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90
쿵―.
제니퍼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한쪽 무릎을 흙바닥에 대고 검을 뽑아 땅에 수직으로 꽂고 머리를 숙인다.
“테라의 최후의 기사단장, 제니퍼 테라 드 임페리얼. 영주님을 위해 검을 휘두르겠습니다. 부디 허락을.”
난 개인적으로 이런 거 좀 체질적으로 못 견디는 타입이다. 오글거리는 것도 있는데, 민망하기도 하고 과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저들은 사라진 고향의 땅을 만끽하고 온 참이다. 여기서 내가 민망하다고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실례다.
다만,
“지금까지 그러던 것 아니었나? 난 그런 줄 알았는데?”
“네? 아! 네!”
이렇게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만드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맡겨주십시오!”
뽑았던 검을 겁집에 넣고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드워프 도끼전사 같지만, 생글생글 웃는 얘쁘장한 외모 때문에 괴리감이 느껴진다.
“아, 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뭐든지 여쭤보십시오!”
“제니퍼 테라 드 임페리얼? 그게 이름이야? 엄청 기네?”
“네?”
“임페리얼이 붙었으면 황족인 거 아니야?”
“네? 아, 네.”
“아, 설마 그런 건가? 테라 드 임페리얼, 테라의 황족?”
“…어. 맞습니다.”
“진짜? 찍은 건데. 이야. 그나저나 황족이면 공주 아니지, 황녀 마마?”
“……그렇게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아주 잠시.”
“이야~!!”
그제야 내가 자신을 놀리는 걸 알았는지 제니퍼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내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 농담을 건넨다는 걸 다들 알아차렸는지,
“제니퍼! 한 때 테라의 황금 꽃이라고 불렸잖아!!”
“무슨 소리야! 테라 황실 마탑에서 매달 발행하는 잡지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답지만, 가질 수 없는 꽃!’ 순위에서 장장 18개월 동안 1위를 고수했다고! 과거형으로 말하지 마!”
“너도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어. 앤. 뭐, 제니퍼가 한 때 기사를 한다고 했을 때, 난리도 아니었지.”
“아아. 맞아. 맞아. 그때 제니퍼 추종자들이 제니퍼에게 바람을 넣은 황실 기사단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막 그랬지? 신문에도 났잖아?”
“크크크크크. 그때 황실 기사단장이 그랜드 마스터였는데.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멱살을 잡으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는데. 내가 진짜. 크크크크.”
…
“그,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결국 참다 못한 제니퍼가 폭발하며 주먹을 치켜들었지만,
“우우우! 폭력 반대!”
사방으로 흩어지며 끝까지 제니퍼를 놀리는 남자들과,
“제니퍼. 난 여자야. 미친놈들아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미친년이라고 해줘.”
이상한 소리를 하는 빨간 머리의 하프 엘프인 앤의 모습에 제니퍼는 화낼 기운도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여러 감정에 흠뻑 젖은 종이처럼 늘어져 있던 소피아가 그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장면을 보고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소피아의 행동이 트리거가 된 것일까? 잠깐 당황했던 [창천의 날개] 기사단들도 하나둘 피식, 피식 마른 웃음을 흘리더니 엄청 기분 좋게 웃고 즐거워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땅이기에 괜한 짓을 한 게 아닐까 걱정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기분 좋게.
“그나저나 이걸 왜 준 거야?”
딱히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신계에서 특별히 준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하다. 추억을 곱씹으라고 주진 않았을 텐데.
[…….]이노무시키는 꼭 필요할 땐 입을 다문다니까! 에휴.
“소피아. 그거 잘 보관하고 있어.”
“네? 영주님이 아니라, 제가요?”
“그래. 게임처럼 인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항상 가지고 다녀.”
“…네.”
단순히 수납의 편리를 위해서 소피아에게 부탁한 게 아니다.
“중간 중간 잘 작동하나 확인 해. 깃발이 낡아서 좀 불안하네.”
“…고마워요. 영주님.”
그리고 마력으로 목소리를 감싸고 내게만 들리도록 ‘사랑해요.’라는 간지러운 말이 귀를 파고들었다.
“그럼 나머지 것도 확인을 해 볼까? 일단 이것부터.”
가장 궁금했던 건 [최초의 깃발]이었지만, 가장 의아했던 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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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대기시간의 마석 [Rank: -]]재상용 대기시간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력을 주입하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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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었다.
사냥이나 수성을 하다가 나왔다면 이해했을 거다. 하지만 이건 기여도 1등 보상이다. 그것도 [심연] 침식을 없애준 기여도 1등 보상.
“음. 소피아. 넌 뭘 받았어? 소모성 아이템.”
“아. 저는 이거요!”
소피아는 내 것보다 몇 배는 커다란 성인 머리보다도 더 큰 순백의 돌덩어리는 가볍게 한손바닥 위에 올려서 내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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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神石) [Rank: Mythology]]신성력이 농밀하게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체화가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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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알아듣지 못할 물건이긴 한데…….
“그게 뭔지 알아?”
“그럼요. 신석이잖아요. 성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죠. 성물을 만들지 않고 땅에 묻어도 되고요. 그러면 보통의 땅이 성지처럼 변해요.”
“음.”
나는 모르는데 받은 당사자인 소피아는 잘 아는 물건 같았다.
“어디에 쓸 건데? 그 신석이라는 거?”
“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둘?”
“네! 하나는 이걸로 조각을 만드는 거예요. 영주님의 신상(神像)인 거죠! 신성력을 투사하면 원하는 모양으로 변하거든요. 제가 또 우리 영주님의 몸을 속속 다 알고 있잖아요? 헤헤.”
“기각.”
가뜩이나 요즘 [심연] 침식 처리 기념으로 개최한 축제 이후, 나를 보면 길바닥에서 넙죽 엎드려 절을 하며 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신앙 스탯이 91인 이상인 사람들은 대부분 그랬다. 마치 살아 있는 신을 영접한 것 같은 광신도의 모습이랄까?
그런데 신상이라니. 어휴.
“왜요? 엄청 좋은 효과가 담길 거라고요!”
“다른 방법은 뭔데? 두 가지라며.”
“아! 하나는 세계수 뿌리 근처 땅에 심는 거예요. 그러면 세계수의 힘이 더 강해지고, 세계수의 영성이 깨어날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좋으면 세계수를 중심으로 영지를 감싸는 마력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어요.”
“오?! 그거 좋네. 나는 두 번째 방법 찬성!”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복불복이라서요. 완전 운빨이란 말이에요. 세계수에게 신석을 먹이고 좋은 게 나오길 바라는 기도 메타라고요.”
“난 예전부터 기도 메타가 좋았어. 응응.”
“…알았어요. 칫칫.”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고향 풍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얼굴이 평소의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되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피아는 그녀에게 필요하고 어울리는 소모품을 받았다. 5위를 기록한 샐리에게 물어봤는데,
“저, 저요? 저는 [6개월 유지비 면제 마석]을 받았어요. 이걸 사용하면 쉘터 유지비가 6개월 면제된다고 하네요?”
역시 그녀가 잘 쓸 수 있고, 필요한 것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내가 필요한 거라는 건데.
“재사용 대기시간. 재사용 대기시간이 들어가는 게 뭐 있지? 건설 대기시간도 아니고? 재사용……? 응? 에이. 설마. 에이. 아니지?”
나한테 재사용 대기시간이라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영주] 클래스일 때부터 유일하게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던 것이.
[맞습니다. 마스터.]“내가 생각하는 그거라고? 이거?”
군주의 에고가 맞다고 해줬음에도 쉽사리 납득이 안 될 정도로 사기적인 사용처였다.
[어떠십니까?]“어떠냐고? 하! 장난해? 진짜면 말로 표현하지 못랄 정도지……. 그런데 안 될 것 같은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네요. 생각나심 김에 확인해보시는 게 어떨까요?]“오늘이야?”
[네.]“그럼 가야지!”
군주 에고의 말에 난 바로 방을 나섰다. 한 손에는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을 들고 [내성]을 벗어나 발을 옮긴 곳은,
『어서오세요! 영주님!! 100일만이네요!』
[성소]였다. 내 클래스인 [영주]가 보유한 유일한 ‘재사용 대기시간’이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그래. 반갑다. 엄청 반가워.”
『정말요?! 저도 그래요! 그래도 영주님의 활약은 잘 보고 있었어요! 영주님을 스토킹하는 지구의 의지 ‘군주(君主)’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볼 수 있거든요!』
그랬어? 어쩐지 찾아올 때마다 애가 텐션이 과하게 높다 했더니.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거 알아?”
나는 이번에 보상으로 받은 [재사용 대기시간의 마석 [Rank: -]]을 내밀었다.
『아! 그거 받으셨네요?! 아아! 이번에 [심연]이 나타났었죠? 그걸 영주님이 처리하셨다는 소문을 듣긴 했는데! 그거 사실인가요?』
“응? 응. 그래서 이건?”
『당연히 사용하실 수 있죠.』
“그러니까……. 그 ‘사용’이라는 게, 내가 지금 영웅을 한 명 소환하고 바로 또 소환할 수 있다는 거지?”
설마 될까 싶은 마음에,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긴장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당연합니다. 영웅 소환 대기시간인 100일을 한 번 무효하는데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예쓰!!!!”
다 뒈졌다. 이제. 리치 군주든 뭐든!
『그렇다면 마침 대기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시건가요?』
“말해 뭐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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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있었어서.
포르투칼 전 하기 전날인 금요일에 10시쯤 해서 일찍 잠이들었는데.
새벽 2시 좀 넘어선가?
아파트 전체 아니, 동네 전체가 동시에 막 막…막막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강제로 깬 이후로 주말 내내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경기를 안 보고 건강이라도 찾으려고 했는데. 경기를 안 봤는데. 왜 난 경기를 본 사람들과 같이 컨디션이 엉망인가;;;
어후.
사실 난 이미 선택했어.
193. 사실 난 이미 선택했어.
『그렇다면 마침 대기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차원 방랑자를 소환하시건가요?』
“말해 뭐해? 당연하지.”
『현재 영지 랭크는 네이비(Navy). 해당 랭크에서 소환에 필요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오십억(5,000,000,000)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