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44
녹투오스는 이미 지쳐버렸다. 이제 그는 복수와 함께, 저 주둥이를 다물게 하기 위해서 저 뼈다귀를 소멸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상을 해보게. 이렇게. 이렇게. 계속 약을 올리는 것처럼 이러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나?”
데이몬은 마비된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녹투오스의 눈앞에 뼈만 남은 주먹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면서 물었다.
“…짜증 나겠지. 빨리 때려. 라고 하거나?”
“내가 그 상태라네.”
“??”
“하루에도 몇 번. 군주께 보고를 할 때마다 72.175%의 확률로 군주께서는 감정이 격해지신다네. 그렇게 되면? 군주께서 지니고 계시는 막대한 마기가 감정에 따라 흘러나와 주변을 초토화시키지. 그 주변에 누가 있을까? 그래. 보고를 하고 있던 내가 있지. 어떻게 될 것 같나?”
“아프다?”
“아프지. 아프기도 하지만 소멸 직전까지는 가는 게 9할이 넘네. 차라리 소멸을 하면 괜찮아.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군주께서는 성장한 언데드가 소멸하는 걸 엄청 싫어하시거든. 나는 어떻겠나? 당연히 절대 소멸하지 않고 다시 복구 된다네.”
“…….”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다른 보고를 하러 갔다가 소멸 직전까지 가고.”
“그게 하루에도 몇 번씩, 8,379년 5개월 11일. 15시간 22분 51초인 지금 순간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거네. 자네라면 버티겠나?”
녹투오스는 거기서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단위의 시간이 다시 나왔기에.
“자, 이제 시간이 되었네.”
“음?”
“자네가 준비한 폭탄은 건물보다 이 장치에 설치하는 게 더 좋아. 왜냐하면, 내가 지금부터 군주님의 명령대로 이 두 그린스킨 황족에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주입할 거니까.”
“…뭐?”
“여기 설정한 시간은 건드리지 않았네. 그럼 여기 생강시 두 구는 이 시간보다 약 1분 뒤에 완성되게 설정하면 되겠군. 으차. 다 되었네. 가세.”
“어라?”
녹투오스는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자신의 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몬은 마치 집결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앞장 서서 걸음을 옮겼다. 녹투오스는 서둘러 어보미네이션 위장 슈트를 입고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누더기 행성에 들어올 때, 헤임달이 내렸던 장소에서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차원 용병] 99명 전원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리, 리치?!!”
누군가 데이몬을 발견하고 마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아직 아니네.”
데이몬은 앞서 녹투오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누더기 행성에 넘치는 마기로 그들의 경솔한 행동을 멈추게 했다.
“설명을 부탁하네. 녹투오스.”
“…이 해골이 내가 찾던 해골이고.”
“……!!!”
“자살 아니, 소멸희망자야.”
“??”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차원 용병]들이지만, 어느새 차원 이동 수단인 헤임달이 도착했다.
“타지. 아! 그 전에 나를 소멸시킬 장치를 여기에 넣어주겠나?”
녹투오스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몸소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데이몬은 자신의 두개골을 뚝 떼어서 뒤집어 보였다. 그 안에는 농밀하게 농축된 마기가 모여 빛을 흡수하는 보석처럼 자리하고 있었는데,
“…라이프 베슬?”
그건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차원 용병]인 녹투오스의 눈에 리치의 라이프 베슬처럼 보였다. 녹투오스는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맞네.”
데이몬이 인정했고,
“미친!”
녹투오스는 기겁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놀라 눈을 크게 뜬 이들과 달리,
“시간이 없는 것 아닌가? 저들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피해자가 될 데이몬 본인이 서두르라고 재촉했고, 녹투오스는 준비한 신성력 농축 폭탄을 라이프 베슬 옆에 힘껏 박아넣었다.
“흐음. 약해지는 기분이군. 충분히 소멸할 수 있겠어. 혹시 자네들은? 추가로 준비한 사람이 있다면 눈을 깜빡이게.”
거기서 한술을 더 떠서 그런 말을 꺼낸 데이몬에게 기괴한 말과 행동에 질려 버린 [차원 용병]은 마비에 풀려 헤임달에 탑승한 상태에서도 쉽사리 입을 열거나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녹투오스.”
“왜.”
“내게 연민을 느끼는가?”
“…아니.”
“연민을 느낄 필요가 없다. 나와 그대는 만남은 인과응보의 과정 중 하나였고, 내가 내 이야기를 그대에게 한 이유는 나의 행동에 다른 의도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함이었으니. 무엇보다 난 자네의 손자에게 최상위 저주 [카다웨르]를 건 장본인이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반성하지 않는 악독한 아크 리치라네. 준비하시게. 정확한 신호를 주겠네. 오차 범위는 최대 1초가 넘지 말아야 하네.”
마치 다른 사람의 죽음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하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데이몬의 말은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차원 용병]의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죽음과 소멸을 바라는 언데드라니.
이게 뭔 달달한 청양고추 같은 소리냐고.
“5초 남았네. 4. 3. 2. 1 지…금.”
파앗―!
데이몬이 ‘지금’이라는 단어에서 ‘지’를 언급한 순간 녹투오스는 마력을 발현했고, 그의 마력이 트리거가 되어 라이프 베슬 옆에 붙여 놓은 소피아의 신성력이 폭발했다.
우주의 항성이 소멸하는 과정을 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할까? 데이몬이라는 아크 리치의 머리에서부터 선명하고 성스러우며 깨끗한 마력이 폭발하면서 그것에 닿은 데이몬의 뼈가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잘했네.]소멸의 순간 그 짧은 한 마디를 남겼다. 소멸을 시켜줘서 고맙다거나,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존재였기에.
그저 자신이 정한 오차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트리거를 잘 작동시켜서 잘했다는 평가를 남기고 소멸했다.
“미친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으면서. 제놈이 건 저주까지 기억하는 주제에. 무슨 언데드가……. 이렇게 인간적이란 말인가.”
녹투오스는 여러 감정이 담긴 회한을 푸념으로 흘려보냈으나,
“…이게 뭔.”
누군가의 푸념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이 결말에 황당해하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했다. 고요한 헤임달 내부와 달리 누더기 행성에서는 폭음과 폭발이 쉬지 않고 들려온 것도 그때였다.
사보타주의 성공을 알리는 축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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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어제는 용량이 조금 적어서 오늘은 조금 더 넉넉하게 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언이 실현되었다
146. 예언이 실현되었다
갑작스럽게 행성 전체에 일어난 막대한 신성력과 마력의 폭발.
그 여파인지 리치 군주가 나타나지 않았고, 평소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부분 처리하던 데이몬이 무슨 이유에선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누더기 행성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언데드인 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 어떻게 들으면 어울리지 않는 주어와 서술어다.
혼란스럽다는 말은 사고(思考: 생각하고 궁리함)하는 존재가 사고(事故: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를 만나면서 생각이 꼬이는 것을 뜻하는데, 언데드의 8할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
돌진하라면 돌진하고, 멈추라면 멈춘다. 공격과 방어 그리고 대기 정도만 한다.
그런 언데드만 모인 차원에 혼란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야 맞다. 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럽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지배자인 리치 군주 때문이 아니다. 사라진 데이몬 때문이다.
생산성이라고는 1도 없는 이 행성이 수천, 수만 년 동안 멸망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데이몬 때문이다. 그는 심연의 추방자가 다스리는 차원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CPU였으며, 메인보드였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평가하기를 리치 군주는 데이몬이라는 기이한 존재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라고 한 게 괜한 말이 아니다.
데이몬 이외에도 아크 리치는 존재하고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고위 언데드가 적지 않지만, 갑자기 벌어진 테러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침공을 받아 본 경험이 없었다. 리치 군주의 세력은 항상 침공하는 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미친 놈이 차원 방어를 하기도 바쁜데, 역으로 침공해서 테러를 자행하겠나?
무엇보다 차원이라는 게 같은 대륙에 붙어서 가상의 경계선을 긋고 ‘여기부터 우리 땅!’이라고 하는 식도 아니고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며,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차원과 차원을 건너는 건 보통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단순히 힘이 강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론만 빠삭하게 안다고 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어렵다. 아니. 어렵다는 말은 너무 약하고 불가능하다는 말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차원 침공에 제정신일 언데드가 있을까?
“데, 데이몬님은?”
“구, 군주님께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오?”
“누가 할 건데!”
“빌어먹을! 폭발부터 막아!”
“보고부터 해야 한다니까아아!!”“데이몬 님부터 찾아야 한다고!!”
…
난장판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지 고위 언데드가 속속 탑 입구로 달려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소란에도 리치 군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일단 물러나자.”
탑 꼭대기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힘이 넘실대고 있었다. 고위 언데드는 최소 세 번 이상 리치 군주를 대면해봤기에 안다. 저것이 리치 군주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 흘러나오는 힘이고, 저 마기에 닿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서진다는 것을.
데이몬 다음으로 제작한 언데드이자 어비스 나이트라는 특이한 개체로 성장했으며, 오네로라는 이름을 받은 단 두 명뿐인 언데드. 그의 경고에,
“네? 허억?!”
“으어어.”
“튀, 튀어!”
…
여러 반응을 보이며 탑에서 멀어졌다. 특히나 몇 번이나 소멸 직전까지 갔던 고위 언데드들은 도망치라는 말에도 트라우마가 나타난 것처럼 잔뜩 겁을 먹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그런 그들을 잡아 끌고 물러난 이들은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가는 마기에 겁을 먹고 자신들도 모르게, 본능에 이끄는 대로 점점 더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이제는 탑이 아득하게 보일 때까지 물러난 이들의 눈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탑만 눈에 담았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방에서 터지는 신성력과 마력 따위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 폭발의 여파로 행성을 뒤덮고 있던 살덩어리가 흩어지고, 그 아래 깔린 단단한 흙과 바위가 드러난 것도 관심 없었다.
“저, 저, 저거……!”
“더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니야?”
“오, 오, 오네로님! 데, 데이몬님은 어디에?”
오네로와 데이몬이라는 이름을 들은 고위 언데드들은 이 순간을 타파할 유일한 희망을 들은 것처럼 어비스 나이트인 오네로에게 모였다.
“나도 모른다.”
“에?”
그 대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 이 말은 실수나 당황해서 나온 잘못된 단어 선택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그럴 수가 있습니까? 데이몬님과 오네로님 그리고 군주께서는 항상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리치 군주가 최초로 제작한 스켈레톤 메이지와 스켈레톤 워리어는 서로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고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데이몬의 존재감이 잡히지 않는다.”
오네로의 대답에 중구난방으로 떠들던 언데드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오네로에게 존재감이 잡히지 않는 데이몬.
그리고 이 난리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리치 군주.
마지막으로 행정을 반파시키고도 남을 것 같은 리치 군주의 마기.
“뭐, 뭔가 X 된 것 같은데?”
이름을 받지 못한 아크 리치의 중얼거림이 차원 침공 최전선에 서면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 고위 언데드들을 속마음을 대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
넘실거리며 위협적이고 불안하게 꿈틀대던 마기가 폭발했다. 소리보다 먼저 폭발이 행성을 휩쓸고 난 뒤에야,
콰아아아아아아앙―!!!
폭음이 들려왔다. 탑 주변에 있는 반경 수십km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나마 탑이라는 건축물이 구름을 관통할 정도로 하늘 높은 곳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땅 위에서 저런 게 폭발했다면?
누더기 행성 자체가 반으로 쪼개졌을 거다.
“설마 그 예언이 진짜란 말인가.”
[죽음의 누더기를 뒤집어쓴 날짐승이 너를 소멸로 이끄리라.]데이몬이 녹투오스에게 말했던 그 예언을 오네로도 같이 들었다. 그리고 데이몬의 존재감이 사라진 순간 오네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