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52
“어머?! 이거 왜……? 맛있어?”
조인족 유일한 주술사 오페라의 입맛 역시도 사로잡았다. 새가 초콜릿을 먹어도 되는 건지는 차치하더라도 소라빵의 모양을 보고 표정이 이상해진 것은 둘이 똑같았으니, 취향도 똑같은 게 아닐까?
아 여담으로 아에야가 즉석에서 만든 ‘성질머리의 노처녀’ 팔행시는,
‘성’스러운 오페라는.
‘질’식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
‘머’머리가 된 자신을 거울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오페라는
‘의’느님을 찾아 떠났지만,
‘노’답이었다. 머머리로 살 수 없다.
‘처’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오늘 밤 그놈을 자빠뜨려야겠다고 오페라는 다짐했다!
의외로 지구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인간 나이로치면 30살이 넘었지만, 조인족으로 치면 아직 성년식을 거행하지 않아 작은 초등학생 몸에 귀여운 날개가 달린 아에야가 순발력으로 지어낸 팔행시에 귀여운 아이의 천재성에 놀란 느낌이랄까?
“언니! 이것 봐요! 오늘 만난 각성자 언니 오빠들이 저 먹으라고 사준 거예요!”
아에야는 [내성]에서 마주치는 각성자들이 선물로 준 음료수와 간식을 잔뜩 품에 안고 자랑했다.
“언니! 어쩌면 저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 받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을까요? 주술사 같은 머리 아픈 건 때려치우고 이참에 아이돌? 그런 거나 할까봐요.”
그리고 오늘도 오페라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네가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인간들이 사실을 너보다 어리다는 걸 그들이 알면 어떤 기분일까?”
움찔!
막 초콜릿 봉지를 까던 아에야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좋아요. 이 초콜릿은 언니에게 줄 게요. 솔직히 아스가르드에 있던 기간은 1년으로 쳐야 한다고 봐요. 거기서는 조금도 성장하는 기분이 안 들었다고요.”
“그래. 초콜릿은 고마워. 이제 주술사 따위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볼까?”
“…제가 언제 주술사 따위라고 했어요? 주술사 같은 머리 아픈 건이라고 했지!”
“그게 그 말이잖니?”
“그게 어떻게 그 말이에요! 그러면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주의자와 결혼을 못한 노처녀가 같은 말이게요?”
“…그래. 그게 있었지. 성질머리의 노쳐녀.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상기시켜줘서 아주, 고오맙다.”
“헤헤. 그냥 계속 잊고 계시는 건 어때요? 언니?”
“이리 오렴. 우리 아에야. 오늘은 긴급 상황에서 유용한 혈(血) 주술에 대해서 공부할까?”
“…뭐예요? 그게? 이름에서 불길함이 느껴지는데요?”
“괜찮아. 괜찮을 거다. 그냥 피를 좀 흘리는 주술 수업일뿐이야.”
“……전혀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을 거란다. 아마도.”
“아, 아마도요?!”
“그래! 아마도!!”
그날 혹독한 교육이 끝나고 여기저기 약초가 붙어 있는 아에야의 팔목과 손바닥을 보면서 어떤 지구 각성자는 오페라가 아동학대를 한다고 영주인 이요한에게 신고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4컷 유머 만화에 나올 법한 그 촌극을 들은 녹투오스에게 오페라와 아에야가 혼난 건 당연한 일이었고.
다만 이런 시끌벅적하면게 지구의 각성자와 섞여들어가는 조인족들을 보면서 이요한은 어떤 깨달음을 얻은 날이기도 했다.
“굳이 멀리 있다고 경고도 무시하고는 개자식들까지 보듬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인간이 아니어도 수인족도 있고, 엘프도 있는데?”
그렇다.
그의 경고를 무시하는 멀리 떨어진 아메라카 대륙의 몇몇 골치 아픈 쉘터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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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팔행시. 어휴. ㅋㅋ
전에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빡쳤다.
154. 전에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빡쳤다.
리치 군주가 다스리는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중심이 되는 행성 누더기는 폭탄 테러가 있고부터 정확히 열흘 하고 이틀이 지난 뒤에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밖에. 누구 있느냐.”
그 말은 곧 리치 군주가 12일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부, 부르셨습니까.”
아크 리치 하나가 벌벌 떨면서 무너진 아니, 먼지가 되어 흩어진 탑의 터로 날아왔다.
“데이몬은?”
“…….”
아크 리치가 리치 군주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벌벌 떠는 이유는 데이몬이 소멸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주, 주군. 데이몬은…….”
이미 데이몬이 소멸했다는 걸 몇 번이나 보고한 상태였다. 그때마다 보고한 리치나 데스나이트는 분노한 리치 군주의 감정 폭발에 당해 소멸했다.
당연히 리치나 데스나이트 정도 고급 언데드는 진화를 몇 번 거듭한 존재들이기에 그들이 소멸하면서 받은 타격에 또 리치 군주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자 리치 군주가 폭주해도 견딜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최고위 언데드 중 가장 짬이 낮은 아크 리치가 보고를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물론 견딜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거지, 무조건 안전하다는 건 아니다. 소멸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멸 직전까지 가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언데드는 이미 죽은 존재이기에 고통을 모른다고 한다. 많은 부분에서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리치 군주의 권능을 받아 성장을 하게 된 언데드는 다른 언데드와 달리 감각이 존재했다.
성장이라는 권능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이자, 사기적인 권능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라고 봐도 좋은 점이다.
게다가 언데드가 어떠한 경우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간단히 신성력에 바로 죽지 않으면 독을 들이킨 사람처럼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반대로 농밀한 마기에는 고통을 느낀다. 언데드를 사역하는 힘이 마기이기 때문에.
즉, 아직도 입을 떼지 못하고 벌벌 떠는 아크 리치는 죽음도 두렵지만, 소멸 직전까지 가는 그 상태로 남겨질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 고통이.
괜히 데이몬이 자신의 죽음을 염원했을까?
“내가 묻지 않느냐!”
리치 군주가 평소 자신을 여(余)라고 지칭하던 것조차 잊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소리를 지르자,
“소, 소멸했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언데드가 눈꺼풀이 있을 리가 없으나, 해골 안에서 일렁이던 검은 빛이 꺼지는 걸 보면 확실히 눈을 감았다고 할 수 있다―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라!!!”
콰콰콰콰!
“컥!!”
역시나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 죽여주시…….”
최고위 언데드들이 계획한 대로 이번에는 보고하던 언데드가 죽지 않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리치 군주는 정신을 다시 잃고 폭주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고 멈출 수 있었다.
“쯧.”
리치 군주는 자신 앞에 가루가 된 뼈 사이에 잔불 정도만 남은 아크 리치를 발견하고는 혀를 차며 권능을 일으켜 아크 리치를 부활시켰다.
“헉. 헉.”
데이몬이었다면 내색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했겠지만, 이 이름도 없는 아크 리치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아까 말했잖은가. 아크 리치와 데스 나이트 로드 같은 최고위 언데드 중에서 가장 짬이 안 되는 존재라고.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최고위 언데드가 된 기간이 가장 짧다는 뜻이었다. 이런 지독한 고통을 견디고 익숙해질 만한 연륜이나 경험이 없다는 거다.
“쯧쯧.”
혀를 찬 리치 군주에게 데이몬이라는 특별한 아크 리치의 부재가 더욱 크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다시 울화가 치밀어 오르려는 걸 느낀 리치 군주는 마음을 다스리며 큰 숨을 내쉬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다른 건 다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 행성에 ‘산자’가 들어왔는데. 그걸 몰랐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조, 조사한 바를 보, 보고 할까요?”
“허어?”
리치 군주는 하마터면 화가 나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자란 아크 리치의 두개골을 부술 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말과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손이 나가지 않았던 게 눈앞에 한심한 아크 리치가 살아남은 이유였다.
“예?”
“너는 어떻게 그 머리로……. 아니다.”
뒤에 말을 생략했지만, 아크 리치는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 머리로 리치가 되었냐.
“테, 테러 조사 보,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욕적인 말에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아니, 품을 수 없었다. 이렇게 군주와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생각마저 그대로 읽히는 게 권속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테러를 자행한 놈들이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어보미네이션을 닮은 존재들이 행성을 배회하며 생산 시설을 드나들었습니다.”
“어보미네이션? 시체 골렘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워낙에 힘을 쓰는 일에 사용되는 놈들이라 생산 시설에 드나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고위 언데드가 없었습니다.”
유토피아 영지의 [마법사]와 [연금술사]가 의도한 건지 아니면 얻어 걸린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위장 슈트의 외모로 설정한 누더기 시체 골렘 어보미네이션은 이곳 행성에서 건설중장비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생산 시설을 아무 의심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아무리 외모를 바꿔주는 장비라고 해도 그렇지! 산자에게는 생기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
“단순히 외모만 바꿔주는 게 아니라, [피의 흔적]으로 살핀 결과 놈들이 입은 장비에서 마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악취는 당연하고요.”
“뭐?!”
“물론 완벽하게 생명력을 숨길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 여(余)의 말이 그것이다!”
“다만 최근 행성에 엄청난 수의 그린스킨이 들어온 것이 문제였습니다. 인간이나 다른 차원 종족에 비해서 유달리 생명력이 넘치는 그린스킨이 억 단위로 행성에 유입되면서 저런 고급 장비로 감춘 생명력을 탐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뭐라?!”
“그러나.”
“뭐냐!! 말을 중간중간에 끊지 말고 쭉 이어서 해라! 쫌!”
“데이몬이었다면 분명히 알아차렸을 겁니다.”
역린이나 다름 없는 이름, ‘데이몬’이 나오자 리치 군주 주변으로 다시금 마기가 넘실거렸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애송이 아크 리치의 저 말이 무슨 뜻으로 꺼낸 건지 모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신이라도 했다는 거야?! 데이몬이?!!”
데이몬이라면 알아차렸을 거다. 그런데 아무런 경고가 없었다? 그럼 뭐겠어? 데이몬이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지.
“89% 확률로 그렇습니다.”
푸스스스―.
리치 군주가 앉은 땅 주변이 그의 감정에 따라 일어난 마기의 영향을 받아 부서진다.
“주군께서도 아시겠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데스 필드가 빈틈 없이 깔린 곳이 우리 행성 누더기입니다. 이 행성 안에서 데이몬이 연락조차 못 할 정도로 강한 존재는 주군뿐입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자신의 주 분야인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갈수록 가장 어린(?) 이름 없는 아크 리치는 점점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침입해서 힘을 썼다면, 단순히 생명력이나 마력이 문제가 아니라, 주군께서 알지 못하실 리가 없습니다.”
“흐흐흐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11%나 되는 확률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데이몬이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진영을 갈아탄 것이라면 소멸이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딘가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리치 군주의 반문에, 눈치라고는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는 아크 리치는 가설을 설명하면서 점차 흥분해서 이제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각적인 면에서 조사하고 파악한 결과 데이몬은 배신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배신이 진영을 바꾸기 위함이 아닌 걸로 사료됩니다.”
“…….”
“아마도 데이몬은 소멸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불멸자로 살아오면서 지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면 매일 당하는 고통에 지친 것일까요? 아아. 오늘 당해보니 저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고통이었습니다. 아! 어쩌면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파삭―!
무언가 부서졌다. 아주 오랜 시간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을 밟은 것 같은 소리다.
그 선명한 소리에,
“에?”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 아크 리치는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것이 사라지는 걸 보았다. 그렇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는 선명한 소리에 아크 리치가 정신이 돌아온 게 아니라, 팔이 먼지가 되면서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큭?!”
“그러니까 네 말은……. 행성에 그린스킨이 잔뜩 있어서 벌레 같은 놈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린스킨을 잔뜩 받은 여(余)의 잘못이다?”
“예? 아, 아닙니다!!”
“데이몬은 죽고 싶었다? 언데드가 죽고 싶다는 말이지? 그것도 여 때문에 고통을 당해서? 그러니 그것도 여의 잘못이다?”
“아, 아닙니다! 히이익!! 아니에요! 아닙니다!!”
이름이 없는 아크 리치는 그제야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자신이 아무렇게나 영혼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던 말을 들어주는 존재가 리치 군주였고, 그의 등 뒤로 위협적이고 포악한 마력이 넘실거리는 것을.
‘이, 이러다 주, 죽는 거 아니야?’
그가 그런 생각을 품었을 때,
“너의 생각이 실로 옳다.”
리치 군주는 그의 생각에 긍정을 해주는 것으로 아크 리치를 소멸시켰다. 이번에는 기분에 취해서 실수로 죽인 게 아니라, 확실히 휘하 언데드인 아크 리치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죽였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도 한껏 성장한 언데드가 소멸하면서 그에게 반동이 찾아온 건 동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