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7
“줘봐.”
“네에~!”
화투를 내가 손에 쥐자,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물건 ‘화투’를 창고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오류! 창고가 건설되지 않았습니다. 창고를 건설해주십시오.』
메시지가 여지 없이 출력된다.
영지민과 영주는 창고로 옮길 수 있는 권한이 다르다.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건, 소유권자가 여럿이라는 의미도 되지만,
‘죽었을 때도 적용된다는 뜻인데?’
사망한 후에도 적용된다. 즉, 종말의 시간이 지날수록 창고로 즉각적으로 옮길 수 있는 물건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네. 아니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가?”
하지만 이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조금 전 제시 모건이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손에 잡았을 때, 별다른 메시지가 출력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적인 일명 ‘파밍’을 위해서 영지민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발로 뛰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영지 바깥으로.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회귀 전처럼.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 트라우마 같은 걱정거리는,
“주인님. 괜찮으세요?”
이제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옆에 딱 붙어서 마치 근거리 경호를 담당하는 것처럼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엘프 덕분에.
“아아. 괜찮……?”
“!!”
엘리아나는 자신의 걱정 어린 시선에 대답하는 나를 두고 갑자기 가타부타 말이 없이 시위를 당겼다. 그녀의 활에는 화살이 걸려 있지 않았는데, 시위를 당기는 순간 노란색 마력 화살이 생성되는 신기한 장면을 선보였다.
땅과 수평으로 겨누던 활을 대뜸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더니,
“흠…….”
숨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시위를 놓아버렸다. 하나의 점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 노란색 마력 화살이 구름보다 조금 낮은 지점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엉? 뭐야?”
“퍼밀리어와 비슷한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님. 이 땅을 확인하기 전에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엘리아나의 말에 나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과 주변 지역을 담당한 그린스킨 총사령관이 마법사나 주술사라는 것을 말이다.
‘아마 주술사겠지.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이 수식을 정립하고 계산해서 진리에 다다르는 마법사는 될 수 없으니.’
이건 차차 고민할 문제이고,
‘창고(Depot) 건설.’
먼저 창고를 건설해달라는 메시지를 두 번이나 봤으니까, 창고 건설이 먼저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1,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창고」를 건설하시겠습니까?』
‘그래.’
영지 조감도와 함께 초록색 영역으로 창고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표시한다. 내성의 여러 공터 중 한 곳을 선택하자,
『영지 건물 「창고[Rank: White]」를 건설하기까지 5시간 59분 59초가 남았습니다.』
『가신(家臣) 한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5% 단축됩니다.』
『5시간 41분 55초가 남았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95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영지 관리 메시지와 함께 창고 정보가 뇌리로 스며든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창고의 크기는 가로 100m, 세로 150m, 높이 25m다. 저래서는 여기 있는 컨테이너가 1할도 못 들어갈 거다.
지금 성벽 밖에 블록처럼 쌓여 일종의 성벽처럼 보이는 셀 수 없는 수의 컨테이너는 하이 큐빅이라고 불리는 40ft 컨테이너다. 스텐다드 40ft 컨테이너보다 높이가 1ft(0.3m) 더 높은 컨테이너로,
40ft(12.2m) × 8ft(2.44m) × 9.5ft(2.9m)
이런 규격이다. 컨테이너선의 단위는 TEU로, 20ft 컨테이너 1개가 1TEU다.
1만 TEU면, 20ft 컨테이너 1만 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이라는 뜻이다. 40ft는 5천 개 실을 수 있는 거고.
일전에 뉴스에 나와 난리가 난 수에즈 운하를 막았던 에버그린이 20,124TEU고, 가장 큰 컨테이너선이 23,964TEU라는 걸 참고하고, 성벽 밖에 쌓인 컨테이너의 산을 본다면 기겁할 법한 광경이다.
사방에서 몰려들어 포위당할 것을 염려해서 우리가 등을 진 김포의 문수산 쪽으로 성벽처럼 쌓여 있는 컨테이너는 대략 4만 개가 조금 넘는다.
이걸 여기까지 옮기는 데 들어간 비용만 천문학적. 오히려 왜 이걸 여기에 쌓는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빈틈없이 창고에 넣는다고 해도 4,310개 정도가 최대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950포인트를 소비하여 창고를 즉시 건설합니다.』
창고를 즉시 건설로 바꿨다. 그리고 넓게 퍼진 지구의 사제들, 이제는 각성자가 된 이들이 빠르게 컨테이너에 접촉한다.
『영지민 유다연이 탐색 중, 잃어버린 소유물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창고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영지민 샤디아 알마가 탐색 중, 잃어버린 소유물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창고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영지민 산드리아 밀레나가 탐색 중, 잃어버린 소유물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창고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
‘자동 입고.’
무분별하게 눈을 가릴 정도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치우면서 창고로 자동 입고되도록 설정을 변경하고 잠깐 창고 내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어라?’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다. 얼핏 보기에도 이상하리만치 컨테이너가 많이 줄었다. 거의 4분의 1은 사라진 것 같다. 그렇다면 벌서 1만 개의 컨테이너가 창고로 들어갔다는 건데?
‘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혹시 몰라 스마트폰의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산해봐도 마찬가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컨테이너 챙기고 내성으로 돌아와. 먼저 창고로 가볼 테니까.”
창고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이 창고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창고가 아닌 것 같다는 촉이 왔다.
“엘라.”
“네. 주인님. 노임. 실라페.”
급한 마음에 이름만 불렀는데 용케 알아듣고 바람의 중급 정령과 땅의 중급 정령을 소환했다. 그 덕분인지 영지 최외곽인 성벽에서 중앙까지 5분도 걸리지 않고 도착했다. 땅의 정령이 땅을 밀어주고, 바람의 정령이 공기저항을 없애줌으로.
그렇게 도착한 창고의 문을 열자마자 난 이 상황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지 알아차렸다. 아니, 정확한 수치는 몰라도 어떤 기작인지는 말이다.
“공간 확장?”
밖에서 볼 때도 창고는 넓었다. 창고의 영어 명칭이 Warehouse나 Storage가 아니라, 대규모 창고나 버스나 차량을 수납하는 거대한 창고나 기차 역을 뜻하는 Depot이다. 그 말을 곧, 다른 기작 없이도 창고가 크다는 뜻이었다.
“그걸 고려해도 이건 너무 큰데?”
어느 정도냐고? 문에서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건 보통 커진 게 아니다.
『창고 건설 후, 최초로 창고로 입장하셨습니다. 고유 능력 [영지] 부속 건물 「창고」의 로그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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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Rank:White]
모든 종류의 자원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창고입니다. 이후 개방되는 여러 영지 시설의 부속 저장고 같은 것과 차원과 맥락을 달리합니다.
1. 영지 랭크에 따라 내부에 적용되는 공간 확장률이 상승합니다. 현 랭크(White) 기준 8배 적용 중입니다.
2. 영주 혹은 영지민의 모든 획득 부산물을 창고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3. 생산 시설 혹은 가공 시설을 건설한 후, [도로]를 이어주면 자동 재료 보급과 생산물 자동 보관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4. 「자판기」 생성 이후, 창고의 물건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원은 자판기 최초 등록 시, 1개를 영구적으로 소비합니다. 단, 창고 랭크가 일정 랭크 이상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5. 특별한 연구 시설과 생산 시설을 건설하면, 몬스터 사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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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이 있습니다. 편수 맞추기가 애매하네요. 오랜만에 연재라서 그런가 ㅎㅎㅎ;;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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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Rank:White]
모든 종류의 자원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창고입니다. 이후 개방되는 여러 영지 시설의 부속 저장고 같은 것과 차원과 맥락을 달리합니다.
1. 영지 랭크에 따라 내부에 적용되는 공간 확장률이 상승합니다. 현 랭크(White) 기준 8배 적용 중입니다.
2. 영주 혹은 영지민의 모든 획득 부산물을 창고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3. 생산 시설 혹은 가공 시설을 건설한 후, [도로]를 이어주면 자동 재료 보급과 생산물 자동 보관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4. 「자판기」 생성 이후, 창고의 물건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원은 자판기 최초 등록 시, 1개를 영구적으로 소비합니다. 단, 창고 랭크가 일정 랭크 이상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5. 특별한 연구 시설과 생산 시설을 건설하면, 몬스터 사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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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배? 자판기? 미쳤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가장 먼저 확장률이 8배.
부피의 확장은 세제곱으로 확장된다. 결국 건물의 길이와 높이가 각각 2배로 확장되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랭크인 화이트에서. 나중에는 10배 확장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10배면 뭐가 대단한 거냐고?
그 10배가 엄청난 거다. 단순하게 따지면 내부는 세로가 150m가 아니라 1,500m 다시 말해 1.5km라는 소리다. 1.5km가 선뜻 이해가 어렵다면, 강남역에서 역삼역을 지나 르네상스 호텔까지의 거리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도 하다.
강남역을 예로 들었으니까 하는 말인데, 강남역 1번 출구와 8번 출구까지 거리가 대략 150m다. 다시 말해 강남역 8번 출구를 통해 1번으로 나가려고 지하로 들어왔는데, 그 안에 공간이 강남역과 르네상스 호텔까지의 거리가 있는 셈이다. 25분은 걸어가야 그 끝이 보이는.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뭐 내부가 8배 넓어진 건 부피니까, 길이는 2배라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언젠가 10배 이상 넓어질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이 창고의 활용도가 엄청나질 거라는 뜻이다.
게다가 「자판기」와 연동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자판기. 자판기라.”
자판기.
회귀 전, 인류가 곳곳의 여러 종류의 쉘터를 중심으로 10년을 넘어 17년 이상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
그린스킨과 이후 등장하는 괴물들과 계약이 사기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지구의 의지들이 인류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회심의 수를 준비할 때까지 인간이라는 종족이 버텨주기를 바라며 ‘생존’에 목적을 둔 지원 체계라고 보면 된다.
간단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쉘터에 음료수 자판기 같은 물건이 생성된다. 그렇다고 안에 보통의 자판기처럼 음료수가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전면이 모두 터치스크린처럼 검은 디스플레이로 이뤄진 모양만 자판기이다. 그 안에서 판매되는 것은 쉘터 각성자의 랭크에 따라 다르다. 물과 기본식을 비롯한 식료품부터 무기를 비롯한 장비, 그리고 상처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약 종류까지 판매한다.
여기서 더 기가 차는 건, 이 자판기라는 요물이 쉘터마다, 그러니까 고유 능력으로 쉘터를 가진 각성자 마다 출력되는 목록이 전부 다르다는 거다. 쉘터의 종류와 쉘터에 속한 인간의 숫자, 생활환경 등, 온갖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 다르다.
그나마 확인된 조건은 쉘터의 생존자가 많을수록, 쉘터의 안전도가 높을수록, 쉘터 내 환경이 윤택할수록 자판기에는 더 다양한 상품이 입고된다는 정도?
“애증의 물건이네.”
회귀 전 내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이유. 저 자판기에서 고작 10포인트로 제공되는 기본식인 빵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쉘터는 물론이고 자판기가 사라질 테니까.
아무튼, 그건 이제 과거의 문제니까 넘어가고, 여기서 중요한 건 창고에 있는 자원을 자판기에 등록할 수 있다는 거다. 내 마음대로 등록.
자판기가 왜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가!
그건 등록된 상품에 한해서 재고가 없는 무한한 상품이고, 포인트만 있다면 구매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 랜덤 박스 같은 자판기와 창고가 연동된 것에 왜 감탄하냐고? 내가 이 창고에 단순히 고기나 쌀 같은 것만 넣었을까?
“천만에!”
종말을 겪어 본 나는 회귀 직후 세 가지를 절절하게 즐겼다.
눈치 보지 않고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온수 반신욕!
볼일을 보고 나서 휴지가 필요 없는 비데!
그리고 자극적인 MSG와 탄산음료!!
즉, 이 창고에 보관해 놓은, 나중에는 절대 맛볼 수조차 없는, 글로서만 알게 되는 것들!
자극적인 맛! 라면! 양념치킨! 간장치킨! 콜라와 사이다! 그리고 맥주!!
같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다.
“미쳤네. 진짜. 창고. 진짜 대박이다! 그럼 MSG 안 아껴 먹어도 되나? 라면 막 처묵처묵 해도? 아!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한 거구나! 아이스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그제야 이해했다. 재신이 최대한 다양한 물건을 준비하라고 한 이유를 말이다. 무려 컨테이너 4만 개를 동원해서 준비한 것들 사이에는 흔히 ‘다시다’라는 고유 명사로 알려진 조미료부터, 과거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값이었다고 할 정도로 비싼 향신료 ‘샤프란’까지.
향신료뿐만이 아니다. 고유 능력 [영지]를 선포하자 그동안 구매했던 농경지와 과수원이 모두 그대로 옮겨왔지만 혹시 몰라 벼를 비롯한 식용작물의 모종과 포도와 사과를 비롯한 과일 묘목도 많은 수가 아니라 대여섯 종이지만, 온갖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자판기가 언제 나오더라? 그린스킨 다음이었나?”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5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창고의 랭크를 올리시겠습니까? 영지 건물의 랭크는 영지 랭크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2천 5백? 고작 화이트에서 레드로 랭크를 하나 올리는데 그린스킨 25마리를 잡아야 해? 아니지. 이건 플러스 카르마잖아? 그린스킨으로 충당이 안 되는 거잖아?”
자판기가 나오는 시점을 떠올리면서 창고 랭크를 상승시키려다가 포인트에 화들짝 놀랐다.
『화이트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1천 포인트, 레드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2천 5백 포인트, 오렌지 랭크에 개방되는 건물은 1만 포인트입니다.』
“화이트 랭크에서 레드 랭크로 가장 낮은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그 정도나 들어간다고? 그럼 옐로 랭크에서 생성되는 건? 2만 5천 포인트?”
『아닙니다. 5만 포인트입니다.』
“아니 왜애!!”
그린 랭크에서 개방되는 건물은 25만 포인트라는 말을 듣고 그 뒤는 알아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