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40
“왜 이 새끼들은 지들만 공격하냐고. 왜 우리는 방어만 해야 해? 뭐, 샌드백이야? 축제에서 물풍선 간판이야? 왜 우리만 처맞아?”
“아……!”
“그래서 사보타주가 가능하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지. 전쟁이라면, 남을 때렸으면, 지들도 맞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언데드니까 뼈에 새겨주겠어.”
“이, 이런 걸 사이다라고 하는 건가요? 다연이가 그러던데? 뭔가 시원하고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
“그래. 사이다다!”
“사이다!! 사이다 최고예요! 이따 내성으로 복귀할 때 자판기에서 뽑아 먹겠어요!”
소피아가 사이다 중독 증상을 보이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거 많이 먹는다고 살이 찌거나 이가 썩을 염려가 없는 사람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더라? 아! 그래. 영지의 전력을 집중시킨 이유를 말하고 있었지.
그래. 솔직히 벨이 꼴려서 이번 일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거다. 뭐? 왜?
“잘 되겠지?”
“네. 잘 될 거예요. 그 놈 마법사가 장담했으니까요. 우리 차원에서는 그런 말이 있거든요. 드워프의 맥주 약속, 엘프의 진실 서약 그리고 놈(Gnome)의 보증은 의심하지 말라.”
“응? 드워프랑 엘프는 대충 오케이. 이해했어. 그런데 놈의 보증? 그게 왜?”
“놈이라는 종족은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난봉꾼이거든요. 그렇기에 대화의 화법이 두루뭉술하고 확정되지 않는 말투를 써요. 그런 놈이 보증할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일은 평생에 한 번도 없는 놈 종족이 있을 정도예요.”
“그거 정상이야?”
“뭐, 종족 간의 문화 차이니까요. 놈 종족에서는 그게 일상인가 봐요. ‘내일 점심에 만나.’라고 약속을 잡으면 약속 시간이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만나기만 하면 되는 그런 느낌…….”
뭐야. 그게. 설명만 들었는데도 빡쳐. 뒤통수를 후려 갈기고 싶은 문화야.
“아무튼! 제 말은요. 믿을 만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차원 용병]이 가져다 줄 선물을 기대하면서 즐겨요! 영주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일이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카르마 포인트 폭탄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좀 냉정한 이야기이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영주님께는 아무런 해가 없어요. 들켜서 [차원 용병]이 전멸한다고 해도 카르마 포인트의 손해나 영지에 피해가 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맞지.”
그녀의 말처럼 냉정하지만,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하다못해 [기사단 숙소]에서 소환한 기사라고 해도 죽으면 고용하는데 들어간 카르마 포인트가 날아가니 손해였지만, [차원 용병]은 아니다.
작전의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차원 용병]을 고용할 때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그리고 그 고용 비용은 영지에서 제작한 위장 슈트로 치렀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아니지.”
비록 내 영지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게 그렇지가 않다. 엄연히 살아 있고, 생각을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생명체이며 지성체인데.
“그리고 뭔가 그들을 숫자나 데이터 같은 걸로 대하면 내 안에 새긴 기준점이 바뀔 것 같아서 좀 그래.”
이것도 내가 그들은 위선적이게나마 걱정하는 이유였다. [차원 용병]을 단순히 카르마 포인트로 보기 시작한다면 기준점이라는 게 사라질 것만 같아서.
* * *
전 차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차원 용병]의 등급은 뜻밖에도 세 개만 존재한다.
가장 낮은 단계이자 입문 단계가 미스릴.
그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분포해 있는 단계이자 중간 단계인 아다만티움.
마지막으로 [차원 용병] 전체 중, 2% 정도만 속해 있는 단계이자 최종 단계인 오리하르콘.
어째서 일반적인 계급 체계인 아이언부터 시작해서 브론즈, 실버, 골드 따위로 진행하지 않는 거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애초에 [차원 용병]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 높기 때문이다.
[차원 용병] 모집 요강의 최소 조건이 그린(Green) 랭크의 마력과 신체 스탯이었으니까. 그야 말로 최소 조건 말이다.일반적으로 [차원 용병]은 가장 낮은 등급인 미스릴 등급만 하더라도 8할이 블루(Blue) 랭크 이상의 강자들로 이뤄졌다.
그렇기에 [차원 용병]이 돈이나 화폐가 아니라 급여로 무려 카르마 포인트를 받는 거다. 그건 다시 말하면 카르마 포인트를 보상으로 받을 만큼 어려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존재들이 [차원 용병]이라는 뜻이기도 하기에 강자인 게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차원 용병]이 되는 이유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하다. 그만큼 [차원 용병]의 과거나 사연은 엮으면 천일야화 뺨따구를 후려 갈길 정도이고.이런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종족이 가입한 [차원 용병]이 한마음으로 싫어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빌어먹을 초록 빡대가리, 시체쟁이, 미치광이 새끼들.”
이다. 순서대로 그린스킨, 심연의 추방자, 그리고 혼돈의 지배자다.
차원을 침공하는 이들이자, [차원 용병]에게 악의 고리라고 불리는 이들을 그들은 증오하고 혐오한다.
지구라는 작은 차원에서 온 특별한 지원 의뢰에 백 명이나 되는 아다만티움 등급의 [차원 용병]이 몰린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빼미 조인족 출신의 베테랑 아다만티움 [차원 용병] 녹투오스는 이번 작전에서 백 명의 차원 용병을 이끄는 임시 리더로 추대되었다.
“다들 알겠지만, 이런 작전은 무리하면 안 돼. 무리해서 무언가를 더 해보려고 하지 말라는 거야.”
“알고 있어. 여기 애송이는 한 명도 없다고.”
아다만티움 등급의 [차원 용병]만 모였기에 언뜻 들으면 그 반론이 맞는 말 같지만,
“맞는 말이지. 처맞는 말. 닥쳐. 케로스. 경솔하게 날뛰다가 이번에도 작전에 지장을 주면 네가 자랑하는 그 뿔, 뽑아버릴 거니까.”
코뿔소와 사자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수인에게 윽박지른 녹투오스는 진지한 눈으로 [차원 용병]들과 눈을 맞췄다.
“이런 기회가 없어. 자신의 차원을 방어하기도 힘든 차원인이 이런 수준의 카르마 포인트를 내놓고 의뢰를 할 수 있는 기회? 애초에 평범한 차원의 지성체가 우리 [차원 용병]과 연결할 방법 자체가 없다고.”
“그건 그렇지.”
“그런데 이 작은 차원의 인간 종족에서 그런 기적적인 일이 벌어졌어. 그러니 다들 신중하게 작전에 임해. 빌어먹을 시체쟁이 새끼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가 흔할 것 같아? 이런 훌륭한 위장 슈트를 구할 방법은? 있겠어??”
“없지. 없어. 정말 빌어먹을 냄새야.”
“마력을 일부 마기로 변화해주는 이 시스템도 독특하다고.”
“아까 뒤에 애송이가 이걸 뒤집어쓴 걸 마주했는데, 나도 모르게 목을 자를뻔했다고. 시체 골렘인 줄.”
…
…
이들이 헤임달에 탑승하기까지 준비 기간으로 잡은 기간은 열흘. 이 숙련된 용병들은 그 기간 동안 술이나 퍼먹으며 놀고 자빠져 있지 않았다.
“난 이번에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마력 폭탄도 사용할 거야. 다들 들어는 봤나? 전쟁 차원에서 둠에서만 제작되는 대(對) 비공정 폭탄. 저번 의뢰에서 몇 개 얻었지.”
“난 그런 장황한 건 준비 안 했어. 대신에 우리가 일으킨 테러 이후에 행성 자체에 독을 남기는 걸 준비했지. 그렇다고 진짜 독은 아니고. 시체쟁이 놈들에게만 독이 되는 거지.”
“너? 설마 그거 그거야?”
“이거 아는구나? 광신도의 혈액에서 키운 씨앗이야. 죽음의 기운을 만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그거……. 엄청 비싸지 않아? 천만 카르마 포인트 정도는 줘야 할 건데? 데스 필드에 뿌리면 죽음의 기운을 빨아먹고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독을 내뿜는다던데?”
“응. 근데 이거 재배한 양반이 리치 군주에게 엄청난 원한이 있어. 이번 임무 설명해줬더니, 이걸 주더라도. 다들 받아. 그 양반이 나눠주라고 했으니까.”
“오오!! 나도 줘! 내가 기필코 데스 나이트 투구 속에 뿌리고 온다!”
너도나도 말을 꺼내며 녹토우스에게 동조하는 [차원 용병]은 차원 통로 비프로스트를 타고 이동하는 특수 이동 수단 헤임달에 모이기 전까지 서로 준비한 무기나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면서 작전을 준비했다.
“좋아. 빌어먹을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 놈들아!”
“누가 누구한테? 진짜 악독한 카르마 포인트 노예가 누군데?”
“작전이 시작되기까지 1분 남았다.”
“오오오오!!”
“이번에 실수하는 놈은 내가 기필코 [차원 용병 게시판]에 박제해 준다. 어떤 실수를 했는지.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덜 피해를 입혔는지. 이름과 면상을 똑똑히 박아주겠어!!”
“미친놈. 어휴. 저 성격은 진짜.”
“대신!!”
투덜대던 이들이 녹투오스의 외침에 조용해졌다. 차원과 차원을 넘나드는 통로 비프토로스를 오가는 특별한 운송 수단 헤임달 내부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고요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일을 잘 끝내면 내가 거하게 한 턱 낸다. 게슈틴안나에서!”
“오오오오오!!!”
“다 뒤졌다! 다 때려 부순다!”
[차원 용병]의 단골 주점이자, 차원 곳곳의 특이한 술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주점 게슈틴안나를 언급하고 [차원 용병]들이 모두 한참 호들갑을 떠는 사이,『작전 지역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이들은 리치 군주가 다스리는 차원 심연의 추방자 차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10월이네요.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전 빡글입니다!
내 그대를 실로, 진실토록, 오래도록 기다렸다.
142. 내 그대를 실로, 진실토록, 오래도록 기다렸다.
리치 군주가 다스리는 차원은 당연한 소리겠지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다. 공기 중에 산소는 희박하고, 유독 가스인 황이 잔뜩 섞여 있다.
마력 대신 마기가 가득하고, 죽음의 기운으로 점철된 데스 필드가 행성을 아우르고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리치 군주의 땅이자, 리치 군주의 모태인 누더기 행성이다.
“항상 느끼는 건데, 여긴 항상 좆 같아.”
“그냥 좆 같기만 하냐? 난 존나 좆 같아.”
온몸에 어보미네이션, 합체 좀비 누더기 골렘 위장 슈트를 입고 있는 이들이 하나둘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면서 하루 동안 진행한 수색 내용을 교류하면서도 자신들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그만큼 이곳의 환경이 언데드가 아닌 이들에게 최악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숙련된 [차원 용병]들이 참기 힘들 정도로.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위해 터트리는 CS탄 수십 개와 오래 숙성된 인분 냄새가 섞인 곳에서 방독면이 없이 버티는 느낌의 수백 배의 고통?
“좋아. 말괄량이들. 이제 충분히 투덜댔나? 그럼 주서온 정보부터 내놔.”
“미친! 녹투오스 영감. 인정머리라고는 1도 없구만. 그리고 ‘주워온’이 표준업니다.”
“그딴 거 내가 알 게 뭐냐? 정보는?”
“여기 있수. 그것보다 영감은 이제 손자들 재롱이나 볼 때 아니야?”
올빼미 조인족 녹투오스는 [차원 용병] 사이에서도 ‘영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베테랑에 오래 살아남은 존재였다.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라고 불리는 [차원 용병] 사이에서도 그는 굳이 이런 일선에서 활동하는 작전에 끼어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카르마 포인트를 모은 강자이기도 하다. 무려 네이비 랭크에 발을 걸치고 있는 존재니까.
그런 그가 굳이 이번 작전에 자원한 이유는,
“…그 손자가 반쯤 언데드가 된 상태라는 걸 내가 말 안 했나? 그 수작을 부린 쓰레기가 여기 있다는 것도?”
“알아. 그걸 모르는 [차원 용병]은 애송이들뿐이라고. 내 말은 굳이 직접 발로 뛸 필요가 없다는 거잖소. 어떻게 생긴 놈인지 내가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데. 그 리치 새끼 심장에 신성 수류탄을 박아넣어 줄 거라니까?”
“됐어. 해도 내가 해. 그리고 이 빌어먹을 새대가리 새끼야! 리치 심장에 신성 수류탄을 박으면 작전이 들키게 되잖아!! 여기 언데드들은 리치 군주 개자식하고 다 연결 되어 있는 거 몰라?!”
“누가 그걸 몰라?! 당연히 튀기 직전에 잡아다가 해야지!!”
“어휴. 이 답도 없는 새끼. 됐어. 그리고 복수는…….”
“영감 혼자 한다는 개소리는 하지도 마쇼. 솔직히 여기 모인 머저리들 중에 영감에게 목숨 빚 안 진 놈은 없으니까. 그 대가리에 검은 보석 박혀 있는 리치 새끼.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
“…마음대로 해라! 이 빌어먹을 고블린 양말 같은 새끼들아! 그것보다 정보나 내놓으라고!”
“으헤헤헤. 당연히 그럴 것이지! 자! 여기! 내가 정말 대박 정보를 찾아왔다고!”
각자 준비해온 정보를 토대로 거대하고 기괴한 누더기 행성을 축소한 지도에 여러 포인트를 채워 가던 녹투오스는,
“뭐야? 이거?”
마치 상식이 비틀린 세상을 마주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뭔데? 그래? 영감? 어라?”
그리고 그런 녹투오스의 반응에 놀란 이들이 모였다가 그가 지도에 찍어놓은 점들을 보면서 같은 얼굴이 되었다.
“이게 맞아?”
“사전에 들은 누더기 행성 정보와 판이하게 다른데?”
“왜 이렇게 생산 시설이 많아?”
“언데드 차원에 생산 시설이 이렇게 많아?”
“어쩐지! 쉽게 생산 시설을 발견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들 뭐지? 진짜?”
…
그들이 알고 있는 누더기 행성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것들이다. 산소 대신 유황. 마력 대신 마기.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데스 필드가 펼쳐진 기괴한 행성.
그렇기에 무언가를 ‘생산’하는 시설은 그리 많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추론은 사실이었다. 직접 관찰한 이들에게 얻은 정보니까.
그런데 지금 행성 전체로 흩어졌다가 사흘 만에 다시 모인 숙련된 [차원 용병]이 가져온 정보에 따르면 행성 전체적으로 생산 시설이 엄청 늘었다.
“왜?”
“응?”
“왜냐고. 왜 갑자기 차원의 긴 역사에서 축적된 정보와 상반되는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
“글쎄.”
녹투오스도 대답을 듣기 위해 질문한 건 아니다. 그냥 혼잣말로 상황을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의미에서 중얼거리듯이 말한 거지만, 그걸 들은 [차원 용병]들은 또 각자 고민과 생각에 빠졌다.
“영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차폐 장치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좋아. 일단 그러면 다들 자신이 찾은 생산 시설과 하급 이하의 언데를 쌓아놓은 곳에 폭탄을 설치해.”
“영감은?”
어딘가 비장한 녹투오스의 말투에 다들 그의 입을 노려봤다. 마치 ‘너 혼자 복수하려고?’라고 말하는 눈빛으로.
“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