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41
“하아. 빌어먹을. 영감탱이! 고집은 진짜.”
“끌끌끌. 그걸 이제 알았냐? 애송아? 정확히 기억해. 내일이야. 오래 머물면 들키게 되어 있어. 내일 이 시각. 우리가 처음으로 내렸던 그곳으로 헤임달이 올 거야. 늦지 마. 늦는 놈은 찾아서 죽도록 패버릴 거니까.”
“영감이나 늦지 마요!”
그렇게 누가 보더라도 기이하게 보일 어보미네이션의 모임이 끝나고 각자 지역으로 흩어졌다. 좀비나 구울이 아니라 중급 언데드인 어보미네이션이었기에 여기 저기 이동하는 게 어색한 흐름이 아니었고, 그렇게 그들은 흩어졌다.
그렇게 멀어지는 어보미네이션들 사이에서 몇몇이 녹투오스의 뒷모습을 힐끔거렸다.
[어떻게 할 거야? 네오?] [어떻게 하긴. 폭탄 빠르게 설치하고 영감을 찾는다. 저 영감. 분위기가 별로야. 마지막을 준비하는 호랑이 같다고.] […좋아. 누가 먼저 도착하나 내기할까?] [하?! 너희 내가 누군지 잊었어? 나 조인조이야. 그것도 창공의 왕인 독수리 일족이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미친놈아. 지금 다 같이 누더기 골렘을 뒤집어쓰고 있는 판인데.] [그…건 그러네?] [어휴. 저 빡대가리 새끼. 너 때문에 조인족을 싸잡아서 새대가리라고 욕하는 거 아냐! 이 빌어먹을 놈아!]그렇게 쓸데없는 대화를 무려 ‘의념’ 혹은 ‘전음’을 통해 나누던 [차원 용병]은 각자 맡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모두가 사라진 자리에 가장 먼저 움직였던 [차원 용병]의 리더 녹투오스가 다시 나타났다.
“애송이들 주제에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게냐.”
여기서 다른 [차원 용병]들이 나눈 대화를 짐작하는 것처럼 민망함과 고마움을 담은 마른 웃음을 흘려냈다. 거기까지다. 그가 위장 슈트 안에서 미소를 보인 것은.
차가운 얼굴이 된 녹투오스는 곧장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행성 곳곳으로 흩어진 이들과 반대로 그는 행성 중심에 있는 생산 시설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생산 시설과 비교해도 유난히 크고 웅장한 건물 벽에는 마법을 모르는 애송이가 보더라도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이한 문양이 피로 그려져 있었다.
점점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위장 슈트 안 녹투오스의 얼굴을 일그러졌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을 벽이 아니라, 꿈틀거리는 살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거대하고 꿈틀거리는 살덩어리 위에 피로 기이하고 불길한 마법진을 그려놓은 건물.
그 안으로 마법사 계열 언데드가 쉬지 않고 드나드는 것을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가만히 서서 지켜봤다.
이 기이한 행성에서는 종종 활동을 멈추고 절전모드에 들어가는 언데드가 있기에 골목 한쪽에 서서 가만히 있는 어보미네이션은 특별히 눈길을 끌지 않았다. 낮과 밤이 없는,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차가운 행성이기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녹투오스는 무려 턱걸이라고 해도 네이비(Navy) 랭크에 이른 강자. 그는 정밀하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며 무언가를 기다렸다.
“음.”
마치 죽은 것처럼 혹은 자는 것처럼 서 있던 녹투오스가 위장 슈트 안에서 간신히 터져 나오려는 음성을 삼키고 침음을 흘렸던 건 저 멀리서 언데드들을 모세의 기적처럼 가르며 다가오는 한 마리의 리치를 발견했을 때였다.
‘놈!’
고위 언데드의 상징인 어둠이 아우라처럼 흘러나오고, 생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차원에서 보기 드문 보석으로 치장된 지팡이를 들고 허공을 부유하며 이동하는 아크 리치.
무엇보다 녹투오스가 위장 슈트 안에서 그를 노려보는 것은,
‘데이몬!!’
그의 이마에 검은색 보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녹투오스의 손자의 몸에 언데드화라는 저주를 심고 도주한 아크 리치라는 뜻이었으며,
‘기필코!’
그가 그토록 찾던 원수이자, 이 의뢰를 무료 봉사에 가장 먼저 수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죽인다.’
혹여 살기가 일어날까. 아니면 자신의 의지에 반응한 마력이 움직여 들킬까, 그는 몇 번이나 숨을 깊게 내쉬면서 속을 가라앉혔다.
“응?”
자신의 앞을 지나가던 아크 리치 데이몬이 움직임을 멈췄을 때, 녹투오스는 지극한 경지에 이른 존재답게 짧은 순간 몇 번이나 되는 고민을 했다.
‘이대로 대가릴 깰까? 아니지. 그럼 죽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도 잡혀 언데드가 될 수 있어. 그럼 자폭? 같이 폭사할까? 그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힘들고, 영혼이 남아 있으면 마찬가지로 언데드가 될 확률이 높아. 어쩐다?’
“호오?”
데이몬은 마치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처럼 길에 서서 절전모드로 들어간 어보미네이션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탄성을 흘렸다.
“재미있구나.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가던 길을 이어갔다. 언데드가 무언가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이치에 어울리지 않지만, 데이몬은 무려 리치 군주가 가장 처음으로 만든 언데드라는 특수성을 가졌다.
그는 리치 군주가 필멸자에 불과할 때, 아무 것도 아닌 사령술사 중 한 명일 때, 생성된 스켈레톤 마법사였다. 그렇기에 리치 군주 휘하에서 이름을 받은 단 두 명뿐인 언데드이며, 가장 오래 리치 군주를 모신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언데드라기 보다 오히려 사람에 가까운 존재였고, 그는 이제 사색과 감정을 풍부하게 지닌 언데드였다.
“꼭 성공했으면 좋겠구나.”
녹투오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멀어지는 데이몬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것도 잠시,
‘뭐지? 분명히 이 위장 슈트를 꿰뚫어 본 것 같았는데?’
데이몬이 순순히 물러난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의 예상대로 데이몬은 실제로 위장 슈트 안에 살아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아챘다. 더 정확하게는 생명력을 지닌 존재가 뿜어내는 자신을 향한 악의를 본능적으로 읽어냈다. 언데드로 살아온 세월이 가져다준 원치 않는 본능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그것은 데이몬만이 알 일이다. 녹투오스 역시도 더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데이몬이 건물 안으로 들어자 그동안 빨빨거리고 건물 안으로 들락날락하던 언데드들이 모두 건물에서 멀어졌기에.
‘움직인다.’
잠이 든 것처럼 벽에 기대 있던 어보미네이션이 기괴한 시설로 향했다. 살점으로 이뤄진 벽 안에 준비해온 물건의 타이머를 맞춰 심어 놓기를 반복하고 어째서인지 열린 문 앞에 섰을 때,
“어서 오라. 내 그대를 실로, 진실토록, 오래도록 기다렸다. 나의 종말이여.”
그의 원수 데이몬이 양팔을 벌리고 그를 반기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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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코로나 조심하시고, 행복한 연휴되세요.
8,379년 5개월 11일. 9시간 26분 38초.
143. 8,379년 5개월 11일. 9시간 26분 38초.
“어서 오라. 내 그대를 실로, 진실토록, 오래도록 기다렸다. 나의 종말이여.”
녹투오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충격에 걸음을 멈췄다. 은밀하게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이 안에서 그를 납치할 생각이었다. 죽이면 리치 군주가 알아차릴 테니까.
그를 위해서 준비해온 아티팩트도 있다. 앞서 [차원 용병]이 모였을 때 사용한 차폐 장치의 업그레이드버전이다.
특이하게 마력은 운용할 수 있지만, 범위 내에 마기를 동결하고 외부로 통하는 모든 수단의 의념을 차단하는 1억 카르마 포인트의 일회용 아티팩트.
여기서 놀랄 부분은 1억 카르마 포인트가 아니라, 일회용임에도 1억 카르마 포인트나 한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아티팩트는 무려 권능이 부여된 아티팩트다.
녹투오스는 충격에 놀란 감정을 추스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 기괴하고 기분 나쁜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그린스킨이라는 걸 재빨리 확인하자마자 위장 슈트를 벗으며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아는가?”
“모른다.”
마치 자신을 기다려 온 것처럼 말했던 데이몬의 대답은 자신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대답에 녹투오스는 치미는 살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나를 똑바로 보라!! 나를 모르는가!!!”
웅얼웅얼 울릴 정도로 거친 음성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데이몬은 텅빈 해골 안쪽에서 살벌하게 검은 빛으로 빛나는 마안으로 빤히 녹투오스를 살폈고,
“역시 모른다.”
그를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리고 그 대답에 녹투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벨트에 달린 여러 주머니 중 하나에 손을 넣었다.
“그럼 죽어라.”
그가 꺼낸 것은 앞서 언급한 그 아티팩트였다. 일회용임에도 1억 카르마 포인트나 하는 고가의 아티팩트.
“그만.”
놀랍게도 그 고요한 외침에 네이비 랭크에 발을 살짝 담근 녹투오스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이익!!”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당장 여기서 나를 죽인다면? 네가 바라는 것이 어그러질 텐데. 괜찮나?”
데이몬의 말은 녹투오스의 심부를 찌르는 비수가 되었다. 어떻게서든 몸을 풀려고 힘을 쓰던 그가 온몸에 힘을 풀어버렸다.
“일단 좀 앉지. 아, 의자가 없군. 우리 종족은 보통 앉는 걸 하지 않아서 말이야. 서거나 혹은 눕거나. 둘 중 하나라서 어쩔 수 없지. 서서 대화를 마저 이어갈까?”
마치 농담이라도 한 것인양 뼈만 남은 어깨를 으쓱한 데이몬은 벽으로 다가가 몇 가지 조치를 취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네게서 느껴지는 지독한 원망, 원한, 살기, 악의 같은 것들이 느껴져. 아마도 내게 원한이 있는 존재겠지. 그리고 너 정도의 강자라면 몇몇 기억나는 사례들이 있어.”
불과 몇 분 전, 녹투오스를 모른다고 말했던 것과 상반되는 내용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너 정도의 강자, 조인족이라는 특징, 거기에 몇 가지 조건을 더하면 추론하는 건 가능하지. 너는 아마 수인족의 차원에서 왔겠지. 차원의 절반이 죽음의 땅이 되었던. 그리고 나중에 차원을 버린 수인족의 왕, 펜리르의 휘하겠고.”
“…….”
“그래. 그런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함께 계약과 마법의 신을 섬기는 용병들이 사는 차원이 존재한다지? 차원을 떠도는 방랑자들의 쉼터이며, 동시에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들이 존재하는 차원이라고?”
데이몬의 말은 모두 맞다. 거대한 위상 차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주인은 무려 신이다. 그것도 계약과 마법을 주관하는 신.
신이 그런 차원을 만든 것은 창조주의 명령 때문이었고, 창조주는 차원 전쟁의 여파로 터전을 잃고 차원과 함께 사라지는 존재를 가엽게 여겼다.
그럼 차원 전쟁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녹투오스도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차원을 넘나들며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서 감을 잡게 되면 생각한다.
차원 전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차원 전쟁은 인간으로 치면 독감 백신 같은 것이었으니까. 전쟁이 없이 그저 고요 있는 차원에서는 전쟁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차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심각해지면 손을 쓸 틈도 없이 100% 파멸이다.
그렇기에 전쟁일 기획했다. 적법한 계약에 따라 진행되는 전쟁은 차원의 면역력과 자정 능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기에.
그 계약에 장난을 친 놈들이 바로 여기 있는 리치 군주를 포함한 세 개의 차원이었다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계약과 마법의 신이 만든 차원에서는 카르마 포인트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강해지기도 한다.
이요한이 고용하는 고용인들이 머무는 곳도 바로 그 위상 차원이다. 그렇기에 [장인]이나 [요리사], [메이드]를 고용하는데 필요한 게 카르마 포인트일 수밖에 없는 거다.
“흠.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겠지.”
“왜지? 원한다면 내가 친히 너를 초대하지.”
“끌끌끌. 그럴 수 없음이야. 내가 이 차원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 군주께서는 알아차리실 테니까.”
“…….”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고. 솔직히 말하자면, ‘동등한 수준’에서의 대화라는 걸 해보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질 않거든. 그래서 내가 조금 신이 났어. 이해를 바라.”
“…미친놈.”
“맞아.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삶이었으니까. 이보게. 자네는 상상할 수 있겠나? 자그마치 만 년이 넘는 세월이네. 만 년.”
“뭐가?”
“내가 우리 군주님 휘하에서 언데드로 살아온 세월이 말일세.”
“…뭐?!”
“처음에 나는 스켈레톤 마법사였네. 알지? 마력탄 밖에 사용할 줄 모르는 그런 흔하디 흔한 스켈레톤 마법사. 그때부터 난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네.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 군주께서 처음 레이즈 스켈레톤으로 일으킨 해골이 흔한 전사도 아니고 메이지인 것도 신기할 터인데, 그 메이지가 사고를 하고 있으니 말이야.”
“자랑이 하고 싶은가? 너는 특별했다고? 너를 죽이러 온 나를 묶어놓고?”
“아! 오해는 하지 말게. 자넬 마비시킨 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를 칠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니. 난 자넬 오래 기다려왔거든.”
“나를? 기다렸다?”
“그 이야기는 뒤에 나오네. 자, 들어보게. 사고를 할 수 있는 언데드. 그런데 이 언데드를 소환한 잠재력은 충만하지만 어설픈 하위 사령술사. 어떤 일이 벌어질까? 행복한 삶이 시작될까? 그럴 리가 없지. 알잖은가. 사령술사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군주께서는 신기한 나를 고위 사령술사에게 보여주고 계약을 맺었지. 군주님께서는 고위 주문을 배우게 됐고, 난 온갖 실험을 당했지. 다른 마법사도 아닌 사령술사들에게.”
“…….”
“그거 아나? 난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 사령술사의 명령에 움직이는 하위 언데드가 부러웠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군주님이 군주가 되신 이후에는 내가 실험에 쓰이는 일은 없어졌네. 그리고 깨달았지. 차라리 실험체일 때가 더 좋았음을.”
녹투오스는 마치 말을 하지 못해 죽은 귀신이 들린 것처럼 쉴새 없이 입을 놀리는 아크 리치를 보면서 상식의 혼란에서 오는 정신적인 충격을 몇 번이나 받아야 했다.
뭐? 사령술사가 계약을 맺어서 어쩐다고? 이게 뭔 개소리야?
“솔직히 이해하네. 나도 리치가 되고, 아크 리치가 된 후에 하급 언데드를 상대로 이런 저런 실험을 했으니까. 이해해. 하지만 내가 군주님의 권능으로 성장할수록 내게 주어지는 업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네.”
“업무?”
“그래. 업무. 전투가 아니라 업무네. 차원 침공을 위한 계획. 차원 침공 이후 카르마 포인트 정산. 그린스킨 차원과 계약 및 보급품 정산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업무. 그걸 모두 해야 하네. 언데드는 잠이 없지. 알지?”
“그렇겠지. 이미 죽은 존재이니.”
“그러니 난 수천 년 동안 24시간 일을 해야 하네. 그것도 멍청하게 시키는 일만 하는 언데드가 아니라, 사고가 가능한 언데드라서 계략을 짜내고,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의 효율을 고민해야 해.”
“…그런 것 치고는 말투가 지극히 차분한데? 조금도 화가 담겨 있지 않아.”
“24시간 쉬지 않고 8,379년 5개월 11일. 9시간 26분 38초.”
“뭐?”
“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면 감정이라는 것은 사라지게 되네. 일을 할 때마다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살짝만 일이 틀어져도 소멸 직전까지 가는 군주님의 분노를 견뎌야 하지. 그러니 내게 감정은 없네. 난 그저 일을 할 뿐이야. 그리고 간절히 소망하고 기다리지.”
“무엇을?”
“끝을.”
“…….”
“나라는 존재의 종말을 기다린다네. 언젠가 엘프가 다스리는 차원을 침공한 적이 있네. 거기서 만난 하이 엘프가 내게 예언을 했네. ‘죽음의 누더기를 뒤집어쓴 날짐승이 너를 소멸로 이끄리라.’라고.”
“그게 나다?”
“그래. 너지. 올빼미 족의 조인족 족장. 녹투오스. 난 자네를 천 년이 넘게 기다렸네.”
녹투오스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다만 그 전에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네 말이 맞다. 나는 펜리르 님의 차원에 살던 조인족이다. 그리고 넌 내 손자에게 저주를 내렸지. 이것도 기억하지 못하나?”
“솔직히 말하면 기억나지 않아. 자그마치 9천 년이네. 내가 차원 침공에 참여한 기간이. 그동안 내가 뿌린 저주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좋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 없어. 이것만 확인하지. 네가 죽으면, 내 손자는, 저주는 풀어지나?”
“저주를 푸는 방법을 알려줄까? 저주는 강력한 신성력으로 해주하거나……(블라블라),”
녹투오스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또 입을 놀리는 아크 리치를 보며 질려버렸다.
‘미친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