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82
리치 군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그의 상황은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휘하에서 가장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여 이름을 준 두 존재 중 하나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입니다.』
『차원 〈심연의 추방자〉를 다스리며, 고귀한 계약의 주체 중 하나인 리치 군주에게 묻습니다.』
『계약을 속행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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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처럼 겁을 먹은 개가 아니라.
184. 너처럼 겁을 먹은 개가 아니라.
“오늘은 네크로맨서와 사령술에 대한 강의입니다. 물론 장차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을 담당하게 될 제군들이 사령술을 익히라는 의미로 하는 강의는 아닙니다.”
“농담이었는데요……. 아! 억지로 웃어달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흠흠. 강의를 시작하죠.”
“네크로멘서의 학문, 네크로멘시 혹은 사령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물량?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물량이라면 정령사도 뒤지지 않고, 골렘술사 역시 물량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사령술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법으로 소환하는 골렘이나 정령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적은 유지비로 전투 병력을 부릴 수 있습니다.”
“언데드의 이점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죠. 다들 알겠지만, 정령이나 환수처럼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골렘처럼 비싼 재료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물건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
…
“그렇다면 네크로맨서는 무적일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랬다면 저는 여기서 여러분에게 네크로맨시에 대한 강의가 아니라, 시체를 조물딱거리는 수업을 진행했을 테니까요.”
“흔히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네크로맨시의 약점이 신성력이나 자연력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상성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역으로도 뒤집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기가 신성력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차원 공방전에서는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네크로맨시의 또 다른 약점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다른 소환 계열과 다르게 계약의 무게가 다릅니다. 정령과 정령사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령과 정령사의 계약은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일단 체결되면 타인이 그 계약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정령에게 충격을 줘서 역소환시킬 수는 있어도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령 소환 계열은 하나 같이 소환되는 존재가 타격을 입으면 술자도 타격을 입습니다.”
“맞습니다. 네크로멘시는 그렇지 않지요.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스켈레톤이 수백 마리가 죽어도 네크로멘서는 멀쩡합니다. 그렇다면 이득이 아니냐고요? 결룬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네크로맨시의 계약을 너무 가볍기에 그 계약을 파기시키거나 무효로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턴 언데드. 사자회귀 주문이 바로 무효로 돌리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주문입니다. 그리고 차악의 경우 계약을 강탈당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차악이 강탈이면 최악은 무엇이냐고요? 좋은 질문입니다. 차원 전체에서도 그 사례를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만, 최악은 휘하 언데드에게 잡아먹히는 경우입니다.”
“차원 전체에 단 네 차례만 보고된 일입니다.”
“오늘 배울 것은 그 사례 중, 「리치 군주의 기절」이라는 사례입니다.”
―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아카데미 소환학II 강의 중에서
*
신벌을 내리는 차원 관리 시스템이 떠난 이후 리치 군주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가뜩이나 중구난방으로 억지로 쌓은 격을 강제로 빼앗기면서 무너진 격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억까 아니냐고?
리치 군주는 휘하 언데드가 성장하면 마치 수수료처럼 그 성장치의 일부를 자신이 흡수한다. 생각해보면 엄청 좋은 것 같지? 좋은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우리 차분히 생각해보자.
스켈레톤 메이지가 리치로, 리치가 아크 리치가 되는 경우 리치 군주가 획득하는 재능과 격은 마법사의 것이다.
스켈레톤 나이트가 데스나이트로, 데스나이트가 데스나이트 로드가 되는 경우 리치 군주가 획득하는 재능과 격은? 기사의 것이겠지.
스켈레톤 워리어가 데스로어로, 데스로어가 디스트로이어가 되는 경우 리치 군주가 획득하는 건? 전사 혹은 투사의 재능과 격이다.
이것들이 순서와 계획이 없이 우연에 의존해서 쌓이고 쌓이면서 강제로 초월자에 도달한 게 리치 군주라는 존재의 역사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 착실히 기초부터 쌓은 격이 아니라, 우연과 행운이 더해져 쌓기 시작한 격은 기초가 부실했다. 그저 여러 사람이 지나가면서 각자 돌을 올려 쌓은 돌탑보다 못한 그의 격은 작은 충격에도 거세게 흔들릴 정도로 불안한 것이었다.
리치 군주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성장’이었던 거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도 ‘성장’이었다.
본래라면 초월자에 오른 격만 깔끔하게 걷어가는 것이기에 그에게 남은 격은 초월의 벽을 마주하기 직전 정도에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니까 그의 휘하 언데드 중, 이름을 받은 두 존재 중 하나인 어비스 나이트 오네로보다 리치 군주가 강해야 했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어떠한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그의 격은 거침없이 굴러떨어지면서 더 큰 영향력이 되었다. 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진 자갈이 눈사태를 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당사자인 리치 군주에게 최악은 당장 그런 힘의 소실보다 인지부조화에 있다. 불과 몇분 전까지 그가 보던 세상과 지금 그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리치 군주는 그걸 받아들이고 수습할 재능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입니다.』
『차원 〈심연의 추방자〉를 다스리며, 고귀한 계약의 주체 중 하나인 리치 군주에게 묻습니다.』
『계약을 속행할 수 있습니까?』
이 순간을 노린 것처럼 등장한 카르마 포인트의 등장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리치 군주의 머릿속을 을 더 혼란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계약? 무슨 계약? 아! 여(余)는 차원 공방전 중이었구나! 여의 군대는 어디 있는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치 군주.』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재촉하는 카르마 포인트 메시지에 리치 군주는 더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 그리고 초월자의 격을 강탈당한 리치 군주는,
“그, 그만! 그만하겠어!”
그저 겁에 질린 비루한 해골일 뿐이었다.
『자의로 계약을 중단할 경우, 위약금으로 카르마 포인트를 지급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카, 카르마 포인트?! 자, 잠깐!!”
카르마 포인트라는 말에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든 리치 군주는 그제야 보유 카르마 포인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뭐, 뭐야? 이, 이거 왜, 왜 이래? 엉?! 이거 왜 이래애!!”
단위가 달라진 카르마 포인트에 허둥대다가 누구에게 내는지 모를 화를 쏟아냈다. 하지만 짜증을 낸 경험이 있으면 알겠지만, 화를 낸다고 상황이 풀리는 게 아니다. 상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내는 화나 짜증은 더 큰 분노와 짜증을 불러오고.
“오네로오!!!”
“…네.”
그래서 리치 군주는 오네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가 두 번째로 이름을 준 어비스 나이트이자 리치 군주의 방패라고 불린 오네로의 눈이 차갑게 식어있다는 것 역시도.
“어떻게 된 거냐! 내 카르마 포인트가 왜?!!”
“…지구에 [어비스 존] 설치와 [심연] 외부 유출 위약금으로 상당히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지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렸어야지!! 멍청한!!”
『리치 군주. 시간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결정을 내려주세요.』
“그런데 이상하군요.”
카르마 포인트의 목소리와 오네로의 목소리가 서로 겹치면서 들렸다. 그제야 리치 군주는 자신의 종속물인 오네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오네로?”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군주님.”
“오네로!! 너 지금 뭐……?!”
리치 군주가 평소처럼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오네로에게 윽박지르려고 했지만,
“이상하다고!!!”
콰콰쾅!!
오네로가 먼저 마기를 터트렸다.
“큭?!”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의 리치 군주는 최고위 언데드 중에서도 특별한 어비스 나이트 오네로의 불의의 일격에 격이 무너지면서 입은 내상이 더 커졌다.
“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이상해!!”
논리 회로가 엉켜 오류가 일어난 AI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오네로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리치 군주가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고,
‘이게 무슨!’
더 심해진 내상의 여파로 피 대신 마기가 담긴 검은 연기를 울컥울컥 토해내느라 말을 잇지 못한 리치 군주의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중인 거지?’
‘꿈인가? 지독한 악몽인가?’
‘카르마 포인트의 제재가 환각인가?’
‘아니면 신벌이라는 것이 이제 시작인가?’
…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리치 군주에게 그런 혼란을 수습할 시간이 없었다. 어비스 나이트라는 특별한 언데드 중에서도 특별하고 특이한 오네로에게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마기가 불길하게 넘실거렸다.
‘아니야!’
아니다. 저건 넘실거리는 게 아니다. 거칠게 맥동하는 심장 같았다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폭탄 같기도 했다.
불길했다. 저것이 폭발한다고 리치 군주나 오네로가 소멸하는 건 아니었다. 내상이 더 심해질 수는 있겠지만, 오네로의 마기는 리치 군주에게서 기원한 것이니까.
그런 생각이 빠르게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음에도 리치 군주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불길함은 더 커져만 갔다.
고민을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리치 군주가 가진 재능 중, 그나마 볼만한 것이 있다면 생존 본능일 것이다. 그 생존 본능이 경고를 전해왔다.
“계속, 계속한다. 전쟁.”
『차원 공방전 속행에 동의하셨습니다.』
“그래. 맞아! 빠, 빨리!!”
『리치 군주가 차원 공방전 속행을 재차 동의하였습니다. 공방전이 유지됩니다.』
『지금 즉시 차원 공방전의 계약에 따라 병력을 계속 투입하셔야 합니다.』
“이상하다고!! 이상해! 너는 누구인가?! 이 오네로의 주인이 맞는가아아아―!!”
“저, 저놈부터!”
『어비스 나이트는 최고위 언데드입니다. 현재 차원 쟁탈전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셔야 합니다.』
“대답하라! 나의 주군은 너처럼 비루하지 않으시다! 한 번도 두려움에 떨지 않으셨다! 나의 주군은―!!! 심연을 지배할 존재이시다아아아아―!!”
“내, 내겠다!!”
『실행합니다.』
“너처럼 겁을 먹은 개가 아니라.”
콰득―!
“컥?!”
차원 공방전의 전장인 지구로 소환하기 직전 한껏 분노를 토해낸 오네로의 검이 리치 군주의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마기를 검강이나 검기처럼 검에 두르고 휘둘렀다면 리치 군주는 그 마기가 자신의 것이니 아무리 빨라도 알아차렸을 거다. 하지만 오네로는 전력을 다해서 검을 내리그었을 뿐이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이 나가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분풀이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처럼,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냅다 휘두른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의 행동은 리치 군주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코앞에서 휘둘러진 거대한 검이 리치 군주의 가슴 뼈를 대각선으로 갈라놓았다.
“컥, 커헉!”
누군가 울대를 기습적으로 쳐서 숨이 막힌 것처럼, 한참을 기침하던 리치 군주는 그대로 기절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본래라면 초월자에 언데드인 리치 군주는 ‘먹고 자는’ 일이 없기에 매분 매초 업무를 보고 및 전장 상황 파악을 하곤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기절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리치 군주의 기절은 후에 일어날 일의 시발점이 되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아카데미]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며 ‘교보재’로 인용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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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쉴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가. 지독하게도 안 떨어지네요. ㅠㅠ
어비스 나이트 로드.
185. 어비스 나이트 로드.
전투는 끝났다. 지구에 등장한 [심연]은 소멸했고, 그 [심연]을 불러낸 언데드는 모두 소멸했다. 그것도 간신히 소멸시킨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쪽에서는 가지고 놀다시피 하며 끝장을 냈다.
황천 기사단장은 가장 먼저 공격 받았고, 가장 나중에 죽었다. 그만큼 오래 고통 받고 괴로워하다가 죽었다는 뜻이다.
그걸 다시 말하면 이 사달을 일으킨 놈에게 오래 고통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전투 상황이 여유로웠다는 것이고, 내가, 우리가 보유한 전력이 압도적이라는 뜻이었다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