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43
설기는 벌써부터 뭔가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자이언트 윙 샤벨타이거의 가죽이 좀비 따위에게 가죽이 흠집이 날 일은 없고, 간염은 더욱 일어날 일이 없다.
[분명히 말하는데. 다치는 녀석은 일주일 동안 한주먹의 사료만 먹을 줄 알아! 리리노의 주먹으로 한주먹이야! 독고서인 주먹 아니고!] [흥!] [설기. 미워.] [힝…. 아빠.] [다 왔다.]설기가 그 말을 꺼내면서 땅에 내려앉은 곳은 혼슈라고 불리는 옛 일본의 본섬이 있는 곳이었다.
“먀.”
[시작한다.]그 말과 함께 세 해츨링을 떨어뜨린 설기의 날개가 한 번 펄렀인다.
파앙―!!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설기의 모습이 사라지고, 설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온몸이 으깨진 좀비였던 것들과 악마였던 것들의 흔적만 남는다.
“먕.”
[어휴.]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찹쌀이는 설기가 날아간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앙증맞은 날개를 펄럭였다. 그러자,
후웅―!
손바닥 위에도 올라가던 작은 크기의 찹쌀이가, 두 손에 올려놓고 식빵 자세로 자고 있으면 뭉쳐놓은 찹쌀떡 같다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게 만들던 하찮은 꼬물이가 대형 버스보다 더 크게 변했다.
“먀.”
[난 이쪽이야.]그 말과 함께 날개를 펄럭이는 소리와,
파칙!
찹쌀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푸른색 뇌전이 흔적처럼 남기고 사라졌다.
남은 둘은 서로 어디로 갈지 속닥거렸다. 그리고 달이는,
“먕.”
[난 저기로.]혼슈의 동쪽에 있는 큐슈 방향을 가리키며 말하자,
“먀앙. 먕”
[난 저쪽으로 갈게. 아빠랑 가까운 곳이야.]방울이는 훗카이도를 가리키며 날개를 펼쳤다.
둘이 동시에 날개를 펄럭이자 찹쌀이 때와 마찬가지로 대형 버스 크기로 커진 둘은 각자 선택한 방향을 향해 날아갔는데,
화르르르―.
달이 뒤에는 선명한 잔불이 꼬리를 물었고,
슈우우우콱!
방울이는 앞뒤로 투명한 바람의 칼날이 흔적을 남겼다.
무엇이 되었든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아마 이 모습을 이요한이 봤다면,
[어휴. 내숭쟁이 녀석들.]엄청 깼을 거라는 거다. 아마도 이요한은 전혀 모르고 있을 거다. 자신의 품에 안겨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 쪼그만 녀석들, 이요한이 하찮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얼마나 괴물인지를 말이다.
그 대신이라고 할까?
마치 억눌려 있던 야수의 본성이 깨어난 것처럼 세 마리의 자이언트 윙 샤벨타이거는 좀비를 신나게 학살하는 중이었다.
[저걸 증거로 찍어놨어야 하는데. 쩝.]해츨링을 멀리서 바라보던 설기가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해츨링이 움직였을 때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어쩌면 가장 내숭쟁이는 이요한의 품에 안겨 항상 “먀~.” 하고 우는 설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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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설기와 하찮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엄청 강하거든요.
자살 아니, 소멸희망자야.
145. 자살 아니, 소멸희망자야.
이요한이 지구에서 엄청난 기세로 좀비와 악마를 때려잡는 것이 과연 이 종말을 끝내는데 효과가 있을까? 그린스킨 때처럼 저들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까? 이렇게 오는 놈들만 때려잡아서?
그런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가이아 게시판에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좀비와 악마 때문에 쉘터에서 버티는 게 한계에 달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나 유토피아를 제외한 다른 쉘터들은 좀비와 악마가 죽으면서 남긴 죽음의 기운 때문에 변해버린 쉘터 바깥은 환경이 특히나 어려움이었다. 죽음의 기운이 스며든 땅에서는 좀비는 강해지고 인간은 약해지니까.
특히나 각성하지 못한 생존자들에게 죽음의 기운이 서린 땅은 말 그대로 ‘죽음의 땅’이 되었다.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빠져나가 픽픽 쓰러져 죽는 땅이.
그러나 유토피아가 아닌 다른 쉘터에서 좀비와 악마가 죽으면서 남긴 죽음의 기운으로 변한 환경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가이아 게시판의 여론과 달리 누더기 행성의 가장 높은 탑에서는,
“이, 이!! 왜 계속 죽기만 하느냐!!”
이요한의 행동이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아니!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을 봤나!! 중급 언데드를 데려가서 그렇게 계속 죽기만 하면 어쩌느냐!!”
중급 언데드인 시체 골렘이나, 레이스 같은 언데드조차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안 되겠어! 데이몬!!”
그리고 그는 데이몬에게 의념을 강하게 연결했다.
[…네.]“당장 카르마 포인트를 잔뜩 부어서 리빙 헬 나이트를 완성해! 그리고 완성하면 바로 투입해서 저 빌어먹을 땅을 밀어버려!!”
[알겠습니다.]당연히 데이몬에게서 들릴 대답은 하나뿐이었고, 그 대답을 듣기 무섭게 연결된 의념을 끊어내고 용상에 누워버렸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짜증나아아아아아!!”
파사사삭―.
리치 군주의 짜증에 동화된 그의 마기가 거칠게 일어나 탑의 일부가 먼지가 돼 사라지는 건 일상이나 다를 것 없는 심연의 추방자 차원이다.
이런 일이 매 순간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치 군주는 왜 매번 자신의 마기를 조절하지 못해 사는 곳을 부술까? 리치 군주는 권능을 다룬다. 그리고 권능을 다루는 초월자는 당연히 마기 정도는 숨을 쉬는 것보다 더 잘 다뤄야 하지 않나?
이건 리치 군주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그의 기이한 성장 과정과 권능 때문이다.
심연이라는 깊고 어두운 차원에서 리치 군주는 길바닥의 돌만큼이나 하찮고 특별할 것 없는 사령술사였다. 그가 특별해지게 된 것은 첫 번째 언데드를 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첫 번째로 제작한 언데드의 재료가 어린 그를 주워 키워준 아버지 같은 이를 죽이고 그 시체였기 때문이다.
데이몬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가 받은 ‘이름’은 본래 시체의 그 이름이었다.
그때부터 리치 군주는 특별해졌다. 처음으로 소환한 언데드가 ‘기억’과 ‘사고’ 그리고 ‘학습’ 능력이 있었기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결국 데이몬 덕분에 리치 군주는 권능까지 얻을 수 있었고, 그 휘하에 있는 언데드들은 성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리치 군주는 자신의 권능으로 키운 언데드로 심연에서 반역을 꿈꿨으나,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심연에서 쫓겨나 여러 차원을 배회하다가 지금의 누더기 행성에 침공해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차원 침공을 해왔던 거다.
차원을 침공하는 이유는 다른 그린스킨과 달랐다. 리치 군주는 시체를 수급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렇게 획득한 시체는 언데드가 되어 그의 군대가 되었다.
언데드의 수를 불려 나갈수록 리치 군주는 언데드가 성장한 만큼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는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로 자신의 마력을 성장시켰다.
어딘가 익숙한 시스템이라고?
그래. 지구의 각성자와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리치 군주가 하는 건 어떤 시스템과 규칙에 의해서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재능을 카르마 포인트라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재화를 억지로 태우면서 마기를 키우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로또를 1, 2, 3, 4, 5, 6부터 40, 41, 42, 43, 44, 45까지 모두 구매하는 짓보다 효율이 수백만 배는 더 안 좋은 수준의 짓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대로 무리가 없는 이유는 그가 ‘언데드’를 부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린스킨과 달리 언데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악업’이 쌓인다. 그런데 차원을 침공해 대량의 시체를 가져와 언데드를 만들고, 성장까지 시킨다?
악업이 얼마나 쌓이겠나?
괜히 [차원 용병]이 리치 군주와 그 휘하의 언데드를 보면서 치를 떠는 게 아니다.
아무튼, 리치 군주의 그런 무식한 방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정확히는 너무 보잘것없는 자신의 재능으로는 비대해진 마기를 다룰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권능 성장에 저 집착했다. 휘하 언데드가 성장할 때마다 그 성장의 일부인 재능의 편린이라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성장한 언데드가 죽어버리면 티끌에 불과했던 편린조차 날아가지만, 그렇게라도 리치 군주는 재능을 갖고 싶었다.
그가 차원 침공에 전력을 다하는 원동력이자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그의 계획은 잘 이뤄져 왔다. 그린스킨이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차원에 침공해서 시체를 수급하고, 언데드를 투입해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런데 왜 아직도 마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느냐고?
그거야 재능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카르마 포인트로 마기를 늘렸으니까. 늘어난 재능이 1이라면 마기는 100이 늘어난다.
멍청하다고?
애초에 미친놈에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무언가를 바라면 안 된다.
아무튼, 이렇게 장화하고 긴 서론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치 군주가 멍청하다는 게 아니다. 그가 마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없다는 것 역시도 아니다.
아크 리치 데이몬.
이 특별한 언데드가 그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언데드라는 점이다. 최초로 제작한 최하급 스켈레톤 메이지가 정점인 아크 리치까지 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치 군주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런 수치적인 가치만으로는 데이몬에 향한 리치 군주의 집착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언제나 리치 군주는 데이몬에게 직접 보고를 받았고, 데이몬에게만 직접 대면해서 명령을 내리곤 했다.
이번에 계획하는 생강시, 그러니까 리치 군주의 표현으로는 리빙 헬 나이트의 제작을 전담하고, 리치 군주의 카르마 포인트 사용을 허락한 것 역시도 데이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리치 군주는 데이몬을 믿었다.
아니, 이건 믿는다는 것보다는 리치 군주는 데이몬을 자신의 일부라고 여기고 있었다. 팔이나 다리 같은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몸에 붙은 팔이나 다리가 배신할 거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잖은가.
리치 군주 역시도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
데이몬이 행성의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
리치 군주는 그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데이몬?”
경계라는 것의 정의는 그의 부족한 마기 컨트롤 능력이 미치는 최대한의 범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치면 주말에 소파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사라진 상황인 거다.
다시 말해,
“데이……?!!”
그 범위를 넘어가서 데이몬이 소멸하면 그를 되살릴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리치 군주는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탑의 천장을 부수고 경계를 향해 나아갔다.
아니,
“윽?!”
나아가려고 했다.
콰아아앙―! 콰콰쾅!! 콰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행성의 곳곳에서 신성력과 순수한 마력 그리고 광포한 힘을 가진 소멸력이 발현되지 않았다면.
누더기 행성 내부에서 터진 폭발은 언데드를 수십 만, 수백만을 소멸시켰다. 그렇게 소멸된 언데드 중에는 작든 크든 진화한 개체도 있었다. 진화 개체의 소멸은 리치 군주가 지니고 있던 허상과 같은 재능의 소멸로 이어졌고,
“아, 안 돼!”
그것은 그의 마력 컨트롤 능력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한다. 그의 힘이 닿는 경계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뜻이다.
“데이모오오오오온―!!”
가장 처음 제작한 언데드이며, 그의 행정 전반을 관리한 비서이며, 온갖 마법에 능숙한 아크 리치가 소멸할 때까지 리치 군주는 손을 쓰지 못했다.
리치 군주가 최초로 제작한 언데드.
처음부터 지금까지 성장 시킨 아크 리치 데이몬의 ‘성장치’가 증발한다.
지금까지 당연하다는 듯이 다뤘던 사령술이나 마기 컨트롤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의 리치 군주는 그저 마기만 잔뜩 가진 어린 아이나 다를 것 없다.
“아, 으, 아아, 으으아!!”
리치 군주를 더 환장하게 만드는 것은 데이몬의 마지막 순간에 확실하게 전해진 의념이다. 소멸 직전에 느낀 강렬한 감정이었기에 경계를 뚫고 리치 군주에게 전해졌다.
“행복…하다고?”
그것은 사흘 만에 퇴근하는 직장인이 떠올릴 법한 행복이었다.
* * *
시간을 돌려서 예술처럼 폭발이 일어나기 30여분 전.
생강시를 제작하던 곳에서 데이몬의 입을 쉬지 않고 움직였고, 녹투오스는 귀에서 피가 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확연하게 체감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이때가 리치 군주가 막 데이몬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쏟아부어 생강시를 최대한 빨리 제작하라고 명령하는 순간이었다.
“고작 일이 많은 것 가지고 언데드인 내가, 그것도 마법 계열 언데드의 최상위인 아크 리치인 내가 소멸을 원하는 게 아니네. 자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 내기를 하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얼굴에 주먹을 한 대 맞아야 하는 순간이 온 거지. 그래서 때리기 기다리고 있는데, 때려하는 놈이 때릴 듯 말 듯 계속 약을 올리는 거야. 때리진 않고. 그것도 위협적인 무기를 들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