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27
어두운 [내성] 1층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식당 문이 열리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엘리아나!”
이요한의 곁에 있어야 할 엘리아나였다. 그리고 환하게 불이 켜진 식당 안에는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과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인원을 제외한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 전원, [전문직원]이 모여 있었다.
“성녀님. 성녀님의 주인님은 어떠신가요?”
“다들 오늘 고생하셨어요. 다들. 마기스테르. 주인님은 괜찮으세요. 쓰러지실 때는 마력이 약간 불안정했는데, 이제 완전히 안정세에 접어들었어요. 신체도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고 소피아 후배님이 그러더라고요.”
“다행입니다.”
마기스테르와 엘리아나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입술만 달싹이고 끼어들지 못한 이들이 엘리아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일단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할게요. 오늘 오전, 주인님께서 내성으로 오시는 길에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해 마스터의 벽을 넘는 걸 시도하셨어요.”
“허어?!”
“네?”
…
다른 차원 출신들은 하나 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기겁했고,
“그런데요?”
“왜 그렇게들 놀라요……?”
…
지구의 각성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린 랭크와 블루 랭크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있어요. 그리고 그 벽을 넘어 블루 랭크에 도달하면 우리는 그런 존재를 마스터라고 불러요. 인간을 초월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이기에.”
늦은 밤 엘리아나의 낭랑한 목소리가 식당에 모인 이들의 귀에 또렷하게 꽂힌다.
“주인님은 물론이고 차원 지구의 여러분은 우리와 강해지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이제는 저도 알아요.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그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으로 신체적 능력이 상승한다는 것도요.”
“…….”
“그러나 블루 랭크는 ‘벽을 넘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동안의 랭크와 뭔가 달라요. 현재 영지의 [기사단 숙소]에서 소환되는 기사들은 그린 랭크입니다. 그들은 엑스퍼트 최상급 기사라고 칭하죠. 이건 알죠?”
엘리아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과 눈을 맞추며 설명을 이어갔다.
“엑스퍼트 최상급 기사단, 그러니까 최소 100명의 엑스퍼트 기사단이 모여야 마스터 초입의 기사를 상대할 수 있어요.”
“…!!”
“그 정도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벽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앞으로 블루 랭크로 진입은 안전한 곳에서 진행해주세요. 이해하셨나요?”
파도처럼 여럿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서야 굳어 있던 엘리아나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맺힌다.
“그리고 오늘 정말 잘 해주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빠는요? 오빠는 언제 깨어나요?”
“오차는 있겠지만, 소피아의 진단으로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히 안정화를 마치고 깨어나실 거랍니다.”
“…아. 네.”
“그럼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부탁할게요.”
그렇게 이요한이 없이 5일이 지나고, 6일째 되는 날 점심에 그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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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역시 신성력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
129. 역시 신성력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천장이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대사였다. 다들 기절했다가 일어나면 낯선 천장이라고 하니까.
누가 그랬냐고? 뭐, 다들 그랬다. 다들.
아무튼,
“큼. 큼큼. 엘라야?”
다시 보니까 왜 익숙하지만 낯선 천장인지 이해됐다. 난 지금 맑은 물 덩어리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엘라가 뭔가 조처를 한 것일 테고, 이 물에서는 마력과 함께 진한 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보통의 물은 아닐 거다.
그러니 결론은 엘라다.
수스스스―.
나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물 덩어리가 허공을 빨려들어가며 사라진다. 방금까지 물 속에 있었음에도 옷이나 몸에는 물기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역시나 정령이었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점.
‘내가 어떻게 마력과 물의 기운을 이렇게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거지?’
물 덩어리 속에 있었을 때, 느꼈던 선명한 마력과 진한 물의 기운에 의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주인님!”
“영주님!”
덤비듯이 달려드는 두 사람 때문에.
“어, 어어? 그래. 반겨줘서 고마운데. 무슨 일 있어?”
“주인님. 지금 엿새 만에 깨어나셨어요.”
“맞아요. 어쩜! 마스터의 벽을 길바닥에서 돌파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혼났다. 저 말은 시작이었다. 그 뒤로 벽을 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쉽게 결정하냐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있을 두 번째 벽을 넘는 일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는 것과 벽을 넘기 전에 세계수의 잎으로 차를 마시면 효과가 더 좋다는 말까지.
혼나고 배우고 충고를 듣는 시간이 30분 가량이나 이어졌다.
“그래서였구나.”
“네? 어디가 불편하세요? 주인님?”
“아니. 아니 아닌 게 아닌가? 불편한 건가?”
“네?! 어디가요? 영주님!”
“배가 고파.”
“…….”
“…….”
엘라와 소피아가 눈으로 욕하고 있었다. 분명히 가신은 충성 스탯 MAX라고 했는데! 내가 봤어! 분명히 봤다고! 눈으로 욕하는 거!
아무튼 눈으로 하는 욕을 피할 겸, 밥도 먹을 겸 몸을 일으켰다가,
『차원 지구에서 최초로 블루(Blue) 랭크에 도달하셨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에 다시 조용히 앉았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여전히 눈으로 욕하고 있는 엘라와 소피아 때문은……. 맞다.
언젠가 봤던 잔뜩 말썽을 피우고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있던 친구의 아이가 떠오른다면 오반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벽을 넘으셨습니다. 칭호 접미사 「마스터」를 부여합니다.』
『마스터 전용 일반 능력 [오러]를 개화했습니다.』
“어?”
“무슨 일이세요? 주인님?”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세요?”
갑자기 등장한 시스템 메시지에 놀라서 나온 탄성에 둘이 다시 걱정스런 얼굴로 달려들었다.
“…시스템 메시지 때문에. 오러를 개화했다는데?”
“당연하죠.”
“네. 그래서요?”
난 오러가 뭔지 몰라서 물은 건데, 둘은 그게 왜 문제냐는 식이다. 이거 우리 사이에 인식의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게 분명하다.
‘마스터? 접미사? 이건 뭐야?’
[마스터 칭호는 전투 관련 칭호입니다. 간단하게 축약해서 말하면 마력의 질적 상승, 신체 능력 소폭 상승입니다.]‘음.’
[더 세세하게 풀어서 설명하면 마력 회복 속도 상승, 마력 효율 증가, 민첩 상승, 체력과 근력, 내구 소폭 상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엄청 좋은데?”
세세한 이득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육성으로 감탄했고,
[네. 최초이니까요.]군주의 에고가 그렇게 대답하는 것과 함께,
“오러니까요.”
“오러잖아요.”
엘라와 소피아는 오러에 대한 이야긴 줄 알고 바로 그렇게 답한다. 그 약간의 오해와 이상하게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도 대화가 통하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고, 우리 셋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래. 나중에 시험해보고 일단 밥부터 먹자. 배고프다.”
“네. 주인님.”
“가요! 영주님!”
둘을 따라 방을 나서서 1층에 내려오기 무섭게,
휙―! 휙!
[내성] 1층에 있던 이들의 고개가 모두 일제히 움직여 내게로 향했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오, 오빠?!!”
“오라버니!!”
“영쭈니임!”
…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부르며 우르르 달려든다. 순간 잠깐 좀비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멈춰! 홀리 쉴드!”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내 앞을 막아선 소피아는 신성 주문까지 발현해 다가오는 이들을 막았다.
“뭐예요? 소피아?”
유다연이 대표로 왜 자신을 막는지 따졌고, 다른 사람들의 눈빛도 좋지 않았다. 그렇겠지. 걱정했을 테니까. 나도 괜찮다고 소피아를 달래려는데,
“위험해요. 당신들이.”
소피아의 말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오늘 여러 번 강제로 아봉(아가리 봉인)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되네.
“영주님은 이제 막 마스터에 오르셨어요. 그래서 몸에 힘이 들어가거나 하면 평소와 달리 과한 힘을 쓰게 돼요. 이건 영주님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스터에 오르면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최소 사나흘은 힘을 세밀하게 다루고 변화된 몸과 마력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그러니까 전처럼 막무가내로 달려들고 지금처럼 이런 행동은 아주 위험해요. 머리가 터지거나 사지 중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요. 사지 중 하나가 날아간 건 어떻게든 도와드릴 수 있는데, 머리가 터지면 저도 못 살려요.”
심각하고 살벌한 소피아의 경고에 대부분은 나와 거리를 벌리며 조심했다. 뭔가 코로나 확진자가 된 느낌이랄까?
문제는,
“영쭈님~!”
대부분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런 경고에도 내게 바짝 다가오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거다.
“리리노?”
리리노는 그런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이었다. 작고 연약한 새햐얀 피부를 가진 아이가 도도도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자 난 어색하게 몸을 멈추고 얼어붙은 것처럼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리리노~. 지금 영주님은 몸이 조금 아파요~. 그러니까 너무 붙어 있으면 영주님이 힘들어~. 이리 와.”
유다연이 뒤늦게 달려와 떼어놓고서야 비로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 니까 방에서 나와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게 떠올랐다.
“어떻게 생각해?”
내가 한 말에 소피아와 엘라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엘라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화살을 하나 꺼내서 내 손에 쥐여준다.
“가운데를 적당히 잡아 보세요.”
“적당히?”
“네. 부러지지 않게 적당히요.”
“이렇게? 어?”
따악―!
나무로 만든 화살이 아니라, 엘라가 주로 사용하는 철시다. 철로 만든 화살. 그게 너무나 쉽게 똑 부러졌다.
“어라? 이거 왜 이래?”
힘을 준 게 아니다. 엘라가 적당히 잡아 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주먹을 쥐면 화살대가 손바닥 안쪽에 쥐어지게 그렇게 잡았다. 딱히 부러뜨리겠다고 손가락 사이에 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부러져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이렇게 됩니다.”
“음.”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겠다. 리리노의 볼을 평소처럼 꼬집어주다가 볼살을 뜯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일단 다들 좀 떨어지는 게 좋을 거 같아. 유다연이가 지의사들에게 설명을 좀 전해주고.”
“네. 오빠.”
식당에서 접시를 두어 번 깨 먹고 나서 영지 밖으로 향했다.
『영지 경계를 벗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