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84
오네로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는 수천 년을 살아온 존재다. 비록 언데드라서 ‘삶’ 혹은 ‘생애’라는 단어와 같이 묶여 서술된다는 부분이 모순적이게 느껴지겠지만, 오네로는 그의 긴 생애에 불만족스럽던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살아 있는 게 좋았다. 비록 언데드의 몸이기에 생기를 느끼거나 식물의 생육을 보며 감탄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존재였다.
“…남는다.”
그렇기에 오네로는 다른 언데드와 달랐다. 데이몬이 다른 언데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능으로 다름을 보였다면, 오네로는 언데드와 확연히 다른 살아 있음을 향한 집착으로 다름을 보였다.
“살아……. 후욱! 남는다.”
오네로의 그러한 삶에 대한 집착은 짧은 공방, 고작해야 1분도 되지 않은 공방만으로도 파악을 끝났다. 저 인간들은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멀어…진다.”
무엇보다 오네로를 후퇴하게 한 원인은 그가 대치했던 전장이 완전히 자신에게 불리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정신이 박힌 놈이면 절대로 서지 않을 전장. 언데드이기에 산자에 대한 탐욕과 원한으로 무턱대고 공격부터 박았지만, 짧은 공방만으로 오네로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건 승산이 없다는 걸.
“후욱. 후욱.”
언데드가 숨이 차다는 느낌이 있을까? 숨이 차고 호흡이 가파지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의 것이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존재들이나 몸을 움직이는데 산소가 필요하고, 부족한 산소를 더 많이 빨아들이기 위해 호흡이 가파지는 거다.
그런데 언데드인 오네로는 왜?
“살았어.”
오네로는 생자보다 더 살아 있음을 탐닉하는 존재다. 오래 전, 리치 군주가 아직 군주가 되지 못하고 [심연]에서 유망한 존재였을 때, [심연]의 지배자 중 하나는 오네로를 보고 ‘광대놀이에 심취해 상상을 진실로 받아들인 기괴한 언데드’라고 평가했었다.
리치 군주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오네로 역시도 그게 뭘 비유한 건지 깨닫지 못했다. 유일하게 데이몬만이 알아들었다.
언데드이면서 기이할 정도로 생존 욕구와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산자를 따라하다가 결국엔 자신이 언데드라는 걸 망각할 정도가 된 어딘가 고장나고 어긋난 언데드. 그게 바로 오네로였다.
“살아남는다. 그리고 군주님. 찾는다.”
생각해 보라. 어떤 언데드가 자신을 소환하고 제작한 네크로멘서를 역으로 공격하고 부정하겠는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거다.
뭐가?
리치 군주의 사령술에 대한 재능이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너무 엉망이었기에 행운이 더해져 데이몬 같은 존재가 제작된 거고, 행운이 사라지니 이렇게 언데드로서는 모자란 오네로 같은 존재가 제작되기도 하는 거다.
“부름에 응답하라.”
비록 오네로는 언데드로서 어딘가 고장이 난, ‘오즈의 대모험’에 나오는 겁이 많은 사자 같은 느낌이지만, 어비스 나이트 로드라는 개체의 특성은 폄하할 수 없다.
소피아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어비스 나이트 로드의 특성 중 하나가,
“부르셨습니까. 오네로님.”
“부르셨습니까. 오네로님.”
…
바로 언데드 소환이기 때문이다. [심연]의 기운을 품고, ‘로드’라는 특별한 개체가 되어야만 다룰 수 있는 능력이기에 오직 ‘어비스 나이트 로드’만이 휘하 언데드를 언제나 소환할 수 있다.
“주변을 경계하고, 적의 침입에 대비하라.”
“예.”
“적을 발견하거든 무조건 덤비지 말고 보고를 먼저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언데드라면 산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달려들고 봐야 한다. 이건 한국 게이머 앞에 ‘타임어택 랭크에 따른 보상 차등 지급’ 같은 걸 던져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언데드에게 덤비지 말고 보고부터 하라는 그의 명령이 먹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힌다.
데스나이트 로드가 소환되었어도 리치 군주 휘하의 특별한 존재인 그의 명령을 받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 급하게 소환한 존재는 데스나이트와 리치. 그리고 엘더 레이스들이다. 즉, 지금 이곳에서 그의 명령에 의문을 품을 존재가 없다는 뜻이다.
주변으로 빽빽하게 언데드가 경계를 서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오네로는 땅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언데드이기에 눈을 감는 행위 자체가 필요 없다는 건 이제 더는 설명하지 않기로 하자.
마치 수도승처럼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는,
‘군주시여.’
자신과 군주 사이에 연결된 영혼의 결속을 재점검했다.
만약 이 상황을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봤다면 기괴하다며 당장 달려들었을 거다.
뭐가 이상하냐고?
네크로맨시에서 영혼의 결속을 ‘점검’하는 건 네크로맨서가 하는 일이다. 아니, 아니다. 말이 잘못 됐다. 네크로맨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다스리는 언데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영혼의 결속을 다지는 일은 주기적으로 네크로맨서가 하는 일이다. 네크로맨서의 다스림을 받은 언데드가 하는 일이 아니다.
즉, 지금 오네로가 하는 건 주객전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역시.”
한참을 눈을 감고 있던―몇 번이나 설명하지만 언데드는 눈꺼풀은 물론이고 안구가 없으니 눈을 뜨고 감을 필요가 없다― 오네로는 눈을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해졌어. 결속이.”
네크로맨서와 언데드의 영혼의 결속이 약해졌음을 확인하며 오네로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가짜였군.”
자신이 이곳으로 내동댕이쳐지기 직전에 검을 휘둘렀던 존재가 리치 군주가 아니라고.
“진짜 군주님을 찾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진짜 군주라니.
그렇다면 오네로가 말한 결속이 약해졌다는 게 거짓이냐고?
그건 또 아니다.
그러면 오네로의 말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결속? 당연히 약해졌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리치 군주가 초월자에서 필멸자로 격이 강제로 하락했는데 당연히 약해져야지!
CPU가 12코어 20스레드에서 486 펜티엄 급으로 급락했는데, 처리 속도가 동일하면 그게 더 억지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잘 될 상황만 상상하며 사업을 시작했다가 말아먹은 사람처럼, 오네로는 자신이 내린 의심을 시작으로 결론을 내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군주셨다면, 이 오네로를 이런 곳으로 버리실 리가 있지 않다.”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을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이런 전장으로 보내는 일은 리치 군주라면 하지 않을 일이었으니.
그렇게 오네로가 잠정적으로 리치 군주에 대한 의심이 아닌 확신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거 새끼. 말을 이상하게 하는 버릇이 있네? 버리실 리가 있지 않다? 이건 무슨 말투야?”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한심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구름과 맞닿은 대기권 영역의 높이에 떠 있는 기다랗고 거대한 비행 물체. 그것 위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오네로는 놓치지 않았다.
“인간. 인간. 인간.”
마치 골치 아픈 문제아 아들을 바라보는 노회한 정치인처럼, 인간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중얼거린 오네로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기어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겁을 먹은 고블린처럼 그 안에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것을.”
확정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운 것처럼 오네로는 그렇게 말하고 등 뒤로 맨 검집에서 거대한 대검을 뽑았다.
“저 새끼 저거. 심각한데?”
“맞아요. 영주님. 중증이네요.”
“심각? 중증? 내가? 무엇이 말이더냐?”
“저거 봐. 저저. 너 혹시 왼손이나 오른손에 흑염룡 같은 거 숨겨 놓은 건 아니지?”
“에이. 설마요~. 그 정도인 애들은 아직 제가 못 봤어요.”
“흑염룡? 이 오네로는 그런 것이 없어도 충분히 강하다. 인간들아.”
혼자 심각한 오네로와 그런 오네로를 놀리는 것처럼 보이는 비아냥대는 이요한과 소피아. 누가 보면 서로 엄청 친한 사이라고 오해할 법한 대화 장면이다. 그것도 이요한이 타고 있는 비공정이 구름 부근이라고 한 것을 보면 엄청난 거리를 책상 하나 사이에 두고 나누는 것처럼 태연하게 대화가 오간다.
그만큼 오네로가 강자라는 뜻이고, 이요한도 이제는 어느 가서 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 병에는 매가 약이래. 일단 좀 맞을까?”
“망상이 지나치구나. 인간. 하긴……. 죽기 전에 꿈이라도 꾸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시종일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통하는 기이한 대화를 나눈 둘은 미리 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잠시 서로 노려보며 눈을 마주치던 어느 찰나에,
쾅―!
하늘을 향해 아무런 사전 동작도 없이 뛰어 오른 오네로의 검이,
퍽―콰앙―!
비공정에 닿기도 전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맞고 튕겨 나온 오네로의 몸이 출발할 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뭐냐? 이것이?”
오네로조차 무엇에 맞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을 후려쳤고, 그것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지독하게도 깨끗한 기운이었다는 것만 느껴졌다.
“너 이 새끼. 남자답지 못하게. 친구 불렀더라?”
하지만 여전히 이요한과 오네로의 대화는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이상한 대화방식이었다. 오네로는 이요한이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친구? 이 오네로에게 친우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니 친구를 불렀다는 말은 잘못되었구나. 인간.”
“조금 불리하다고 남자답지 못하게 친구나 부르고 말이야. 그래서 나도 불렀어. 친구.”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러니 죽어라!!”
오네로는 이번에는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았다. 몰래 모으고 있던 마기를 검을 휘두르지도 않은 채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살폈다. 무엇이 자신을 공격한 건지 알아내기 위해서.
이런 행동들이 오네로가 일반적인 언데드와 차별화된 모습이고, 그래서 리치 군주가 이름을 내린 것이다. 보통의 언데드였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다시 덤볐을 테니까.
쩌―저저저정!!
그러나 오네로의 생각과 다르게 그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성벽 위에서 공격을 막아냈던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성벽 위에서 전투할 때와 달리 자신의 역량을 오로지 방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격은?
소피아보다 강한 사람이 없는데?
“준비됐지? 죽지 마라?”
왜 없나. 한 명 있지.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스스시시시시싯―!!!!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아니다. 비처럼 보이는 그것은 화살이다. 그것도 이요한이 만든 [의형강기]의 강기(剛氣)가 아니라, 그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힘을 가진 무언가였다.
이요한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큭?! 이건? 신력(神力)?!”
권능을 만지기 시작하는 존재 혹은 어비스(Abyss) 랭크는 전인미답의 초월자 경지에 오른 존재만이 다룰 수 있는 마력의 상위 개념의 힘인 신력이다.
[심연]을 닮은 마기를 두르고 맹렬히 대검을 휘둘러 화살의 비를 막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오네로였지만,“어, 어떻…큭?! 게…컥?!!”
그가 특별한 언데드라고 해서 경지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어비스 랭크의 초강자가 퍼붓는 화살은 한 발 한 발이 치명적이다.
“어때? 내 친구 쩔지? 더 쩌는 게 뭔지 알아?”
“어떻…게?”
“내가 데려온 내 친구가 바로 내 아내야. 이 개새끼야.”
“…??”
넝마가 되어 입고 있던 검은 광태의 갑옷의 절반 이상이 부서지고 구멍이 뚫린 처참한 몰골의 오네로를 보면서 자랑스럽게 손을 펼친 곳.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구름만 있는 하늘이었다.
자신을 또 놀리는 건가 싶어 뭐라고 말을 하려던 오네로는 서서히 내려오는 어떤 여인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압도적인 존재감. 날카로운 예기. 그리고 한없는 자유로움. 이런 존재감을 피워내는 존재를 오네로는 알고 있다.
“…실피드.”
바람의 정령왕. 가장 자유롭지만, 가장 잔인한 정령왕. 실피드다. 그런 실피드가 온몸으로 감싸며 보호하는 여인이 구름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하이엘프이며 세계수의 성녀. 엘리아나의 등장이다. 실피드뿐만 아니라, 엘리아나 주변에는 사대 속성 정령왕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반려.”
“고생했어. 엘라.”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로 애정을 과시하는 남녀를 보며 오네로는 자괴감을 넘어 자신 안에 있던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네로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공교롭게도 리치 군주가 기절한 상태에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초래한 리치 군주와 결속 해제였다.
“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네크로맨서와 결속이 해제된 언데드는 둘 중 하나다. 소멸하거나,
“으흐흐흐흐흐.”
미쳐버리거나.
“감히! 감히이이이이!!! 이 오네르를 버렸는가아아아―!!!”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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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께 양해 말씀을 올립니다.
작가의 몸상태가 정말 엉망진창입니다. 가뜩이나 볼품없던 몰골이 코와 편도선 감기 여파로 상거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엉망입니다.
지금 예약을 올리는 이곳은 회사 근처의 가정의학과 병원이고.
저는 수액을 맞는 중입니다.
의사양반이 좀 푹 쉬어야 한다고 했기도 하고.
컨디션이 엉망이라서 글이 조금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서.
이번주 주말은 휴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