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197
종말 이전에는 그나마 나았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서 조심하면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문제는 종말이 터지면서 뛰고, 도망치고 몸을 움직이는 격한 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자주 벌어졌다는 거다.
아내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이번 유토피아 행에도 많은 카르마 포인트가 들었지만, 과감하게 결정한 이유는 죽어가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을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고, 고마워.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그렇기에 로버트는 자신을 도와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울고 또 울었다. 그의 눈물이 아내인 시드니의 얼굴에 떨어져서 일까? 기절했던 시드니가 눈을 뜨면서 로버트는 다짐했다.
‘유토피아에 살겠다.’
자신의 쉘터를 나와 유토피아에 살겠다고.
그렇게 여러 일이 있은 후, 아이들이 말한 햄버거 세트를 사주기 위해서 성벽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어?”
“어라?”
“잉?!”
세 아이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곧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다.
“아저씨. 도망가요.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까.”
“아줌마랑 성벽 위로 올라가거나 아예 성벽 바깥으로 나가요.”
“나중에 꼭 햄버거 세트 사줘야 해요?”
그리고 각자 한 마디씩 던지고 흩어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옐로 랭크에 간신히 오른 로버트의 눈으로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시, 시드니. 가, 가자.”
조금 전까지 유토피아에 살겠다고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도 로버트는 아내를 과하게 보호했다.
“로버트.”
“으, 응?”
“우리 아직 갚지 않았잖아.”
“응? 뭘?”
“햄버거 세트.”
빌어먹을 햄버거 세트! 로버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씹어 뱉을 뻔했다. 하지만 이내 숨을 크게 내쉬면서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사줘야지. 햄버거 세트. 성벽으로 올라가자.”
그렇게 말하고 이제는 높은 성벽을 오르는 계단을 다 오르고도 조금도 숨이 차지 않는 아내를 보며 감동하던 로버트는 유토피아에 도착해서 세 번째이자 가장 크게 놀라게 될 일을 목격했다.
“…내 눈이 이상한가? 허니. 저기, 저거 무슨 색으로 보여?”
“네이비(Navy)?”
창에 남색의 마력을 휘감은 무언가가 가만히 서 있는 무언가를 공격했다. 로버트가 왜 무언가라고 표현했냐 하면,
“코스플레이어인가? 저게 뭐지?”
둘 다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두 발로 서 있지만, 공격을 한 쪽은 악어를 닮았고, 공격을 받은 쪽은 얼굴이나 몸은 인간인데 날개가 달려 있었으니까.
남색 마력에 놀라고,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 종족에 놀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
파삭―!
순식간에 검은 무언가가 움직여 남색 마력이 휘감긴 창을 움켜쥐고 부숴버렸다.
“으, 으응?”
검은 무언가. 그것은 절대로 사람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영지에 들어온 로버트와 시드니가 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거 이요한 회장 동상…아니었어?”
영지 곳곳에 위치한 이요한 회장을 조각한 것 같은 검은 동상. 그것도 체고가 5m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동상이 영지 곳곳에 있었다. 솔직히 로버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이요한 회장에 대한 오해를 하기도 했다.
“자기 과시가 심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오해를 말이다.
“나 그런 사람 아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기겁하며 놀라다가 하마터면 성벽 아래로 추락할 뻔했다.
“…각성자 치고 담이 약하네? 좀비는 어떻게 잡았어?”
그거랑 이거랑 같냐?! 핵 앤 슬레쉬 게임이랑 갑툭튀 게임이랑 같냐고!!
이렇게 바라바락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소심한 로버트의 성격이 그걸 막았고, 분노가 막히자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누군지 로버트는 알아차렸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리?”
“내가 대통령은 아니고. 뭐 이요한은 맞지. 그나저나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나는 나르시스트가 아니야. 저건……. 그냥 저걸 만든 놈들의 취향이라고.”
나타날 때처럼 사라질 때도 귀신처럼 사라진 이요한이 다시 나타난 것은 그 잠깐의 대화하는 틈에 부러진 창처럼 사지가 부러져 골렘에게 잡혀 바닥에 꿀려진 악어 머리의 무언가 곁이었다.
“미쳤다. 시, 시드니 방금 프레지던트 리의 몸에서……!”
“응. 네이비(Navy)였어.”
“시드니.”
“응?”
“우리 여기서 살까?”
“그래. 좋아!”
“아, 맞다. 시드니. 무슨 클래스로 각성했어? 요리사? 사제?”
“우움……. 아니.”
“그럼?”
“Bard?”
“바, 바드? 바드? 음유시인?”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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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저는 월요일부터 내일까지 서울에 있습니다.
출장이죠.
어휴. 돌아버리겠네요. ㅠㅠ
흑막 놀이 하는 놈들부터 조져야겠다.
199. 흑막 놀이 하는 놈들부터 조져야겠다.
[차원 용병]에게 의뢰를 맡기기로 했을 때, 녹투오스는 경고를 전했다. [차원 용병]이 [차원 기사단]이나 [차원 수사대]가 아니라, [차원 용병]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이 용병의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래도 설마 했는데.
“진짜로 미친 짓을 벌이는 놈들이 나오네. 그것도 하나, 둘……. 대충 세도 오십은 훨씬 넘는데?”
언제나 그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연쇄살인마 ‘설마’는 사람을 또 잡았다. 절반 이상, 아니 7할이 넘는 인원이 생포되었다. 그 말은 무엇이냐. 저들의 전력이 영지에 비하면 정말이지 보잘 것 없다는 뜻이다.
“멍청한 건가? 아니면 뭔가 있는 건가?”
“뭔가 있는 겁니다. 저 악어가 멍청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모하지 않습니다.”
“아는 사이야?”
“오며 가며 만난 사이입니다. 저 멍청이가 제게 일방적으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일단 제가 가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오리할콘 드워프의 쓸데없이 뛰어난 손재주로 내가 고스란히 확대된 것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외형의 골렘에게 잡혀 바닥체 머리가 짓이겨지고 있는 악어 수인을 향해 녹토오스가 다가갔다.
“크로코.”
“이익!! 나를, 이 몸을 비웃으러 왔나!!”
“그래. 그런 것도 있지. 하지만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난 너를 잘 알아. 제법 나를 귀찮게 했으니까. 그거 아나? 자네가 [오리하르콘] 등급에 오르고 나서 내게 찾아왔지?”
“그래. 내가 너보다 낫다는 걸 증명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건 네가 먼저지만, [차원 용병 본부]는 나를 선택했어!!”
“이상하지 않던가?”
“무엇이 말이냐!”
“[차원 용병 본부]는 용병 본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도 공명정대하다. 그래서 한 때는 [차원 용병 본부]를 관리하는 존재가 [아스가르드]를 만든 존재라는 말이 나돌았지. 그런 곳에서 너보다 한참 먼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내 등급을 [아다만티움]에 두었을까? 왜? [오리하르콘] 등급이라는 수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건!!”
“그건?”
“그거야…….”
“네가 나보다 더 뛰어나서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걸 알고 있겠지?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앞서 말하지 않았느냐. [오리하르콘] 등급에 숫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가만히 뒤에서 녹투오스의 말을 듣다 보니 [차원 용병]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난 뒤, 누군가 내게 찾아오셨다. 그는 자신을 ‘천덕꾸러기’라고 소개했지만, 난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가 엄청난 존재라는 것을. 감히 나 따위는 가늠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지.”
“뭐, 뭐?”
“그런 그가 내게 물었지. [오리하르콘] 등급에 열망이나 미련이 있느냐고. 난 당연히 없다고 대답했다. 그때 당시 내 삶의 목적은 내 손자의 완치와 우리 부족이 안전하게 지내며 살아갈 터전이었으니까.”
“그런데 웃긴 건 관심이 없다는 내게 잘 되었다는 듯이 그는 내게 감찰관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직책을 권했다. 그분은 차원 공방전에 [차원 용병] 중 누군가 개입한다고 판단하셨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근 천여 년 동안 일어난 차원 공방전 결과가 너무 일방적이었거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자 장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지금까지 참아온 세월 만큼이나 후련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토해내고 토해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직책이 바로 [차원 용병]의 용병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1급 감찰관이다. 내가 이 직책 권한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바로 지금이고.”
“그, 그래서 뭐! 뭐가 어쨌다는 거냐!! 자랑질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자랑? 그런 걸 너따위에게 해서 내가 무슨 이득이 있을까? 하다못해 통쾌함이라도 준다면 모를까. 그것도 없는데.”
“이이익!!”
“내가 말했잖은가. 앞서. 다른 사람이 말하면 좀 귀를 열고 들어. 너는 멍청하지만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고. 분명히 너를 은밀히 충돌질을 한 놈이 있을 거야.”
“…….”
“아,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넌 분명히 이 영지를 차지하겠다고 마음을 먹기 전에 누군가를 만났을 거야. 그리고 나서 [아스가르드]에 있는 기반을 모두 팔아치웠을 거고.”
“!!!!”
녹투오스가 지금까지 장황하게 사정을 설명한 것은 이 순간의 이 질문을 위해서였는 것 같았다. 그는 최면을 거는 것처럼, 부주의 맹시로 기억하지 흐릿하게 처리한 뇌를 재차 일깨우는 것처럼 마력을 담아 강하게 질문했다.
“네불로.”
“네불로? 설마, 그 네불로?”
“그래. 마녀 네불로. [오리하르콘] 등급의 픽시 [차원 용병]. 그녀다.”
“…돌겠네.”
“그리고 그 자리에 둘이 더 있었다.”
“둘이 더? 그럼 셋?”
“그런데 둘이 누군지 머릿속이 흐릿하군. 기억이 나지 않아.”
녹투오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언젠가 아크 리치를 비롯한 최고위 언데드 다수를 북미 대륙에서 발견했을 때와 같았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마. 그럴수록 정보는 더 혼탁해지니까. 다른 건 생각하지 마. 둘을 딱 떠올렸을 때, 흐릿해진 네 기억 전에 그 둘을 딱 마주했을 때, 그때 어떤 느낌이지? 어떤 게 생각나지? 어떤 감각이지? 어떤 물건이 연상 되지?”
“뜨거움.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검.”
“플라누. 누가토르.”
“아! 맞다! 그 둘이야!! 젠장! [오리하르콘] 셋이 변절자라고?”
“아니다.”
“아니라고?”
“최소 셋이다. 최소 [오리하르콘] 용병 셋. 어쩌면 오리하르콘 용병 전체일 수도 있고.”
“…돌겠군. 허어. 위대한 딜리누스의 아들인 이 몸이 고작 저들의 장기 말 노릇이라니.”
크로코라는 악어 수인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자조했다. 그의 뒤로 생포된 같은 악어 수인들 역시 침통한 얼굴이었고.
“살려줄까?”
“살려줄 거냐?”
“우리 영주님이 허락하시면.”
“…아니. 죽여라.”
“왜?”
“나는 멍청하다. 그러나 네가 말한 대로 나는 아주 멍청하진 않지. 나라는 놈은 분명히 이번에 네가 날 살려주면 나중에 반드시 또 딴짓을 할 거야. 이건 변하지 않는다. 나라는 놈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남았으니. 그러니 여기서 죽는 게 낫다.”
“흠. 그 말은 나도 반박할 수가 없네.”
“대신 내 부관 딜레아는 다르다. 그 놈이라면 분명히 잘 할 거다. 강한 힘을 보여주면 배신하지 않을 놈이니까. 그러니 그놈과 내 종족에게 선처를 부탁한다.”
“음. 그것 역시 영주님이 허락하지면.”
“좋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녹투오스. 빌어먹을 놈아. 솔직히 말하면 네가 부러웠다. 나 역시도 딜리누스 종족을 이끄는 몸이지만 너와는 달랐거든.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는다! 그게 나라는 존재의 의의이며! 내가 가진 역량에서 최선이었으니까!!”
“그래. 고생했다. 쉬어라.”
녹투오스는 그리고는 등을 돌려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신호에 내가 골렘을 향해 손날로 목을 긋는 행동을 보이자,
콰득―!!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육지 악어 수인이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죽었다.
『[차원 용병] 출신 배덕자, 크로코 딜리누스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카르마 2억(200,000,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고유 능력 [대영지] 범위 안에서 처치함으로 고유 능력 [만능]의 영향을 받아 추가로 특수 카르마 칠천만(70,000,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곤죽이 되어 죽은 상대를 바라보며 녹투오스의 얼굴에 여러 상념이 스쳐가는 그 순간,