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87
엘라의 도움으로 계약한 중급 정령 중, 땅의 중급 정령을 불러 내가 밟고 선 땅을 높게 융기시켰다.
높은 시야를 유지하고 보니 영지 길목길목 빼곡하게 자리한 영지민이 보인다.
“길게 말하지 않을게. 원래 이렇게 나서서 연설하는 것도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멋있어요―!!!”
어디선가 앳된 아이의 외침에 ‘와아아―!’하고 웃음이 물결처럼 퍼진다.
“고맙구나. 바다야.”
물론 네이비 랭크에 오른 내 감각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강바다라는 9살 여자 아이라는 걸 놓치지 않았다.
펠리타교가 창시된 그날.
유토피아를 찾은 부모와 함께 온 아이.
종교 창시 첫날에 무려 신상 스탯이 [93]이어서 소피아가 놀라며 ‘훌륭해! 넌 정말 보석 같은 아이구나!’라며 호들갑을 떨게 했던 아이이다.
원래는 저렇게 외향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오빠에게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받았고, 멸망 이후 오빠가 좀비로 변한 일을 겪으면서 정서적인 상처가 많던,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무서워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밝아졌다.
‘잘했다. 이요한.’
내가 그리고 우리가 멸망에 저항하며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은 카르마 포인트뿐만 아니라, 저런 것도 포함되는 것일 거다.
“영주님 좋아요!!!”
“바, 바다야! 조, 조용히 해야지! 영주님 말씀하시잖니.”
“아! 쉿!”
놀란 엄마가 딸을 말리는 그 짧은 대사에 다시 한번 ‘와아―!’ 하는 커다란 웃음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울컥울컥한다.
“다들 고생 많았다. 나도 고생 많았고. 솔직히 내가 제일 고생 많았지.”
“와하하하하―!”
“맞아요! 영주님!”
…
“[심연] 처리는 어렵지 않았어. 오히려 거기까지 [텔레포트 게이트]를 잇는 게 더 어렵고 힘들었지. 이게 무슨 말이냐? 인류사에서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거야. 인간이 문제라는 거야.”
“…….”
“그렇기에 내가 당신들을 가려 받은 거야. 적어도 여기 있는 이들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타인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고, 남의 것을 무턱대고 탐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이렇게 말하겠어.”
“고생했어. 수고했다. 오늘까지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묵직한 침묵 사이사이 상실한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아니면 그저 살아 남았음에 감격했는지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언데드는 계속 나타날 거다. 아니면 끝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이제 여기 모인 사람 중, 언데드를 무서워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카르마 포인트 피버 타임을 보냈을 테니, 과장이 아닐 거다.
“그러니 오늘 하루. 마음 놓고 먹고 마셔라. 카르마 포인트? 그딴 거 무시하고 마셔. 오늘 파티는 내가 쏜다.”
“우와아아아아아!!”
“이예에에에에!!”
“좋아쓰!!”
…
두 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부르던 영지민들이 모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게 보였다.
“에휴.”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전에 느꼈던 가슴이 울렁걸릴 정도의 충만함이 빠르게 꺼지는 게 느껴졌다.
“[내성] 뜰에 파티가 준비 중이야. 준비되면 부를 테니. 기다려.”
“오오오!!”
“예에!!”
“아! 경고 하나! 만 16세 이하 애들에게 술 주지 마라. 걸리면 같이 강제로 금주할 줄 알아!”
“우우우우우―!!”
“우우우? 이거 왜 해?”
“로엔! 맷! 둘 다 이리와!”
“켁?! 드, 들켰다!”
“튀, 튈까?”
하지만 감히(?) 영주에게 야유를 보낸 둘은 금방 올리비아에게 뒷덜미가 잡혀서 끌려왔다. 그런 둘을 일별하고,
“둘! 술 마시는 건 좋아. 좋은데. 내 집 정원에 토하지 마! 토할 것 같으면 마력으로 술을 깨라고! 이 빡대가리들아!”
“와하하하하!”
“술을 마력으로 날릴 거면 왜 마셔요!”
제대로 듣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경고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셋! 남녀가 서로 눈이 맞는 건 좋은데! 심화 단계는 각자 집에서 해! 애들 보는데 정원에서 뒹굴면……. 잘라버린다?”
“히이익?!!”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랐는지 ‘남자’는 모두 하나 같이 사타구니 근처로 손이 갔다. 그 움직임 만으로도 영지의 성비를 얼추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치된 행동력이었다.
축제의 시작이었다.
* * *
사소한 소란의 끝에 영지민들은 하나 같이 팔을 걷고 각자 파티 겸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른들이 그렇게 자리를 비우면 남은 아이들은?
아이들은 부모가 있던 없던 구분 없이 모두 [내성] 정원으로 들어와 세계수 밑에 모였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마치 거기가 그들의 지정석인 것인양.
“허어?”
무엇보다 놀라운 건, 거기 모인 아이들의 종족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다.
가장 많은 수는 인간이었고, 그 다음은 엘프, 그리고 조인족이었다.
차원을 유랑하며 인간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낸 조인족의 족장 녹투오스에게 그 장면은 마치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본래 인간은 엘프의 외모를 탐해 납치하다가 엘프와 반복하는 게 일상이다.
조인족은 엘프와 서로 숲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고.
인간과 조인족은 애초에 하나부터 열까지 가까이 할 수 없는 종족이다. 너무나도 달라서.
그런 세 종족이 아무런 위화감 없이 섞여서 세계수 밑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녹투오스는 예감을 초월한 계시를 본 것 같았다.
“유토피아.”
그는 이 영지의 이명을 말한 게 아니었다. 단어 그대로 낙원. 그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낙원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비록 그것이 착각일 수 있겠지만,
“자~. 할아버지와 함께 날아볼 용감한 친구 누가 있을까?”
그는 그것을 착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곧 다가올 미래라고.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저요!!”
“저요! 저요!”
…
녹투오스는 아이를 한 팔에 한 명씩 안고 조심히 그러나 제법 빠르게 하늘로 떠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섰다.
“꺄아아아하하하!!”
“시이인나아아아!”
그는 무려 네이비 랭크의 강자.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으로 지칠 리가 없다. 이렇게 충만한 기쁨이 가슴을 울렁이게 할 때는 더욱이.
어쩌면 이 멸망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영지 차원에서 즐기는 대규모 축제였다. 매사에 카르마 포인트 때문에 뇌를 한계까지 굴리던 이요한이 다른 건 마음껏 즐기라고 말한 허락이 처음 떨어진 순간.
그렇기에 축제에 쓰일 음식이나 술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미 한껏 술을 마신 것처럼 다들 분위기에 취한 것처럼 온갖 곳에서 하염없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자아~! 음식 준비 끝났어요~!”
“술도 [고급 자판기]에서 잔뜩 뽑아왔어요! 종류 별로!”
그것을 신호로 열린 [내성] 입구로 영지민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만약 [내성]이 네이비 랭크가 되지 않았다면 영지민을 내성 정원으로 모이게 한다는 발상은 하지 못했을 거다.
일단 [영지] 자체가 네이비 랭크가 되면서 전에 비해서 기존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그리고 [내성]이 네이비 랭크가 되면서 [내성] 자체에 거대하고 넓은 정원이 딸려왔다.
[내성]의 한쪽 폴딩 도어를 열면, 공간이 확장된 [내성] 1층 홀과 접견실도 사용할 수 있다.주저리주저리 말했지만, 결론만 말하면 250만이 넘는 영지민을 모두 수용하고 넉넉히 남을 정도의 넓은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잘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 말하자면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기간에 서울 시청 앞에 모인 거리 응원 인원이 40-50만이었다. 그것의 다섯 배가 넘는 인원이 편하게 음식을 먹거나 즐기는 공간이 [내성] 안에 있다는 뜻이다. 이제 조금 와닿나?
어떤 의미에서 IoT가 등장했을 때, SF 영황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했다가 금방 익숙해진 것처럼. 이제는 내성에 250만을 넘어 300만의 사람이 들어와도 멀쩡할 만큼 마법 같은 상황에 영지민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 리치 정도는 다구리치면 잡을 만하지 않아?”
“아니지. 리치는 솔직히 애바지. 이 새끼야! 너랑 쟤랑 뒈질 뻔했잖아! 내가 혹시 몰라 엄청 비싸게 사간 [포션] 없었으면 뒈졌어!!”
“그래도 잡았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이번에 리치 잡으면서 카르마 포인트 엄청 먹었잖아! 아까 올리비아 보조관님 말씀 들으니까. 이번 버닝 때 리치와 동급인 상급 언데드를 잡으면 2억 정도 준다더라. 카르마 포인트.”
“그래?! 아, 잠깐만. 우리 41명이었지? 평균적으로 다들 5백만 정도였으니까……? 그러네. 2억이었네.”
“미친. 2억이었다고?”
자신들이 얻은 카르마 포인트와 이번 버닝 이벤트에서 일어난 여러 경험을 때로는 과장하고 때로는 후회하면서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 정도면 영주님은? 영주님은 얼마나 얻으셨을까? 카르마 포인트.”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꺼낸 그 질문에 그 테이블 주변에 고요해졌다. 자신들도 비록 후반이었지만, 간신히 리치를 사냥해 5천만 포인트에 가까운 포인트를 얻었다. 그것도 플러스와 마이너스 포인트 각각.
그런데 영주님이라면?
“엄청 버셨겠지.”
“맞아.”
“그리고 또 엄청 쓰시겠고.”
“그것도 맞아.”
“그러니까 닥치고 술이나 처먹어들! 그리고 빌어먹을 놈들이 오면 몸으로라도 막으라고!”
“좋아. 오늘 브랜디를 다 털어먹겠어! 그리고 술값은 제대로 한다! 내가!”
“네가 하면, 나도 한다!!”
…
축제의 밤이 하염없이 깊어간다. 그리고 이요한의 시간도 짙어진다.
[내성] 안에 특별히 마련된 식당에 자리한 그의 주변은 지의사들과 초창기 합류해 영지에서 일찍 각성한 이들이 함께 했다.“그런데요. 보스. 이번 [어비스 존] 파괴가 생각보다 타격이 컸나 봐요?”
“응? 왜?”
“안전 구역 바깥에 보이는 언데드의 수가 평소와 비교해서 25% 정도라서요.”
“…응??”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요한이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입 앞에 다가온 포크에 꽂힌 고기에 생각을 뒤로 미뤘다.
‘뭐, 내일 둘러보면 되지.’
그렇게 회귀 이후 처음으로 ‘걱정’이나 ‘계획’, ‘대책’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먹고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 최초의 날이 빠르게 저물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25%가 아닌데? 더 적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훨씬 줄어든 언데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침식된 [심연] 소거 보상 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190. 침식된 [심연] 소거 보상 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축제의 여파는 없었다. 대부분이 각성자였고, 이제 약한 각성자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각성자 대부분이 그린 랭크에 올랐다.
지의사들을 제외하고도 몇몇 특별한 이들은 블루 랭크를 코앞에 두고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해서 벽을 넘지 못하는 꽉찬 그린(Green) 랭크인 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회귀 전, 흐느끼는 짐승, 우는 악마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냥 뇌까지 근육인 아내 바보에 충성 MAX인 [로열 가디언]으로 각성한 독고서인은 블루 랭크 벽을 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인포서(Enforcer) 김준. 북쪽에 작전을 나간 적 있는 각성자로 이뤄진 기병대를 이끄는 그 역시도 독고서인과 비슷한 수준의 포인트를 모았다. 왜 안 그렇겠나. 코뿔소를 닮은 탈 것을 타고 우르르 몰려다면서 다 밟아주이는데.
그리고 초창기에 각성한 아직 10대인 아이들도 비슷했다. 카르마 포인트로 그린 랭크 끝까지 올렸지만, 벽을 넘기 위한 2천만 포인트가 없어서 아직 벽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지의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포인트를 벌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이번 [심연] 버닝 이벤트로 영지에 소속된, 영지민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이들의 최소 랭크가 옐로 랭크였으니 영지의 전력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여기서 각성자는 단순히 전투 계열 각성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단편적으로 [요리사] 클래스인 서다혜도 그린 랭크였다.
어떻게? 나가서 남편인 독고서인의 도움으로 좀비를 때려잡았냐고?
아니다. 모든 건 수요와 공급의 논리 때문이다.
[요리사]의 요리는 단순히 ‘맛있다’의 수준이 아니다. 전투를 나가기 전 요리를 먹는 건 지의사 그러니까 지구의 의지의 사제인 유다연이나 올리비아 같은 이들에게는 필수였다. 왜? [요리사]의 요리 버프는 스탯을 ‘퍼센트’로 늘려주기 때문이다. 비록 그 퍼센트가 1, 2% 정도로 낮지만 말이다. 이 말은 곧 요리를 먹는 각성자의 랭크가 화이트(White)든, 그린(Green)이든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그런데 카르마 포인트가 200배에서 최대 500배까지 늘어났다. 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