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21
‘그래도 이런 분위기라니. 믿을 수가 없네.’
장난스럽게 작고 하찮은 생명체를 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야 말로 내가 회귀를 하고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기로 마음 먹으면서 꿈꿔오던 순간이었다.
사소한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고 그걸 즐거워할 수 있는 일상과 삶.
그것이 성큼 다가왔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오늘은 좀비 이벤트 종료까지 사흘 남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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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만 없어. 고양이. ㅠㅠㅠ
동생 놈이 설기를 잊고 있다가 등장시킨 거 아니냐고 하는데.
아닙니다.(정색)
귀여운 캐릭터는 잊지 않습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실까요?
스트레스 덜 받는 연휴 되세요 ㅠㅠㅠㅠ
이의가 있니? 있으면 지껄여 보렴?
123. 이의가 있니? 있으면 지껄여 보렴?
[02:44]이벤트.
인간의 멸절을 바라는 종말의 시대에 발생하는 이벤트는 가뜩이나 팍팍한 세상에서 인간을 더 힘들게 하는 이유였다.
그것은 마치 자연재해와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일상을 무너뜨리는 허리케인이나 태풍, 지진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이런 자연재해와 이벤트의 차이점은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뒤에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절망이 남지만, 이벤트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그 고난을 버틴 대가를 보상한다는 것이다.
[02:07]좀비 이벤트가 끝나기 직전이다. 이제 5분도 남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임을 아쉬워 하는 것처럼 좀비를 가득 실은 운석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 보면 끝이 없는 몬스터의 침공과 같은 그 광경에 절망하거나 허탈할 법도 한데 오히려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더 짙게 흘러나온다.
“이제 끝인가? 어제 잠을 자지 말았어야 했나?”
“그래서 난 어제부터 지금까지 안 자고 있지.”
“으흐흐흐. 나도. 끝나고 무조건 잘 거야. 건드리지 마.”
…
[01:38]오늘만큼은 전투 계열 각성자뿐만 아니라, 비전투계열 각성자들도 모두 나와서 직접 좀비를 죽이거나 좀비를 죽이는 이들을 각자의 능력으로 도왔다.
“주인님.”
엘라가 다가왔다. 어느새 열심히 당기던 활의 시위를 풀어 돌돌 말린 활을 팔에 찬 상태로 말이다. 즉, 그녀의 전투는 이제 끝났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호위를 멈춘 건 아니라는 듯, 엘라와 내 주변을 포위한 사대 속성 상급 정령들은 더 늘어났다.
“엘라.”
“끝나가네요.”
“그러게.”
“영주 님~.”
소피아가 하늘거리는 순백의 법복을 나풀거리며 총총거리며 뛰어온 것도 그때였다.
“소피아.”
[00:38]“이벤트가 끝나면 보상이 있다고요?”
“맞아.”
[00:24]“혹시 주의해야 할 게 있을까요? 주인님?”
비록 내 조언으로 활을 풀었지만,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는 엘라는 경호에 생길 문제에 관해서 물어왔다. 아마도 평범했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린스킨 황족의 등장 이후였을 거다. 엘라가 저렇게 내 신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건.
[00:09]“없어.”
[00:00]“오늘은 말 그대로 이벤트의 보상을 받는 날이니까.”
『이벤트 붐(Boom)이 중단 없이 온전히 14일 동안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 메가 붐(Mega-boom)이 중단 없이 온전히 14일 동안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 페스티벌(Festival)이 중단 없이 온전히 14일 동안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 카니발(Carnival)이 중단 없이 온전히 14일 동안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 핼러윈(Halloween)이 중단 없이 온전히 14일 동안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가 중단되었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건 바로 이벤트가 발생하는 조건인 생존자의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그걸 이벤트 기간 동안 유지한다는 건,
『모든 이벤트가 단 하나의 중단도 없이 진행 및 종료되었습니다.』
『4단계에 이르는 이벤트를 중단 없이 진행했습니다! 굉장한 업적입니다!』
『이벤트 기간에 전투에 참여한 쉘터 소속의 각성자 모두에게 업적 효과를 부여합니다.』
보상이 작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아직 보상이 본격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개괄적인 의미로 포문을 연 시점에서부터 전투에 참여하기만 해도 업적 효과를 부여한다잖은가.
“헐! 미친 업적 효과가 이런 거였어?!”
“유토피아로 향한 보름 전의 나, 진짜 개잘했다!! 칭찬해! 칭찬해!”
“으어어어어어!!”
…
비명과 같은 환호가 성벽 위에서 비처럼 그리고 빛처럼 쏟아져 내린다. 업적 효과가 그 정도로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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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종결자]다수와 상대할 때, 얻는 카르마 포인트 12% 추가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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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좋다. 조건이 붙은 형태의 업적 효과였지만, 그래서 더 굉장하다. 조건이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였기 때문이다. 다수의 적을 혼자 상대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적이 다수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카르마 포인트를 12%를 추가로 얻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엄청 좋은 거다.
하지만 과연 저렇게 눈물을 보일 정도로 엄청난 혜택일까? 그러면 고개가 조금은 갸웃거려진다. 그런데 왜 각성자들은 하나 같이 기뻐할까?
그건 어쩌면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비로소 안전한 땅을 찾았다는 안도에서부터 시작하는 울컥함일 거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연인, 친구가 모두 안전할 수 있는 땅. 추운 겨울에 길 잃은 산속에서 찾은 따뜻한 산장에 들어온 것 같은 안온함.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다. 지금까지 이벤트 기간 동안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 역시 그린스킨 때와 다르게 엄청난 수치일 거고, 그것은 곧 자신이 더 안전해졌다는 뜻이었으니까.
업적 보상과 함께 얻은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 그것에 서로 축하와 격려를 하며 하루를 푹 쉬라고 하려던 순간에,
“다들 수고했……!”
[마스터!]『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서 공지합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등장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 * *
지구에서 좀비 이벤트가 종료되기 12시간 전.
심연의 추방자라는 이들이 모인 기괴한 차원의 가장 높은 탑에는 평소와 다른 의미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대로 리치 군주의 기분에 따라 흐르는 긴장감이 아니었기에 어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섬뜩했다.
[너희. 재미있는 짓 하더라?]그렇다. 그린스킨의 황제도 찍 소리 못하게 했던 존재인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직접 등장한 거다.
“무슨 소리지?”
흥미로운 기색이 역력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목소리에 리치 군주는 이 상황 자체가 언짢다는 것을 드러내며 물었다.
[그렇취! 이렇게 모른 척 나와줘야지!]“이게 무슨 짓이냐고!”
우르르르―!
리치 군주의 분노로 또 다시 탑의 최상층 일부가 부서졌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서 누구 하나 놀라지 않고 그저 지나가길 바라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짓인지 정말 몰라? 내 입에서 나오면 돌이킬 수 없어. 잘 생각하고 대답해.]장난스럽게 하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말에 다시 화를 내지 못하는 리치 군주를 보며,
[너도 짐작 가는 게 있구나? 그치?]“난 모른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아라!”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답했지만, 평소 자신을 여(余)라고 칭하는 것도 까먹고 ‘난’이라고 지칭한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리치 군주는 당황하고 있었다.
[재미있네? 내 입에서 나오길 바라? 정말?]“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감히!!”
[감히? 흠. 감히. 감히라. 감히. 재밌네. 너.]쿠쿵―!
지금까지는 리치 군주의 힘의 여파로 무너지거나 부서지던 탑의 최상층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탑의 높이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신이 위에서부터 탑을 찍어누르는 것처럼 탑 가장 아래층부터 찌그러지면서 서서히 탑의 높이가 낮아지고 있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힘의 일부를 드러낸 여파였다.
“그만!!”
리치 군주가 자신의 힘을 모조리 피워내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힘에 저항하는 것도 잠시,
[그만? 말이 계속 짧네?]“그만하시오!!”
리치 군주가 그렇게 외치고 나서야 탑을 3분의 1로 줄어들게 한 힘이 서서히 거둬졌다. 그러나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자~. 그럼. 어디 들어볼까요? 해명이나 변명 같은 것들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드러낸 힘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행동에 리치 군주의 입이 쉬이 열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무엇을 걸린 거냐. 도대체!’
왜냐하면 계약에 위배된 행동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리치 군주가 생각나는 것만 해도 세 가지다. 아마 따져보면 더 많이 나올 거고, 과거의 일까지 들춰내면 수백 가지는 될 거다.
‘초록색 짐승 놈도 걸렸다가 피를 봤지 않은가!’
그린스킨 황제도 아무 것도 못하고 몽땅 토해냈다. 그게 더 무서운 점이다. 걸리면 차원 자체를 강탈 당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도 있었으니까.
“앞뒤 다 잘라 먹지 말고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게. 대관절 이게 무슨 행패인가!”
그래서 일단 힌트라도 얻고자 했다. 이 난리를 치는 이유와 그에 관한 작은 힌트라도. 그래야 말을 꺼내 볼 게 아닌가.
[흐음~? 하긴 찔리는 게 한두 개여야지. 나쁜 짓을 엄청 많이 했으니까. 우리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 수사권이 없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가진 수많은 의심을 모두 밝혀냈을 테니까.]“본론만 말하지.”
찔리는 게 너무 많았기에 담담한 척조차 하지 못한 리치 군주의 기운이 거칠게 일어나며 반쯤 남은 탑의 최상층이 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앞에 부복해 있던 고위 언데드 중 약한 축에 속한 리치와 좀비 계열 언데드가 소멸했다.
그 모습을 뒤늦게 확인하고 기운을 가라앉혔지만,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확실하게 소멸해 버렸다.
[어머. 아까워라. 이제 막 리치가 돼서 한참 열정적으로 활동할 녀석일 텐데. 안 됐네.]“이이익!!!”
[아무튼 우리가 수사권은 없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어 계약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그때는 나설 수 있다는 거지. 여기서 명확한 증거란, 앞서 그린스킨처럼 영상으로 기록한 증거나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포함되지.]“…보고 들었다?”
리치 군주는 멍청하지 않다. 오히려 똑똑하고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다. 애초에 그가 심연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흑마법사였고, 그길로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 리치 군주에 오른 초월자였으니 당연한 소리다.
그렇기에 보고 들었다는 말이 리치 군주에게는 커다란 힌트가 되었다.
“설마 지금 고작 이벤트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 건가?”
[고작. 고작이라…….]쩌저저적―!!
리치 군주가 계약의 내용을 무시하는 뉘앙스로 말을 꺼내자, 탑이 세로로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3분의 1 남았던 탑이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고작? 신성한 계약을 고작?!]“지, 진정! 진정하시오! 진정!! 내가 실언했소!”
리치 군주는 처음으로 부하 언데드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자신의 힘보다 더 고차원의 힘이 차원 전체도 아니고 리치 군주에게 집중된 순간 그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바로 자세를 낮추고 애원했다.
[아. 그렇지? 실수지? 그래. 그래야지. 하마터면 죽일 뻔했잖니?]‘미친! 나도 초월자라고!!’
리치 군주는 저 말이 장난이나 과장이 아니라는 것에 경악했다. 말로 듣기는 했다. 차원의 주인인 초월자 중 몇몇이 덤볐다가 소멸했다는 ‘카더라식’ 차원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그 개소리가 진짜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