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85
죄송합니다.
주말에 계획은 토요일에는 오전에 병원에 다시 가서 주사를 맞고 그 뒤로 아무것도 안하고 계속 잠만 잘 생각입니다.
일요일에 고기를 억지로 많이 먹고 좀 쉬다가
월요일은 연차를 내서 글을 좀 쓸 예정입니다.
저는 수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좋은 언데드는 뒈진 언데드뿐이니까?
187. 좋은 언데드는 뒈진 언데드뿐이니까?
처음부터 엘라를 부를 생각은 없었다. 추적을 해야 한다는 소피아의 말에 우리가 지닌 전력으로 어떻게 저 이상한 최고위 언데드를 처리할지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영주님. 언니를 부르는 게 좋겠어요.”
나만큼이나 엘라를 걱정하고 아끼는 소피아가 그녀를 부르자고 했을 때,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들어보기로 했다. 그 이유를.
“저도 언니를 모시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저 놈을 쫓기 시작하면 전장이 바뀌는 거잖아요. 공수도 바뀌는 거고.”
“그렇지.”
그동안 우리는 전투의 9할 이상이 영지를 끼고 지키고 적이 우리 영지를 향해 쳐들어오는 방식이었다. 우리 전투의 태반이 수성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추격 섬멸전이다.
“그런데 저 빌어먹을 놈이 어비스 나이트 로드라는 게 문제예요. 유격전에 저 놈이 유리해요. 자존심 상하지만 저는 방어만 하는 게 전부일 거예요. 공격을 할 수 있겠지만, 치명적이진 않을 거고요.”
“그 정도야?”
“클래스의 차이라고 할까요? 저는 어떻게 분류해도 사제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언데드를 소환해요. 자신보다 낮은 랭크지만요.”
“응? 그건 리치나 하는 거 아니야? 스켈레톤이나 좀비 소환하는?”
“그러니까요.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놈인데, 저 놈은 방금 도주하는 모습까지 보였잖아요? 범상치 않은 놈이에요.”
“…흠.”
확실히 소피아의 말은 틀린 곳이 없었다. 더욱이 지구의 누구보다 언데드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녀이니 반박할 꺼리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심연]이 사라졌으니까 언니는 아주 멀리서 놈을 공격하실 수 있어요. 영주님께서 상상하시는 것보다 먼 거리에서요.”
안 된다고 말하려는 내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소피아가 제시한 방법은 내가 듣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얼마나 먼 거리에서?”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었더니 기분 나쁜 티도 내지 않고 배시시 웃은 소피아가 검지를 펴서 하늘을 가리켰다.
“응?”
“저기 구름 너머에서 저쪽까지는 껌이죠. 더 먼 거리도 될 걸요?”
“그 정도나?”
“당연하죠. 아마 언니는 영지가 업그레이드 되기 전에도 이 정도 거리는 충분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무려 권능을 개화하는 초월자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어비스(Abyss) 랭크잖아요.”
“음? 초월자?”
“그건……. 나중에 한가할 때 설명해드릴게요. 일단 지금은 언니를 부르는 게 급해요. 그리고 구름 위에서 정령왕의 비호와 보살핌을 받으면 정말 은밀하게 폭격을 퍼부을 수도 있어요.”
‘은밀함’과 ‘폭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걸 어떻게 한다는 건지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아! 영주님! [텔레포트 게이트] 안 돼요! 혹시 모르잖아요? 공간을 이동하는 사이에 우리 의젓이에게 티끌만 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설기야! 우리 설기가 슝~하고 가서 큰엄마 데려오자? 응? 응?”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나왔을 때는 소피아의 만류로 성벽에 붙어 있어야만 해서 자존심이 상해 삐진 설기는 자신의 볼을 쪼물딱거리면서 사정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설기가 엘라와 소피아를 좋아하기도 하고.
“먀아…….”
[다녀올게요…….]설기는 날아간 지 고작 한 시간 반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돌아왔다. 미국에서 한국까지 90분 만에 주파한 거다.
“아마 갈 때는 30분도 안 걸렸을 걸요? 무려 네이비 랭크를 넘은 조율자잖아요. 돌아올 때 언니를 걱정해서 조금 속도를 줄인 것……? 그게 아니네요. 호호호.”
설기의 등에는 엘라만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엘븐나이츠] 일개 조와,
“먕!”
“먀앙!”
“먀!”
설기의 해츨링 하찮이들과,
“갸아아아아아!!”
“꺄아아아!”
…
각각 골드, 레드, 실버, 블루, 그린, 블랙의 여섯 드래곤 해츨링이었다.
“헛참! 누가 보면 놀러 온 줄 알겠네. 다들 신났네. 신났어.”
무엇보다 설기 등에 타고 있는 이들의 분위기는 하나도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최상급 정령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서 설기 등에서 너무 안락한 얼굴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여, 여보.”
엘라는 언젠가부터 연습 중인 ‘여보’라는 호칭을 어색하게나마 내뱉으며 조심히 내게 다가와 안겼다. 그러면서도 마력을 살짝 투사하는 걸 보면 내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것 같았다.
“난 멀쩡해. 오히려 소피아가 고생했지.”
“고생했어. 동생. 고마워.”
“아이구~. 아니에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한껏 우쭐해 있네.’
‘잔뜩 업 돼 있네요.’
엘라와 둘이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피식 웃으면서 소환하고 처음으로 오래도록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알게 모르게 느꼈던 불안감을 떨쳐냈다.
“그런 상황이야. 최대한 멀리서 처치해야 해. 가능하겠어?”
“아! 어그로는 제가 끌 거예요! 언니!”
“네. 충분히요. 저쪽에 있네요. 어비스 나이트 로드.”
엘라는 소피아도 감지하지 못하는 어비스 나이트 로드를 정확하게 감지해 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번 전투는 확실히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반려. 이번 전투는 설기의 해츨링과 드래곤 해츨링이 모두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응? 애기들이?”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준하는 언데드와 어비스 랭크의 강자가 하는 전투니까요. 저 아이들은 조율자의 업을 지고 태어난 존재들이니까.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을 할 거예요.”
“좋아.”
“그래서 조금 천천히 죽일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셨죠?”
알겠다고 말하고 일부러 잠시 시간을 내서 차를 마시면서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짧게나마 티타임을 가지면서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긴장감조차 날려버리고 도망간 언데드라는 특이한 놈을 발견했을 때,
“허? 이 얍실한 새끼가? 치사하게 친구를 불러?”
놈이 소환한 언데드가 무려 데스나이트와 리치 수십 마리라는 것에 비공정 안에서 확인하며 기겁했다.
다행히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소피아가 세운 계획에 엘라가 첨언을 하면서 무려 금방이라도 비나 눈을 쏟을 것 같은 묵빛 구름 너머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과정을 비공정 내부의 커다란 통유리에 다닥다닥 붙어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해츨링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다만,
“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 건가?
“감히! 감히이이이이!!! 이 오네르를 버렸는가아아아―!!!”
애가 좀 상한 것 같은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저건 도저히 못 쓰겠다. 연구 재료로 던져주려고 했는데. 치우자.”
이건 농담이 아니라, [대마도사]와 [숲 지기]에게 전해주면 뭐라도 나올 것 같아서 대충 접어서 가져가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쟤는 좀 이상해. 여러 가지 부분이.
“네.”
엘라는 대답과 함께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실피드를 타고 하늘 위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내가 타고 있던 비공정 역이 고도를 높이고 상한 언데드와 거리를 벌렸다.
“나도 놀고만 있긴 뭐 하니까. 숙련도작이나 한다고 생각할까?”
시위에 강기를 걸고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팟―!
눈앞에 있던 놈이 사라졌다. 정신이 나가서 상한 놈처럼 보였던 것은 연기였다는 듯이.
그렇다고 나나 소피아 혹은 [비공정]을 공격한 것도 아니다. 놈은 재차 ‘도망’쳤다. 언데드 중의 최고위 언데드인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불과 몇시간 전에 있었던 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슈읏―. 투쾅!
그때는 우리에게 엘라가 없었고, 지금은 엘라가 있다. 그리고 엘라 앞에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 이상하고 괴상한 언데드는 아닐 거다.
“크윽!! 왜애!!”
도주하다가 다리가 통째로 날아간 놈이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야. 솔직히 이 개자식아. ‘왜!’라는 건 이쪽이 할 대사거든? 왜!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땅에 쳐들어와서 이 개지랄인데? 같은 거 말이야. 응?”
“좋다. 내가 졌다. 졌으니까. 살려줘라.”
“…뭔 개 같은 논리야. 졌는데 왜 살려줘?”
“인도적인 차원에서! 포로로! 나는 아직 죽을 수 있지 않다! 복수를 해야 한다!”
이 새끼는 아까부터 말도 이상하게 하고, 논리도 괴상하다. 무엇보다,
“친구야~. 너는 대화를 왜 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하니? 응? 친구야~. 너 친구 없지?”
이 새끼는 애초에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놈이다. 그냥 지가 말을 하면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기분 나쁜 화법이랄까?
“엘라. 죽여.”
하늘을 보면서 말하자,
“네.”
마력을 실은 엘라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좌표!!! 좌표를 알려주겠다!!”
“좌표는 무슨. 엘라. 죽여.”
“네~.”
“우리 행성의 좌표! 우리 행성 좌표를 알려주겠다니까!”
“아. 너희 행성 좌표? 그러니까 얼마 전에 우리가 한 작전으로 파괴된 그 행성 말하는 거지?”
“그렇다! 바로 우리 행……? 작전? 그걸 네가 했다고?”
“그래. 너도 머리가 있으면 알겠지? 그딴 거 필요 없다는 거? 엘라. 죽여.”
“잠깐! 잠깐! 기다려라! 안전한 좌표! 안다!!”
“응. 필요없어. 죽여.”
“말을 좀 들어! 왜 계속 죽이라는 말만 하는 거냐!!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단 말이다!”
“그거야…….”
“그거야?”
“좋은 언데드는 뒈진 언데드뿐이니까?”
“……젠장.”
“엘라? 죽여.”
콰득―!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했던 것처럼, 날아오는 잔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와 박힌 한 없이 순수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화살이 어비스 나이트 로드의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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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감기가 끈질기네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에 동생녀석이 나이먹어서 그런 거라고…..
고오오오맙다아아아!!
파국의 시작이었다.
188. 파국의 시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그게 무슨 철 지난 개그 코너 같은 소리냐고?
어비스 나이트 로드는 끝까지 주둥이를 나불대며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제시했지만, 엘라의 섬뜩한 기운으로 구현한 화살에 천천히 소멸해 갔다.
머리가 날아가고, 팔과 다리가 부서지고, 몸통이 천천히 무너지게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최종적으로 핵이 외부로 노출되었을 때도 바로 소멸시키지 않았다. 소피아의 농밀하고 진한 신성력이 핵의 외부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핵을 녹여냈다.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