구매로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는 [자판기]가 50%, 쉘터의 주인인 [영주]가 50%의 비율로 분배합니다.』
『특이 사항 발생! [자판기]와 연동 가능한 건물이 존재합니다. 연동하시겠습니까?』
응? 뭐? 아!
“[창고]!!”
────────────────
창고 [Rank: Green]
(전략)
4. 「자판기」 생성 이후, 창고의 물건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원은 자판기 최초 등록 시, 1개를 영구적으로 소비합니다. 단, 창고 랭크가 일정 랭크 이상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후략)
────────────────
영지 건물 중, 창고의 설명에 분명히 자판기와 관련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창고에 처음 들어갔을 때 엄청 기대하기도 했던 게 떠오른다.
“연동하겠어.”
『영지 건물 [창고]와 [행정청]이 [자판기]와 연동됩니다. 31%……69%……96%……100%. 완료.』
시스템의 ‘완료’라는 단어가 떨어지기 무섭게 영지 전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푸른색 마력이 자판기를 중심으로 뻗어나간다.
“허!”
『[자판기]와 [창고]가 동기화되었습니다. [창고]에 보관한 물건 하나를 영구 소멸해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자판기]와 [행정청]이 동기화되었습니다. [행정청]의 영향으로 [자판기]에 진열되는 물품의 최대치가 [행정청]의 랭크에 맞춰 늘어납니다. 현재 랭크 Green(5단계). 625개가 추가됩니다.』
[행정청]의 랭크에 맞춰서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는 물품의 한계가 늘어난다는 건 몰랐던 사실이다. 카르마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하자마자 어떤 방식인지 저절로 이해가 됐다.화이트(White) 랭크에서는 1개 추가.
레드(Red) 랭크에서는 5개 추가.
오렌지(Orange) 랭크에서 25개 추가.
옐로(Yellow) 랭크는 125개 추가.
그린(Green) 랭크에 도달하면 무려 625만 개가 추가 된다.
“창고에서 등록할 수 있는 모든 물품을 등록해.”
『영지 건물 [창고]에서 [자판기]에 8,771개의 등록 가능한 물품이 있습니다. 모두 등록하시겠습니까? [자판기]의 등록 슬롯이 부족합니다. 추가 슬롯 확장을 위해서는 [행정청]의 랭크를 업그레이드 해주십시오.』
“어, 엄청 많네? 창고에 그 정도나 되는 물건이 있었다고?”
『[행정청]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행정청]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내가 그걸 어떻게 업그레이드 하니.
“일단 상할 수 있는 것들부터 등록할게. 육류나 계란 냉장, 냉동 보관해야 하는 신선 식품들 말이야.”
『냉장·냉동 보관 중인 물품 중, 등록 가능한 417개의 물품을 등록하겠습니까?』
“그래. 등록해.”
『등록 완료. 상품의 품질과 가치에 따라 [자판기]에서 등록되는 물품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2.81초가 소요됩니다. 완료.』
“호오? 그럼 뭐 한우 꽃등심은 비싸고, 돼지고기 앞다리살은 저렴하고 그런 건가?”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육류의 부위에 따른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육류의 종류와 영지에서 수급 가능한 식품인지 아닌지가 가격을 결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아. 그러니까 농장 같은 곳에서 획득이 가능하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다는 거네. 맞지?
[맞습니다. 마스터.]“좋아. 그럼 나머지는 자극적인 지구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들을 등록해야겠다. 일단 라면하고, 탄산음료. 그리고 맥주와 와인 정도? 시원하게 부탁해?”
『보관 중인 물품 중, 등록 가능한 98개의 물품을 등록하겠습니까?』
“그래.”
『등록 완료. 상품의 품질과 가치에 따라 [자판기]에서 등록되는 물품의 가격이 결정됩니다. 완료.』
“그런데 창고에 있는 물건 중에 등록 안 되는 것도 있어?”
『총 1,816가지의 물품은 [자판기]에 등록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두 종류의 컨테이너와 포장을 위해 사용된 비닐, 각종 공구, 철근과 시멘트 같은 건설자제 그리고 ‘자두 맛 사탕의 껍데기’?』
“응?”
『…….』
어떤 놈이 창고에서 몰래 사탕 먹고 쓰레기를!
“미안하다. 내가. 이, 일단 내가 말한 건 모두 등록한 거지?”
『그렇습니다.』
시스템의 대답에 나는 [자판기] 앞에 섰다.
“어디 보자.”
거대한 [자판기]는 그 크기에 어울리게 전면부가 전부 터치패널로 이뤄져 있었다. 대형 TV보다 크고 넓은 터치패널은 단순히 크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일단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무엇보다 카테고리 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세부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그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물품의 3차원으로 실물로 투사되는 방식이다.
최초 [자판기] 등록 시에는 [기본] 카테고리만 있었는데, 지금은 [식품]이라는 대분류가 떡하니 존재한다.
그걸 누르면, [기본], [과일], [향신료], [음료], [면/통조림/가공식품], [육류]라는 소분류의 카테고리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기본]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거기엔 [딱딱한 빵]과 [식수 200mL]만이 존재한다.
이게 바로 [자판기]가 공통적으로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식이며, 내가 회귀 전 죽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