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96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어. [아스가르드]의 기반을 모조리 처분했으니 돌아갈 곳이 없다!’
그는 여기서 등을 돌려서 돌아갈 수도 없다. [아스가르드]에 있는 모든 것을 처분했고,
“전부 확인이 끝났다. 네 개는 불량이더군. 쯧. 이건 못 쓴다.”
불량이라는 말에 크로코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분명히 제대로 준비하라고 했음에도 부하 중에 누군가가 멍청한 짓을 한 거다.
이때라도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다 끝난 건가? 의뢰 보고는?”
크로코가 그렇게 물었을 때,
“…쯧. 그래. 끝이다.”
한심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녹투오스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걸 신호로 여긴 크로코와 붉은 사막 용병단이 모두 무기를 꺼냈다.
“너 지금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81명. 여든 한 명의 3m가 넘는 거구의 육지 악어 수인이 모두 무기를 꺼낸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도 녹투오스는 태연했다.
“알고 있다.”
“아니,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차원 공방전이 진행 중인 차원을 [차원 용병]이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게 뭐?”
“넌 지금 지구 차원에 적대하는 진영이 된 거다. 우리가 누더기 행성을 공격해서 지구 차원 소속이 된 것처럼.”
“그래? 그러지 뭐?”
“하! 멍청한 새끼. 저딴 게 무슨 [오리하르콘] 등급이라고.”
“유언은 끝냈나? 녹투오스?”
“내가 왜 유언을 너 따위에게 전하나? 멍청한 놈아. 잘 들어라. [차원 용병]의 허술하고 구멍이 숭숭 뚫린 규칙에서 금지하는 몇 안 되는 조건 중 하나가 ‘[심연]에서 발생한 존재에 협력하지 않는 것’이다.”
“…어?”
“네가 인정한 순간 넌 [심연]에서 비롯된 존재인 리치 군주에 협력한 존재가 되었으며, 너를 비롯한 네 일족 모두 [차원 용병] 자격을 박탈한다. 이는 [차원 용병 조합]의 1급 감찰관 녹투오스 소릭스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파삭―.
크로코는 언젠가 자랑처럼 상의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오리하르콘] 용병 증명패에서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녹투오스가 [차원 용병 조합]의 1급 감찰관이었다는 놀라운 정보도.
‘어쩐지 나보다 먼저 네이비(Navy) 랭크에 오른 노인네의 용병 등급이 [아다만티움]이더라니. 감찰관? 그것도 1급?’
하지만,
“그래서 뭐? 어차피 [차원 용병] 따위 그만두기로 했다.”
그는 [아스가르드]를 떠나는 순간부터 [차원 용병] 따위를 더 할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풍요로운 땅이라면 이곳을 먹고 자신의 종족을 더 키울 수 있을 테니까.
“쯧쯧. 여전히 멍청하구나. 넌 방금 네가 가진 유일한 목숨 줄을 스스로 끊었다. 크로코.”
“뭐, 마음대로 생각해라. 영감. 이제 더 들어주기도 힘들다. 그러니까 죽어라.”
크로코가 강기(剛氣)를 두룬 창을 섬전처럼 내뻗었다. 이런 기습으로 녹투오스를 어떻게 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녹투오스는 조인족이다. 날개로 날아오르면 피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래서 크로코는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연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응?’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녹투오스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기를 드러내 방어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죽어라!!’
파삭―.
크로코는 조금 전 상의 주머니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파열음을 들었다. [차원 용병] 지위가 박탈되면서 용병패가 쪼개질 때 들었던 그 파열음을,
“어……?”
강기를 진하게 휘감은 순수한 [미스릴]로 제작한 자신의 창에 들을 줄은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가?”
녹투오스는 아니다. 그에게는 그럴 힘도 없을뿐더러, 그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크로코가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
“이놈인가? 감히 주인님의 땅을 더럽히려는 놈이?”
그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용병 길드] 출입문 양쪽에 서 있던 동상이 태양을 등진 채로 크로코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골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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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겨울 제가 이상하긴 한가봅니다.
보통 별 관심이 없으신 어머니께서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소뼈를 사다가 끓여서 주말 내내 고깃국만 먹었…
처음엔 굉장히 고맙고 그랬는데.
이제 그만…..ㅠㅠㅠㅠ
빌어먹을 햄버거 세트.
198. 빌어먹을 햄버거 세트.
이요한이 지구에 침식된 [심연]을 해제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리치 군주 휘하의 마법 병단이 구현한 [어비스 존]을 깨트리기 위해서 [텔레포트 게이트]로 지구에 남은 쉘터를 연결했다.
물론 둥근 지구 표면 전체를 연결한 건 아니지만, 반쪽이라고 해도 동양에서 서양까지 쉘터를 이었다는 건 종말 이후 사라진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서로 부딪치고 교류하고 싸우면서 발전해왔다.
이런 시기라면 더욱 교류가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면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가기 무섭게 유토피아로 생존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네이비(Navy) 랭크로 승급이 완료된 후, 이제는 김포시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지가 커진 만큼, 처음 개장하는 유명한 테마파크 입장 시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유토피아로 몰려들었지만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정말……. 정말로 온수가 나오고, 전기를 쓸 수 있어…….”
로버트는 한국과 멀리 떨어진 캐나다 쉘터에 살던 각성자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유토피아를 방문했다. 아픈 아내를 데리고.
좀비가 나타난 지 벌써 반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아픈 아내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유토피아 영지민의 얼굴이 이상해지는 것을 로버트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선천적으로 심장이 안 좋은 아내였다. 그래서 실로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냉기를 피하기 위해서 어렵게 유토피아에 찾은 거였다.
“아저씨.”
성인인 영지민은 각성자인 로버트에게 따로 말을 건네지 않고 눈으로 욕을 하고 있었지만, 어린 아이들, 특히나 각성자인 어린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응? 도움이 필요하니?”
“뭐래. 아저씨랑 아줌마랑 부부예요?”
“그, 그렇단다.”
“안녕……?”
로버트와 시드니는 과하게 시니컬한 아이 말투에 난감해하면서도 이상하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왜 아줌마는 아파요?”
“으, 응? 시드니는 어릴 때부터 심장이 안 좋았단다.”
“그러니까요. 왜 아프냐고요. 아저씨 각성자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니? 얘야?”
“아유. 답답해!!”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로 질문을 비수처럼 날리는 아이와 자신이 머물던 쉘터에서도 내성적이던 로버트 사이에서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 아이의 말은 남편이 각성자면 좀비를 잡게 도울 수 있다는 뜻이오. 어떤 식으로든 좀비를 잡기만 하면 각성할 수 있으니까 말이오.”
“……!”
로버트는 마치 몰랐다는 얼굴이다. 그러나,
“모르셨소?”
옆에 있던 남자가 그렇게 물었을 때,
“아니요. 알고 있었습니다. 크흡.”
“로버트…….”
로버트는 울음을 삼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왜 모르겠는가. 로버트 본인이 각성자인데.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적어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쪽……. 와이프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오?”
“그건 아닙니다!!”
유토피아에 도착하고 항상 의기소침하던 로버트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순간이었다. 제법 쓸만한 각성자였는지 아주 연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격한 감정을 보이면서.
“그렇다면 왜 자네의 아내는 아직도 그런가?”
하지만 설명을 해주던 남자도, 처음 질문한 아이도 그런 로버트의 마력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다시 질문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 모습에 로버트는 어딘가 상식이 뒤틀리는 기분이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어서 고개를 흔들어 떠오르는 상념일 치워버렸다.
“아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응?”
“엥?”
제법 진지하고 진중하게 한 로버트는 그의 대답을 들은 이들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이상하다는 반응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비 팔다리 잘라 대령하면 되잖아요?”
“그래도 위험할 것 같으면 좀비 입에 바위 같은 거 박아 넣으면 되고?”
“그래도 안심이 안 되면 좀비 사지를 자르고 몸통을 묶어서 말뚝에 박으면 되는데?”
줄줄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대답에 로버트는 확실히 느꼈다. 여기, 이 유토피아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졌던 기묘한 괴리감이 무엇인지를.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아? 왜?’
여기 있는 이들은 좀비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투나 뉘앙스만 보면 좀비를 장난감처럼 여기고 있다.
“그, 그래도 좀비는 위험하잖습니까? 피가 튀기라도 하면?”
“각성하면 면역인데요?”
“멀리서 창으로 찔러도 되는데요?”
“더 멀리서 석궁을 쏴도 되는데요?”
로버트가 한 말에 다시 돌아온 대답은 그의 상식을 완벽하게 부숴놓았다. 로버트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곳은 뭔가 어긋난 것 같다고. 상식이 전혀 다른 곳이라고.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로버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지,
“좀 도와줄까요? 아저씨?”
“응. 좀비 배달해줌. 우리가.”
“대신 수고비로 햄버거 세트 사줘요.”
옆에 있던 열 살 남짓의 아이들이 그렇게 대꾸했다.
“마음만 받으마. 너희는 그런 걸 하기에 너무 어……? 응?”
너무 어리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아이들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온다. 그것도 선명하고 짙은 초록색.
“그, 그, 그린(Green)?”
“그럼 그린이죠. 이번에 피버 타임 있었잖아요? 다들 그린은 찍었을 텐데? 아저씨는 아줌마 보호하느라 옐로인 거죠?”
아니었다. 자신도 그 피버 타임―[심연]의 등장으로 좀비 처치 카르마 포인트 증폭―을 잔뜩 누렸다. 그래서 옐로인 거고.
“아줌마가 아픈 게 안타까우니까. 저렴하게 도와주는 거예요. 햄버거 세트로.”
“어? 어어.”
그제야 로버트는 재차 깨달았다. 이 유토피아라는 영지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상식의 괴리가 ‘기괴’한 무언가가 아니라, 개인의 무력이 강함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로버트는 반신반의하며 유토피아 영지 밖으로 향하면서 두 번째로 놀랐다. 쉘터라고 할 수 있는 영지의 성벽 밖에 좀비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거요? 이벤트 보상이잖아요? 이제 며칠 안 남았을 거예요.”
엄청 대단한 일을 엄청 대단치 않은 것처럼 말한 아이들을 따라서 안전 구역 경계에 도달했을 때,
“기달! 내가!”
한 아이가 좀비 사이로 뛰어들었고,
쿵―.
안전 구역 경계에 정확하게 좀비가 한 마리 떨어졌을 때,
츠콱―!
한 번의 칼질로 사지가 정확히 떨어진 좀비가 바닥에서 버둥댔다. 마력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잘린 부위는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아이 한 명이,
“자요. 이거 올리비아 누나한테 말해서 빌려온 거예요.”
언제 챙겼는지 소형 연발 석궁을 시드니의 품에 안겼다. 엉겁결에 연발 석궁을 받은 시드니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이쪽으로 기어오려고 애를 쓰지만 다가오지 못하고 바당에서 버둥대는 좀비를 보다가 결심을 굳힌 듯 입술을 깨물고 석궁을 조준했다.
투쾅―! 투쾅! 투쾅!
세 번만에 좀비의 머리에 석궁 볼트가 박히고,
“시드니!”
각성의 여파로 마력의 잔향을 내뿜으며 기절하는 시드니를 로버트가 받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