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46
…
이들에게는 세계수 아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게 엄청 이상해 보이는 것 같았다.
“잠깐만. 저기 말이 아니네?”
“응? 어? 그러네?”
“날개? 페가수스?”
“아닌데? 머리에 뿔도 있는데? 유니콘 아니야?”
뒤늦게 [차원 용병]들은 아이의 치댐을 받아주면서도 싫은 기색 하나 없는 [엘더 페가수스]를 보면서 얼빠진 소리를 해댔다.
“…엘더 페가수스.”
[차원 용병]의 리더처럼 보였던, 누군가 ‘영감님’이라고 불러서 이해할 수 없게 했던 중년의 조인족 남자가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맞아요. [엘더 페가수스]. 우리 영지 소속 기사단의 기승수죠.”
“…여긴 미쳤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생각하는 걸 포기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왠지 [내성]에서 나오던 엘라와 내 옆에서 말없이 걷던 소피아는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
“뭐.”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엄청난 일을 하고 온 [차원 용병]의 안색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그걸 떨쳐 낸 것 같은 게 중요하지.
“가시죠. 술은 종류 별로 준비했다고 하니까.”
“아, 네. 더는 놀라지 않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다짐하면서 날개를 접고 [내성] 안으로 조심히 들어왔다. 자신을 맞이하는 묘인족 [집사]와 [메이드]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 것처럼 숨을 급히 들키던 그는 자신이 한 말이 떠올랐는지,
“흠흠. 노, 놀라지 않았습니다.”
라는 비겁한 변명을 하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우우우. 추하다! 영감!”
“아다만티움 계급 [차원 용병]이 저런 비겁한 모습이라니!”
“우우우! 날깨 떼어버려라!”
…
물론 뒤를 따르는 같은 [차원 용병] 동료들의 악질적인 놀림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버텼다.
하지만,
“미친!! 이런 술을 카르마 포인트만 있으면 마실 수 있어?!!! 여긴 미쳤어어!! 이, 이거 이름이 뭐라고?”
그는 맥캘란 제네시스 디켄터를 마시더니 저렇게 외쳤다.
“하하하하.”
난 사실 잘 모른다. 애초에 술을 별로 즐기지도 않고. 위스키를 비롯해서 와인과 맥주 같은 술은 모두 올리비아가 준비했다.
“맥캘란 제네시스 디켄터입니다. 참고로 종말이 시작되기 전에도 단 600병만 생산된 겁니다. 당시 지구의 인구가 77억이 넘었는데 말이죠.”
“오오오오!!”
저러다 판매도 하겠다? 하긴 올리비아가 술에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뭐라고 했더라? 나쁜 위스키는 없다였나?’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습니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지!”
“오오오오!!”
그래. 저거다. 냉철한 얼굴로 저 말을 하면서 옥션에서 1억이 넘는 위스키를 아무렇지 않게 사서 챙겨놓더라니까?
“지금은 영주님의 능력으로 카르마 포인트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습니다. 단 3만 포인트에 모십니다.”
“오오오오오오오!!”
미치겠네. 진짜 영업을 뛰고 있네? 뭐, 들어서 알겠지만, 생각보다 알콜 농도가 높고 비싼 술은 카르마 포인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3만 포인트다. 3만 포인트.
단층집이 10만 포인트인데.
엄청 비싸지. 물론 저걸 혼자 사서 한 번에 한 병을 다 마시는 사람은 없겠……?
“한 병 더!!”
“나도!”
“난 이걸로! 빨간 거!”
…
있네. 그것도 많네.
미친 사람들이네. 아니, 사람은 아닌가? 미친 수인족들이네.
“아! 이런! 내 정신 좀 봐! 지금 술만 풀 때가 아닌데. 죄송합니다. 고용주님!”
“아아. 괜찮아요. 다들 어려운 일 하고 오셨는데요. 뭘.”
“아……. 어려운 일……. 어려운 일이었죠. 어려운 일.”
푸념에 가깝게 몇 번이나 중얼거린 그는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갈수록 풀어내는 속도는 빨라졌고 사보타주를 진행하면서 벌어진 일들에까지 설명이 이어졌다.
“상상할 수나 있겠습니까? 감정이 사라진 리치라니? 산자를 향한 악의라던가, 지식에 대한 탐욕 같은 게 없는 그런 언데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언데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온전히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자신의 소멸을 원할 때라니.”
“흠.”
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느새 주변은 고요해졌다. 사보타주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바람의 정령에 영지로 복귀한 이들도 하나둘 식당으로 모여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음에도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그 놈은 제 원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원수를 갚았습니다. 이제 차원 어디에도 머리에 검은 보석을 박은 아크 리치 데이몬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헛헛하네요.”
언뜻 들으면 저게 무슨 소린가 할 거다. 소멸을 바라는 언데드라니. 병약 소녀가 되고 싶은 트롤 같은 소리 같잖나.
그러나 나는 간절히 소멸을 바랐다는 그 리치에게 공감되는 면이 있었다.
‘나도 그랬지. 회귀 전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복수를 후회하시나요?”
“아닙니다.”
그는 내 질문을 칼같이 끊어내며 부정했다.
“그럼 복수의 과정이 너무 쉬워서 아쉬운 건가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복수의 대상이 너무 쉽게 죽어서 아쉬운 거군요.”
“…….”
중년의 조인족은 말하지 않았지만, 대답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상대가 조금 더 발버둥치고 살려고 애원하길 바랐을 거다. 그게 복수를 꿈꾸는 자들의 소망이니까.
용서를 빈다? 아니면 이미 회개를 했으니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것만큼 빡치는 게 있을까? 내가 용서를 안 했는데, 누가 미리 용서를 해?!
아마 지금 이 남자가 느끼는 허무함은 복수의 과정이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하기 때문에 오는 허무와 무기력함일 것이다.
이럴 때는,
“손자는 보고 오셨나요?”
복수의 근원이 되었던 것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 아아! 그, 그렇군요! 깨어났다는 소식은 헤임달 안에서 들었습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요.”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다가 휘청거린 그는 마력을 일으켜 취기를 모두 날려버렸다.
“잠시만요.”
이대로 보내도 된다. 의뢰 비용은 미리 지불했고, 그러니 의뢰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을 공지하면 서로 끝이다.
하지만,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역습과 후방 교란에 대한 1차 보상 책정이 끝났습니다.』
『사보타주에 의한 ‘직접적인’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파괴에 대한 보상을 먼저 하겠습니다.』
『파괴된 시설과 폭발로 사망한 언데드에 대한 카르마 포인트 책정을 끝냈습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 107억(10,700,000,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언데드라는 특정성에 플러스 카르마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음을 물론이고, 행성을 강제로 감싸고 있던 역겨운 시체 덩어리 역시 파괴되었기에 양쪽 카르마 포인트로 분리하지 않고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통합하여 지급합니다.』
조금 전, 그가 깊은 허무에 빠져 있음으로 식당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을 때,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냥 보낼 수가 있겠냐고.
“성공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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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저도 보너스 좋아하는데 말이죠. ㅠ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148. 환영합니다!
성공 보너스를 지급하겠다.
이요한의 이 말을 누군가는 멍청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지금 남한테 보너스를 줄 때냐? 빡대가리 시키야! 한 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보너스?! 보오너어스으으?!!”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요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앞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도 말하지 않았던가.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역습을 성공하셨습니다!』
『이는 차원 전쟁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입니다!』
『별도의 보상 이외에도 당신의 업적은 차원 역사에 기록됩니다!』
차원이라는 게 행성이나 항성 혹은 은하와 어떻게 다른 건지는 이요한은 모른다. 다만 우주 스케일에 비견된다고 마냥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해낸 업적?!
그 업적을 누가 이룩했나? 이요한 본인이? 아니면 그를 항상 따르는 이들이?
천만에!
그 업적을 이룩한 게 저 여러 종족으로 이뤄진 [차원 용병]이라는 이들이다.
[용병 길드]라는 건물이 괜히 블루 랭크가 된 영지에서 해금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고 하듯이.물론 이요한 휘하의 [마법사의 탑]과 [연금의 숲] 그리고 [대장간]의 라쿤 [장인]이 많은 준비를 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이뤄낸 업적을 부인할 수 없다.
“성공 보너스……? 말입니까? 그게 뭡니까? 고용주님?”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고,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이뤄냈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아!”
설명을 들었음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뒤늦게 이요한이 한 말이 진담임을 깨달았는지 놀란 얼굴로,
“아, 아닙니다!”
손을 내저었다. 일반적인 의뢰인 혹은 고용주였다면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낼름 받아먹었을 거다. 그게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인 [차원 용병]의 자세니까.
하지만,
“대가는 충분히 내셨습니다. 이 위장 슈트는 물론이고, 제 복수를 이뤘고, 빌어먹을 원수에게 크게, 엄청 크게 한 방 먹였습죠. 또한 덕분에 제 손자는 저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니다. 이 특이한 인간 족 [영주]는 무언가 그렇게 대하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기에.
“[차원 용병]은 받은 만큼 일을 합니다.”
그렇게 정중하게 거절의 말을 전했다.
“괜찮아요. 뒤에 있는 [차원 용병]도 생각하셔야죠.”
“저 빌어먹을 놈들은 무시하셔도 됩니다. 아다만티움이라는 등급값도 못하는 놈들입니다.”
“그리고 손자도요.”
“…예?”
“이제 막 깨어난 손자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으실 거잖아요? 카르마 포인트가 넉넉하면 그것도 좋겠죠. 받으세요.”
『[차원 용병] 100인에게 20억 특수 카르마 포인트를 분배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래.”
20억 카르마 포인트. 100명이니까 한 명에 2천만 포인트.
‘이게 적당한 양인지 아니면 적은 양인지 모르지만, 보너스로 부족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겠지.’
현재 옐로(Yellow) 랭크인 [마법사의 탑]과 [연금의 숲]에서 옐로 랭크 [마법사]와 [연금술사]를 고용하는 비용이 125만 포인트고 그린 랭크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1,250만 포인트라는 걸 생각하면 적지 않은 양일 거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이, 이천만?!”
“뭔 개소리야? 이천만이 아니라, 이백만이잖……?! 이, 이천만?!”
“씨벌. 내가 취했나? 나 취했지? 취한 거지? 응?”
“마음에 드십니까?”
“허, 허허…….”
정신을 놓아 버린 것 같은 녹투오스의 반응에 이요한은 그를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