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83
어느새 주변으로 퍼져 혹시 놓친 언데드는 없는지 살피던 기사와 마법사까지 모두 [비공정]에 탑승한 것을 끝으로 [비공정]이 [부속 영지]에 설치한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했다.
“응?”
…향하려고 했다. 구름 너머에서부터 떨어지는 불길한 느낌의 운석을 감지하지 못했다면.
“또?”
누군가 그랬다. 악은 부지런하다고.
“그러네. 부지런하네. 부지런해. 거 참 쓸데없이 근면성실한 새낄세.”
“네? 누가요?”
“누구긴. 저거 내려보낸 놈 말이야. 리치 군주라고 했던가? 리치 왕이라고 했나? 이름이 뭐였지?”
“영주님 리치 왕은 다른 장르잖아요. 아서스 메네실. 리치 왕의 분노. 석씨딩 유 파더!”
“어, 그래. 맞아. 잠깐만. 넌 그걸 어떻게 알아?”
“헤헤. 다연이가 보여줬어요. 리치 군주라니까. 자기도 비슷한 거 안다면서. 트레일러? 아무튼, 우리가 상대하는 놈은 리치 군주예요. 차원 〈심연의 추방자〉의 지배자.”
“그렇구만.”
소피아의 뜻밖의 지식을 알게 된 제법 쓸모가 없는 시간이 흐르고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운석은 [부속 영지]의 안전 구역 경계에 떨어졌다.
“[망루] 준비. [비공정] 함포 냉각율은?”
[함포 손상 상황으로 판단했을 때, 함포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함포 파괴를 감수한 사용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진행할까요?]“아니. 그건 됐어. 소피아. 준비하자.”
“네. 영주님.”
그저 운석만 떨어졌는데도 벌써 피부가 저릿저릿하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뜻이다. 소피아의 대답에서 장난끼가 모두 빠진 것만 봐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각이 착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쿠쿠쿵―.
운석이었던 것이 굉음을 내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자리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거대하다고 느껴지는 존재감.
“…어비스 나이트 로드.”
소피아가 앓는 듯한 목소리로 그 존재의 이명을 알려왔다.
“데스나이트 로드와 다른 거야? 어비스면 심연을 말하는 거지?”
“네. 단어 그대로 심연의 기사. [심연]이라는 독특한 차원에서 태어나거나 진화한 존재를 말해요. 그래서 마기를 사용하지만 근원은 [심연]을 닮아 있어요.”
“[심연]을 닮았다……? 정확히 설명해봐.”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건 신성력과 마력에 대한 저항력이요. 거의 면역에 가까울 정도예요.”
“강기에도 멀쩡하다?”
“음……. 그건 아니에요. 강기 정도면 충분히 타격이 들어가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 게임으로 비유하면요. 기본적으로 언데드는 신성력이나 순도 높은 마력에 추가 타격이 들어가는데,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그런 게 없어요.”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데스나이트 로드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데스나이트 로드보다 반에서 한 단계 상위 존재예요. 데스 나이트 로드가 네이비 랭크와 비견된다면, 저건…….”
“설마. 바이올렛(Violet)이라고?”
“네. 안타깝게도요.”
“허어. 돌겠네.”
“그래도 제가 이겨요!”
소피아가 이긴다고 했으니 이기는 게 맞을 거다. 문제는 이전과 달리 제법 고생을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움직여요! 빛이여!!”
파앗―! 쿵!
소피아가 신성력을 발현하기 무섭게 영지 경계 밖에서부터 무언가 날아와 그녀가 구현한 빛과 부딪쳤다. 큰 충격음을 자아낸 그것은,
“강기? 탄강?”
원거리에서 쏘아진 강기였다. 소피아가 막지 않았다면 내 머리를 터트렸을 것 같은 위협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하?! 저 새끼가?!!”
당연히 나는 물론이고 소피아도 갑자기 받은 기습 공격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성녀 수호대]!!”
“하!!”
“[신성 군진: 성지]를 발현해 영주님을 지켜!”
“하!”
척척―. 척척―.
[성녀 수호대]는 소피아의 명령에 따라 내 주위를 따라 퍼지며 기묘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머리 위에서 보면 아마도 둥근 커다란 원을 외곽에 두고 삼각형 여러 개가 겹쳐 있는 형태 일 거다.그렇게 자리를 잡은 [성녀 수호대]가 신성력을 발현하자 [신성 군진: 성지]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성녀 수호대] 전체를 감싸는 뿌연 우윳빛 신성력 돔이 나타나고, 신성력이 돔 내부에서 서서히 순환하며 여러 이로운 효과를 부여한다.
“오?”
“나쁘지 않죠? 그럼 방어는 준비했으니. 이제 제대로 날뛰어 볼까요?”
“그래. 나도 보조하지.”
“좋아요!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커플 사냥! 해보고 싶었어!”
별 걸 다 해보고 싶었다. 진짜. 장난스러운 소피아의 행동에 살갗을 저릿저릿하게 하는 적의 강함에 느껴지던 압박감과 긴장감이 사라진다.
“후우.”
활을 들고 이전 언데드를 공격했을 때와 다르게 하나의 화살만 만들어 집중했다.
‘압축하고, 압축하고, 압축한다.’
“빛이여!!”
그러는 사이 소피아의 공격이 시작됐다. 다른 주문을 외우지 않고 그저 ‘빛이여!’라는 말만 외치면서 신성력을 발현하는데,
꽈르르르릉!!
마른하늘에서 전봇대 다섯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굵기의 번개가 어비스 나이트 로드를 강타한다.
“빛이여!”
재차 외친 빛이여라는 말에 이번에는 신성력으로 구현된 거대한 작살이 번개에 맞고 휘청이는 어비스 나이트 로드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든다.
쾅―! 콰콰쾅!! 콰아앙―!!
하나가 아니라 십여 개가.
“크아아아아!!!”
다만 이전 황천 기사단장과 달리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안전 구역 바깥에 있기 때문일까?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괴성을 내지르며 순식간에 자리를 피한 놈이 날린 강기 다발이 안전 구역을 너머 성벽 위에 선 우리 앞에까지 도달하는 건 찰나였다.
“빛이여!”
터텅―. 텅―. 턱―. 파직―!
대검을 한 번 휘두른 것으로 수십 발의 강기 다발이 날아와 소피아가 급하게 구현한 신성력 방패에 기어이 균열을 만들어 낸다.
어비스 나이트 로드와 소피아의 공방은 고작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빠르게 이뤄졌다. 그리고 둘의 공방은 마치 기사와 마법사의 전투와 비슷했다.
다만 소피아가 여유로운 것은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자신의 장기인 근접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전 구역 때문에 그 경계 밖에서 강기를 날리는 공격을 해대니 가뜩이나 스탯이 높은 소피아가 훨씬 유리하게 상황을 주도할 수 있었다.
“후웁.”
그렇게 소피아와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전투하는 사이 [의형강기]로 만든 진득하고 농밀한 강기의 화살에,
‘불과 바람 그리고 뇌전.’
엘라가 직접 사사한 자연력을 담기 시작했다. 불과 바람은 화살 전반에 뇌전을 뒤쪽에 응축하고,
“투우―!”
시위를 놓은 것과 동시에 한껏 들이마시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참았던 숨이 다 나오기도 전에,
콰득―!!
한 줄기 빛이 되어 쏘아진 강기 화살은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커다란 덩치의 어비스 나이트 로드의 어깨에 박혔다.
동시에 압축된 불과 바람이 어비스 나이트 로드를 뒤덮었다. 강기에 의해 파괴된 갑옷 안쪽으로 스며들었다가 터지듯이 방출한 화염 폭풍. 그것의 뒤를 이어 더 안쪽으로 스며들어 내부를 파괴한 새파란 뇌전.
“후우.”
나름대로 타격을 주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숨을 내쉬며 활을 내리는 순간,
“영주님!”
콰쾅―!!
눈앞에서 빛이 번쩍였다. 소피아가 신성력으로 구현한 방패를 검은 강기가 두드리며 생긴 불꽃이었다.
“저게!! [성녀 수호대]! 방어에 집중해! [대마도사]도!”
“하!”
“따르겠습니다. 성녀님.”
“─────, ───────, ────. 포스 ― 쉴드(Force ― Shield)!”
“───, ────, ───────, ──. 레인보우 ― 쉴드(Rainbow ― Shield)!”
…
[대마도사] 여럿이 구현한 각각의 방어 마법이 성벽 위의 우리를 몇 겹으로 감싸는 사이,“━━━━♬ ━━━━━♪ ━━━━━━━━.”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흥얼거리는 입과 달리 그녀는 매섭게 뜬 눈으로 어비스 나이트 로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헤븐스 저지먼트!!”
하늘이 열린다.
비 온 뒤 갠 구름을 뚫고 내리는 서광처럼, 멸망 이후 어둡고 흐린 하늘이 열렸다.
자신의 머리 위의 하늘이 열린 것을 그도 알아차렸을까?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열린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콰콰콰콰콰―!!!
빛이 거대한 기둥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치 마블 영황에 나오는 비프로스트 소환 효과를 연상케 하는 빛의 폭류가 어비스 나이트 로드 위로 쏟아졌다.
“죽어라! 빌어먹을 놈아!!”
소피아가 그렇게 외친 순간 그녀 주변으로 선명하고 진한 순백의 후광이 일어나며 열려 있던 하늘의 입구 크기가 2배로 커지고, 떨어지는 빛의 폭류 양은 수배로 폭증했다.
“죽어어어어―!!”
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아아아아!!”
빛의 폭류 안에서도 불길하게 번들거리는 어비스 나이트 로드의 [심연]을 닮은 기운이 쉬이 꺼지지 않고 버텨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큭! 크윽! 너어어! 인가아아안!! 죽인다아아!!”
잔뜩 웅크리고 있던 몸을 억지로 간신히 일으키면서 그렇게 소리를 치고는,
쾅!!
검은 기운을 크게 폭발시키고는 그 찰나의 순간 몸을 날려,
“응?”
“엥?”
[부속 영지]에서 빠르게 멀어졌다.“도망……간 거야?”
언데드에게서는 한 번도 못 적이 없는 행동 패턴에 나는 물론이고 소피아마저,
“아니이!!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도주를 한다고?! 그 어비스 나이트 로든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성벽에서 방방 뛰며 화를 냈다.
“어쩔까?”
“후우……. 쫓아야죠.”
졸지에 도망간 언데드를 추격하는 일을 하게 생겼다.
“그런데 언데드가 도주도 하나? 원래?”
“저도 처음 봐요. 산자를 두고 등을 돌리는 언데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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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에 하루나 이틀 정도 휴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기가 엄청 안 떨어지는데.
코와 목이 동시에 아프니까. 약이 엄청 독해서. 먹기만 하면 자네요.
그렇다고 안 먹자니 더 안 떨어지고.
진퇴양난이라는 게 이런 심정인 것 같습니다.
아픈 것보다 자꾸 재우는 게 돌아버릴 것 같아요. ㅠㅠㅠ
독자님들 감기 정말 조심하세요. 난리납니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다.
186.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