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92
『그러니 두 분은 이것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100일 동안 영주님과 영지에 가장 필요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좋아요. 그렇다면 저는……. 페어리, 페어리 퀸이 좋을 것 같아요.”
엘리아나는 페어리 퀸 조이 퓌시스를 선택했다.
“이유는?”
“당신도 아시겠지만, 페어리라는 종족은 차원과 차원 사이에 통로를 만들어 이동하는 장난꾸러기예요. 그리고 순수한 존재를 사랑하고, 기발하고 독자적인 마법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사랑 받는 존재예요. 무엇보다 페어리의 특기는 ‘방어’에 있어요. 페어리의 허락이 없다면, 드래곤이라도 그들이 사는 곳에 무단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엘라는 안정성에 집중했다.
“음. 미안해요. 언니. 저는 언니랑 생각이 조금 달라요. 영주님. 저번에 받은 보상으로 두 명을 소환할 수 있는 거죠?”
“맞아.”
“저는 드라고뉴트와 묘인족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극에 이른 파괴력. 전장에 던져만 놓아도 전선을 무너뜨리고 압도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존재들. 그런 이들이 필요해요.”
“왜? 앞으로 전투가 그럴 것 같아?”
“이번에요. [심연]을 쳐부수면서요. 저는 저의 부족함을 실감했어요. 언니는 앞으로 100일?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안정을 취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 귀여운 꼬물이를 낳고도 몇 달? 아니 1년은 안정을 취해야죠. 그동안 영주님 옆을 지키며 적을 분쇄할 검이 필요해요.”
“소피아…….”
“동생!”
나와 엘라가 동시에 그녀의 말을 잘라갔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아뇨. 자기비하 같은 게 아니에요. 완벽한 자기 객관화의 결과라고요. 제가 약하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강해요. 분야가 다른 거예요. 저는 지키고, 치료하고, 지원하는 것에서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아요. 하지만 적을 요격하는 분야라면? 전 바아올렛의 경지에 오른 강자 중, 약한 편에 속할 거예요.”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어비스 나이트 로드가 한 모든 공격에 반응하며 나를 보호하고 또한 반격까지 이뤄낸 게 소피아였다. 그런 소피아가 하는 말이니 체감이 안 된달까?
‘왜 그런 거 있잖아. 전교 1등인 애가 시험 끝나고 울고 있어서 달래줬더니. 한 개 틀렸다고. 자기 인생은 이제 망했다고 하는.’
“그럼 셋? 더 없어?”
“동생의 말을 이해해요. 당신 옆에는 든든한 강자가 붙어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저는 당신이 영지를 벗어나 이번처럼 직접 친정(親征)을 나가는 걸 원치 않아요. 그러니까 동생. 나는 우리의 반려가 그런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음.”
“언니…….”
“반려와 동생이 영지를 벗어나 있는 동안 나는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차라리 따라갈걸. [심연]의 기운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라도 최대한 같이 있을걸. 그러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그러니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페어리 퀸과 만약 반려가 추가로 한 명을 더 구원할 수 있다면 오리할콘 드워프를 선택하겠어요.”
후보는 총 넷.
보호에 특화된 요정 마법사 페어리 퀸. 조이 퓌쉬스.
이동 성채와 조병창을 구현할 수 있는 오리할콘 드워프. 로파이.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묘인족. 흑요수.
용언 마법까지 다루는 드라고뉴트. 즈마제비티.
“좋아. 두 사람의 조언은 잘 들었어. 넌?”
『저요? 음……. 이번에는 두 분의 추천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선택은 영주님이 하셔야겠지만요. 두 분 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시니까요.』
“그래. 좋아! 사실 난 이미 선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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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날이 정말 추워졌네요. 눈이 오는 곳도 있다던데.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추신.
한국 축구 국가대표 분들 수고하셨습니다아!
우린 이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94. 우린 이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엘라의 말과 소피아의 말을 듣기 전에도 나는 한 명은 생각해뒀다.
“가장 먼저 소환할 존재는 로파이. 드워프, 로파이야.”
다른 방랑자를 두고 드워프를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어려울 때, 같이 고생하겠다고 손을 든 놈이 형편 나아지고 나서 손든 놈보다 좋아 보이는 법이다.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진정하고 들어보라고.
엘라를 소환하고 두 번째로 [성소]에 들어왔을 때, 그때도 드라이어드가 추천 목록에 떴었다. 그리고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추가로 자원한 존재가 둘이 있었다. 둘 중 한 명이 바로 소피아였고, 다른 한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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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로파이(Lofi)
2. 종족(Tribe): 오리할콘 드워프(Orichalcum Dwarf)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여명의 대장장이
5. 신체(Status) [Rank: Violet]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창작 99]
〈고유 능력〉
1. 스리핏 포지(Spirit Forge) [Rank: Violet]
2. 기동 성채 ― 천궁(天宮) [Rank: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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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워프다. 그때는 블루(Blue) 랭크라서 그런 건지 고유 능력이 하나 밖에 없었는데. 바이올렛(Violet) 랭크가 되더니 하나가 더 생겼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피아와 경쟁한 드워프였지.’
소피아와 함께 자신이 영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피력하던 존재였다. 그때 내 영지는 고작(?) 그린 랭크였고, 언데드가 쏟아지던 순간이었는데 말이지.
그게 얼마나 기특하냐고. 소피아는 같은 인간 종족이라는 친밀함이라도 있지. 드워프는 영주인 내가 인간이었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며 자원했다.
그러니,
『오리할콘 드워프(Orichalcum Dwarf), 로파이(Lofi)로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래.”
이번에도 그 부탁을 무시할 순 없지. 양심이 있으면.
“저 드워프가 소피아와 경쟁했던 드워프였는데. 알아?”
“정말요?! 아! 그때 저 말고 다른 지원자가 있었나보네요? 호오?”
“그런데 잠깐만. 엘라. 엘프는 드워프랑 사이가 나쁘지 않아?”
“…저희랑 드워프가요? 왜요?”
“드워프는 막 나무도 베고, 땅도 뒤집어놓고 그래서 싫어한다고……. 소설에서 그러던데?”
“흐음……. 일리가 있네요. 오랫동안 근처에 가까이 살았다면……. 음. 싫었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 서로 붙어 있던 적이 없어요. 드워프랑 저희는 필요한 공간이 많이 달라서요.”
“그런가?”
“네.”
『고귀한 장인, 영혼을 빚는 창조자. 오리할콘 드워프 로파이를 소환합니다.』
소피아와 엘리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준비가 끝났는지 [성소]를 다스리는 에고(Ego)의 목소레 맞춰,
우웅―. 우웅―.
[성소] 내부에 빼곡히 음각된 문양과 동심원들이 선명한 빛을 내뿜고 농밀하고 진한 마력이 모여들었다.『로파이를 가신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약간의 충격에 주의하십시오.』
엘라와 소피아 때와 마찬가지로 빛으로 물든 시야가 다시 밝아졌을 때, 나는 다른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응?”
“반갑습니다. 이 어리석고 늙은 이의 주인이 되실 존재시여.”
대신 탄탄한 근육이 쇳덩어리처럼 압축된 드워프 한 명이 대장간으로 보이는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뭐지?”
평소와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가신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도 모르는 곳에 처음 보는 존재와 단 둘이 있기 때문일까?
반가움보다 불쾌함이 먼저 치고 올라왔다.
“저는 주인되실 이를 적대할 마음이 없습니다. 부디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나 재가 날리는 대장간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린 드워프의 정수리를 보면서 불쾌함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
“어리석고 아집만 가득했던 멍청한 늙은이의 회한입니다.”
“해봐.”
“제가 살던 차원은 멸망했습니다. 그린스킨과 언데드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선이 밀리긴 했지만, 우린 이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게는 평생을 걸쳐 제작한 골렘이라는 언데드와 그린스킨에 천적인 무기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골렘?”
골렘이라면 소설에 나오는 그건가? 알아서 움직이는 일종의 자율 구동 로봇 같은 느낌의?
“그렇습니다. 그린스킨에게 골렘은 단단하기만 한 골칫덩어리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그렇겠지. 단단하고 크고. 그런데 잡아봐야 고기 조각 하나 나오지 않는 하등의 쓸모없는. 그린스킨 놈들 입장에서는 말이지.”
“허허허. 그렇습니다. 더욱이 제가 제작한 골렘은 영혼석이 담겨 있어 일반적인 좀비와 달리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언데드에게는 더 골치 아팠겠네. 감염을 시킬 수도 없는 골렘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이 모양이냐는 말이 생략된 질문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드워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 이 멍청한 드워프의 자만심 때문입니다. 내가 만든 장비는 완벽하다. 내가 제작한 골렘은 절대 지지 않는다. 그런 안일한 태도로 [심연]에서 기어나온 놈들을 상대했습니다. 그리고 안일함의 대가로 골렘의 명령 체계를 관장하는 영혼석이 심연에 물들었고, 골렘은 등을 돌려 저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흐음.”
그걸 단순히 오만해서 혹은 안일해서라고 말할 수 있나? 예상치 못한 것 정도 아닐까?
“그 전에 많은 이들이 경고했습니다.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된다. 아이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아크 리치에게 강탈당할 뻔했다. 저는 다 무시했습니다.”
그럼 인정이지.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멍청했네.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회귀라는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나조차도 주변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발 벗고 나서는데.
“그때는 그것이 장인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멍청했지요. 아둔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도망쳤습니다. 결국 이 손에서 탄생한 자식 같은 골렘에 동족이 절반이 넘게 죽고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늦어? 왜 늦어? 절반이 넘게 죽었지만, 절반 조금 못되게 생존자가 남은 거잖아?”
“[심연]의 존재는 차원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마기는 마력을 오염시키고, 그들이 다루는 힘은 순리를 거스릅니다.”
“쉽게. 쉽게 설명해.”
“그 놈들은 온몸에 오물을 범벅하고 집으로 들어선 불청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나온 길이 오물로 오염되고, 몸을 털면 그것이 온 집에 뿌려지는 것이죠.”
아, 상상했어. 기분 더러워.
“마지막은, 마지막에 남은 아이들만은 지키고자 종족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신물을 최후의 보루였던 선대으 묘지까지 후퇴해 벙커를 만들어서 멸망을 피했지만, 결국 죽을날 만 기다리고 있는 시한부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 남았지?”
“저는……. 아니, 저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선대 오리할콘 드워프의 영혼이 우리를 차원에서 강제로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벌을 받고 있습니다. 잘 수도, 누울 수도 없이 홀로 깨어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잠 들면 간신히 유지 중인 차원 역시 우주의 먼지로 흩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독하다. 아니, 조금 과하다. 초인에 이른 존재라고 해도 수십, 수백, 수천 년을 쉬지 않고 버텨야 하다니.
“그런 제 삶을 불쌍하게 여겨달라는 의미로 고하는 게 아닙니다. 이 비천하고 엉망인 놈은 주인님께 개와 말의 노력으로 충성을 다 할 겁니다. 그것은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감히, 그리고 간절하 하나 바라건데. 저의 종족 아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오래도록 살아온 초월자이면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간청한다. 재와 먼지가 가득한 바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건 당연한 거야. 영지에 들어오면 내 영지민이지. 내 영지민이면, 똑같이 보호하는 거고.”
“…망극합니다.”
“그딴 말투는 치우고. 그나저나 당신이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 공간에 부족 아이들이 있다면서? 그들은 잠들어 있나? 당신이 잠을 드는 것만으로도 사라질 만큼 불안정한 공간이라면서?”
묻다 보니 걱정꺼리가 한둘이 아니다. 다다다 쏟아낸 말에 금빛 수염을 지닌 이 특이한 드워프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까……. 염치가 없지만.”
속닥이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그의 인사를 끝으로 환영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성소]로 돌아온 나는,
“이 드워프가 특별한 거야? 아니면 내가 특별해진 거야?”
당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당연히!』
“당연히?”
『영주님이 특별하신 거죠! 정확하게는 [성소]가 네이비 랭크가 되면서 소환하기 전에 차원의 방랑자와 직접 대면해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예요.』
“그래?”
『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카르마 포인트를 50% 환불 받으시고, 다른 차원의 방랑자를 소환하실 수 있어요.』
“…그건 좀 슬프겠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카르마 포인트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결정적으로 서로 얼굴을 대면하고서도 결정을 반려했다는 건 무언가 도저히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뭐, 사람도 그렇지만 차원 방랑자도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니까요.』
“일단 로파이는 받아들일 거야.”
『네. 특이사항이 있어요. 로파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